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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245화


나무에 목매단 시체의 푸르딩딩한 발이 내 머리 위에 있다.

분명 바싹 말랐는데도 마치 부은 것처럼 묘하게 부푼 발.

흔들.

내 볼을 친다.

“…….”

“노루야?”

“예.”

미치겠네.

전신이 오그라드는 느낌에 눈을 질끈 감고 싶었으나,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이 인원에서 못 하겠다고 울 수 있는 사람 있으면 그것도 대단한 사람이다….’

정말 그 누구도, 아무도 안 무서워하고 태연자약한데 나 혼자 무서워서 발광하는 꼴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은가?

‘어둠 탐사 하루이틀도 아니고!’

게다가 멸형급 재난이지 않은가.

‘뭐라도 해서 1인분 해야지, 뭐라도…!’

“확인하겠습니다.”

위키 정보를 바칠 테니 깍두기 삼아달라고 바짓가랑이 붙잡고 싶은 마음을 참으며, 나는 이를 악물고 손을 뻗었다.

그리고 내 머리에 부딪힌 (와 제발) 시신을 살폈다.

내가 이걸 만져야 한다는 사실에 기절할 것 같지만, 그리고 130666일 때 눈알 뺀 시체 바로 옆에서 평온한 기분으로 있었다는 것까지 떠올리니 더 혼절할 것 같지만 머리는 굴러간다….

‘…차가워.’

일단, 만져도 불길한 옮겨붙음, 자살 충동, 기이한 환각 같은 것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냥 시체 같은데.”

“…예.”

다만 수가 너무 많다.

나는 안개 속을 엿보려던 최 요원에게서 약간 낭패한 기색이 스치는 것을 보았다.

“잘 안 되네. 호부가 아예 효력이 없어. 근데… 하나는 확실하다.”

“…….”

“육안으로는 끝이 안 보인다. …시체가 매달린 나무가.”

시신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았다.

수많은 사람이, 이 숲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공포와 더불어 착잡함이 사람들 얼굴에 깃든다.

“진짜 죽은 사람들일까여?”

“일종의 연출일 확률도 있습니다만, 이 도시에서 정말로 재난이 일어났다면… 진짜일 가능성이 더 클 겁니다.”

“우리 청동이가 너무 솔직하네. 시민분한테.”

“괜찮아여. 뭐, 이미 죽은 사람들인데 어쩌겠어요. 저희는 저렇게 되지 않게 노력하져!”

나는 압도감에 구역질을 참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수년은 된 듯, 대부분 시신의 옷에는 먼지가 쌓여 있었다.

‘의미 있는 정보….’

“손 위주로 한번 살펴봐 주실 수 있습니까? 정말 시신이라면, 사망 당시에 정황을 알 만한 단서가 있을까 해서요.”

“안 그래도 보고 있다. 포도야. 으차.”

그리고 우리는 곧 무언가를 찾아낸다.

안경 쓴 체크무늬 셔츠를 입은 시체의 손.

“…약간 번졌는데, 뭐가 있습니다.”

손바닥에 펜으로 적은 글.

아무도 구하러 오지 않는다

칠천 명이 버려졌다

도망치고 싶지만

나갈 길이 없기에

우리는 차라리 나무가 된다

“…….”

말라붙은 펜 자국이 상상하게 만든다.

‘…구조받을 수 없다는 걸 깨달은 건가.’

전화가 끊기고, 식량 없이 수많은 사람이 무너진 역사 안에 고립된다.

바깥에서는 모종의 끔찍한 재난이 벌어지고 있어 나갈 수 없다. 그 현재진행형의 공포에 누군가 구조하러 올 것이란 희망도 없다.

그리하여….

“음. 그래도 되게 얌전한 방식을 골랐네여. 서로 죽고 죽이는 대신 다 같이 죽은 거잖아여?”

“어둠에 영향을 받은 걸 수도 있지. 반대로, 이런 특이한 점이 어둠이 될 소재가 된 걸 수도 있고.”

“아하.”

백일몽 직원의 침착한 대화와 대비되게, 재난관리국 두 사람의 표정은 다소 경직되어 있었다.

하지만 베테랑답게 곧 평정심이 깃든다.

“…재난이 일어난 배경을 파악했으니, 그럼 안내게시판을 찾으러 가볼까.”

“예.”

우리는 고민하다가, 괜한 부스럼을 만들지 않기 위해 시체를 매달린 그대로 두고 발을 옮겼다.

그리고 스마트폰 시계 기준 17분이 경과했을 때.

“찾았다.”

안내게시판이 모습을 드러냈다.

전형적인 공공기관의 안내판으로 검은색과 노란색 외곽선 가운데 정갈한 파란 글자가 안개의 물기에 젖어 보인다….

이 괴담의 규칙.

세광역 (임종의 숲) 에티켓

1. 나뭇가지를 꺾지 마세요

2. 스크린도어에 너무 가까이 서면 이상한 것이 보입니다.

3. 개찰구 근처에서 뛰면 출구가 나옵니다.

4. 일행과 떨어지지 마세요

5. 나무에 목을 매지 마세요

6. 역사 내 소란자는 안개 속에 있습니다.

7. ■■행 열차는 더 이상 정차하지 않습니다.

“흠. 제법 오싹하네. 안 그렇습니까, 꼰대 양반?”

“꼰…. 후. 예. 전형적인 초자연 현상의 매뉴얼입니다.”

사람들의 말을 들으며, 나는 그 규칙서의 규칙을 추론했다….

“말투로 내용을 분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문장 끝 마침표의 여부로 삼으면, 그 경향성이 보인다.

“숲과 지하철역으로 나뉩니다.”

그리고 지하철역 쪽은 안내문에 가깝고, 숲은 지시문이었다.

“흠. 바깥에 원래 숲이 있었는데, 역사랑 섞인 거 아닐까여?”

“아니면 ‘숲이 근처’라는 게 이 역의 정체성에 영향을 준 거지. 원래 어둠이라는 건 사람의 인지에 영향을 받잖냐.”

그러면서 대리님이 살짝 안내게시판을 두드렸다.

그러자 퉁, 하면서 안내게시판 뒤에 걸려 있던 시체가 흘러내려 내 눈앞에 멈췄다.

“…!”

욕할 뻔했다.

“아이고, 포도가 많이 무섭겠는데?”

하지만 은하제 대리님이 코웃음을 쳤다.

“공무원 양반, 노루가 무슨 이런 걸 무서워하겠습니까. 이 녀석, 사람 갈아버리는 토크쇼도 들어갔던 녀석인데. 안 그러냐?”

“…….”

하.

나는 대리님에게 가까스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물론입니다. …재난관리국에 잠입하면서 만든 인물 설정입니다.”

“짜식, 일 잘하는 건 여전하구만.”

“감사합니다.”

정말 그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실은 지금이라도 사실대로 말하고 싶지만… 아니, 지금 여기 분위기를 봐라.

멸형급 재난에 진입한 베테랑 넷이라고.

‘여기서 겁 많다고 하면 진짜 더럽게 조별과제 무임승차 노리고 거짓말하는 것 같잖냐….’

하.

그 와중에 자기 토크쇼 언급했다고 날뛰는 녀석도 있다….

[맙소사. 이 브라운의 심야토크쇼를 저런 무식한 명칭으로 호칭한 겁니까? 세상에, 아무리 대중이 말초적 자극을 원한다지만, 너무 심하군요!]

[노루 씨처럼 섬세한 감각의 소유자가 왜 저런 자와 친분을 유지하는 건지 알 수 없지만, 그 판단은 존중하겠습니다. 친구.]

그래. 고맙다…. 좀 덜 무섭네.

나는 최 요원을 보았다.

상대가 빙긋 웃는다.

“오~ 그러니까 포도가 사실은 겁이 없는 냉철한 인격의 소유자시다?”

“…….”

아니, 그 정도까지 말씀드리지는 않았는데…!

“잘 알았어. 오케이. 그럼 이제부터 포도가….”

말하다 말고 최 요원이 휙 고개를 돌렸다. 왜…

“숙여.”

나는 반사적으로 옆 사람의 어깨를 누르며 머리를 낮췄다.

휙.

무언가.

팽팽한 소리와 함께 내 머리를 스치는 기이한 감촉이 느껴졌다. 나는 소리 없이 바닥에 몸을 붙이고 주변에 귀를 기울였다.

…….

…….

눈치챘다.

누군가의 어깨를 눌렀던 내 손이 비었다.

“…….”

고개를 들었을 때.

그곳에는 나 혼자 있었다.

나무와 안개.

에스컬레이터와 역명판.

수많은 목매단 사람의 숲 사이에, 나는 홀로 발을 디디고 서 있다.

‘아.’

비명을 지르거나 다른 사람을 부르는 멍청한 짓은 하지 않았다.

단지, 뻣뻣하게 굳은 채로 발걸음을 옮겼을 뿐이다.

한 걸음.

두 걸음.

점점 더 발걸음이 빨라졌다. 다른 사람들을 찾아야 한다는 목적성이, 공포와 맞물려서 점점 탄력이 붙었다.

하지만 동시에 생각한다. 나는 바보가 아니다. 이건 초자연 현상이다. 나는 시체 하나를 기준 삼아서 방향을 헷갈리지 않게 조심하면서, 너무 그곳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기 위해 노력하면서, 고개를 돌리….

무언가 보인다.

길쭉한 것.

나무에서 뻗어 나와 가만히 있는 것.

“…….”

나는 천천히 다가갔다.

탄탄하게 꼬아놓은 낡은 줄, 갈색 끈을 무언가에 고리 걸 수 있도록 원형을 그리며 묶어둔….

올가미.

정확히 내 눈높이로 떨어지는, 저 위 굵은 나뭇가지에서 뻗어 나온 올가미가 내 눈앞에 있다.

“……!”

나는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허공에 드리워졌던 올가미가 서서히 안개 속으로 시야에서 사라졌다. 안도의 한숨을 내쉴 틈도 없이, 나는 다시 고개를 돌려 발걸음을 옮겼다.

이번에야말로 무언가가 안개 속에서 실루엣을 드러낸다. 다른 사람의 존재를 기대하며 발걸음을 재촉하면 그곳에는….

목매달 올가미가 있다.

“…….”

어쩐지.

내 주변 나무에 목매단 시체들이, 더 많아진 것 같다.

더 잘 보이는 것 같다.

셔츠, 운동복, 원피스, 정장, 블라우스, 점퍼, 각종 옷을 입은 각종 사람의 시체가 안개 안쪽, 내 시야에 닿는 곳에서 검은 실루엣으로 흔들린다.

소리가 들린다.

뉴스.

-세광특별시의 ■■■숲에서 또 시신이 발견되었습니다. 30대 신모씨는 신변을 비관하여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되며…….

-■■■숲에서 시신이 발견된 것은 올해 들어 벌써 일곱 번째로, 당국은 지하철 연결 통로를 폐쇄하고 안내문을 부착하는 공사를….

나는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차마 시체 틈으로 들어가진 못하고, 조금이라도 시체가 없는 방향으로. 그러면 이번에도….

올가미가 있다.

혼자가 된 너를 위해 준비했다는 듯이.

-■■■숲, 일명 자살 명소라는 악명이 생긴 세광특별시의 숲입니다. 나무에 목을 매단 당사자의 시신이 SNS에 사진으로 퍼지며 더 큰 논란을….

-전문가들은 해당 화제로 인한 악영향에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의 모방을 부추긴다는 겁니다. 이렇게.

“…….”

-너도 포기하고 싶지?

눈치챈다.

‘대체 어떻게 그 많은 사람이 목을 매달 수 있었던 거지.’

죽으려고 해도 준비가 필요한 법이다. 칠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모조리 목을 맸다면, 그만한 양의 밧줄이든 노끈이든 무언가가 필요한 법이다.

사람의 무게를 지탱할 만한 줄이.

그러니까….

‘애초에, 이 숲이, 애초에 목매달 밧줄로 가득 차 있던 거라면.’

-너도 포기하고 싶지?

올가미를 제공해 주고 있던 거라면.

상대의 고요한 임종을 위하여.

이 숲은 칠천 명의 목을 매달게 준비되어 있던 것이다.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 그랬던 것처럼.

“…….”

뒤를 돌아서 뛰어도 돌아온다.

동그랗게 묶인, 밧줄.

[오, 필연적인 전개여.]

[엔딩으로 노루 씨를 부르는군요. 마치 양팔 내민 검은 상자 같지 않습니까?]

하필 비유를 들어도…!

나는 이를 악물었다. 떠올리지 말자. 그때 내가 어떤 상태였는지, 이후에 어떤 상태가 됐는지….

그보다.

‘원래 내가 어떻게 대처했지?’

기억해야 한다.

나는 130666 같은 상태가 아니라도 괴담을 파훼하면서 살아남았었다. 분명, 사람 모습 그대로도 내가 해낼 수 있는 일이 있다….

‘멸형급 재난 속이긴 하지만, 그건 바깥이야.’

이곳의 이상 현상은 좀 더 활로가 있을지 몰랐다.

침착하자, 침착하….

-너도 포기하고 싶지?

올가미에 손대지 마.

‘젠장.’

나는 기이하게도 올라간 내 양손을 붙잡고, 머리 위의 시체를 보지 않기 위해 바닥을 본 채로 생각했다.

그러니까 여기는….

-숲과 지하철역으로 나뉩니다.

“…….”

그래.

‘지하철 역사의 기물은 변하지 않았어.’

안내게시판도, 벽도 그대로다.

단지 나무만 기이할 정도로 많고 안개가 짙어지고, 올가미가 계속 보이는 미로 같은 숲일 뿐.

그렇다면, 안개와 나무가 없는 곳을 뜻하는 확실한 ‘상징’을 나는 알고 있다.

계단.

‘승강장…!’

나는 올가미 너머로 질주했다.

머릿속을 뒤져서, 지하철 기물들의 위치를 더해서 계단의 위치를 찾는다.

조명 달린 천장, 거울, 안내판, 에스컬레이터, 점자타일, 소화전….

그리고.

‘찾았다.’

나는 계단으로 뛰어 내려갔다.

그 순간.

“노루야.”

나는 내가 어깨가 잡혀, 승강장 계단 끝에 서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식은땀에 젖은 은하제 대리님의 얼굴.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막 계단으로 빠져나온 듯, 숨을 몰아쉬고 있다.

손에는 각양각색의 물건이 들려 있었다.

‘아이템으로 다들 빠져나왔구나.’

다행이었다.

나는 한숨을 쉬며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몰래 닦아내려다가… 문득 손이 생각보다 무겁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 손에 시체가 잡혀 있었다.

“…!!”

아까, 내가 다른 사람의 어깨라고 생각하며 휙 내렸던 것은 목매단 시체였던 것이다.

‘X발.’

그리고 나는, 아마도 그 시체가 사라지며 비어 있던 올가미를 계속 보고 있던 것이다.

‘하….’

깨닫자마자 온몸에 주르륵 돋는다.

차마 던지진 못하고, 간신히 손을 떨며 내려놓았다.

깨끗한 승강장 바닥에, 퉁퉁 붓고 비쩍 마른 푸르딩딩한 시체가 툭 놓였다.

남은 감촉에 목뒤 솜털이 쭈뼛 선다.

“괜찮습니까?”

다가온 청동 요원이 재빠르게 체크하듯이 아직 작동하는 장비로 나를 살폈다. 그리고 특별히 ‘홀린 것 같은’ 증상이 없는지, 약간의 안도와 함께 물러났다.

“갑자기 안개가 짙어져서 사람들이 아예 안 보이더라고. 서로 소리만 들으면서 겨우 계단 찾아서 복귀했지. 그 와중에 아이템이 먹통인 게 계속 나와서 애먹고. 그런데….”

계단에 도착해 보니, 나만 자리에 없었다는 것이다.

“도로 나가서 찾아야 하는 거 아니냐는 말 나온 참이었는데, 다행이다.”

감사합니다….

늦지 않게 계단을 찾아 내려와서 다행이었다.

“그래도 다 무사히 빠져나온 거 보니, 괜히 회사가 경력직 우대하는 게 아니다 싶구만.”

“하하….”

힘없는 웃음이 왔다 갔다 한다.

“어쨌든 이걸로 하나는 알았네여. 저 숲속에서 오래 있으면 안개가 짙어지고, 목매단 시체에 홀리는 거져?”

“비슷한 것 같습니다.”

나는 내가 본 빈 올가미 밧줄에 대해서 상세히 공유했다.

사람들이 침음한다.

“매뉴얼 없는 탐사가 이래서 싫다니까. 안 그러냐? 뭐 이것도 저것도 다 지뢰구만.”

“좀 번거롭긴 하져!”

“혹시 공무원 나으리들은 뭐 방법 없습니까? 보니까 느낌 싸한 게 귀신이나 원혼 같은, 정통 괴담류의 불길한 장소, 뭐 그런 쪽 같은데.”

“오, 잘 맞히셨네. 저 안개 낀 숲에서 전체적으로 삿된… 그러니까, 사악한 느낌을 받긴 했는데. 보통 사기라고 부릅니다. 그걸.”

최 요원이 턱을 매만진다.

“근데 이게 숲 자체에서 기인한 건지, 아니면 사람이 너무 많이 죽어서 생긴 건지 모르겠단 말이야.”

“오, 둘 중 하나로 판명 나면 정화 같은 거 할 수 있으세여?”

나와 요원 둘이 시선을 주고받았다.

“…있죠.”

최 요원이 식은땀을 흘리며 씩 웃는다.

“적절한 준비물만 갖춰지면.”

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지금 준비물로 쓸 만한 탄환도 청동이에게 한… 세 발 있나? 맞지?”

“…예. 그리고 모두 대귀용으로, 이런 영역적인 초자연 현상에 쓸 만한 용도는 아닙니다. 게다가,”

청동 요원이 찌푸린 미간을 누른다.

“어느 쪽이든 간에, 재난관리국에 협조하는 영물의 힘을 빌어와야 가능할 겁니다.”

그렇다.

범장군님이든, 어르신이든, 어떤 초자연적 영험한 존재의 힘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이 세광특별시에는 아마도 ‘외부에서 힘을 빌어오는 류’의 장비나 아이템은 다 먹통이고.

한마디로 막막하고 무서운 실정.

‘미치겠네.’

그리고 나는 직후, 하나를 더 깨달았다.

…갈증.

‘목이 말라.’

아마 다른 사람들도 다 비슷한 느낌을 받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물과 식량이 없는 상태로, 과연 여기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후우.’

하지만 일단 누구 하나 죽지 않고 머리를 맞댈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도망칠 수 있는 승강장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자.

‘일단, 저 시체부터 어떻게든 해야 할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며 입을 열려던 순간.

♪♪♪♪♪♪♪♪♪♪♪♪♪

“…!!”

나는 고개를 돌렸다.

승강장에 달린 스피커에서 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처음 들어보는 멜로디었으나, 용도를 예측할 수 있는 형식이었다. 바로….

“…지하철 알림음?”

열차가 진입합니다.

휙.

스크린도어가 없었다면 엄청난 진입풍이 몸에 닥쳤을 것이다.

저 선로 끝에서 무시무시한 속도로 달려온 열차의 불빛이 유리창 너머에서부터 승강장으로 빛을 비추고, 순식간에 스쳐 지나간다.

들리는 안내 음성.

현재 이용객의 부재로 열차는 우리 역을 무정차 통과합니다….

“…….”

“…….”

열차가 굉음을 내면서 사라져 간다. 우리는 스크린도어 너머에서 멀어져가는 열차의 불빛을 보았다….

그리고.

“사람.”

일행들과 눈이 마주쳤다.

“저 안에 사람들이 타고 있었습니다.”

“……!”

그렇게 옵션이 하나 더 생겼다.

-선로를 따라 열차를 추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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