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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17화


현장탐사팀 D조가 괴담에 진입했을 무렵.

“과장님, 이번 건 등급 뭘로 예상하십니까? 역시 D가 정배일까요?”

“아이, 이 주임. 그런 건 좀 눈치껏 하자, 응?”

“…….”

“재밌고 좋은데, 개발부 안에서만 조용히 하자는 거야. 다른 팀 있을 때는 굳이 꺼내지 말고. 알겠지?”

“……아, 네.”

김솔음에게 내기 이야기를 꺼내며 히죽거리던 연구팀 주임은 그제야 입을 다물었다.

허허실실한 데다가 젊어서 좀 만만하게 봤던 곽제강 과장이 이딴 일로 한소리 하니 기분이 나빴다.

그리고 짜증은 더 만만하고 짜증 났던 상대를 떠올리게 했다.

현장탐사팀 신입!

‘상사한테 눈 야리던 거 보소.’

기껏 내기에 끼워주려 했더니, 어이없다는 듯이 바로 거절한 신입사원 말이다.

마치 무시하는 듯 무표정한 그 기색이 계속 기억에 남았다. 이름이 김솔음이던가?

‘니들은 그냥 인간 실험 쥐 같은 건데 어디서 가오를 잡고 있어.’

현장탐사팀 신입이면 반은 죽은 목숨이다. 그런데 실적 한번 냈다고 고개가 뻣뻣한 게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매년 저렇게 상황 파악 못 하는 신입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드디어 자신도 보는구나 싶었다.

‘죽으려나? 죽으면 웃기겠다.’

모럴이 마비된 두뇌가 도파민을 예상하고 슬쩍 군침을 돌게 한다.

그는 재빨리 채팅을 보냈다.

사내 익명 토토용 단체방이다.

-저 D에 10 겁니다

-ㅇㅋ

희망 사항이기도 했다. D등급이어야 죽을 확률이 더 클 테니까!

그때, 윗사람이 초를 쳤다.

“이 주임, 사전 보고서는 오늘 퇴근 전까진 정리해 놓고.”

“…예예.”

‘어차피 나 퇴근 전에 실험용 쥐들이 어둠에서 나오지도 못할 텐데.’

근무 교대할 때 후배에게 자연스럽게 넘길만한 일을 굳이 자신을 집어서 시키고 있었다.

‘상사 운 왜 이러냐.’

연구팀 주임은 속으로 투덜거리며 실험 사전 보고서의 뒤를 작성해 나갔다.

-3.2 실험 대상자

특정 동영상 사이트4)에서 광고용 프로모션으로 재생되는 ‘삐에로는 널 싫어해’라는 5초짜리 동영상을 목격한 만 18세 이상 성인.

‘이걸 보고 나서 튀어나온 광대 손에 접근하면 끌려갔었지?’

다가간 게 바보 아닌가?

수상쩍은 게 있으면 도망쳐야지, 여기서부터 이미 죽어도 자연사라고 생각한다.

‘근데 또 운 좋아서 살아나오는 민간인도 있단 말이야.’

앞서서 보고된 민간인 생존자의 증언 기록에 따르면, 광대가 빠져나간 빈 초상화로 들어갔더니 현실로 돌아왔다고 했다.

‘그건 실험 쥐들도 알고 들어갔는데.’

그런데 어떤 초상화가 정답인지는 딱히 밝혀진 것이 없다.

복도의 종류, 초상화 크기, 액자 프레임, 시간도 다 달랐다.

대부분은 그냥 광대가 빠져나온 빈 초상화에 무심코 뛰어들어서는 운 좋은 몇 명만 돌아온 것 같았다.

‘이거 답 찾으려면 개노가다겠어.’

광대를 깨우고, 따돌리고, 때로는 해치우면서 굉장히 많은 체력을 소모해야 하는 어둠이었다.

동시에 대체 어떤 초상화가 정답인지 모르니 속이 타기도 하겠고!

이러면 한두 명은 거의 확정 사망 아닐까? 시험 삼아 들어가게 만들면서 서로 희생시킬 것 같았다.

‘누가 탈출하려면 적어도 한나절, 길면 며칠은 걸리겠….’

“와아아악!”

“클리어!”

“…….”

“…….”

어어?

연구원은 고개를 돌렸다.

연구실 한편, 모퉁이에서 갑자기 쏟아져 나온 사람들이 보였다.

…현장탐사팀 D조의 직원들 전원!

“……?!”

“꿈결 수집기 다 차 있지?”

“네! 오, D등급이네요!”

반사적으로 시계를 보았다.

오후 2시 41분.

‘아까, 오후 2시 15분에 진입했으니까….’

입장 후 26분 경과.

잠깐만.

‘…26분?!’

카페 잠깐 다녀올 시간 만에 괴담에서 튀어나온 D조 네 명을 보고, 연구 1팀 오피스에서 진한 침묵이 흘렀다.

‘꾸, 꿈인가?’

아니다.

‘우리도 괴담에 홀렸나?’

아니다.

“…맙소사! 아니, 무슨 수로 이렇게 일찍 나왔대?! 어? 이 과장님, 또 때려 부순 게 통했어요?”

곽제강의 감탄에 즉각 대답이 쏟아졌다.

“아닙니다.”

“그렇죠.”

“쟤가 한 겁니다.”

나란히 들려온 D조 상사들의 말에 곽제강의 눈이 돌아갔다.

“…또 뵙습니다.”

조용히 뒤에 서 있던 신입사원이 고개를 꾸벅거렸다.

김솔음이었다.

“…저 친구가 했다고?”

‘신입이잖아?’라는 생략된 말에 심드렁한 대답이 돌아왔다.

“뭘 새삼.”

“노루는 입사 첫날에도 저랬어요.”

“…??”

D조의 대리와 주임은 더 대답하지 않고 가면 정리를 시작했다.

이자헌 과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는군요.”

“…….”

“이 괴담은 D등급입니다.”

“아, 예예.”

이자헌 과장이 대뜸 보고를 시작했다. 자기 효율만 따지는 이 의식의 흐름 화법에 익숙한 곽제광 연구팀 과장은 곧바로 호응했다.

“그럼 클리어 매커니즘이 어떻게 됩니까?”

“? 모릅니다.”

“…….”

“아. 제가 말씀드려도 괜찮겠습니까?”

뒤에서 신입사원이 손을 들었다.

“어어, 그래… 해봐요.”

“일단… 이 어둠에 진입하기 위해 사전에 목격해야 하는, 광대 광고의 이름은 ‘삐에로는 널 싫어해’지요.”

“그렇지.”

“하지만 삐에로는 광대(Clown)가 아닙니다.”

“……??”

“광대는 알록달록한 분장을 하고 익살스럽게 웃으며 묘기와 만담을 하죠. 일종의 전통적인 예능인입니다.”

그래서?

“그러나 삐에로는 무채색 분장에 우는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

“확실한 차이가 있죠.”

김솔음의 창백한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생겼다가 사라졌다.

“그리고 ‘삐에로는 널 싫어해’라고 하니까, 저희를 쫓아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예능인들이 싫은 상대를 쫓아오진 않을 테니까.

“증명을 위해 무채색 분장에 입만 붉은 초상화를 찾았고, 다른 초상화는 일절 접근하지 않았습니다.”

“…….”

“그리고 만일을 고려해 3m의 안전거리를 확보한 뒤, 원격으로 그림에 접근하여 만졌습니다.”

30분 만에 초면인 어둠을 클리어하면서 그런 것까지 고려했다고?

게다가, 결과에서 미루어 볼 때….

“삐에로는 초상화 밖으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

“그 대신, 조용히 그림에서 사라졌습니다.”

이 신입사원은 정확한 정답을 찾아냈던 거다.

그동안의 민간인들은 온갖 초상화에서 떨어지는 광대에게 쫓기느라 몰랐으나, 딱 하나의 초상화만을 거리를 두고 상호작용했던 D조는 완벽하게 상황을 파악해 왔다.

소름이 돋았다.

게다가 다른 변인 요인도 고려했다.

“불을 비추면 모든 초상화에서 광대가 튀어나온다는 기록이 있어서 따로 광원을 쓰진 않았습니다.”

“어? 그럼 대체 어두컴컴한 곳에서 3m나 떨어져서 어떻게 초상화 상태를 파악했나?”

“아.”

김솔음이 눈을 깜박였다.

“조장님께서 그냥도 알아보셔서….”

“…….”

아.

곽제강은 ‘인간 자체가 강하다’라는 말이 가장 어울릴 것 같은 D조 조장을 휙 돌아보지 않기 위해 애썼다.

“다음 진입자부터는 야간 투시경을 지참하고 들어가면 별문제 없을 것 같습니다.”

“아, 그, 그렇군.”

“이상입니다.”

다시 한번 진한 침묵이 흘렀다.

곽제강은 조용히 혼잣말하듯 중얼거렸다.

“이걸… 사전 정보만 보고 추리했단 거지.”

“예.”

신입사원이 뭔가 깨달았다는 듯이 덧붙였다.

“아마 그간 진입한 사람 중에 미국식 일상 문화에 친숙한 사람이 없었나 봅니다.”

“…….”

그게 그렇게 간단히 설명될 문제였던가…?

“그, 솔음 씨는… 유학이라도 다녀왔나?”

“그건 아닙니다.”

김솔음이 즉각 대답했다.

“전 그냥 잡지식이 많은 거죠.”

“…….”

연구원들은 평소 달변가인 곽제강의 말문이 막히는 드문 광경을 목격했다!

“아, 이 이론에 맞춰 임시 매뉴얼도 작성해 보았습니다. 마침 박민성 주임님께서 노트를 빌려주셔서….”

“어, 내 공 하나도 없어~ 노루 네가 다 한 거야~”

연구원은 D팀의 오소리 가면을 쓴 주임의 말이 백그라운드로 울리는 가운데, 곽제강이 그에게서 노트를 건네받는 것을 목격했다.

목을 빼서 훔쳐보았다.

정말로 그 안에는 아까 김솔음이 말한 가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

곽제강 과장이 쭈욱 훑어보더니, 미소를 지으며 덮었다.

“…흠, 시험해 보지.”

“예.”

그렇게 매뉴얼 프로토타입이 완성됐다.

단 한 사람, 그것도 신입사원에 의해서.

“…….”

내기 도박을 했던 연구원은 순간 자기가 꿈을 꾸나 의심했다.

우연히 삐에로에 대해서 알았다고 해도… 그걸 극한상황에서 이렇게 수월히 이론 구축까지 해서 30분 컷으로 탈출할 수 있는가?

아니. 이게 말이 되나?

‘혹시 사람인 척하는 괴물 새끼 아니야?’

하지만 그딴 게 현장탐사팀에 취직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꿈결 수집기는 분명 인간에게만 반응한다고 했는데?

“조장님, 연구팀에서 그거 어둠에서 가지고 나온 거면 좀 달라는데요.”

“예.”

그 와중에 이자헌 과장이 손아귀에 쥐고 있던 천 조각을 반납했다.

“그건….”

“아, 조장님께서 초상화 삐에로가 도망가려니까 바로 달려 드셔서….”

삐에로가 도망가지 못하게 반사적으로 3m를 주파해 멱살을 틀어잡다가 뜯긴 옷감이렸다.

“…….”

‘끼리끼리인가.’

혹시 둘이 무슨 사촌이라도 되나? 이제 보니 생김새도 좀 비슷한 것 같다. 둘 다 뺀질뺀질하게 생긴 게 말이다.

연구원은 순간 어처구니없는 망상까지 할 뻔했다.

그리고 그에게 이런 충격과 공포를 안겨준 신입사원은….

‘사, 살았다.’

뒷일 생각 안 하고 지른 탓에 아직도 심장이 쿵쾅거리고 있었다!

‘왜 광대가 이빨이 있는데! 왜 사람 피부를 벗기고 있는데! 왜 사람을 풍선처럼 하수구로 빨아들이는데!’

온갖 움직이는 귀신 초상화를 실시간 목격하며, 없던 광대 공포증이 오늘부로 생겨났다!

‘불면증 사유 추가 적립….’

그 와중에 어떻게든 이빨을 털어서 이 상황을 그럴싸하게 넘긴 자신이 놀라울 뿐이었다.

‘아니, 잘 넘긴 거 맞지?’

너무 수상쩍었던 건 아닌 거 맞지?

나 사실 답안지가 있다고 들켜서 백일몽 주식회사 지하의 지성체 실험실로 끌려가는 거 아니지?!

김솔음이 마음속 불안이에게 컨트롤러를 넘기기 직전, 말없이 노트를 넘기던 곽제강 과장이 입을 열었다.

“…신입사원 김솔음 씨, 혹시 명함 같은 거 안 받았남?”

정신이 돌아온 김솔음이 착실히 대답했다.

“아뇨. 아직 신입사원에겐 명함이 나오지 않….”

“아이, 딴청 잘 피우네. 그거 아닌 거 알잖아.”

“…….”

김솔음의 머리에서 순간 불안도 멈췄다.

떠오르는 게 있었다.

입사환영회에서 사회자가 건네줬던 명함.

───

필요할 시

010-0153-24865

───

연구 1팀의 과장이 씩 웃었다.

“포인트 더 빨리 벌고 싶으면, 그쪽으로 연락하라고.”

“…….”

“내가 보기엔 솔음 씨 금방 연락할 것 같애.”

꽤 유혹적으로 들릴 만한 제안이었다.

그러나.

“괜찮습니다.”

김솔음은 미동도 없이 대답했다.

“…흠. 그렇다면야.”

곽제강 과장은 어깨를 으쓱하고 가볍게 넘겼다.

“굳이 연락 안 할 이유라도 있나? 하하.”

“…….”

간단했다.

‘더 무서운 이벤트… 응, 사양하고 싶다.’

또 한 번 호되게 당한 쫄보의 심장.

김솔음은 이 포인트 세 배 개꿀 이벤트에 안주하기로 마음먹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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