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185화
기억한다.
내가 백일몽 주식회사에서 막 주임으로 승진했던 때.
룸메이트 때문에 연쇄살인마 산장 괴담에 휘말렸지만 간신히 누굴 죽이지 않고 클리어했던 것을.
그때 보상으로서 산장 주인에게 ‘상속’받은 이 문신을.
: 恩主 :
이후 달빛 타투샵에서 업그레이드하여 산장의 일부 공간을 마치 인벤토리처럼 사용하고 있지만, 사실 이 문신의 본질적인 속성은 그게 아니었다.
산장지기의 고용 권한.
연쇄살인마 산장을 운영하던 사용인을 부릴 수 있는 계약서였다.
하지만 난 쓸 수 없었다.
-그러나 외람되지만, 제 고용주에게는 몇 가지 자격이 요구됩니다.
-태생적, 존재적 고결함이 필요합니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산장 괴담을 멈추게 만들기 위해 고용계약을 뺏어오려던 것뿐이니까.
하지만….
지금 이 순간.
태생적, 존재적 고결함을 지닌 자.
고용계약서는 말한다.
내가 그 기준을 충족했다고.
“부르셨습니까.”
어느새 고용계약서를 들고 있는 내 맞은편에는 남루한 옷의 사내가 서 있었다.
그의 손에는 본래 자신의 계약서를 봉하던 붉은 왁스가 부서지지도 않은 채 들려 있었다.
산장지기.
머리를 다 덮는 낡은 옷을 입고 있으나, 어딘가 품위와 격식이 묻어나는 고용인이 나를 조용히 보고 있었다.
‘……!’
“제 고용주의 자격을 갖추셨기에, 계약서의 권위에 따라 당신의 지시를 따라 근로하고자 이 앞에 섰습니다.”
잠깐만.
나는 다급히 검은 연기를 뽑아내 움직였다.
이 능력이 ‘플라워 골든 리조트’ 직원에게 맞지 않는다고 판정을 받은 것인지 움직이기는 한층 더 힘들었다.
게다가 뽑아낸 검은 연기도 중간에 황금빛으로 변하긴 했지만, 어쨌든 연기는 성공적으로 글자를 다시 그렸다.
자격을 갖췄다?
어디서 그런 판정이 난 거지?
“저도 다소간 의문이 듭니다만, 그것은 제가 판단할 일이 아니겠지요.”
해!
스스로 생각하는
고결함의 기준을 말한다.
“알겠습니다.”
산장지기는 사용인답게 즉각 입을 열었다.
“출생의 비범함.”
…!
“약속된 유산과 힘. 그에게 공포와 자비를 요청하는 자들의 존재.”
그리고….
“영지의 기생자, 방문자, 침입자, 그리고 도전자에게 행사하는 지주(地主)로서의 무자비하며 강력한 지배력.”
…왜 재앙신 같은 게 생각나는 설명만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보통 고결함은 선량함과 관련 있는 가치 아니었나?
아니, 생각해 보니 사람들을 유산으로 꾀어다가 산장에서 죽고 죽이게 만드는 미친 자식이 저 산장지기의 주인이었지.
‘살벌하군….’
하나하나의 설명을 들을수록, 절대 인간을 위한 조건들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내가 괴담 속 마스코트로 재탄생하며 지금까지 벌인 일들이 들어맞은 모양이다.
‘테마파크 노란 구역이 내 영지…로 판정된 건가.’
다만 하나 이해가 되지 않는 점이 있다.
약속된 유산과 힘?
“그렇습니다. 저와 처음 마주하셨을 때부터 지니셨지요.”
산장지기가 다시 고개를 숙인다.
하지만 나한테 그런 게 있는가?
내 의아함을 눈치챈 것인지, 산장지기가 정중히 양손을 뻗어 무언가를 가리킨다.
“제 고용계약의 증표보다 강력한 표식에서 증명됩니다.”
…!
나는 반사적으로, 보안팀 제복에 가려진 내 왼팔을 내려다보았다.
내 다른 문신.
: Socius :
파란 마스코트가 줬던 표식.
나는 게이트로 고개를 돌렸다. 파란 마스코트가 어딘가 의기양양하게 말한다.
나
착한 아이의
보호자
‘…!!’
착한 아이
보호해야 해
잠깐만.
그러니까 이 문신의 뜻이… 라틴어로 ‘동료, 회원, 친족’ 따위의 뜻을 포괄적으로 의미했던가?
나는 테마파크 연간 회원권이 불타며 내 팔목에 붙었으니 이게 그간 테마파크의 VIP 회원권 같은 것으로 해석해 왔다.
그런데 사실은 그보다 좀 더 강력한….
‘자기가… 보호하는 가족이라고 찍어둔 거라고?’
나는 귀엽게 데포르메된 푸른 용과 눈을 마주쳤다.
고마움과 섬뜩함이 동시에 스쳐 지나간다.
분명 호의일 테고 덕분에 몇 번 이득을 보거나 위기를 넘긴 적이 분명히 있긴 했다.
하지만 결국 저 마스코트의 호의에 의해 나는… 이 유쾌 테마파크에 사로잡히게 된 것 아닌가.
그리고 말이다.
오늘, 날이 밝은 후로부터 묘하게 푸른 용의 말이 더 잘 들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
나는 다소 굳어서 파란 마스코트를 계속 응시했고, 마스코트도 주변 직원들도 안절부절못하는 듯 동작이 부산해졌다.
그때였다.
산장지기의 목소리가 들렸다.
“제가 당신의 영지를 관리하도록 배정하시겠습니까?”
잠깐.
이 리조트에서
일할 수 있다?
“물론입니다. 제가 이 ‘플라워 골든 리조트’라는 명칭의 영지를 운영하도록 지시하시겠습니까?”
깍듯한 정중함을 표방하고 있으나, 그 물음 어딘가에서 재촉이나 기대의 기색이 느껴진다.
나는 문득, 이 리조트의 직원 계약에 완전히 묶인 자들이 몹시 즐겁게 근무했다는 것을 떠올렸다.
마스코트로서 운영에 몰입하던 나도.
당신은 근로하고 싶은 자?
“그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고용주의 의사만이 중요합니다.”
고용주의 의사 :
궁금하다
“…저는 고용주를 대행하여 그의 영지를 관리하기 위한 존재지요.”
산장지기가 입을 열었다.
“그간 고귀한 분의 산장을 정성껏 돌보았습니다만, 제가 더 큰 직분을 맡기신다면 그에 걸맞은 더 강력한 사용인을 부리실 수 있습니다….”
더 강력한 존재가 되고 싶어 하는 욕망 같은 것이 살짝 드러났다가 사라진다.
그러니까, 산장보다 큰 이 리조트에서 관리직을 받으면 자신이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이 더 늘어난다는 건가.
잠깐만.
대행이라고 했잖아?
그렇다면….
내가 이곳에 없어도
운영이 가능하다?
“예. 저는 그 대행을 위하여 고용된 사용인입니다.”
전율이 몸을 흘렀다.
유쾌 테마파크의 운영 중인 구역에는 반드시 마스코트가 있어야 한다.
이미 세레머니 의식까지 마치고 공인된 내 마스코트직을 떠넘기는 건 불가능하지만, 완벽한 대행자가 있다면….
떠날 수 있는 건가?
“시행하시겠습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지시를 따라 근로하겠습니다.”
산장지기의 외관이 변하기 시작했다.
“…!”
남루한 거적때기가 사라지고, 리조트 직원다운 유니폼과 정장이 올라온다.
하얀 장갑, 잘 빗어넘긴 단정한 검은 머리, 구두, 외알안경, 노란 마스코트의 상징인 가면까지.
그리고….
[지배인]
명찰까지.
“감사합니다.”
지배인으로서 산장지기를 고용한 것이다.
말쑥한 차림새가 된 산장지기는 허리를 곧게 편 자세로 깍듯하게 자신의 손에 든 붉은 왁스를 다시 내밀었다.
왁스가 황금빛으로 변한다.
그것은 내 앞에 빛무리로 이루어진 근로계약서를 다시 봉하더니, 이내 근로계약서 전체가 황금빛으로 변해 다시 내 문신이 되었다.
: 恩主 :
나는 보안팀 옷 사이로 빛이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승계받으신 제 고용계약 기간은 태양력 기준 1241일 6시간 11분 23초입니다.”
그걸로 충분했다. 그 전에 난 소원권 타서 여길 뜰 거니까.
중요한 건.
내가 이제 마스코트인 나를 뜯어놓지 않고도 여기서 나갈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나를 대신해 근무할 지배인이 있기 때문에.
안도감에 머리가 저릿해질 순간이었다.
뒤에서 직원들이 숙덕이는 소리가 들렸다.
“저것도 보안팀 특수 부서 직원인가?”
“혹시 이걸 위해서 이번 탐사를…….”
“잠깐, ‘이걸 위해서’라니? 그게 무슨 뜻입니까? 원래 들어올 계획이 없었는데 잡은 겁니까?”
“예? 아, 아니. 아마 저 보안팀….”
젠장.
나는 재난관리국에게 나에 대해 더 많은 정보가 공유되기 전에 황급히 대화를 끊었다.
황금 연기가 글씨를 만든다.
당신의 선택
▶퇴사한다
▶남는다
“…!”
“퇴, 퇴사!”
“퇴사할게요!”
현명한 판단이다.
‘안 그래도 당장 탈출시키려고 했지.’
분위기가 순간 반전된다.
나는 달려온 보급형 마스코트가 내미는 근로 계약서를 황급히 찢고, 퇴사 확인서에 사인하는 직원들을 보았다.
‘일단 다 내보내자.’
한 사람씩, 직원의 유니폼이 사라지고 본래의 차림새로 돌아온다.
나는 그들에게 약속했던 아이템을 주기 위해 보급형 마스코트를 통해 기프트샵으로 안내했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으나, 빨간 구역이 일부 노란 구역으로 편입되며 그곳에 기프트샵도 먹었기 때문이다.
‘안전한 거 위주로 안내하자.’
하지만 몇 사람은 내 안내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앗. 감사합니닷.”
가령 이성해 주임은 감사 인사를 하면서도 당장 기프트샵으로 가거나 게이트로 나가지 않았다.
정확히는, 유니폼이 사라지자 비틀거리며 조심히 바닥에 앉았다.
‘…!’
리조트 직원이 되기 전에 입었던 상처가 다시 나타난 것이다.
더 이상 직원으로 근무할 필요가 없으니까.
“아이고야.”
두 다리에 금이 간 주임은 파란 구역으로 넘어가는 게이트 부근에서 편안한 자세로 나를 본다.
상처 치료를 위한
빠른 귀가를 추천
“괜찮아여! 같이 갑시닷.”
이자헌 과장도 나와 산장지기를 한 번씩 돌아본 후 남은 인원을 체크하더니, 이내 게이트 앞에 그냥 가만히 서 있는다.
아니!
‘나가.’
다 나가라고!
“넌 먼저 나가서 구조자 신고해라.”
“넵!”
아니 팀장님은 또 왜 안 나가고 계시는데요…!
나는 자신의 팀원을 먼저 보내고 팔짱을 낀 채 게이트 앞에 남은, 어제 사인검으로 대활약해 주신 현무팀 팀장님을 보며 남몰래 식은땀을 훔쳤다.
어쨌든 급한 불은 다 끄긴 했다.
남은 건 요원 하나, 정예팀 직원 하나, 도마뱀 과장 하나.
‘입 무거울 것 같은 라인업이긴 한데.’
그리고….
노란 마스코트의 가면을 쓴 직원 둘.
퇴사할 수 없는 자들.
‘…….’
이성해 주임의 상태로 봐서는, 저 둘이 직원 계약을 해지하면… 역시 직원으로 되살아나기 전 상태로 돌아갈 듯했다.
그러니까, 시체로.
‘후우.’
나는 산장지기를 다시 돌아보았다.
그는 내가 일을 처리할 동안 미동도 없이 가만히 정중한 자세로 인사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묻는다.
“저들은 리조트에서 일할 근무자들입니까?”
아직 남은 두 명의 직원을 가리키며.
‘…!’
순간, 머릿속이 번뜩이며 아이디어가 하나 지나갔다.
혹시, 내가 마스코트인 채로 떠날 수 있다면 말이다.
저들은 나와 함께
영지에서 떠날 것
직원들도 나를 따라 나갈 수 있는 거 아닌가?
“외람되지만, 리조트의 근무자로 계약된 자들은 이곳을 떠나기 어렵지 않겠습니까?”
보급형 마스코트가 산장지기의 손에 내가 계약했던 고용계약서들을 내미니, 산장지기가 문서를 꼼꼼히 챙겨보며 그렇게 선언했다.
하지만 나는 굴하지 않았다.
근무지는 중요하지 않다
나와 계약한 자들
그리고 손을 들어 고용계약서의 사인 파트를 가리켰다.
고용주 : GOLDEN
보이냐?
내게 종속되어 있다
영지가 아닌
나에게
“…….”
산장지기는 잠시 고민하는 것 같았다.
리조트의 운영 방침과 충돌하는 부분이 있는지 검토하는 듯했는데… 곧, 고개를 들어 끄덕였다.
“지시를 들었습니다.”
됐다!
“그럼 직원들을 반출하시는 것으로….”
“잠깐만.”
그때, 우리의 대화를 보던 팀장이 다급히 말에 끼어들었다.
정확히는, 나를 보며.
“밖으로 내보낼 수 있다는 거지? 그럼 혹시 네 ‘직원’을 판매할 생각은 없어?”
……!
나는 반사적으로 연기를 만들었다.
직원은 판매 대상이 아닌 선량한 근로자다
“…….”
팀장은 순간 말문이 막힌 듯했다.
약간 억울한지 환장하겠는지 모를 눈을 나를 보긴 했으나, 곧 한숨을 쉬며 말했다.
“어, 맞지. 그러면 파견으로 보내주면 좋겠어. 대가는 지불할게. 재밌는 물건을 꽤 많이 가지고 있거든.”
아.
“저기, 저 머리 긴 직원 있잖아. 저 친구를 보내줘.”
그리고 팀장은 손을 들어서 한 사람을 가리킨다.
…장허운.
“내가 데리고 갈게.”
나는 순간 두 직원을 돌아보다가, 무언가 깨달았다.
장허운이 호 이사의 손에 넘어가면 안 된다.
아무리 생각해도 차라리 재난관리국에 넘어가는 편이 낫지, 저대로 호 이사에게 갔다가는 무슨 꼴을 당할지 몰랐다.
얼마나 재밌겠는가? 스파이 하나를 괴담 속 생물처럼 변장시켜서 넣었더니, 거기에 괴담 주민으로 완전 오염된 다른 스파이가 달려왔으니 말이다.
혹시 호 이사가 재미를 느낄 만큼 악랄한 성정이 아니어도 문제였다.
‘스파이를 하나 날려 먹은 거잖아.’
편의를 봐줬더니 손실을 입혔다고 나에게 떨어질 분노가 애꿎은 장허운에게도 같이 향할 것이다.
대체 어떤 미친 방식으로 처리할지 모르겠지만, 절대 인도적인 조치가 아닐 거란 예감이 든다.
‘하지만 재난관리국에 간다고 회복될 수 있는 건가?’
애초에 장허운은 스파이로 잠입한 건데, 무슨 일이 벌어질지 확신할 수 없지 않나?
내 머릿속에서 치열한 공방이 오갔다.
그리고, 결론을 내린 후 다시 한번 연기로 글자를 만들었다.
승낙
“…! 좋아. 그럼 대가로….”
잠깐만.
파견 근로직의
안전과 임금 보장을 위한
계약서 작성이 우선
“…….”
나는 팀장과 긴 토의 끝에 계약서를 작성한 후, 서로 한 부씩 나눠 가졌다.
그렇게 장허운의 소속이 이관되었다.
“제 근무지가 변경되었군요!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요원님!”
장허운은 ‘근무 후 복귀하겠다’라며 나에게 인사를 한 후, 거침없이 요원을 따라서 갔다.
‘복귀하지 마.’
제발 재난관리국에서 장허운을 멀쩡히 되돌릴 방법을 찾아내길 바란다.
아니면….
‘…장허운이 멀쩡히 스파이로 근무하는 척 호 이사를 속일 만큼만이라도.’
…그럼 소원권을 타낼 수 있다.
그러면.
그 몫의 소원권으로, 장허운을 직원이 되기 전 살아 있을 당시로 치료할 수 있다.
‘시도해 볼 만은… 하다.’
나는 조용히 주먹을 쥐었다.
그리고… 무당벌레 직원을 챙기면서는 한숨을 참았다.
“예. 근무지 변경을 준비하겠습니다!”
솔직히 이 자식은… 소원권을 또 탈 방법도 없는 데다가, 이 꼴이 된 게 자업자득이기까지 해서 못 해주겠다.
‘그래도 백일몽에라도 신변을 양도하자.’
그렇게는 하는 게 맞겠지.
데리고 나갈 수 있다면 무조건 데려가야 했다.
“정리는 끝나셨습니까?”
이후, 나는 산장지기에게 인수인계와 정보 공유를 마무리 지었다.
리조트 운영 방침에 대해서, 수익의 분배에 대해서 그리고….
“계약서에 독특한 시행 방식을 넣으신 것을 확인했습니다.”
문신의 인벤토리 기능에 대해서도 말이다.
“사용하시던 임시공간은 정리 후 리조트에 새로운 곳을 마련해 두겠습니다. 앞으로는 그 틈을 통해 편하게 당신의 영지로 지시 사항을 보내실 수 있을 겁니다.”
앞으로 이 문신은 기묘한 소통 창구로서 그 역할을 하게 될 것 같다.
‘또 업그레이드인가.’
끝으로, 나는 산장지기에게 물었다.
가장 기본적인 소통을 위한 것을.
이름.
자신의 이름을 소개하기
“편하신 대로 호칭하시지요.”
자신이 원하는 호칭을 말하기
“…그렇다면 리조트 지배인이라는 명칭으로 불러주십사 합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산장지기가 아닌 지배인으로 불릴 자는 내게 고개를 숙여 보였고, 나는 발걸음을 돌려서 게이트 앞의 파란 마스코트에게로 향했다.
파란 마스코트는 나와 지배인의 대화를 엿들었는지 어딘가 필사적으로 말을 한다.
이제 여기
우리집
후우.
나는 고개를 저었다.
파란 마스코트는 충격을 받은 것 같다.
왜?
나쁜 마스코트
잡아먹었어
어떻게든 나를 설득하려는 듯, 푸른 용이 양쪽 앞발을 휘저었다.
이제 없어
안전해
나는 최대한 정중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연기로 글귀를 만들었다.
해야 할 일이 있다
나의 의무
파란 마스코트는 어깨를 축 늘어트렸으나, 결국 납득한 듯했다.
아마 내가 여전히 이 테마파크 구역의 주인이기에 다시 돌아올 것이 보장되어 있다고 믿는 듯했다.
잠깐
대신 허겁지겁 자신의 다른 몸을 사용하여 무언가를 가져왔다.
그리고 내게 조심스럽게, 게이트 너머에서 살짝 던져서 건내준다.
이전에 츄러스와 간식을 줬던 것처럼.
이거
가져가
나는 반사적으로 그것을 양손을 내밀어 받았다.
비늘.
검고 푸른 비늘은 햇빛에 반사되어 기묘한 무지개빛 반사광을 드러냈다가 다시 푸른 물결 같은 것이 속에서 일렁인다.
나
부를 수 있어
‘…!’
…설마 이 비늘, 인형탈 속에 있던 본래 모습의 일부인 건가?
‘그걸… 부를 수 있는 건가? 불러도 되나?’
어쨌든 파격적으로 강력한 무언가임은 틀림없었기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해당 비늘을 챙겼다.
파란 마스코트는 물끄러미 나를 보고 있었고, 나는 마스코트와 악수했다.
그리고 마스코트는 아예 게이트 너머로 몸을 뻗은 나를 잡아당겨 꽉 끌어안았다.
‘직원으로 취급받아서 다행이다.’
…그리고, 보안팀 수트를 입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럼 이제 돌아갈까여?”
나는 기꺼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리에 금이 간 이성해 주임을 이자헌 과장과 함께 부축하여 기프트샵에 들린 후, 우리는 출구 게이트로 향했다.
[◎또 놀러오세요◎]
판타지 랜드의 출입구 중 하나는 어느새 노란 구역의 상징들로 바뀌어 있었다.
그것을 올려다보며 이성해 주임이 중얼거린다.
“흠. 이제 보드게임으로 들어와도 계속 여기로 들어오게 되지 않을까여? 이렇게까지 관여하면 보통, 음… ‘연결’되는 것 같더라구요.”
의미심장한 추측이었다.
하지만 일단은 탈출이 우선이고, 나는… 정말로, 정말로 휴식이 간절했다.
‘가자.’
우리는 나란히 게이트에 다 쓴 탑승권을 찍었다.
삑.
그리고 함께 게이트 밖으로 나갔다.
잘 가
뒤에서 이제는 익숙해진 파란 마스코트의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린 것 같았다….
다음 순간.
“후우우!”
우리는 다 함께, 백일몽 주식회사의 연구팀 사무실 의자에서 눈을 떴다.
6일 만의 탈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