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235화
해피엔딩 교단, 지하 벙커의 나날은 단조롭고 이상했다.
돌아가면서 기도하는 자들.
매일 새롭게 들어오는 시체.
그리고 그 시체가 생전 얼마나 좋은 사람이었으며 그렇기에 해피엔딩을 맞을 가치가 있다고 열변하는 사람들.
그 말에 눈물지으며 미소 짓고 박수하는 사람들.
검은 상자 속에 욱여넣어지는 시신.
미쳐 돌아가는 작은 사회의 모습은 징그럽고도 자기들끼리는 평온하다.
‘정말 사이비답다.’
잔인하고 정신 나간 행위.
그와 대비되는 폐쇄적 안락함.
교인들은 이상할 정도로 친절하고, 서로 따스하고 친밀하게 대하며, 가족이라고 말한다.
지하에 고립된 생존 벙커에서.
[아, 그 또한 통치의 기술이지요. 연대 의식과 소속감, 일상의 구속은 집단을 나가지 못하게 만드는 법입니다.]
그래. 어쩌면 당연하다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뭔가, 디테일이 부족한 느낌이라.’
[음?]
이 불합리한 상황을 가능하게 만드는 디테일들이 말이다.
가령… 보통 사이비종교에서 이런 의식을 진행할 때는 다 함께 공유하는 특정 행위가 있기 마련이었다.
‘특정 음료를 마신다든가, 어떤 나뭇가지를 든다든가, 동물 흉내를 낸다든가….’
자기들끼리만 공유하는 작은 상징 말이다.
약간 주술적이면서도 독특하고 상징적이며, 어렵진 않아서 종교적 소속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 같은 것.
‘의상도 마찬가지고.’
통일된 색, 혹은 장식이라도 하나 공유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 이 지하 벙커의 사람들은 모두 평상복만 입고 있다. 입교의 증거가 딱히 없다는 뜻이다.
간부가 입고 있던 교복도… 음, 괴담으로 따지면 상징적이긴 하지만, 평상복이라고 해도 위화감 없고.
‘차라리 모조리 교복을 입으면 기괴할 만큼 와닿았을 텐데.’
간부에게만 줘놓으니 이도저도 아닌 느낌이다.
‘아니, 일체감을 무슨 수로 형성하는 건데.’
‘이름님’과 ‘행복’이라는 사상만으로 이 비인륜적인 집단이 유지되고 있다니.
그냥 이름님으로 세뇌하고 사람 죽이면 끝이다 이건가?
[오, 재치 있는 분석이로군요! 내 친구가 직접 컬트 집단을 하나 만들어도 근사하겠습니다. 열차에서 보여줬던 선지자 역할도 아주 인상 깊었지요.]
[혹시 지금이라도 멋진 단체를 하나 만들어보는 건 어떻습니까? 흥미롭고, 기이하고, 유쾌한…. 그리고 이건 정말 파격적인 제안입니다만, 이 브라운의 솜 든 몸을 상징으로 삼는 것을 허가해 주지요!]
고, 고맙지만 지금은 사양하겠다.
어쨌든 말이다.
그래서 아주 솔직하게 말하자면, 음… 그런 점들이 일종의 공백으로까지 느껴진다.
위키상으로서.
‘설정값을 못 준 것 같다고 할까.’
말초적 자극과 불쾌함에만 초점을 맞추어 사건과 괴담적 공포만 구성하다 보니, 현실적 디테일들이 없는 것 같은 느낌.
사실 거기서 이야기를 지탱하는 토대가 나오는 것인데 말이다.
‘…해피엔딩 교단은 무명찬란교 중에서도 가장 최근에 위키가 만들어진 교단이었지.’
그래서 그런 건가. 차라리 위키 등록 초반에 만들어진 교단에 갔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정원찬양사 교단 같은 곳?’
하지만 곧 지웠다.
지금처럼 큰 동요 없이, 불쾌함만 느낄 수 있는 상태가 나을 것이다.
‘…진짜로, 현실적 찝찝함과 소름 끼침보다는.’
아니라는 것에 감사하자.
나는 그저 어설픈 밸런스에 한숨이나 쉬면서, 잔인하고 소름 끼치는 꼴을 보며 위통을 느끼는 것에 적응하는 중이다.
[아, 확실히 날카로운 분석이긴 합니다만…. 글쎄요. 노루 씨.]
[어떤 컬트 집단은 진정한 내집단 안으로 들어가야만 그 진가를 보여주는 법이라는 생각은 해본 적 없습니까?]
그럼 입교해야 진짜를 느낄 수 있다, 그런 건가….
‘사양하고 싶다.’
특별히 빈 경전 조각을 삼켜서 무명찬란교의 권능으로 거듭나라는 강요는 지난 이틀간 없었다.
은밀한 암시나 압박도 없다는 점은… 다른 사이비였다면 오히려 더 오싹하게 느껴졌을 법한 상황이다.
의도적 평온함 같으니까.
‘내가 오염된 인간이 아니라 그냥 괴담 자체라고 생각해서 길게 보고 그런 걸지도.’
그래서 호유원에게도 물어보았으나, 그쪽도 고개를 저었다.
“아, 그런 건 딱히 없었답니다.”
…그런가.
“하지만 특별히 정보라고 할 것도 알아보기 어렵네요. 그렇죠? 이렇게 노루 님과 따로 보기 쉬운 건 편리하지만요.”
그렇다.
해피엔딩 교단은 이 지하 방공호에서 우리를 일종의… 같은 위치에 있는 생활공간에 배정해 두었다.
개미굴처럼 연결된 반구형의 공간들.
[권능 구역]
다닥다닥 붙어 있는, 최소한의 생활만 보장하는 대피소 같은 입교인들의 구역과는 달랐다.
그곳과 약간 떨어진 구역. 좀 더 넓고 텅 비어 있으며… 독립적인 공간이다. 마치 영역을 배정하는 것처럼 말이다.
CCTV조차 없는, 기이한 밀실들.
[꼭 사자 우리 같군요. 종말의 때에 지하로 숨어든 자들의 생활공간에 그런 것이 갖춰져 있다면 말입니다.]
참고로 우리가 배정된 각자의 구역을 제외한 인근의 ‘권능 구역’은 텅 비어 있는 듯하다.
교복을 입고 있던 두 사람을 제외하곤 말이다.
“권능 구역…. 무명찬란교에서는 어둠을 권능이라고 부르는 것 같아요. 그렇죠?”
맞다.
그러고 보니 말이다.
질문 :
무명찬란교에 대하여 아는 것
호유원은 무명찬란교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필요한 만큼은 알고 있답니다. 유쾌연구소에서 언급된 실험일지를 보았거든요.”
아.
선행 연구에서 파생되어 최근 성행 중인 모 컬트 집단이 섬기는 신의 명칭을 따와 해당 연구의 부제로 삼았다.
…내가 깨어난 배양기 옆에 있던 실험일지.
아무래도, 호유원은 그 외에도 지하의 유쾌연구소에서 몇 번 언급된 흔적을 찾아냈던 모양이다.
“어둠을 숭배하고 어둠이 되려는 극단적 종교 단체로, 급속히 세를 불리는 모양새인 것까지는 확인했었지요. 지금까지 찾지 못했던 정보를 찾기에 딱 좋아 보였고요. 그리고….”
호유원이 나와 눈을 마주친다.
“노루 님을 만든 실험일지에… 이 종교 집단의 신에서 명칭을 따왔다고 적혀 있었죠?”
…!
“노루 님께서 종교집단과 무슨 관계실지 조금 궁금하네요. 아, 이건 질문이 아니랍니다.”
…….
“그럼 이번에는 제가 물어볼게요. 노루 님.”
엘리베이터에서 끊겼던 화제.
집착적이기까지 한 하나의 질문.
“세광특별시에 대해서 어떻게 알고 계신 걸까요?”
……후.
‘위키에서 읽었다고는 말할 수 없지.’
어쩔 수 없었다.
답변 불가
: 다른 질문으로 대체 요망
“…….”
호유원의 웃음소리가 멈췄다.
짧은 순간, 표정이 사라진 채로 나를 보던 그자의 얼굴에는 다시 거짓말처럼 미소가 들어왔다.
“대답하실 수 없다… 라.”
…….
“잘 기억해 둘게요, 노루 님.”
후속 질문은 없었다.
다소 찝찝한 질의응답의 마무리였다.
그리고 그날 저녁.
딱 하나, 디테일적으로 납득할 만한 일상적 행사가 돌아왔다.
바로 해피엔딩 교단의 식사 시간.
“행복을 전합시다.”
“이름님의 눈길을.“
이곳에서는 아침과 저녁 식사 시간에는 반드시 전원이 자리에 참석하여, 다 함께 식사를 해야 한다고 한다.
예외는 없다.
괴담에 오염된 자들도 입교자들과 한 자리에 둘러앉는다는 소리다.
참고로 내 맞은편에 교복 입은 간부들도 앉았다…. 후.
‘이러다 입교자 죽여도 행복하게 해줬다고 하겠어.’
나는 침음을 참았다.
곧 식사가 시작되었다.
나는 시멘트와 구조가 그대로 드러난, 지하 벙커의 벽과 천장을 둘러본 후, 가만히 앉아서 식탁을 들여다보고 있다….
통조림식.
“못 먹어?”
고개를 돌렸다.
나를 부른, 교복을 입은 간부가 턱을 괴며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과 똑같이 곱상한 남학생을 툭툭 친다.
“야야, 용은 보통 뭘 먹을까?”
남학생은 어깨만 으쓱했다. 간부는 그 등을 한번 후려치더니, 나를 보며 밝게 말한다.
“아. 자기 소개해야지! 자기소개는 중요하니까…. 있지, 나는 이서유, 얘는 이서빈. 쌍둥이야, 내가 누나구!”
빙긋 웃는다.
“있어유~하고 충청도 사투리로 부르는 친구도 있어!”
쾌활하다.
그래서 더 어색하다.
미친 듯이 사람을 죽이고 환각과 환청으로 세뇌하고, 납치하려 들던 자의 평범한 명랑함.
괴담에서 거리낌 없이 본명을 말하는 꺼림칙함. 그리고….
‘진짜 쌍둥이였잖아.’
여기까지 오니까, 누군지 알겠군……. 무명찬란교 괴담 몇 가지에서 활약했던 해피엔딩 교단의 쌍둥이다.
위튜브 섬네일에서도 몇 번 봤었다.
본명은 지금 처음 듣는 거지만.
“혹시 막, 특이한 걸 먹는 거야? 사람 뇌 같은 거 있잖아. 아니면 간?”
다만, 이렇게 보니 그냥 고등학생들 같다.
그래서 나는 고민하다가 결국 물었다.
의상 선택의 이유
“아, 내 교복?”
고개가 떨어진다.
“궁금해?”
식탁을 구른다.
빨간 머리띠를 한 긴 머리카락이 식탁보 위에서 꿈틀거린다.
“정말정말정말정말정말로 궁금해?내가왜이걸입는지궁금해?정말정말로?정말?”
아니.
괜찮은 것 같다….
식탁 예절을 위한 빈말
“그렇구나! 그렇구나!”
‘냅둬 줘라, 제발….’
미친 사람들이라 그런지 예고가 없네.
사람 형상으로 변장하는 방법 찾기 전에 먼저 정신이 지치겠다.
그냥 모든 게 피곤하고 좀, 벅찼다….
그때.
툭.
“아이고….”
내 오른편.
호유원의 옆에서 식사하던 할머니가, 그의 팔에 부딪히며 물컵을 쏟았다.
옷이 젖는다.
“저런, 괜찮으세요?”
그러나 호유원이 팔에 묻은 물기를 보는 대신, 즉시 할머니를 부축하러 나섰다. 그 앞의 식탁을 정리해 주고 옷을 닦아준다.
…호유원이 저렇게까지 해준다고?
“좋은 사람이네.”
“좋은 사람이야.”
…시선이 느껴진다.
모든 테이블에서, 호유원의 행동을 보며 숙덕이는 소리가 들린다.
‘…….’
호유원은 그날 저녁 시간, 그 할머니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더니… 이내 자신의 ‘구역’으로 초대하기까지에 이른다.
“제가 재밌는 이야기를 해드릴게요.”
아무도 말리지 않았다.
[오. 관객의 기대감이 느껴지는군요.]
그래.
기대감.
해피엔딩 교단의 간부, 자신을 이서유라 소개한 자는 돌아가는 우리에게 속삭였다.
“김복자 할머님을 행복하게 만들어드릴 거면 아침에 꼭 말해줘. 의식을 치러드려야지!”
…….
속이 울렁거렸다.
하지만 호유원을 말리진 않았다.
‘정보 때문이겠지.’
여차하면 내가 나설 테니 문제가 발생할 일은 없다.
그리하여, 나는 호유원이 부축하여 자신의 구역으로 데려가는 할머니를 천천히 따라갔다….
그리고 호유원의 구역에 들어갔다.
쿵.
하지만 내가 문을 닫고 그곳에 기대어 서는 순간.
호유원이 할머니를 부축하던 손을 놓고 물러났다.
그리고 할머니는 아무렇지 않게 등을 펴고 곧게 우뚝 섰다.
‘…!’
할머니가 입에 넣고 있던 동그란 유리구슬 같은 것을 뱉어냈다. 그러자, 그 형상이 변하며 점점 탄탄해지기 시작한다….
냉철하고 피로한 인상.
매처럼 날카로운 안광.
하얀 얼굴에 푸른 단발머리.
내가 아는 사람.
‘…!!’
은하제 대리님이다.
‘잠깐만.’
이게 무슨 상황이지.
순간 머리가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멈췄다.
그리고 벼락처럼 깨달았다.
‘어쩐지 할머니를 돕더니.’
은하제 대리가, 할머니로 변장한 채로 이 해피엔딩 교단 시설에 잠입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걸 시킬 자식은 하나뿐이었다.
호유원!
“아니, 사람 보내놓고 자기도 이렇게 들어오셨습니까?”
“아니에요. 우연이네요. 저도 이렇게 마주칠 줄은 몰랐거든요.”
“예예. 그러시군요.”
은하제 대리는 자리에 철퍽 주저앉았다.
그리고 호유원을 한 대 후려쳐 주고 싶다는 표정을 지었다가, 곧 그 얼굴에 멍이 있는 것을 눈을 빛내며 확인했다.
“이사님, 다치셨습니까?”
“아. 이쪽 분이 손속이 좀 거치셔서….”
[가증스럽군요.]
그러니까 말이다.
호유원이 나를 가리키는 손에 자연스럽게 은하제 대리님도 눈길로 나를 한번 힐끗 본다.
그리고 아연실색하려다가, 숨을 고르고 침착하게 묻는다.
“…보안팀 아닙니까?”
“맞아요. 그리고 사실, 송골매님도 아는 분인데요.”
“…….”
은하제 대리의 눈이 가라앉았다.
그 안에서 자신과 함께 근무했던, 마주했던 각종 현장탐사팀 직원들의 명단과 그 최후를 떠올리고 있기라도 한 듯이.
하지만 그 작업이 끝나기도 전에 호유원이 먼저 말했다.
“오랜만에 뵙죠? 노루 님이세요.”
은하제 대리가 멈췄다.
그리고 호유원과 마주하던 시선이 완전히 나에게 돌린다.
입이 열렸다.
“노루?”
…….
네. 대리님.
나는 연기로 글자를 만들었다.
‘괜찮아.’
오히려 보안팀 사람들을 만났을 때보다 좋은 상태다.
나는 이성을 되찾아 정상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상황인 데다가, 격리실에 있을 때보다 자유로운 상황이니까.
그리고 바닥에 앉아 있는 은하제 대리와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나도 문 앞에 조심스럽게 주저앉았다.
내가 이전에 썼던 말투를 쓰기 위해, 노력하면서.
제가 실수하는 바람에 문제가 생겨서 이런 모습이 됐는데, 괜찮을 거예요.
회복될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
은하제 대리가 바닥을 본다.
머리카락에 가려진 그 얼굴은, 잠시간 보이지 않다가….
“그래. 노루야.”
다시 나와 눈을 마주치면서 보인다.
그 얼굴에는 동요를 말끔히 지운 채 평정심만이 남아 있다.
“당연히 회복될 수 있지. 야, 원래 어둠에서 터무니없는 부작용도 겪어보고 해야 진짜 백일몽 직원이 됐다고 할 수 있는 거야.”
그리고 검은 연기 속에 있는 내 팔을 툭툭, 친다.
“넌 똘똘한 녀석이니까 또 방법이 있을 거다. 회복되면 뭐 하고 싶은지 생각해 두고.”
…….
감사합니다.
“감사는 무슨. 야. 담배 피우고 싶을 때마다 네 옆에 서 있으면 되겠다.”
그건 좀 아닌 것 같습니다….
어쨌든, ‘이 모습으로 변장해서 담배를 못 피운다’라고 투덜대는 은하제 대리와 그간 있었던 일에 대해서 좀 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아주 짧지만 꽤 좋은 시간이었다.
박민성 주임과 함께 근무했다는 이야기를 듣는 은하제 대리의 얼굴에는 희미한 미소가 떠오르기도 했다.
물론 본론으로 돌아오자 다시 사라졌지만.
“송골매 씨. 제가 호출한 건 노루 님과 사담을 즐기시라는 의도는 아니었는데요.”
“죄송합니다.”
은하제 대리는 즉각 사과했으나, ‘어쩔 건데 새끼야’ 같은 느낌의 표정이 남아 있었다.
음, 생각보다는, 서로 많이 익숙해진 것 같다….
‘지난번에 저 자식이 은하제 대리님 몸을 조종하기까지 했어서 걱정했는데.’
은하제 대리가 성격대로 행동하는 듯해서 다행이었다.
‘그래도 나중에 한 번 확인은 해보자.’
일단은 이것부터.
대리님, 혹시 호 이사님의 지시로 여기 들어와 계셨던 겁니까?
“맞아. 아주 죽을 노릇이다. 시체도 구해오고 아주 그냥….”
사이비 잠입은 기자 때도 딱 두 번만 해봤다며, 은하제 대리가 투덜거렸다.
“무슨 지하 방공호에서 어둠을 숭배한다면서 사람 죽이고 있지 않나. 뭐, 해피엔딩? 그럼 자기들이나 해피엔딩 보지 왜 애꿎은 남한테 하고 지랄이냔 말이지.”
정말 하나하나 옳은 말씀이다….
그리고 여긴 입교하는 사람들을 모아둔 곳 같은데, 특별히 정보를 얻어내긴 어렵지 않을까요.
“아니. 원래 입교식에서야말로 뭘 캐낼 게 많은 거야.”
어?
“원래 사이비 종교들이라는 게, 일단 한 번 끌어들였다 싶으면 곧 본색을 보이기 마련이거든.”
은하제 대리가 씩 웃었다.
“그리고 그러려면, 준비를 해놨겠지? 분명 이 시설 어딘가에 뭔가 있을 거다. 그럼….”
“그런 것도 다 좋은데요. 송골매 씨. 왜 여기 들어왔는지 목적은 잊지 않으셨으면 해요.”
호유원이 끊고 들어왔다.
“세광특별시에 대해서는 알아보셨을까요?”
“아니 그걸 얘 앞에서… 말해도 되나보군요. 아무튼, 그러니까 여기서 그 정보를 찾으려면 먼저 얘네가 무슨 짓을 벌이는지부터 알아내야 그걸 베이스로 접근을… 후.”
은하제 대리가 진절머리가 난다는 듯이 말했다.
“좀 기다려보십쇼. 애초에 여기서 제가 세광특별시에 대해 알 거란 미래를 확인하셔서 보내놓은 것 아닙니까.”
……!
‘미래?’
머릿속에 퍼뜩 떠오르는 사건이 있다.
내가 탐라행 열차를 타기 직전, 은하제 대리님이 사택의 내 방까지 급하게 찾아와서 했던 말.
-넌 1월 2일에 사망 처리된다.
-그걸… 미래를 보는 어둠에서 확인했어.
그게 호유원의 프로젝트와 관련된 활동 중 알게 된 것이라면.
‘그렇다면 호유원의 지금까지 행동 양식이 이해가 돼.’
호유원은 이미 확인했던 것이다.
‘은하제는 무명찬란교에서 세광특별시에 대하여 알아낼 것이다’…라는 미래를.
연달아서 깨달음이 찾아왔다.
‘잠깐만, 그럼 자기가 직접 포교 되어서 잠입하는 것까지도 노린 건가.’
이사라는 직함이라면 당일이나 전날쯤 무언가 낌새를 눈치채고 뭔가의 조치를 해놨다고 해도 어색하지 않다.
어쩐지 해피엔딩 교단 간부가 더 많은 사상자가 안 나고 회사 본관 지하까지 순조롭게 침입했다 싶더라니.
부딪힘을 최소화하도록 뭔가 술수를 부려 당일 경비 인력을 빼놨던 게 아닌가 싶다.
의심 없이 여기 들어오기 위해서 말이다.
그리고 물론 그 계획된 짓에 나까지 휘말렸다 싶어서 기분이 좋진 않다만… 그것보다 말이다.
‘…어떤 어둠을 통해서 미래를 본 거지?’
이 정확성.
어둠은 괴현상이며, 괴현상은 보통 강력할수록 위험하고 불가해하기 마련이다.
호유원은 뭘 이용 중인 거지?
질문 : 미래를 확인하는 어둠
“…저한테 질문하신 건가요? 이상하네요. 분명 질의응답은 제가 질문할 차례에서 멈췄을 텐데요.”
젠장.
“노루 님은 제가 할 때까지 질문하실 권한이 없는 것 같아요.”
방독면을 쓴 나와 웃는 얼굴의 호유원은 잠시 서로를 응시했다.
은하제 대리는 이게 무슨 일이냐 싶은 눈으로 이 꼴을 지켜보다가, 곧 어깨를 으쓱하며 입을 열었다.
“어쨌든 그럼 사람이 좀 늘어났으니 더 수월하겠군요. 노루와 이사님까지 같이 수색해 주신다면 말입니다.”
“수색이요?”
“예. 일단 이 시설 자체에 대해서 좀 알아볼 생각이었는데… 흠.”
은하제 대리가 어깨를 으쓱했다.
“아무리 이 벙커 자체가 어둠이라고 해도, 어딘가에는 출입구가 있을 것 아닙니까? 지상으로 통하는 것 말입니다.”
그건… 분명 그럴 것이다.
‘보통 공간형 괴담에는 현실로의 탈출로가 있지.’
들어왔다는 것은 나갈 길도 있다는 뜻이니까.
아무리 무명찬란교의 괴담이라고 해도 그 기본적인 조건을 어길 리 없다.
비록 이 지하 벙커가 고정된 위치에 있지 않다고 할지라도, 그때그때 연결된 곳이 있지 않겠는가.
입교인들은 정신을 잃었다가 여기서 깨어나는 과정을 거치니 모를 테지만, 아마 더 깊은 관계자는 알 것이다.
가령, 그 쌍둥이들.
“그리고 요주의 인물이라고 해야 하나, 그 교복 입은 쌍둥이들이 여기서 제일 내부자인 것 같은데, 점심시간에는 꼭 식당에 없더군요.”
무언가 ‘입교인 관리가 아닌 다른 일’을 하는 것 같다고 은하제는 덧붙였다.
어쨌든 각설하고, 그렇기에 출입구에 대한 힌트를 찾아놓으면 좋을 것 같단 말이었다.
역으로 중심부를 추척할 수 있기에.
“보통 사이비교에서는 가장 귀중한 건 출입구에서 제일 멀리, 가장 내부에 떨어트려 놓으니 말입니다. 물론 여차하면 도망칠 수도 있고.”
“아하.”
호유원은 반대하진 않았다.
그리고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그럼 그 근방에는 바깥을 확인할 수 있는 장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 그럴 수도 있겠지.”
사실, 이건 확신이다.
이 최후의 의식소 관련 위키 기록들에, 내부에서 바깥을 확인하는 듯한 묘사가 몇 가지 있었거든.
“일단 뭣도 모르는 입교인들이 있는 곳에는 없겠지. 바깥을 보여주면 교육 효과가 떨어지잖냐.”
입교인의 생활 지역에서 떨어진 곳.
지대가 좀 높은 곳.
내부자가 확인하기 편한 곳.
그런데 그건….
‘여긴데.’
[권능 구역]
개미굴 같은 구조라 층고가 높고, 그래서 더 지상에 가까운 면적이 있을 구역.
결국, 우리는 쌍둥이를 만나지 않도록 아주 조심스럽게 이 구역을 돌아다녀 보기로 결정했다.
“좋아. 둘이 같이 가면 이 할머니도 돌아다니기가 쉽겠지.”
은하제 대리는 다시 유리구슬을 삼켰다.
그리고 잠시 후.
“여기네요.”
우리는 발견한다.
권능 구역의 맨 끝. 빈 구역.
그곳에 천장에 가까운 곳에 달린 작고 동그란 덮개를 열면….
“유리네.”
바깥을 훔쳐볼 수 있도록 만든, 작은 망원경 같은 고정된 시설이 나온다.
“노루야, 한번 확인해 볼래?”
기꺼이 그렇게 했다.
나는 가볍게 연기에 덮여서 위로 향해, 덮개가 걷힌 동그란 곳에 눈을 댔다….
한 뼘의 불투명한 유리 망원경 보이는 풍경.
…….
……!!
“노루야?”
나는 다시 보았다.
하지만 풍경은 변하지 않는다. 오래된 주택들, 산, 전봇대, 비포장길, 한옥들.
그건….
지산 마을이다.
이 무명찬란교의 의식소는, 백사헌의 고향 마을 지하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