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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221화


어둡고 좁은 편집실.

거대한 편집용 모니터들.

그중에 불이 들어온 하나.

유일한 광원에서는 파란 바탕화면이 보인다.

그리고 그곳에 있는 몇 개의 동영상 아이콘들.

예능 촬영본들이다.

이미 사전에 이야기를 주고받은 두 현장탐사팀 직원들은 거침없이 움직였다.

-일단 어둠이 맞는지 체크부터 할게여.

-넵!

확인 작업.

마우스를 잡은 손이 움직이고, 바탕화면에서 포인터가 움직인다….

달칵.

클릭된 아이콘이 촬영본을 뱉는다.

MBS ‘친절한 노래방’ 26화 에피소드가 될 원본 동영상.

[하하하하!]

[이야, 정말 노래 잘하시네요!]

[과찬이십니다.]

밝고 알록달록한 노래방 세트에서 탁자를 사이에 두고 웃고 있는 두 게스트와 MC가 보인다.

최근 위튜브를 노리는 방송 컨텐츠에서 유행하는 구성으로, 호화스러운 게스트와 그리 공격적이지 않으며 유머러스한 호스트가 나오는 소인원 노래 토크쇼.

밝고 쾌활한 분위기의 인테리어와 웃음소리, 제작진의 환호까지 산뜻했다.

“저기.”

영상을 멈춘다.

지나가는 노래방 인테리어 컷.

노래방 문에 달린 어두운 작은 창.

거기에 남자의 얼굴이 있다.

카메라를 보고 있다.

“후.”

어둠 속에서도 보인다. 자료 첨부 게시글에서 봤던 36화의 캡처보다도 뒤틀리고 눈에 띈다.

마치 카메라 너머에 누군가의 눈에 띄려는 듯이.

누구든 예상치 못하게 이것을 발견한다면 자리에서 공포로 굳거나 비명을 지르며 도망갈 만큼 소름이 돋는 광경이었다.

“오케이.”

하지만 현장탐사팀의 두 사람은 빠르게 동영상을 끄고 다른 것을 클릭했다.

익숙하니까.

달칵, 달칵, 연속적으로 다른 예능의 ‘6’으로 끝나는 회차 파일을 클릭하는 손들이 빠르다.

…하지만 여기서 깨닫는다.

“…….”

“…….”

최근 유행하는 예능 형식은, 다인원이 출연하는 왁자지껄한 것은 많지 않다.

특히 리액션이나 관객 참여를 위한 인원을 많이 쓰는 경우는 더더욱. 없다.

그렇기에 인파도 없다.

결국 ‘화면 속 남자’가 사람들 틈에서 마치 그중 하나인 것처럼 앉아 있을 수 없다.

그래서….

남자는 점점 어색한 방식으로 나타난다.

옥탑방에서 방석을 깔고 앉아 담소를 나누는 예능, 베란다 밖에 서 있는 남자가 카메라를 본다. 강에서 낚시를 하는 예능, 낚시에 집중한 출연진 옆에 얼굴을 붙인 남자가 카메라를 본다. MC와 배우 게스트가 대화하는 예능, 둘이 마주 보고 앉은 테이블의 뒤에 우두커니 선 남자가 카메라를 본다.

점점 더 표정이 기이해진다.

그 자세도.

가끔 게스트나 MC를 따라 하는 동작들도.

마치 흉내를 내는 듯하나, 어색함과 위화감이 등골에 소름이 올라오게 만든다….

“…….”

이쯤 되니 아무리 황금만능주의자라고 하더라도 불길한 공포를 느끼기 시작한다.

강이학은 침을 삼키며 촬영본을 껐다.

하지만 망설이지 않는다.

“넣을게여.”

“넵.”

이성해 대리는 준비된 USB를 모니터와 연결된 편집기기 본체에 삽입했다.

회사에서 제공한 간단한 처리법의 실행.

영상 데이터를 자체 재생이 불가능한 저장소에 담아 적절한 보관 장소로 돌려보낸다.(추측)

어둠의 패턴상 합리적으로 시도해 볼 방법이었다.

편집실에서 ‘화면 속 남자’가 나오는 영상을 보다가 사망하는 사태가 발생한다면, 그 영상들을 모조리 따로 보관한 후 편집실을 폐쇄해 버리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영상 재생이 안 되면 현상이 발생할 수조차 없으니까.

안타깝지만 제작진들에게는 편집실에 들어오지 않은 촬영 원본 데이터를 살려서 써야 할 거라 고지하고 말이다.

-괜히 자극하지 말고, 그대로 USB에 갖다 넣으면 되는 거군요!

-맞아여.

클릭.

대기하던 강이학은 USB가 연결되자마자 이동식 디스크를 열어서, 바탕화면에 나와 있던 모든 ‘6’으로 끝나는 회차의 파일과 편집 중 폴더까지 한 번에 잡아다 순식간에 끌어넣었다.

워낙 자주 했던 동작이라 거리낄 것도 없는 속도.

‘후.’

그리고 고용량 파일답게 로딩 팝업이 뜬다. 촬영본이 이동식 디스크로 이동되는 과정, 이것만 버티면….

복사 중…

“…….”

“…….”

어?

“저기요.”

이성해가 입을 연다.

“왜 손을 거기 두고 계세여?”

강이학은 시선을 내려 손을 쳐다보았다.

반사적으로 키보드에 올린 자신의 손은, Ctrl 키를 누르고 있다.

…버릇.

USB의 저장소에 파일이나 폴더를 그냥 드래그로 끌어다 넣을 시, 그것은 이동으로 처리된다.

‘잘라내기’인 것이다.

하지만 Ctrl 키를 누른 채로 하면….

‘복사’가 된다.

수많은 대외 활동과 과제를 하던 고학년이라면 자연스럽게 생기게 되는 것.

바로 백업.

“…….”

강이학은 아직도 USB 저장소로 들어가는 중인 파일들을 보았다.

그리고 바탕화면에 여전히 남은 파일들을 보았다.

‘화면 속 남자’가 담긴.

이대로면 편집실에 원본이 그대로 남는다.

하지만 복사 중인 파일은 삭제할 수 없다.

‘안 돼.’

강이학은 피가 식는 기분으로 ‘복사 중’ 팝업을 보며 완료를 기다렸다.

숫자가 가파르게 올라간다. 제발. 90, 92, 95, 97, 99….

완료.

그 순간 강이학은 당장 삭제 단축키를 갈겼다.

이 6개의 항목을완전히

삭제하시겠습니까?

당장!

빨리해야 했다. 손이 미끄러지면 안 된다. 아니, 손은 미끄러지지 않았으나 이상하게도 초자연적이게도 마우스가 더블 클릭되며 삭제가 아니라 아이콘 재생을 눌러 촬영본이 재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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