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25화
테마파크 괴담 속 락커룸 한구석에서, 작은 봉제 인형이 말을 하며 사지를 움직인다.
문장만 봤을 때는 기절초풍할 일이다.
내가 이 상황을 만들었다는 것만 제외하면.
–친구?
사라진 육망성 위에서 봉제 인형이 바둥거렸다.
“아,”
그때야 실감했다.
내가 ‘착한 친구’를 인형에 초대하는 것에 성공했다는 것을!
문제는 초대된 게 아는 사람, 아니, 아는 괴물이었다는 점이다.
‘사회자…!’
괴담 화요퀴즈쇼를 진행하던 TV 머리의 괴물.
-꼭 내 새 토크쇼에서도 크루로 합류해 주면 좋겠군요, 노루 씨!
나는 그 미친 괴담에서 탈출할 때의 마지막 장면을 떠올리며 침을 삼켰다.
“…반갑습니다. 사회자님.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
-하하, 나도 반갑습니다! 노루 씨가 멋지게 퀴즈쇼에서 활약했던 게 떠오르는군요. 노루 씨는 그간 잘 지냈나요? 나는…….
-나는.
침묵.
-잘… 기억나지 않는군요. 음… 그래. 잘 지냈답니다. 토크쇼를 진행했죠.
봉제 인형에서 나오던 목소리가 어딘가 희미해지더니, 곧 다시 힘과 친근함이 생겼다.
-중요한 건 우리가 다시 만났다는 거죠!
“…예.”
마치 초자연적인 압도감과 공포가 튀어나오기 전에 뿌옇게 눌린 느낌이다.
‘…착한 친구니까?’
아무래도 저 봉제 인형과 의식이 뭔가 제어 역할을 해주는 것 같다.
그래도 조심해야 한다.
“저, 사회자님. 질문드릴 게 있습니다.”
-편하게 말해보세요, 친구. 아, 그러고 보니 친구사이에 그런 호칭은 좀 서운하군요!
-그냥 브라운이라고 부르면 됩니다. 노루 씨! ‘님’ 같은 낯간지러운 존칭도 뗍시다!
“…그렇죠. 예. 브라운.”
그래. 괴담 속에 사는 TV 머리에게도 이름이 있겠지….
어쨌든 지금은 본론이 시급했다. 나는 최대한 예의 바르게 말했다.
“실은, 지금 테마파크에서 떠나려는데 나갈 길을 못 찾고 있습니다.”
-이런! 테마파크들이 복잡한 구조와 어지러운 길로도 유명하죠. 걱정 말아요. 난 길을 아주 잘 찾는 편입니다!
“…길을 잃은 건 아니고, 마스코트가 출구 게이트를 봉쇄했습니다.”
봉제 인형이 말문이 막힌 듯 잠깐 침묵했다.
-허, 흠…. 독특한 상황인걸요?
제법 인간적인 반응인걸.
나는 이 테마파크의 구조와, 일어났던 일을 짧게 간추려 설명했다.
색으로 나뉜 팀과 구역, 그리고 폭주하던 마스코트들까지.
바닥에 누운 봉제 인형이 쓱 팔짱을 낀다.
-흠. 정말 디바스러운 마스코트들이군요! 그렇게 유난스럽게 구는 존재들이 방송업계에도 있죠.
-다만 등장하지 않은 하나가 신경 쓰이는군요.
등장하지 않은 하나?
나는 반사적으로 떠올렸다.
“…노란 마스코트 말입니까?”
어트랙션에서만 언급되며, 흔적도 없는 마지막 마스코트.
-정확합니다! 노란 꽃이라고 했던가요? 그는 어디 있는지 알고 있습니까?
“…!”
그래.
‘파란 마스코트의 구역도 찾았으니, 노란 마스코트의 구역도 어딘가에 있을지 모른다…!’
거길 찾아서 그쪽 게이트로 나가면….
-이미 죽었겠지만요.
…….
“예?”
노란 마스코트가?
“식물원이나, 온실 정원 같은 공간이 있지 않겠습니까? 꽃이니까…….”
-이런, 노루 씨도 이미 알고 있을 텐데요.
친절한 목소리가 속삭이듯 말한다.
-스스로 확실히 말했지 않습니까? 노란 팀도 파란 구역 외곽에서 눈을 떴다고 말입니다.
“…!”
-노란 구역이 있었다면 노란 팀은 거기서 눈을 떴을 겁니다. 그런 약속 아니었습니까?
“…맞습니다.”
원래 자기가 뽑은 장기말 색깔의 구역에서 눈을 뜨는 게 법칙이다. 그러나 노란 팀은 그러지 못했다.
그건… 정말로 노란 구역이 없기 때문인 걸까?
나는 생각했다.
그리고 잠시 후 입을 열었다.
“……할 일을 깨달았습니다.”
확인해야겠다.
-오, 뭔가요? 같이….
봉제 인형은 마치 일어나려는 듯이 버둥거렸으나, 균형을 잡지 못하고 철퍼덕 엎어졌다.
-어흠, 노루 씨, 날 좀 일으켜 세워주겠습니까?
나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서 키링이 달린 ‘착한 친구’를 한 손에 올려 살짝 들었다.
체온 같은 따스함이 느껴졌다.
-몸을 가누기 어렵군요. 적응에 약간 시간이 걸리겠지만… 걱정 마십시오. 난 아주 유능한 존재입니다!
어련하시겠습니까.
나는 고민하다가, 정장 앞 포켓에 봉제 인형을 넣었다.
봉제 인형이 한 손을 과장되게 치켜들었다.
-자, 가봅시다! …그런데, 어딜 가는 겁니까?
길잡이가 되어줄 만한 곳이다.
대규모 공용 시설에 꼭 하나씩 있는 장소.
“안내 부스입니다.”
* * *
당연하지만 유쾌 테마파크에서도 안내 부스를 발견했단 탐사 기록은 있었다. 전형적인 놀이공원에 있는 건 대부분 다 갖추고 있었으니까.
‘문제는 정상적으로 이용이 안 됐다는 거지….’
간단한 근처 어트랙션 위치 정도는 알려줬다.
그런데 요청 사항이 조금 복잡하거나, 물질적인 것을 요구하면 이렇게 되는 것이다.
안내 마스코트가 ‘회원 전용’ 표지판을 들어 올림.
‘고작 탑승권 가지고는 안 된다는 뜻이지.’
비록 손님으로 취급은 해주지만, 본래 이곳이 너희를 위한 곳은 아니라는 암시로 으스스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용도지만….
‘내 팔에 마침 회원권이 있네.’
사실 탑승권이 회원권으로 바뀌자마자 이런 ‘회원 전용’ 관련 탐사기록들을 몇 개 떠올리긴 했다.
특수 기념품샵, 레스토랑, 줄 없이 입장 가능한 별개의 어트랙션 입구까지.
하지만 되도록 피한 이유도 확실했다.
‘마스코트와 상호작용해야 하니까.’
게이트를 닫아버린 미친 마스코트와 혼자 정보도 없이 접촉하다가 무슨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지 몰랐기 때문이지….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
하지만 이제 위기 알람이 되어줄 괴물 친구가 하나 생겼으니, 한번 가보는 거다.
“브라운. 혹시 저와 대화를 나누는 상대가 기분이 상하거나 제게 위해를 가할 것 같다면, 알려주시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어려운 일도 아니군요!
봉제 인형은 쾌활히 대답한 후, 몇 가지 수신호까지 휙 만들어서 알려주었다. 과연 매스미디어 종사자다운 빠른 일처리였다.
그리고 잠시 후.
-저기로군요. 오, 제법 그럴싸하게 생겼습니다….
나는 ‘착한 친구’가 떠드는 소리를 들으며, 안내 부스로 접근했다. 부스는 불투명한 푸른 유리와 하얀 가림막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리고 내가 가까이 다가가자, 가림막이 열리며 파란 마스코트의 얼굴이 나타났다.
유니폼을 입은 파란 용이다.
“안녕하세요. 이곳의 지도를 보고 싶습니다.”
반가운 듯 손을 흔들던 파란 마스코트가 잽싸게 손을 움직여서 질 좋은 카탈로그 하나를 내밀었다.
‘블루드림 워터파크’의 각종 어트랙션과 레스토랑, 편의시설이 표기된 편리한 지도였다.
카탈로그의 위에는 ‘회원 전용’이라는 문구가 표기되어 있었다.
나는 고개를 들어서 파란 마스코트를 보았다.
“감사합니다.”
어딘가 뿌듯한 기색이다.
“그런데, 전체 구역이 표기된 것도 혹시 있습니까?”
뚝.
파란 마스코트의 움직임이 멎었다.
쪼, 쫄지 말자.
“아마 아시겠지만, 저는 빨간 구역에서 이쪽으로 절차 없이 넘어왔습니다. 혹시 실수하는 일이 없도록… 그쪽에 다시 가까이 가는 건 피하고 싶습니다.”
나는 최대한 태연하고 공손한 목소리로 물었다.
“빨간 구역과 맞닿은 곳은 어디부터 어디까지입니까?”
짧은 침묵.
마스코트가 손을 뻗었다.
여 기 부 터
여 기 까 지
지이익. 파란 마스코트의 발톱에 내가 든 카탈로그 지도가 찢어졌다.
동쪽 끝을 따라 주우우욱.
‘역시, 파란 구역 동쪽과 빨간 구역 서쪽은 아예 맞닿아 있는 구조였나….’
근데… 너무 무섭다.
찢어지는 카탈로그를 든 내 양손이 진동하듯이 떨리고 있다…!
‘살려주십쇼.’
발톱으로 저도 반 갈라 죽이시는 거 아니죠?
나는 마스코트가 지도에서 발톱을 떼는 순간 황급히 고개를 끄덕여 감사를 표했다.
그럼 다음 화제!
“고맙습니다. 혹시 그렇다면….”
툭툭.
“…!”
-쉿.
앞 포켓에서 봉제 인형이 작게 가슴을 두 번 두드렸다.
…이런 뜻이다.
‘상대가 기분이 안 좋아 보이는군요.’
……역시 여기까지였나!
나는 바로 태세를 전환하고 예의 바르게 인사만 했다.
“예. 빨간 구역 근처로는 가지 않겠습니다.”
파란 용은 잠시 가만히 있었으나, 곧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품을 뒤적거리더니 또 예의 ‘블루소다 츄러스’ 봉투 하나를 꺼내서 내게 넘겨주었다.
“감사합니다.”
착 한 아 이
파란 용이 내 팔찌를 톡톡 치며 팔을 거뒀다.
드르륵.
이윽고 안내부스 가림막이 부드럽게 닫혔다.
“…….”
‘후.’
됐다.
나는 쿵쾅대는 심장을 잡으며 고개를 숙였다.
무서워서 죽을 것 같았지만….
-웃고 있군요, 내 친구! 기분이 좋은가요? 원하던 걸 찾은 건가요?
알아냈다.
“예.”
나는 고개를 들고 뛰기 시작했다.
“이제 이동만 하면 됩니다.”
마스코트에게 질문을 좀 더 했다면 시간을 단축시킬 수도 있었겠으나, 역시 안전이 제일이니 지금부터는 제일 믿을 만한 수단을 쓰자.
바로 내 발 말이다.
‘빨리하자.’
시간이 몇 시간 남지 않았다.
나는 어둑해지기 시작한 테마파크의 하늘을 바라보았다.
* * *
몇 시간 후.
해가 졌다.
“후욱.”
나는 계속 뛰고 있었다.
거대한 워터 테마파크를 반 바퀴 샅샅이 살피고 다닌 발이 후들거리고 있었다.
-노루 씨, 많이 지친 것 같은데요?
“괜찮습니다.”
봉제 인형이 안쓰럽다는 투로 물었다.
-이 질문을 할 때가 온 것 같군요. 정확히 어디로 이동하려는 겁니까?
나는 턱에 맺힌 땀을 닦아내며 대답했다.
“노란 구역입니다.”
-호오!
-‘노란 구역은 없다’라는 명제에 우리 모두 동의한 것 같습니다만, 판단을 번복한 이유는?
“번복한 게 아닙니다. 지금도 노란 구역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과거에는 있었겠죠.”
나는 지도를 내리며 앞을 보았다.
일단.
“그때 빨간 구역과 직접 맞닿아 있지는 않았을 겁니다.”
거긴 동쪽은 숲, 북쪽은 출입구, 남쪽은 절벽, 서쪽은 파란 구역이다.
‘지형이 딱 맞아떨어지고, 빈틈이 없다.’
그렇다면….
“파란 구역의 어딘가와 맞닿아 있었던 겁니다. 분명 연결 통로가 있었겠죠.”
그중에서 마찬가지로 출입구였던 북쪽, 빨간 구역과 맞닿아 있는 동쪽은 제외.
남은 건….
-그래서 서쪽과 남쪽을 이 잡듯이 뒤지고 있던 거였습니까? 하하!
정답이다.
빨간 구역과는 다르게, 여기선 날 죽이겠다고 쫓아오는 마스코트도 없으니 이런 노가다성 방식을 쓸 수 있던 거였지.
그리고 마침내 북서쪽 한구석, 화장실 뒤편 화단에서 발견한 거다.
폐쇄된 등산로 같은, 산 위로 이어지는 울퉁불퉁한 흙길을.
-흠. 확실히 이전에는 통로로 트여 있었을 법합니다.
문제는, 이걸 넘어가는 순간 테마파크의 이용 규칙을 어기는 게 거의 확실하다는 점이지.
[관계자 외 출입 금지]
나는 그 표지판을 확인한 후, 살짝 화장실 뒤에서 다시 걸어 나와서 주변을 돌아보았다.
저 멀리 아동용 어트랙션 앞에 서 있던 마스코트와 눈이 마주쳤다.
-흠, 저 마스코트가 신경 쓰이는 겁니까?
“예. 제가 출입 금지 구역으로 넘어가면 분명 눈치챌 것 같습니다….”
-그럼 안 들키면 되겠군요!
“…….”
그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닙니다만….
-이런, 기운 내세요. 어렵지 않습니다!
-내가 있지 않습니까? 친구가요.
‘착한 친구’의 목소리가 어딘가 교묘해졌다.
특유의 자신감과 음흉함, 친근함 같은 것이 전면으로 나왔다.
-내가 도와주겠습니다. 일단… 나를 앞 포켓에서 잠시 꺼내보면 좋겠군요!
그 말대로 해줬다.
그러자 내 손바닥 위에 앉은 봉제인형이 손을 들어 나를 가리켰다.
순간 움찔했다. 화요퀴즈쇼에서 사람을 소각하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따딱!
손가락이 없는 인형의 손에서 손가락을 튕기는 소리가 둔탁하게 울렸다.
그 순간.
묘한 그림자 같은 것이 무겁게 내 위를 덮었다.
“…!”
나는 이제 희미하고, 가라앉아 있다….
-이제… 눈치채지 못할 겁니다. 자, 갑시다.
‘착한 친구’, 브라운의 목소리가 약간 지친 듯 희미해졌다.
“이건….”
-노루 씨의 조명을 끈 겁니다.
-우리는 쇼에서 조명이 비추지 않는 사람을 신경 쓰지 않기로 약속했지 않습니까?
아무래도 ‘소각’만이 사회자의 능력이 아니었나 보다.
‘그 촬영장 자체를 다 본인이 다루고 있었던 건가….’
나는 어쩐지 오싹한 기분이 들어서 봉제 인형을 내려다보았으나, 곧 그게 우선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탈출부터지!
“그럼 이동하겠습니다.”
-아주 좋습니다!
나는 다시 화장실 뒤로 돌아가 폐쇄된 오솔길 앞에 섰다.
그리고 출입 금지 표시를 넘었다.
“…….”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고맙….”
-칭찬은 넣어두고, 일단 이동하죠!
이건 진짜 고마워서 감동할 뻔했다.
나는 내가 낼 수 있는 최대 속도로 가파른 등산로를 올라갔다. 거의 기다시피 하면서.
흙 사이로 부서진 플라스틱 조각과 장식품 같은 것들이 손과 발아래로 찍힌다.
-뭔가 있던 자리는 확실한가 봅니다.
속도를 더 재촉했다.
위로, 더 위로….
그리고, 마침내 길의 끝이 나왔다.
탁.
나는 발을 디디고, 섰다.
언덕의 정상에서 아래가 내려다보였다.
그것은….
-리조트로군요.
어두운 바닷가 옆으로 대규모의 휴양지 건물이 펼쳐져 있었다.
…모 유명 프랜차이즈 테마파크에는, 이토록 거대한 숙박시설도 함께 운영한다고 했던가.
보기만 해도 압도감이 들 규모였으나…….
[플라워 골든 리조트]
이미 다 죽은 시설이었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리조트는 한때 제법 꿈의 장소로 보였을 것 같았다. 그러나 이제는 낡고 페인트가 떨어져 스산하다.
나는 노란 꽃이 활짝 웃고 있는 간판에 금이 간 것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아래, 익숙하지만 더 구형의 기계까지.
-리조트로 들어가는 입구에도 게이트가 있군요!
“예.”
그럴 법했다. 테마파크에서 리조트로 돌아가는 길도 일종의 출구였으니까.
‘찾았다…!’
지친 것도 잊고 다시 달렸다. 내 몸을 덮던 그림자가 훅 빠져나가며 걸음이 더 빨라졌다.
-흠. 하지만 게이트가 여기도 꺼져 있는데, 쓸 수 있겠습니까?
“물론입니다.”
나는 낡은 게이트 기기의 주변을 살펴서 비상조작반을 열었다.
마치 어트랙션에서 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비상전력을 넣었다.
지이이잉.
삐걱거리며, 게이트 기기에 드문드문 불이 들어왔다.
‘마스코트가 눈 시퍼렇게 뜨고 있어서 못 했던 거였지.’
이 정도 조작은 그냥도 할 수 있다.
나는 개중에 가장 온전한 모양새로 불이 들어오는 게이트 앞에 섰다.
숨을 고르고.
마지막 확인까지.
“브라운. 혹시 제가 회원권을 가지고 저 리조트로 들어가면 저 시설을 이용해야 할 것 같습니까?”
-하하! 저 다 낡아빠진 곳을요? 이미 영업은 옛적에 끝난 것 같은데, 이미 주인 없는 부지입니다. 테마파크가 아니라 그냥 땅인 겁니다!
신랄하고 정확한 평가 고맙다, 친구야.
나는 당장 게이트에 내 회원권을 가져다 댔다.
픽.
낡은 게이트 기기가 회원권을 읽었다.
띠링. 기기에 불이 반짝였다.
[◎안녕히 가세요◎]
됐다.
전율을 느끼며, 내가 발을 옮길 때….
-이런, 쫓아왔군요.
뒤를 돌아보았다.
저 멀리, 오솔길을 기어 올라오는 파란 형체가 보였다.
‘…마스코트!’
파란 용이다!
게이트에서 봤던 유니폼 차림의 마스코트가 무시무시한 속도로 가까워지다가… 멈춰 섰다.
그건… 그건,
훌쩍이고 있었다.
“…….”
-쯧쯧. 저 마스코트는 자기가 드라마 주인공인 줄 아는군요. 우리는 빨리 나갑시다!
왠지 찜찜하다.
‘이거 완전히 원한 사는 복선 같잖아.’
괴담 속 존재에게 원한을 사서 좋을 게 없지 않을까?
나는 고민하다가 주머니를 뒤져서, 그나마 남아 있던 것을 찾아냈다.
[앨리스의 피크닉 세트 – 쿠키]
바로 한 번도 사용한 적 없는 이 납작한 쿠키 아이템이었다.
나는 종이 포장된 쿠키를 마스코트에게 가볍게 던졌다.
……
-노루 씨, 당신은 지나치게 선량하군요….
아닙니다.
‘아무튼 전 드렸습니다, 용님.’
마스코트가 해당 쿠키를 손에 받는 것을 확인하는 동시에, 나는 게이트를 넘었다.
착 한 아 이
괴담에서 빠져나간다.
세상이 휘몰아치는 가운데, 희미한 ‘착한 친구’의 목소리가 들렸다.
-음, 이제야 몸에 힘이 들어옵니다!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은….
* * *
눈을 떴다.
나는 내가 서울 한복판, 불 꺼진 텅 빈 17층 연구 1팀 회의실 안에 앉아 있는 것을 깨달았다.
‘…살았다.’
탈출에, 성공했다!
“하!!”
머리끝까지 쭈뼛 서는 해방감에 나는 당장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도 없나?’
시간이 몇 시간이나 흐른 탓에 다들 희의실에서 이동한 것 같았다. 일단 전화해서 나도 탈출했다는 걸 알릴….
어?
손목을 보았다.
[◎ (유쾌) 판타지랜드 회원권 ◎]
아직도 팔찌가 걸려 있었다.
“이게 무슨,”
그리고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
순식간에 탑승권의 형체가 사라졌다.
하지만 뭔가가 남았다.
정확히 탑승권이 있던 자리, 내 손목에 검은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 Socius :
이건 또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