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187화
착한 친구.
초대 의식 준비는 이미 끝났다.
직전에 테마파크 리조트에서 대체품의 대체품을 이용하는, 이가 없어서 잇몸을 썼던 눈물 나는 짓도 다 끝이다.
이번엔 내가 처음 착한 친구 초대 의식을 진행할 때 사용했던 모든 물건을 그대로 준비했다.
넥타이, 은화뱀, 그리고… 가장 중요한 테마파크 기프트샵 출신 봉제 인형까지.
나는 그 봉제 인형을 들었다.
복슬복슬한 털이 달린 그 인형은 놀랍게도… 키링 사이즈에, 분홍색 토끼 인형이다!
기프트샵을 노란 구역에서 인수했는데 어떻게 노란 뿔 달린 고양이가 아니라 토끼가 나오게 했냐고?
간단하다.
‘마스코트의 권한으로 특설 판매대를 만들었지.’
[내가 골라서 조합하는 봉제 인형]
바로 커스텀 착한 친구 만들기.
그리하여 나는 리얼굿즈 박스에서 얻었던 것, 그러니까 굿즈로 제작된 ‘착한 친구 키링’과 거의 유사한 외관의 오리지널 착한 친구를 얻는 것에 성공했다.
키링 부자재는 안 붙어 있지만 말이다.
이제 이 봉제인형의 원료만 떠올리려고 하지 않으면 된다….
다 좋다.
그런데, 그런데….
“…….”
“…….”
시선이 따갑다.
“여기… 적힌 매뉴얼 대로 초대 의식을 진행하면 됩니다.”
“예.”
도마뱀의 깜박이지 않는 눈이 부담스럽다…….
하지만 이자헌 과장은 절대로 시선을 돌리거나 타협할 생각이 없어 보였고, 결국 나는 과장이 매뉴얼을 점검해 주는 걸 들으며 의식을 진행하게 되었다.
‘딱히 혼자서 진행하라고 적혀 있지는 않았지만….’
왠지 긴장감보다는 한숨을 푹푹 쉬며 진행하게 되는구만.
나는 이번엔 알맞은 크기로 선을 그어서 착한 친구의 작은 몸을 한가운데에 두고, 은화뱀까지 올린 후 정확히 의식을 똑같이 진행했다.
‘넥타이도… 동일 제품으로.’
소금을 입에 물고.
넥타이를 라이터로 태운다.
치이이익.
…내가 처음 이 일을 시도했을 때가 떠오른다.
지금보다 좀 덜 무서워하고, 지금보다 덜 체념했을 때, 갑자기 갇힌 괴담에서 필사적으로 탈출구를 찾아서 시도했던 이 의식을.
그 의식에 응답했던 존재를.
흔들흔들.
넥타이가 타며 불빛이 타오른다. 그 흔들리는 불빛에 인형의 그림자도 움직이듯 흔들린다.
그리고….
인형의 입이 열린다.
-아아아아악!
…….
어?
-그만! 그만! 내가 먼저 왔용서하십시오선객이많구나명예를 아는 자여선생님?이런방식의상담은가위바위보그대가나를부르 하찮은것들아 썩 꺼지거라! 산군님 행차아아아아악!
수많은 것들이 들어 있는 것처럼 작은 인형이 불쑥불쑥 몸부림친다. 하지만 곧….
-오.
멈춘다.
-오오오오 위대한 연출의 주인이 오신다!
합창한다.
누군가 이미 전권을 가지고 방청객의 호응을 유도하듯.
-오셨다! 오셨다! 돌아오셨다! 당신을 보러오셨다! 당신을 보러오신—— 그분은!
인형이 양손을 번쩍 들어 올린다.
그리고….
아이처럼 기분 좋게 말한다.
-우와! 친구가 나를 또 불렀잖아!
“……!”
다음 순간.
모든 것이 사라졌다.
물기로 그린 육망성도, 들고 있던 넥타이도, 동전도, 입안의 소금도.
처음부터 그랬던 것처럼.
남은 건 모텔의 방바닥에 덩그러니 놓인 인형뿐.
복슬거리는 봉제 인형.
“…브라운?”
하지만 응답은 없었다.
순간 당황할 뻔했으나, 나는 곧 상황을 깨달았다.
‘원래 착한 친구는 괴담 속에서만 움직이고 대화했었지!’
그리고 여긴 현실이다. 인형이 혈욕조로 강화되지 않은 상태라면 이런저런 조건이 필요했다. 그러니까….
‘대화 준비!’
나는 얼른 브라운을 침대 프레임에 걸쳐두고, 불을 끈 채 침대 아래에 스탠드 하나만 켜두었다.
스탠드 불빛이 인형을 비춰서 벽에 그림자를 드리우도록.
하는 내내 손이 살짝 떨렸다.
기대감인지, 아니면 방금 본 어마어마한 것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방금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마치 수많은 무언가가 착한 친구 인형 속에 초대되었던 것 같은데, 지나치게 순식간에 지나가서 분석은 안 된다.
나는 반사적으로 도마뱀 과장을 보았으나, 과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안전히 진행되었습니다.”
“…….”
예….
어쨌든 마침내 현실에서 착한 친구와 대화하기 위한 준비를 끝내고, 나는 침대에 기댄 채 벽에 드리운 착한 친구의 거대한 그림자를 보았다….
그리고.
-친구!
“…!”
활기차고 익숙한 목소리가 방을 울린다.
토끼 인형이 내는 목소리.
“…브라운.”
-드디어 우리가 다시 만났군요! 몹시 감동적입니다. 아, 이런 장면이 토크쇼 오프닝으로 적격이건만!
-노루 씨, 그간 많은 일을 겪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걱정하지 마십시오. 당신의 가장 충실한 조언자, 가장 좋은 안내자, 세상에서 둘도 없는 친구가 곁으로 돌아왔으니!
쇼맨십으로 가득 찬 그 말투.
목소리를 듣자 이상하게도 묘한… 반가움과 울컥거림 같은 것이 잔잔히 퍼진다.
-이럴 때는 포옹과 환호가 적격이지요! 당장 관객들……. 으음. 안 움직이는군.
-노루 씨, 왠지 내 몸이 물먹은 솜처럼 무겁게 느껴집니다만… 내 친구의 부축을 받으면 가능할 것도 같군요. 자, 나와 함께 카메라 앞에 서보겠습니까?
“하하…. 아니야. 괜찮아.”
저렇게 소름 끼치는 소리를 하는 게 향수가 느껴질 정도였다.
나는 침대에 기대어, 벽에 드리운 봉제 인형의 그림자를 비교적 편하게 보았다.
“우선 대화를 좀 더 하자. 컨디션은 어때?”
-더할 나위 없이 좋지요! 친구와 대화할 수 있다면 사지가 무거운 것은 견딜 만한 편안함입니다. 또 차차 익숙해지겠지요!
-그럼 다시 한번 이 브라운과 함께 즐거운 하루하루를 보낼 시작의 장소로…….
어딘가에서 주변을 둘러보는 듯한, 옷깃을 스치는 소리가 났다.
목소리가 멈칫거린다.
-…오 맙소사. 친구, 대체 어디서 지내고 있는 겁니까?
아.
나는 방을 둘러보았다.
역 주변 뒷골목의 싸구려 모텔방이 그렇듯이, 음, 낙후된 그런 방이다….
-지금 내 몸이 이 더러운 벽에 기대어 있던 겁니까? 세상에!
“더럽진 않아. 초대 의식을 진행하기 전에 깨끗하게 닦았거든…. 그냥 낡은 거야.”
꽃무늬라서 좀 더 더러워 보이는 것뿐이다!
그러나 토크쇼 사회자를 설득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냥 낡았다’? 아니, 이건 주거의 모욕입니다. 삼류 저질 배우도 안 묵을 트레일러만도 못한 곳에 내 친구가 묵고 있다니!
-전에 머물던 노루 씨의 소박한 안식처는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그건… 음. 업무가 바뀌어서 더는 못 묵게 돼서.”
-참 형편없는 회사군요!
그게… 말이다.
사실 호 이사는 스파이 활동의 안정성과 확실한 신분 증명을 위해 오피스텔 하나를 잡는 게 어떻겠냐고 권유했었다.
그 비용은 대주겠다고 말이다.
하지만 내가 거절했다.
뭐랄까… 여기서 ‘집’이라고 부를 법한 뭔가를 만들고 싶지 않다고 할까.
사택은 확실히 회사에서 제공했다는 느낌이 있어서 덜했지만, 아예 나만의 공간을 만들면 자칫했다가는 마음이 풀어질 것 같아서 말이다.
“여기도 의외로 살 만해. 네 자리는 잘 관리해 볼게.”
-맙소사….
–친구, 당신의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선택을 지지해 퇴사까지 응원했건만, 이런 곳에서 지내야 했다니.
봉제 인형이 침통한 목소리를 낸다.
-지금도 이 브라운의 토크쇼는 당신에게 활짝 열려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친구. 물론 이젠 가벼운 면접을 거쳐야겠지만….
“노루 씨, 지금 이 봉제 인형이 토크쇼 형태의 어둠으로 당신을 유혹 중입니까?”
“아니, 뭐, 항상 그러니까….”
…….
……?!
나는 도마뱀에게 시선을 돌렸다.
침대에 걸터앉아 있던 흰 도마뱀 머리가 태연하게 나를 보고 있다.
태연?!
“들리십니까!?”
“예.”
기절할 뻔했다.
잠깐만. 그럼 지금까지 우리 대화를 다 듣고 있었던 건가? 내가 이자헌 과장에게 브라운을 맡기고 괴담에 갔던 때도… 아니, 그보다 말이다!
“이, 이 아이템 특성상 보통 저만 들을 수 있을 텐데, 대체 어떤 매커니즘으로 들으실 수 있는 겁니까…?”
“? 상대가 소통을 위한 의사를 표출하고 있습니다.”
나는 입을 벌리고 상대를 보았다.
“……보통 인간은 못 듣습니다.”
“예.”
“다른 사람들에게는 수상해 보일 겁니다.”
“그렇군요.”
도마뱀은 어쩌라는 듯이 나와 멀뚱히 마주했다.
“이 공간엔 다른 사람이 없습니다.”
“…….”
나는 모든 걸 포기했다.
생각해 보니 이자헌 과장은 내가 어린애로 변해도 알아보고 보안팀 수트를 입어도 알아보고 마스코트 탈을 뒤집어써도 알아보지 않았는가.
‘정신적 정체성이나 의사소통에 특화된 건가….’
아무래도 파충류 외계인의 능력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낫겠다.
그게 편안….
“노루 씨.”
“예.”
“조언을 들으시겠습니까?”
“…예?”
“당장 인형을 태우십시오.”
-오.
으아악.
“초대 의식은 안전 절차를 준수하여 진행되었습니다만, 초대된 존재는 의식의 금제를 언제든 벗어날 수 있는 위험성을 보입니다.”
-이 무례한 칼잡이는 여전히 정도를 모르는군요.
아 제발.
-자신이 초청되지도 않은 자리에 끼어 있다면 입을 다무는 불문율이라도 지켜야지요. 말을 남발하는 저 무식함이란! 믿을 수 없지만 내 친구를 존중해 몇 마디 해보겠습니다.
-나는 친구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고, 친구를 위해 무엇이든 도울 준비가 된 존재입니다. 왜냐하면….
-난 착한 친구니까요!
“해당 금제를 신뢰했을 때의 결과로 노루 씨는 한 달간 실종되었습니다. 잊지 마십시오.”
-오, 그건 전적으로 친구의 안위를 걱정하는 내 다정한 마음의 표현이었지요. 덕분에 노루 씨는 몸과 마음 모두 충실한 직장에서 더없이 안전하고 행복한 한 달을 보냈었는데 말입니다…. 네가 감히 흙발로 위대한 스튜디오에 발을 디디기 전에는 말이지.
“위협을 하는군요.”
“자, 잠시만요.”
어차피 계약 맺은 이상 내가 이 괴담 세계관에 있는 한 벗어날 수 없는데 사이 험악해질 필요가 없단 말입니다…!
“제가 퇴사하겠다고 강경하게 말하니까 결국 설득되어서 절 보내줬잖습니까.”
-물론입니다!
“설득할 때 어떤 논리를 사용했습니까?”
그건….
“…더 재밌는 걸 보여주겠다고 했습니다.”
-아, 그렇습니다. 그 장담의 결과물이 참 궁금했지요….
-물론 재밌지 않더라도 착한 친구는 언제나 당신을 지켜줄 겁니다. 친구의 고통을 즐기는 것은 착한 친구가 할 일이 아니니까요!
“…….”
묘한 말투.
그러고 보니, 이 봉제 인형 브라운은 테마파크에서 통화할 때보다 훨씬 우호적이고 전적으로 내 편인 것 같은 어휘를 구사하고 있다.
마치 이전처럼.
‘착한 친구 봉제 인형에 소환해서… 그 법칙에 다시 매인 건가?’
하지만 전과 달리 이제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상대가 착한 친구의 금제를 일종의 재미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어차피 더는 소용없어진 금제임에도 불구하고 일종의 향수와 장단 맞춰줌으로 저런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재미없다면 금제를 뚫고 나와서 도로 토크쇼 직원으로 끌려갈지도 모른다.
‘…도마뱀 과장님 덕분에 경각심을 가지게 됐군.’
자칫하면 분위기에 휩쓸려 착한 친구에게 지나치게 애틋해질 뻔했다.
그래. ‘착한 친구’의 표면적인 말을 다 믿지는 말자.
지난번 같은 사태는 방지해야 맞다.
“그래. 고마워. 그럼… 브라운. 일단 다시 내 앞 포켓에 들어가는 건 괜찮을까?”
-오, 그건 사양하진 않지요!
나는 겨우 화제를 돌려서 브라운과 대화를 자연스럽게 끝냈다.
‘후우.’
브라운을 입고 있던 옷의 앞주머니에 넣자마자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그래도 어떻게든 원래의 궤도로 돌아온 것 같다는, 기묘한 안정감.
참고로 오른팔의 도깨비불이 봉제 인형을 잡으려다가 벌벌 떨어서 왼팔로 챙겼다.
‘언제부터 내 몸을 쓰는 데에 이렇게 많은 합의가 필요했냐…….’
해탈할 것 같다.
“끝났습니까.”
“…예.”
다행히 도마뱀은 착한 친구를 낚아채서 창밖에 던져 버린다든가 하는 식의 돌발행동은 하지 않았다.
물끄러미 토끼 인형을 보긴 했지만 말이다.
‘…브라운이 움직일 수 있었으면 싸웠겠는데.’
차라리 현 상태가 다행이었다.
나는 분위기를 정리할 겸 다시 말을 꺼냈다.
“저, 과장님. 그럼 오늘 방문하신 이유가 설마 이걸 눈치채고 오신 거라면….”
“아닙니다.”
그럼 또 뭔가.
“그럼 다른 이유가 있습니까?”
“예.”
“잠시만요.”
후우.
나는 겨우 식탁에 다시 앉아서 도마뱀 과장에게 간단한 과자와 커피를 내놓았다.
도마뱀 과장은 사양하지 않고 커피를 마셨고, 나도 맞은편에서 커피를 마셨다.
“이제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
이야기를 할 준비가 됐다.
…혹시 D조에 대한 화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예.”
도마뱀이 과자를 껍질째 입에 넣어 삼킨 후, 나를 보며 말한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화제를.
“노루 씨, 당신은 지난 ‘유쾌 테마파크!’ 탐사에서 꿈결 수집기를 지참한 상태였습니까?”
…….
음?
“회사에서는 주지 않았습니다.”
“그렇군요.”
그래. 보안팀 특수 부서인 척했으니까.
보통 보안팀은 오염이 심해서 수집기를 주지 않는다. 수집기가 인간으로 판정해야만 꿈결 용액을 주는데, 그 판정을 못 받으니까.
하지만 내가 따로 챙겨가긴 했었다.
정예팀 수집기.
굿즈박스에서 받았던 이것은 지금까지 몇 번이나 내가 꿈 배양실에서 물약을 뽑을 수 있도록 원료를 제공해 줬었다.
‘이번 탐사가 A등급이라고 했었지.’
지금 살짝 확인해 볼까.
나는 입을 열며 인벤토리 문신에 넣어두었던 정예팀 수집기를 확인했다.
“그런데 그건 왜 물어보십….”
정예팀 수집기는 텅 비어 있었다.
“…….”
어?
“노루 씨.”
나는 다시 조심스럽게 수집기를 꺼내어 확실히 확인했으나, 여전히 아무것도 차 있지 않았다.
‘이상, 하다.’
나는 분명 어둠을 탈출하며 클리어했다. 그럼 꿈결 수집기는 가득 차 있어야 하는데.
왜 안 찬 거지?
‘어둠을 클리어해도 수집기가 차지 않는 건….’
내가 방금 떠올린 문장.
-수집기가 인간으로 판정해야만 꿈결 용액을 주는데, 그 판정을 못 받으니까.
…….
잠깐만.
내가 인간이 아니라고?
내가… 괴담으로 판정받았다고?
하지만….
‘나는 완전히 나인데?’
여우상담실에서 상담받았던 때처럼 돌발행동이나 이상한 모습을 보여주지도 않았잖아.
그러니까, 나는 나의 정체성을 지키고 있는 것 같은데….
“과장님.”
“예.”
“저는… 오염된 겁니까?”
도마뱀 과장과 눈을 마주쳤다.
과장이 입을 연다.
“예.”
“……하지만 저는 정상인데요. 상담실에 갔던 때와는 다른데….”
“다른 어둠에 오염됐기 때문입니다.”
……아.
‘그럴… 수도 있나.’
그때였다.
머리 위에서 찬란한 빛줄기가 내려온다.
무심코 고개를 들자, 익숙한 메모장과 문장이 보인다….
[어둠탐사기록 리얼굿즈 박스]
-새로운 굿즈의 사용 권한 해금! (!)
오랜만에 보는 특수현상이.
나는 무의식중에 손을 뻗어서 박스에서 떨어지는 아이템을 받았다.
작은 은빛 오르골.
“…….”
내가 팝업스토어에서 샀던 물건.
무명찬란교의 굿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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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탐사기록 / 무명찬란교
/ 아이템
찬양의 오르골
무명찬란교에서 모종의 의식을 치른 결과로 입수했다는 오르골의 복제품.
진품의 안쪽에는 ‘진리를 아는 것이 힘’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고 한다.
오르골의 멜로디를 들을 시, 괴담에 동화된 자는 확률적으로 인간의 이성과 정체성을 되찾는다.
그러나 세 번 이상 반복적으로 들을 시엔 역으로 광기에 빠져들어 예측불허의 끔찍한 행동들을 저지른다. 사용기록은 이곳을 참고.
혹자는 이것이 절대 알 수 없었던 이 세계의 진실을 깨닫게 된 부작용일 뿐이며, 오르골의 진정한 사용법은 세 번 이상 들을 때부터라고 주장하기도.
해당 멜로디는 오르골을 닫는 즉시 잊어버리며, 그 느낌만 남아 다시는 머릿속으로 떠올리지 못한다.
아이템 사용 조건 : 무명찬란교의 신성법 경전을 하사받은 동화된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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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동화된 자’란, 괴담에서 인간으로 판정받지 못할 만큼 변이한 자들을 의미하는 무명찬란교식 단어다.
그러니까… 내가 이걸 받았다는 건.
아이템 사용 조건을 충족했다는 것.
괴담에 완전히 오염되었다는 것.
그리고 내가 그걸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루 씨.”
“…….”
“여전히 여우상담실에 방문하고 싶지 않다면 고개를 끄덕이십시오.”
미치겠다.
“결정할 수 없는 상태라면 즉각 대안을 시행하십시오.”
그게….
“뭡니까.”
“우주 쇼핑몰에서 받은 감사 카드를 꺼내십시오.”
나는 반사적으로 해당 행동을 했다.
황금빛 카드가 손목에서 튀어나왔으나 이자헌 과장은 눈 하나 깜박하지 않았다.
“이제 카드 속에 동봉된 세포를 꺼내십시오.”
세포?
카드 안에 동봉되었던 유심 같은 형태의 황금빛 칩, 이걸 말하는 건가?
“혀 아래에 붙이십시오.”
“…….”
“회로가 위를 향하도록 위치를 맞추어, 혀 아래에 밀어 넣으십시오.”
평소라면 이래저래 고민하고 시간을 더 썼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서늘한 위기감이 경종을 울렸기에.
“예.”
나는 혀 아래에 ‘세포’를 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