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215화
보안팀 직원들은 눈을 들었다.
어둠 속 팬트리.
그림자 밑에서 이동장비를 통해 나온 그들을 보고, 바닥에 넘어져서 숨을 참던 영업직 사원과 눈을 마주쳤다.
“어린이…… 아니.”
어린아이가 그린 동물 가면을 쓴 자, 오소리가 자극된 스스로의 오염을 가라앉힌다.
곧 평이하고 사무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영업 4팀 소속 직원.”
“예, 예….”
“신원 확인했습니다. 지금부터 비용 정산을 시작하겠습니다.”
영업 직원은 침을 삼켰다.
전신을 검은 전용복으로 감싸고, 얼굴을 가린 채 각종 기이한 장비를 착용한 그들은 그 자체로도 괴담 같았다.
초자연적이며 누가 봐도 특수한 임무를 맡고 있는 자들인데도 순간 안도하게 된다.
물론 다음 순간 다시 이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공포가 차올랐지만.
“저기, 그, 저는 어떻게 해야….”
눈을 굴리며 어떻게든 상황을 파악해 보려던 영업 직원의 눈에 무언가 들어왔다.
뒤이어 나온 보안팀 직원은 손에는 검은 이동장을 들고 있었다.
짐승 포획용으로 보이는 철제 이동장.
…잠깐만.
“서, 설마 저 안에 저를 넣으셔서 나가는….”
“아니요. 그럴 리가요.”
오소리가 부드럽게 이동장을 매만졌다.
영업 직원이 안도하는 순간이었다.
“이미 누가 있거든요.”
“……예?”
“깊이 생각하지 마세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정신이 나간 것처럼 보이는 영업직 사원을 보며, 오소리는 내심 쓰게 웃었다.
그리고….
“좁네…….”
이동장을 한 손으로 들고 있던 J3는 이 상황 자체가 큰 관심이 없었다.
물론 그가 경비복이 아닌 것을 입고 ‘일’을 나온 것은 까마득히 오랜만이다.
‘나왔다’라고 부르기엔 그들이 지금 있는 곳이 워낙 좁았지만.
그 와중에 오소리는 보안팀 직원으로서는 말도 안 되는 친절을 발휘하여 사무적으로 고지했다.
“접수하신 내용은 다 확인했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시작하겠습니….”
“누구지?”
“누구야?”
“…!”
타다다다다닥.
문에서 마치 빗방울이 떨어지는 듯한 소리가 신경을 갉듯이 들린다.
손톱이 부딪치고 있는 것이다.
열 손가락 끝이 문을 긁는다.
“누가 더 있어.”
“더 있네.”
숨을 몰아쉬듯 속삭인다.
소리는 너무나 가깝다. 왜냐하면….
문틈에 머리를 대고 속삭이고 있으니까.
“다 늦었네.”
“다 늦었어.”
부부는 이 안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다.
자신들이 잠근 문 안을.
머리끝까지 얼어붙는 기분을 느끼며, 영업 직원은 굳었다.
그러나….
“사람일까요?”
“글쎄….”
놀랍도록 태연한 ‘보안팀’의 대화가 바로 옆에서 들렸다.
“예전에는… 그랬을지도?”
J3는 습관처럼 경비 유니폼의 모자를 고쳐 쓰려다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대신 마스크를 매만졌다.
빛바랜 짐승의 눈 같은 것이 그 위로 드러난다.
그리고 들고 있던 이동장을 조심스럽게 펜트리 바닥에 내려놓았다.
영업 직원의 바로 옆에.
“저기… 여기서 기다릴 수 있겠어…?”
“네, 네?”
하지만 그 말은 영업 직원을 향한 것이 아니었다.
“괜찮아…?”
…톡.
검은 이동장의 철장이 살짝 울린다.
마치, 그 속에 들어 있는 동물이 응답하듯이.
“금방… 올 테니까. 기다려요…….”
톡.
응답이 또 돌아왔다.
J3는 이동장에 살짝 손을 댄 후에 몸을 일으켰다.
“저기… 다치기 싫으면…… 이쪽 옆에, 붙어 있어요…….”
이건 영업 직원을 향한 말이 맞았다.
“절대로… 함부로 대하지 말고.”
“…….”
영업 직원은 침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검은 이동장 옆에 붙었다.
눈치껏, 이것이 일종의 방비책임을 깨달았기 때문에.
…이동장에서 기이한 냉기가 느껴졌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영업 직원을 두고, 펜트리의 문 앞으로 붙은 두 보안팀 직원이 힘으로 문을 개방했다.
“…!!”
그들의 몸에 가려져서 바깥은 보이지 않았으나, 빗소리가 거세진 것만은 들렸다. 영업 직원은 몸을 최대한 움츠렸다. 보안팀 직원들이 밖으로 나가는 모습이 시선에 스쳤다….
문이 닫히며, 빗소리가 잦아든다.
쿵.
…….
찌이이이익, 찌이이익, 찍.
뭔가 찢겨나가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영업 직원은 저도 모르게 이동장을 꽉 부여잡았다.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지 상상하지 않기 위해서.
냉기가 정신을 붙잡는다.
이동장 안에서는 이상한 연기 같은 것이, 꾸물거리며 피어오르는 것 같았다….
체감상 끔찍이 길던 찰나 후.
쿵.
“…!”
굉음이 사라지고 빗소리도 그쳤다.
문이 열렸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서서 장비를 점검하는 보안팀 2인의 모습이 보였다….
“제압 완료했습니다.”
“……!”
멀쩡하잖아.
다리가 풀릴 뻔한 영업 직원의 마음속으로 희미한 희망이 솟아난다.
그럼 이제 나갈 수 있는 건가? 직원은 몸을 일으켜서 문 바깥으로 시선을 던졌다.
그리고 ‘제압’의 뜻이 무엇인지 깨닫는다.
“아읍.”
비명을 참았다.
복도는 물기로 질척거렸다.
마치 피처럼 튀긴 체액들로 젖은 벽지와 바닥에서 어둡고 질척이는 반사광을 만든다.
그리고 바로 맞은편 벽.
전신의 사지가 꺾여 고정된 부부의 기이한 신체가 그곳에 있었다.
“…!”
무자비하게, 움직일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꺾고 뭉개고 철저히 방지하겠다는 것처럼 마디마디가 꺾여 기이한 지네 같은 몰골이 된 두 사람은 색색의 압정 같은 것으로 관절마다 고정되어 있다.
압도적인 압력과 폭력.
그리고 그것과 어울리지 않는, 어린이용 학용품.
어두운 복도에 전시하듯 걸려 있는 그들 얼굴의 구멍마다 체액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죽은 상사처럼.
그보다 비인간적으로.
“…….”
“아… 맞다. 수집 업무였죠.”
수집?
“정보 수집부터?”
“응….”
뼈대에 맞지 않도록 마르고 느릿한 보안팀 직원이, 자신이 박살 내어 고정해 놓은 ‘부부였던 것’에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입에 꽂힌 압정을 뽑았다.
“……!”
“있지…. 여기… 작은 애가 있어…?”
자신이 삐삐에 대고 했던 말 중 하나.
영업 직원의 가슴이 서늘해졌다.
더 끔찍한 것은, 부부의 입이 열리며 대답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사, 살려주세요. 살려주세…. 흑,”
“질문에… 답부터 해.”
갑자기.
부부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흐른다.
“……!”
“그 애는, 그 애는 화장실에 있어요.”
“불쌍한 애예요. 제발 도와주세요….”
“이미 당신들도 갇혔어요. 늦었어…. 도와주세요…….”
“…….”
‘반장님’이라 불린 보안팀 직원은 물끄러미 그들을 보고 있었다.
“위층에는… 뭐가 있어?”
“사악한 것이 있어요. 가지 마세요. 아니, 얼른 여기서 도망치세요.”
“어쩌면 아직 도망칠 수 있을지도 몰라요. 어떻게든 밖으로….”
“음…….”
마치 고민하는 것처럼, 보안팀 직원이 그들을 향해 손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다음 순간.
“…됐어.”
…빠각.
명쾌할 만큼 분명한 소리와 함께, 부부의 목이 꺾였다.
마른 체구의 보안팀 남성이, 한 손씩 그 목을 잡고 기이할 정도의 힘으로 뼈를 박살 내며 거꾸로 돌려버린 것이다.
아무렇지 않게.
…….
죽였어?
“아, 필요한 건 다 확인하셨군요.”
“응.”
“알겠습니다. …호출자분, 이제 괜찮을 겁니다. 지금 손에 든 것만 주세요.”
손이 떨린다.
뭔가 잘못됐다.
저런 건 인간이 할 짓이 아니다….
“호출 직원분?”
영업 직원이 억지로 머리를 돌려 손으로 시선을 내렸다.
스케치북 종이가 들려 있었다.
그 위에 적힌 새로운 글씨.
무서워
정말로.
괴물
문득.
영업 직원은 고개를 돌렸다.
펜트리 바로 옆에 있었던 곳.
처음부터 종이가 친절하게 알려줬던 정답.
…죽은 부부도 언급했던 곳.
화장실 욕조
화장실.
영업 직원은 달렸….
“안 되는데.”
“…!!”
머리를 잡혔다.
영업 사원은 숨을 몰아쉬며, 자신의 시야를 가린, 얼굴을 움켜쥔 기괴하고 거대한 형상을 보았다.
무수한 발톱이 달린 짐승의 앞발.
“가만히… 있어…….”
영업 직원은 눈을 깜박였다. 죽음의 공포가 얼어붙게 만든다….
죽는다.
“선생님, 손에서 힘을 풀어요! 동료 선생님이 들려주는 규칙을 지켜요. 그래야 완벽한 선생님이죠!”
손에서 힘이 빠진다. 스케치북 종이가 빠져나갔다.
안 돼.
“읽어보게…?”
“아뇨. 제가 읽으면 오염되니까 나중에….”
영업 직원은 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는 눈을 굴렸다. 도망가자. 도망갈 수 있는 곳, 현관, 거실, 위층, 창문….
‘아.’
그래.
창문으로 도망치면 된다!
왜 이 생각을 못 했을까, 그래, 현관으로 나가려다 죽는다면 창문으로 가면 되는 것이다. 도망쳐야, 도망쳐야 한다… 당장!
직원은 몸부림치며 창문으로 기어가려 애썼다. 발로 차거나 손톱으로 짐승의 발을 밀려는 모든 시도에서 실패했으나, 포기할 수 없었….
“거기… 가면 죽는데.”
…….
어?
“가만히 있어….”
“죽, 죽는, 왜….”
“음. 원인이랑… 가까워지니까…?”
원인?
직원은 고개를 돌렸다.
“호출자분이 직접 말씀하신 거니까 기억하실 겁니다.”
뭘?
“제보하실 때 그러셨거든요. …이 집이 때때로 이상했다고.”
“…….”
직원은 발을 멈추었다.
그리고 자신이 제발 도와달라고 외치며 무선호출기, 삐삐에 외쳤던 말 중 하나를 떠올렸다.
상사에게 들었던 소리.
“비….”
-비 오는 날 그 집이 좀 느낌이 안 좋아서 말이지.
영업 직원은 창문을 보았다.
밖에서,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
“비 오는 날은… 그렇지…….”
느릿하고 의욕 없는 목소리는 스산히 귓가를 파고든다.
“검은 우산을 젖은 채로 집 안에 펴놓으면 뭐가 들어온다… 젖은 신발을 거꾸로 두면 귀신이 신는다….”
“반장님, 진짜요?”
“아니…….”
경비반장이 반사광 없는 눈으로 오소리를 보더니 느릿하게 말을 잇는다.
“대부분 그냥… 헛소문…….”
“아.”
“근데… 가끔은…… 그런 소문 때문에 생기기도 한다던데…….”
어둠이.
경비반장이 굳이 덧붙이지 않은 그 단어를, 한때 현장탐사팀 주임이었던 직원이 읽어낸다.
경비반장의 설명은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도 있잖아…….”
“…….”
“비 오는 날 우산을 쓰고 있는데, 그 너머에서 정체 모를 속삭임이… 말을 거는 소리가 들리면… 대답하지 말라고….”
…….
“사람이 아니니까….”
영업 직원은 경비반장과 눈이 마주쳤다.
“저기, 누가 계속 말 걸지 않았어……?”
그 순간.
“이 주임?”
영업 직원은 얼어붙었다.
“이 주임, 거기 있어?”
현관에서 들리는 아는 목소리.
똑똑똑.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이 주임. 문 좀 열어줘 봐.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바로….
“왜 안 나와?”
죽은 상사의 목소리였다.
똑똑똑똑.
현관에 쓰러져 있던, 목이 꺾인 상사의 시신은 어느새 사라져 있다.
대신 현관문 뒤에서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만이 빗소리 너머로 들린다….
상사의 목소리와 함께.
“이거 좀 열어봐. 너도 나와야지.”
영업 직원의 몸에서 힘이 쭉 빠졌다.
경비반장은 머리를 잡고 있던 힘을 풀었다. 털썩, 소리와 함께 영업 직원이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와….’
그 모습을 지켜본 오소리는 내심 감탄했다.
경비반장의 의욕 없는 말투에 가려진 어둠 탐사적 해박함을 깨달았기에.
그건 마치 D조의 재치 있던 신입 막내가 현장탐사팀에서 몇 년 더 근무했더라면 갖췄을 법한…….
…아니. 이미 둘 다 보안팀 소속인 점에서 의미 없는 발상이었다. 하마터면 무례한 생각을 할 뻔했다며, 오소리는 생각을 쓰게 삼켰다.
그사이, 소리는 몇 중으로 불어났다.
“사람! 사람이 있었네. 괜찮으세요?”
“어이쿠, 이 늙은이가 넘어져서… 좀 도와줄 수 있을까?”
“…잠깐만, 이 집 할머님은 몇 년 전에 돌아가셨는데…, 듣지 마세요. 뭔가 이상해요!
위층, 안방, 부엌 쪽문 너머까지. 온갖 곳에서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이 집에 있었던 모든 사람이 정전에서 이제 정신을 차린 것처럼.
점점 가까워진다.
빗소리와 함께.
“어디 계세요?”
“…! 위층에서 나는 소리에 대답하지 마세요. 거긴 지금 사람이 없는데…!”
“조심하세요. 여기 뭐가 이상한 게 있는 것 같아요….”
발걸음 소리.
그리고.
“아, 문 열렸다.”
…….
“지금 갈게. 너 어딨어?”
죽은 상사까지.
“……으흡.”
뭐지? 뭐가 맞는 거지?
저 중에 대체 누가 괴물인 거지?
영업 직원은 어떻게든 분간해 보기 위해 들은 내용을 검토해 보려 했으나, 오소리에 의해 잡혔다.
“악!”
“진정하세요. 괜찮… 반장님?”
공포로 심장이 뛰어야 마땅할 상황에서, 경비반장은 태연히 무릎을 굽히고 이동장에 고개를 대고 있었다.
철장 안에 말을 건다.
“어떻게… 생각해? 맞는 것 같아…?”
톡.
“음. 그럼… 내가 할까…….”
톡톡.
“……그래도.”
톡톡.
“…….”
경비반장은 마스크를 만지며 마지못한 듯 느릿히 옆으로 빠졌다.
한 번 두드리는 것은 긍정, 두 번 두드리는 것은 부정.
그 약속된 표현을 보며, 오소리는 다시 가려진 얼굴 속에서 쓰게 웃었다.
정말 변하지 않았다.
“…그럼 개방하겠습니다.”
오소리는 이동장에 다가가서 잠금장치를 풀었다.
철컹.
철장이 내려앉으며 이동장 문이 열렸다….
연기가 바닥에 깔린다.
그리고 이동장의 공허한 어둠 속에서 온전한 다리가 튀어나왔다.
“…!”
검은 워커를 신은 검은 다리.
다른 보안팀과 동일한 유니폼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나, 마치 걸어 나오듯 이동장에서 자욱한 검은 연기와 함께 빠져나온 것은 뿔 달린 기이한 존재였다.
이동장에 욱여넣어졌던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장신의 사내.
“어, 어어어어….”
입을 떨던 영업 직원과 노란 눈과 마주한다.
권유 : 응시하지 말 것
▶ 고개를 숙인다
▶ 눈을 감는다
직원은 황급히 시선을 내리깔았다.
패닉의 위에 있는 본능.
‘계속 쳐다보면 안 돼.’
식은땀이 목뒤를 적신다.
그러나 연기로 만든 글자가 계속 따라온다.
권유 : 응시하지 말 것
▶ 고개를 숙인다 ⋁ : 정답
▶ 눈을 감는다
마치 칭찬하듯이.
그리고.
사방에서 아까 들었던 것 같은 찢어지는 소리가 울리기 시작한다.
찌이이이이익!
점액이 터지는 소리, 우는 소리….
보안팀들이 다가오는 것들을 ‘제압’하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구분하고 있는 거지…?”
사람과 괴물을.
혹은….
‘구분하지 않는 건가.’
영업 직원은 몸을 웅크렸다. 심장이 너무 뛰어서 튀어나올 것 같았다. 죽을 것 같았다….
그때, 연기 속 글자가 바뀐다.
자신의 혼잣말에 반응한 것처럼.
다음 중 위험한 것을 고르시오.
▶ 부부
▶ 스케치북 종이
내가 구분하라고?
직원은 반사적으로 입을 열었다.
“부, 부부!”
지금 이 미친 듯이 말을 걸며 다가오는 귀신인지 뭔지 모를 것들을 보아라. 그 부부도 틀림없이 귀신이었던 거다. 분명!
▶ 부부 ⋁ : 정답
역시.
아, 혹시 사람 목소리로 말을 거는 건 다 위험했던 걸까? 그런 거였나?
‘부, 부부는 위험한 거였으니까, 제압하는 중인 우리를 무서워하지 말라….’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걸까.
그렇다면, 사리에 맞는 말이다. 영업 직원은 이 현실적인 논리에 약간의 이성과 차분함을 되찾으며,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을 떠올렸다.
‘내가, 패닉에 빠져서 진정시키려고 했던… 걸 거야.’
어쨌든 이쪽은 이성적으로 대화가 되는 존재들이다.
정말로 이 ‘보안팀’이 자신을 구해주러 온 것이 맞다면, 정말로 이 집에 갇혀 있을지도 모르는 다른 존재… ‘작은 애’에 대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는 게 맞다. 이미 언급도 나왔으니 할 수 있다.
조언을 해주던 종이 속 글자에 대해서 제대로.
직원은 메마른 입안에서 침을 삼키며 입을 열었다.
“그, 스케치북 종이….”
그 순간.
▶ 스케치북 종이 ⋁ : 정답
“…….”
어?
하지만 다시 봐도 변하지 않았다.
다음 중 위험한 것을 고르시오.
▶ 부부 ⋁ : 정답
▶ 스케치북 종이 ⋁ : 정답
그러니까, 이 말뜻은….
“위험한….”
둘 다 위험하다.
“……왜?”
같은 것
멍하니 그 의미를 되새기던 영업 직원의 입이 저도 모르게 벌어졌다.
“그럼 뭘 믿어야 했던 건데? 그, 그러니까… 내가 믿어야 했던 건,”
없음.
“…….”
비 오는 날
낯선 말붙임에
함부로 반응하지 말 것
아.
권유 : 응시하지 말 것 종료
영업 직원은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검은 남자는 이미 눈앞에 없었다.
“…….”
그가 남겨둔 검은 연기 한 줄기만이 자신과 문답을 나누고 있던 것이다.
마치 주사를 놓기 전에 아이의 시선을 끌 듯,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서.
돌발행동을 자르기 위해.
“…….”
이제 찢어지는 소리는 끝났고, 사방은 보안팀에 의해 부부처럼 ‘고정된’ 신체들로 가득했다.
어두워서 제대로 보이지 않는 것만이 위안이었다.
그리고… 검은 연기.
영업 직원은 멍하니, 자신과 대화하던 검은 연기가 빨려가듯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연기는 복도를 지나 그들이 갇혀 있던 펜트리 옆의 한 곳으로 흐르고 있었다….
이제 거기서부터 유일하게 소음이 나온다.
화장실.
그 안에서 끔찍한 비명이 연쇄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었다.
* * *
나는 눈앞의 욕조를 보았다.
그 안에는 메아리치는 빗물이 가득 차올라 있다.
이것의 말에 반응하여 이끌린 희생자를 삼키고 빨아들이기 위해 투명하고 깊은 웅덩이.
머릿속에서 긁듯이 활자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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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물 메아리]
: 비 오는 날 들리는 속삭임은 귀신의 부름이라는 미신을 현대적으로 다듬은 무명찬란교의 권능. 소속 교단은 흉내장이.
비가 내리는 날 해당 빗물 구덩이의 근처에 접근하는 희생양을 노리며, 이 과정에서 이전에 희생된 자들의 외양과 목소리로 의태하여 사람을 홀린다.
뿐만 아니라 편지, 쪽지, 혹은 그림 등 다양한 형태로 ‘말을 건다’의 의미를 오싹하도록 폭넓게 사용.
둘 중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하는지 고뇌하게 만드는 상황에 처하게 만드는 양자택일형 괴담의 형식을 따왔으나 실상은 무엇을 골라도 시궁창으로, 희생양을 농락한다.
맞는 사람을 고르면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인간의 심리를 이용한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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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해당 괴담은 아래의 사항으로 인해 위키 등재 기준 부적합으로 삭제되었습니다.
1. 소속 단체(무명찬란교)와의 연관성 미달.
2. 초자연 재난관리국 등록 재난 중 유사한 괴담 확인.
위키에 정식으로 등록되지 못하고, 폐기된 무명찬란교의 괴담.
그리고 내 업무는… 이걸 백일몽 주식회사에 등록하는 것이다.
나는 욕조 속, 빗물을 내려다보았다.
…….
그래도 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