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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232화


호유원.

이 회사에서 장허운에 대해 누구보다 정확히 알고 있을 이사.

“궁금하신 게 많을 것 같아서요.”

하지만 신뢰할 수 없는 자가 나를 보고 웃고 있다.

불과 연기로 앙상한 폐허가 된, 시체가 쌓인 괴담 속 복도에서.

나에게 ‘물어볼 게 있냐’라고 질문한다.

‘…그렇다면.’

이런 방법으로 접근할 수 있지.

나는 연기를 피워올렸다.

제안 : 일대일 질의응답 의식

“음?”

조건 : 2인

▶ 질문과 응답은 순서대로 번갈아 이루어진다.

▶ 상대의 질문에는 반드시 진실로 대답한다.

▶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일 시, ‘응답할 수 없음’이라고 언어로 서술한 후 다음 질문을 받는다.

▶ 대답은 96초 이상 보류될 수 없다.

[아, 재밌군요. 의미 없이 구체적 조건을 걸어놓다니. 살짝 주술적인 느낌이 나는 구조입니다….]

일부러 그렇게 했다. 인간이 아닌 존재와 하는 일이니까.

그리고….

‘이쪽도 분명 나에게 궁금한 게 있어.’

이렇게 정식으로 질문을 교환하는 의식적인 형태라면 혹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 의식 중 의도적으로 진실을 감출 시, 벌을 받는다.

“…하하! 절 따라 하시는 건가요?”

응. 역지사지를 한 번 느껴봐라.

호유원은 몇 번 웃더니 시원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좋네요.”

그러나 눈에 요요한 기색이 감돈다.

“공평한걸요? 저는 실제로 벌을 드리도록 금제를 걸 수도 있지만… 걸지 않을게요. 저는 노루 님을 믿고 싶답니다.”

거짓말.

어차피 쉽게 걸지도 못할 테니까 하는 소리.

‘금제를 걸려다 나한테 맞았으면서.’

하지만 상관없다.

합의

: 일대일 질의응답 의식

지금부터.

의식 시작

짝.

“좋아요. 그럼… 제안하신 노루 님께서 먼저 질문하실 수 있게 해드릴게요.”

그리하여 지하 96층, 유쾌연구소의 기이한 화재 현장에서 괴담 둘은 문답을 주고받게 되었다.

[친구, 어떤 사실부터 알고 싶습니까?]

가장 핵심적인 것부터.

질문 :

호유원이 장허운에 대하여 알고 있는 모든 것.

“굉장히 포괄적인 질문을 하시네요, 노루 님.”

호유원이 대답한다.

“제가 알고 있는 건 이렇죠. 남성, 20대, 가족 없음, 지방의 한 종교적 사회복지 시설에서 자람. 입사 연도 기준 3년 전 화재 사건으로 인하여 해당 복지 시설은 전소했으며, 생존자는 그 혼자.”

…….

내가 한때, 오염된 장허운 씨에게 들었던 증언과 일치하는 정보.

“그러니 아마도 그의 소원은… 그 화재와 관련되어 있을 것 같네요. 죽은 사람들을 살린다든가, 화재를 없던 일로 만들어 달라든가.”

정확하다.

‘스파이로 선별하면서 더 자세히 알아봤던 건가.’

“그럼 이번엔 제가 질문할 차례네요, 노루 님.”

호유원이 나를 쳐다본다.

“지금 제게 들은 이야기를 이미 알고 계셨다면, 누구에게 들으셨나요?”

…!

“정확히, 어떤 존재에게?”

…….

응답 :

플라워 골든 리조트의 직원 – 들소

“아, 역시 그렇군요.”

다시 살아나는 불씨가 역광으로 호유원의 얼굴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테마파크에서 죽었다가 리조트 직원으로 다시 살아났다는 이야기는 현장탐사팀 보고서에서 봤는데… 직접 그런 말까지 들으셨다니.”

…….

“노루 님이 되살리는 것에 도움을 준 정도가 아니라… 노루 님의 종속인가 보네요?”

후우.

“아, 이건 질문이 아니에요. 확신이었거든요. …역시 노루 님은 인간적이시네요. 후회하실 선택도 하고.”

불길한 말이었으나, 옅은 회한이 묻어나는 것 같기도 했다.

나는 화를 내는 대신 그냥 호유원을 쳐다보았다.

“어쨌든 성만 다른 3명의 ‘허운’에 대해서 궁금하신 거죠? 저도 궁금하니까, 저희가 문답을 통해서 한번 추리해 봐도 좋을 것 같네요. …그럼 계속할까요?”

동요하지 않고 다음으로.

질문 :

신입사원 김허운에 대하여 알고 있는 것.

“…여기서부터 약간 재밌어지는걸요.”

재미?

“장허운 씨와 성장배경이 똑같거든요.”

“…!!”

남성, 20대, 가족 없음, 지방의 한 종교적 사회복지 시설에서 자람. 화재 트라우마.

“비슷한 환경에서 자란 사람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키워드가 똑같죠? 마치 놀이에서 같은 역할을 맡은 것처럼요.”

…….

머릿속에 하나씩 퍼즐이 모인다.

“그럼 이번엔 제 질문이네요. …노루 님은 수령한 소원권들을 함께 재난관리국에 잠입했던 백일몽의 직원들에게 나누어주었을까요? 정확히 누구에게 몇 병 건네주었나요?”

응답 : 산양 사원에게 2병

-차후 들소 사원에게 전달해 줄 것을 부탁.

“아…. 역시.”

잠깐. ‘역시’?

그건 마치 원래도 알고 있었던 듯한… 설마.

질문 : 3병의 소원권 사용 내역 추적 여부

“아. 추적이라기보다는 그냥 알고 있는 거라서요.”

…!

“제가 드린 소원권은 제 개인 소장 품목이었거든요. 그래서 병에 약간의 처리를 해서… 썼는지 안 썼는지 정도는 알 수 있죠.”

호유원이 웃었다.

“그리고 제가 노루 님께 드렸던 세 병의 소원권은, 현재 모두 사용된 상태랍니다. …하나는 노루 님이 사용하셨죠?”

그 말뜻은….

고영은 씨에게 간 두 병도 이미 사용됐다.

등을 타고 소름이 바짝 서는 감각이 전해진다.

‘고영은 씨가 두 병을 다 썼다고?’

누군가에게 뺏긴 게 아니라면… 아니, 뺏겼을 확률은 낮다.

고영은 씨는 위험을 신중하게 잘 관리하는 부류의 사람이니까.

그리고 적어도 장허운 씨의 소원권을 함부로 사용하진 않았을 인성의 소유자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장허운 씨를 위해 사용했을 확률이 높을 텐데.

‘하지만….’

내가 본 장허운 씨는 왜 그대로인가.

“그럼 여기서 재밌는 추측을 해볼 수 있네요. …누군가 소원을 잘못 빌었나?”

호유원이 안타깝다는 투로 웃으며 말한다.

“반년이 지나도록 불쌍한 들소 씨는 오염에서 회복되어 인간으로 돌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초조해진 나머지… 임의로 사용한 거죠.”

…….

“하지만 무언가의 오류로, ‘장허운’ 씨가 아닌 ‘김허운’ 씨가 이 세상에 나타나며 소원이 이루어진 게 아닐까요?”

등골이 오싹해지는 추측이었다.

[흠. 그런가요? 그럼 좀 더 구체적으로 추측해 봅시다.]

그러니까… 이런 말이다.

만일 고영은 씨가 ‘허운 씨가 이 세상에서 사람으로 살아가게 해주세요’ 같은 소원을 빌었다면.

‘오염된 장허운 씨가 사람으로 돌아오는 게 아니라, 고영은 씨가 ‘허운 씨’라고 받아들일 만한 사람이 세상에 생겨날 수도 있다는 거지…!’

소원권은 개인적으로 전능하다. 그러니 충분히 있을 만한, 괴담 같은 상황이 맞으나….

회의적 : 판단 보류

“아?”

그 경우에는 맞지 않는 퍼즐이 있다.

‘이 유쾌연구소 사원증의 사람.’

유쾌 연구원

이허운

이허운이라는 이 연구원만 덩그러니 남는 것이다.

이쪽은 지금 사용한 소원권과 연관 없을 만한, 과거의 유쾌연구소에 존재하던 자인데 말인데.

‘…분명 다른 뭔가가 있어.’

허운, 허운, 허운….

기이한 느낌이 든다.

‘화재, 라는 키워드도 겹치는데.’

지내던 시설의 화재로, 주변인이 모조리 사망한 자.

이 지하 96층의 상황을 보자면, 이 유쾌연구소 직원도 마찬가지 아닌가. 왜 이렇게 장허운 씨와 유사한 배경을 가지게 된… 잠깐만.

‘그게 아니라 반대잖아.’

시간순으로 생각한다면…….

‘장허운과 김허운이, 이 유쾌연구소 직원과 닮은 배경을….’

바스락.

…….

바스락.

“노루 님.”

…….

“보셨나요?”

봤다.

방금.

시체 더미가 움직였다.

아니, 정확히는 엘리베이터 앞 시체 더미들이 움직인 것처럼 보인 것이다.

그 밑에 파묻힌 것이 움직였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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