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254화
정리하자.
이자헌 과장은 미치광이 신랑 수업을 진행하는 기숙학교 괴담에 갇혀 있다.
무려 신랑 후보로 발탁되셨다고 한다.
그리고 결혼식을 위한 준비로 매일 밤 피를 한 됫박씩 뽑고 계셔서, 나흘 후 쓰러질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결혼식도 나흘 후라고요.
“그렇습니다.”
미치겠다.
‘왜 태연하냐고!’
사실 이런 류의 괴담에서 결혼식이란 검열삭제로 처리되는 엔딩인 걸 본인도 알 텐데!
나는 뒷골이 당기는 기분을 참았다.
아니, 사실 참을 필요도 없다. 나는 지금 그냥 의식 체계로서 이자헌 과장의 머릿속에 연결되어 존재해 몸이 없으니까. …애초에 그게 사람 몸이 아니라는 건 둘째 치고 말이다.
어쨌든 일단 급한 것부터.
혈액.
-우주 쇼핑몰, 그러니까… ‘우리’에게 아이템을 받아서 부족한 혈액이라도 보충하시면 안 됩니까?
“예.”
왜!
…물론 도마뱀 과장답게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이유가 있긴 했다.
“현재 방식으로 진행하는 채혈의 효력이 부족할 시, 더 사망 위험성이 높은 행위를 지시할 확률이 높습니다.”
한마디로 괴담 입장에서는 ‘왜 안 통하지? 다른 방법을 써봐야겠다’가 되어, 갑자기 하루아침에 피를 다 뽑아버리는 짓 같은 걸 할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일리 있네.’
한숨이 나오지만 말이다.
[이토록 수동적이며 창의성 없는 칼잡이를 위해 내 친구가 시간을 써야 한다니!]
……?
‘브라운!?’
왜 여기… 잠깐만. 세광특별시에서도 브라운은 내 의식 체계의 일부로 판정되어 우주 쇼핑몰의 VIP 쇼핑에 동행했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나는 우주 쇼핑몰을 운영하는 외계인들이 만든 아이템으로 이자헌 과장의 몸에 정신만 들어오긴 했다.
비슷한 매커니즘일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똑같은 판정을 받아서인가?
[오, 정답입니다. 노루 씨! 아주 현명한 추리였습니다.]
그, 그래.
문제는 말이다.
“노루 씨.”
이자헌 과장이 브라운을 아주 잘 안다는 점이다….
바로 내 아이템 사용에 응답해 브라운의 스튜디오를 반파한 외계 파충류였으니까.
“해당 발언은 심야토크쇼 어둠의 사회자입니까?”
-그렇…긴 합니다만.
“그렇군요. 조언이 필요합니까?”
-…그, 음. 떼어내라는 방향으로 조언을 주실 겁니까?
“예.”
[오, 놀랍지도 않습니다. 스튜디오를 테러해 크루를 납치하려는 무례한 칼잡이의 안목과 화술이란!]
위통이 오는 것 같다….
‘아니 지금 발소리 시끄럽다고 교습생 발바닥 갈라서 방음장치 넣어주려는 미친 괴담에서 이게 무슨….’
-……일단 더 급한 건 이자헌 과장님의 현 상황이니, 관련해서는 나중에 대화를 나눴으면 합니다.
“예.”
말 그대로 댁은 길어도 나흘 후에 죽게 생겼으니 말이다.
환장하겠네….
나는 브라운의 심기를 달랜 후, 침음을 참으며 생각했다.
‘이자헌 과장은 육체 제어권을 넘길 생각이 아예 없나 본데.’
어차피 내가 준비해 온 것과도 상황 조건이 너무 다른 판이다.
나는 신랑 수업 체험에서 합격할 수 있게 대리 시험을 쳐주러 온 건데, 이미 합격하다 못해 신랑 후보까지 되는 바람에 정식 교습생이 되어 탈출해야 하는 상황이라니까.
‘이러면 말이 달라지지.’
이 신랑 수업 괴담의 정답지를 고르는 게 아니라, 정답지 이면의 구조적 편법을 파고드는 게 더 구출 확률이 높을 것이다.
나는 곧장 체크했다.
일단… 어둠탐사기록에는 기숙학교의 방침상 침실 밖으로 나갈 수 없다는 것만 적혀 있었는데.
-혹시 야간에 침실 밖을 나가시긴 어렵습니까? 어렵다면 왜 그런지 이유 설명도 부탁드립니다.
“예. 야간에는 건물에 구조적 변칙성이 목격되며, 변칙성이 없는 구간에는 감시자가 있습니다.”
한마디로 밤의 기숙학교는 이리저리 구조가 뒤틀리는 마굴인 데다가 순찰하는 사감까지 있다는 뜻이다. 악몽이 따로 없다.
-직접 나가보신 적은 있습니까? 해보셨다면 목적과 방문지를 알려주셨으면 합니다.
“예.”
그리고 이자헌 과장은 입을 열지 않았다.
‘…뭐지?’
하지만 다음 순간.
이자헌은 나에게 ‘알려주었다.’
‘…!’
정보 덩어리의 공유.
아니… 기억, 감각이라고 불러야 할까. 정제되지 않은 시각, 후각, 촉각, 청각… 감각적 정보 값들이 사고 체계에 입력된다.
내 기억처럼.
나는 어두운 기숙학원의 복도를 소리 없이 움직이고 있다.
커튼이 움직이고, 그 사이에서 순찰 사감이 모습을 드러내려는 순간, 몸이 거꾸로 천장에 매달리며 시선을 피한다.
천장의 조명등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육체의 힘을 제어하며, 벽돌 홈에 손을 넣고 다시 이동한다.
목적지는 정문.
안다.
이 기숙학교 괴담의 체험 교습 중에 만일 낙제할 것 같다면, 최후의 수단으로 정문으로 도주하는 방법을 써볼 수도 있었다.
드물게 성공할 경우에는 주소지 인근에서 깨어난다…는 사실을, <어둠탐사기록>에서도 찾을 수 있다.
백일몽 주식회사 데이터베이스에서도 마찬가지로 찾아볼 수 있으니, 이자헌 과장이 그걸 토대로 이 방식을 시도해 봤다는 건 문맥상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런데 말이다.
사실 필요하지 않았다.
‘…그냥 알았어.’
나는 자연스럽게 이자헌 과장, ‘우리’가 이와 비슷한 배경지식을 바탕으로 판단을 내렸다는 것을 알았다.
공유받았기 때문에.
경악스러운 일체감.
-…‘우리’는 이런 식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겁니까?
“예.”
파충류 외계인들에게는 이런 과정이 항시 진행되고 있는 건가?
그건 확실히, 현대인이 느낄 수 있는 류의 정보 전달 방식이 아니었다. 아니, 전달이라기보다는 경험의 일체화…….
그 와중에도 내 기억이 재정립된다.
길고 숨 막히는 숨바꼭질, 그리고 적절한 무력의 사용을 결합한 끝에 나는….
나는 정문의 자리에 도달했다.
침실에서 해당 위치까지 2시간 48분 14초가 소요. 수면을 포기할 시 재시도가 가능하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우리는 알았다.
왜냐하면 정문이 있던 자리에는
나는 욕을 참았다.
벽만이 있었기 때문이다.
야간 탐색 종료. 침실로 복귀.
이 망할 기숙학교는, 정식 출입구를 모조리 봉쇄한 상황이었던 거다.
아무도 나가지도 들어오지도 못하도록.
‘공포게임 마지막 챕터 같네.’
아무래도 신랑 후보를 다 받아서 모종의 의식 단계에 접어든 게 아닌가 싶다.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말이다.
‘체험 교습이 종료된 것도 이 영향인가.’
게다가 문을 부수거나 창문으로 도주해 봐야….
기숙학교의 주변은 안개와 절벽, 어딘가에서 바닷가 소리가 들리는 숲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해당 장소로 도주했던 탐사자들은 모두 실종되었다.
이 엔딩이다.
한마디로, 이자헌 과장의 기존 장기였던 물리 퇴마와 상성이 안 좋은 류의 고등급 괴담.
그런데 여기서 더 큰 문제가 있다.
‘…이런 일은 원래 없었었는데.’
이자헌 과장, 직원 D가 이런 상황에 처하는 건 <어둠탐사기록>에서 읽은 적 없는 기록이라는 점이다.
나비효과인가?
내가 들어옴으로써 D조의 구성 등에 변경이 생기면서, 이자헌 과장이 죽을 위기도 새로 생긴 걸까.
…느낌이 썩 좋지는 않았다.
그러니 더 괴담 탈출에 협력해야겠지
-친절히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예.”
이윽고 이자헌은 피를 뽑기 시작했다.
아침에 뽑는 것보다야 지금 뽑고 수면이라도 취하는 편이 낫겠지만, 초조하긴 하다.
‘양이 너무 많아.’
…진짜로, 눈에 비치는 손이 살갗이 더 창백해진 것 같았다.
생존에 대한 위기감.
같은 몸을 쓰고 있기에 더 생생히 와닿는다.
‘최대한 빨리 나갈 구석을 만들어야 해.’
나는 잠자리에 드는 이자헌과 동화되어 흐려지는 정신 속에서, 내일의 정보 수집을 다짐했다….
그리고 다음 날.
[메뉴 한번 고리타분하군요.]
아침 식사 자리에서 서빙된 것은 은방울꽃, 사과, 그리고… 삶은 뇌였다.
살구색 소스가 부어진 온전한 뇌의 모습이 고스란히 보인다.
‘제발.’
다행히 크기는 사람보다 작아 보인다. 하….
나는 눈물을 죽죽 흘리고 싶은 기분으로 뇌의 맛을 외면하려 했다. 내 손으로 직접 썰어 먹는 게 아니라는 점에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집중하자….’
나는 이자헌 과장님의 시야에 포착되는 다른 정보들을 수집하려 애썼다.
우선적으로는… 교습생들.
긴 테이블에 둘러앉은 인영은 족히 스무 명이 넘어 보였으나, 옷차림으로 구분할 수 있었다.
신랑 후보가 입는 정결하고 소박한 정복이 아닌, 더 검소해 보이는 질긴 셔츠와 바지 차림이 얼추 열댓 명.
‘저쪽은 체험 교습생인가.’
괴담에 휘말린 사람들 말이다.
새로운 교습생은 받지 않으니, 아마 직전 회차에 불합격을 받은 나머지 계속 체험 교습 생활을 반복 중인 것 같았다.
…이중 일곱 명 이상이 고문이나 다름없는 신체적 훼손 상태인 것을, 그것도 자기가 직접 해당 행위를 하고 있어야 하는 상태인 사람도 몇 명 있다는 것도, 알았다.
평온하고 정적인 기숙학교 식사의 자리에, 그로테스크한 광경이 아무렇지도 않게 끼어들어 있다.
‘…후.’
기이할 정도로 평온해서 더 오싹한 광경이었다.
‘…….’
침착하자.
심호흡하는 심상을 그리며, 나는 시야의 다른 정보로 집중을 옮겼다.
이번엔 다른 쪽.
‘신랑 후보들.’
이자헌 과장과 동일한 형태의 정복을 입은 자들은 테이블의 상석에 앉아서 부드럽게 대화를 나누고 있다….
…묘하게 그 얼굴이 흐릿해 보였다.
아니, 얼굴뿐만 아니라 정복 이상의 정보를 뇌에서 거부하는 것처럼 잘 해석되지 않는다.
마치 필터를 거친 듯이.
[오, 노루 씨. 그건 이 칼잡이의 특성이 아니겠습니까?]
특성?
[이 파충류 작자가 예술과 미학을 모르던 이유 하나를 이곳에서 찾아내는군요.]
[바로 자기들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것만 해석하는 감각 체계입니다. 오, 이 얼마나 오만하고 원시적인 방식인지!]
잠깐.
그러니까, 우주 쇼핑몰의 파충류 외계인들은… 필요하지 않은 감각 정보는 인지하지 않는다는 거잖아.
‘그거 오염 방지책 아닌가?’
해로운 것을 걸러내고 받아들이는 것 말이다.
그러고 보니, 이자헌 과장님이 오염에 시달리거나 하다못해 괴담에 영향을 받은 모습을 보이는 걸 목격한 적이 없다.
아무래도 ‘우리’의 특성이었던 듯하다.
‘어쩐지!’
의문이 하나 해소되는 것을 느끼며, 나는 우선 신랑 후보들에게서 시선을 뗐다.
‘저쪽은 인간이 아니라는 거군….’
확실히 이런 류의 시설 괴담 중에는 애초에 사람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곳이 아닌 경우도 잦다. ‘눈먼 자들의 저택’, 그 전시회 괴담처럼 말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체험 학습을 통과하는 정도가 아니라, 정식 신랑 후보생으로 선별되는 경우가 없던 건가.’
혹시 이자헌 과장도 근본적으로는 일반 사람이 아니라, 파충류 외계인이기 때문에 선별을 통과한 걸지도 모르겠다.
‘…….’
일단은 오케이. 기억해 두고.
다음은 테이블에 가장 상석에 앉은 길고 호리호리한 인영을 주목했다.
사감.
이 기숙학교의 교육자.
-과장님, 교육 사감에게 집요하지 않은 수준으로 결혼식 관련 질문을 하는 건 비교적 안전합니까? 긍정은 한 번, 부정은 두 번 눈을 깜박여 주십시오.
이자헌의 시야가 느리게 한 번 닫혔다가 열린다.
긍정.
-그럼 이 질문을 부탁드립니다.
교육 사감은 친절히 나를 보고 있다.
나는 질문에서 폭탄을 걸러낸다.
우선 신부에 대한 직접적인 질문은 제외.
-음… 무례하다고 생각하나 봐…. 같이 들어갔던 사람이… 입을 코바늘로 봉합 당했을걸…. 훈육의 의미로….
학교에 대한 파고들기식 질문도 제외.
-아, 기숙학교를 누가 운영하는지 막 캐묻다가 퇴소당한 사람이 있었어. 숲에서 실종 처리됐을걸…. 연구팀에게 웃돈 받고 질문한 거 아니냐는 소문도 돌았는데.
그리하여, 좀 더 개인적이고 교습생 신분에서 할 만한 질문을 골랐다.
-혹시 결혼식에 서지 못하고 탈락하는 신랑 후보도 나올 수 있나요?
나의 질문을 이자헌이 말한다.
그리고 교육 사감은 친절하고 엄격하게 대답하여 주었다.
하지만 나는 그것에 대해서 구어체적 표현으로 설명할 수 없다.
분명히 사감은 청각적인 방식으로 내게 응답하여 주고 있으나, 생각과 묘사는 마치 고전 속 일기처럼 장문의 회상문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실로 기이한 강제력이었으며, 이는 마치 연기로 소통하려 애를 쓰는 내가 제대로 된 문장을 구사할 수 없던 그 장면과도 같았다.
그러나 신랑 수업이라는 글의 주제에 걸맞도록, 이 우아하고 유려한 방식으로 사감의 말은 내 머릿속에서 받아들여진다.
그것은….
단 한 명을 제외한 신랑 후보는 모두 탈락한다는 부드러운 설명이다.
‘…!’
-그렇다면 탈락한 신랑 후보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교육 사감은 친절히 대답한다. 신랑이 되지 못하고 탈락할까 염려하는 교습생의 불안을 달래주듯이, 사감은 성 안티쿠스 기숙학교의 너그러운 표어를 다시 한번 강조한다.
격려와 도움.
정식 교습생도 아닌 체험 학습의 지원자들에게도 최선을 다하여 신랑의 미덕을 가르치듯이.
심지어 지금 신랑 후보 자리가 모두 만석임에도 불구하고 체험 학습 신청자들이 수료할 때까지 기다려주고 있지 않은가.
그들도 모두 결혼식에 참석할 것이다.
탈락한 신랑 후보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사감은 후보들의 경우 결혼식에서 더욱 중요하고 영광스러운 역할을 맡을 것이라 말하여주었다.
-그게 무엇인지 여쭤봐도 될까요?
사감은 흔쾌히 묘사하여 주었다.
바로 결혼식의 기념품이 되는 것이다.
이는 신랑의 성장을 나타내는 아름다운 예술품으로, 그 예술의 일부분으로서, 식의 중요한 구성요소로 결혼식 내내 함께할 것이다.
그리고 식이 끝나면 하객들에게 답례품으로 나누어질 수 있다.
결혼식을 회상할 영원한 기념품으로.
…….
…….
-감사합니다.
사감은 내 예의 바른 감사에 대해 칭찬하며, 신랑 후보들에게 덕담을 할 것을 요청한다.
그리하여 아침 식사를 막 끝마친 신랑 후보들이 유려하게 내놓는 덕담 속에서, 나는 생각했다.
‘조졌다.’
이거 탈락하면 기념품, 합격하면 신랑이었구나.
차라리 신랑이 되는 편이 낫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차라리 기념품이 되는 게 덜 고통스러웠지.’ 같은 평이 나올 것 같다.
아니, 뭘 골라도 시궁창이다….
‘젠장!’
오전 수업이 끝난 막간, 다급히 이자헌 과장에게 홀로 화장실에 갈 것을 부탁한 후에 물었다.
-결혼식 당일까지 탈출하지 못하면 성화 폭격을 하실 생각 없습니까?
아무래도 그게 가장 명쾌한 답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지금 보니 사람들 어차피 다 죽게 생겼다. 차라리 성화 포격을 갈겨서 대혼란 상태가 되면 몇 명이라도 살아남겠다.
‘그러고 안전가옥으로 가면 안 되나?’
하지만….
“예.”
…?!
-사망자 발생 가능성 외에 다른 이유가 있는 겁니까?
“예.”
-설명해 주셨으면 합니다.
“예. 이자헌 개체를 포기하는 쪽이 우리에게 경제적이기 때문입니다.”
-…….
잠깐만.
-경제적이라는 게… 무슨 의미입니까?
“현재 이자헌 과장이 고립된 장소는 현실과의 연결점이 닫힌 상황으로 에너지의 투입이 어렵습니다.”
…….
“이 상황에서 장소를 추적하여 성화 포격을 진행할 시, 이자헌 과장의 신분과 육체보다 더 큰 비용이 들 것으로 우리는 예측합니다.”
그러니까.
아무래도, 이 장소가 진입 방법이 다 사라져서 내가 심야토크쇼에서 탈출할 때보다 도리어 큰 비용이 든다는 이야기 같다….
하지만 그렇다면,
-이자헌 과장님이 백일몽에서 버는 돈도 충분히 많지 않습니까? 미래 가치를 생각하면요.
“성화 포격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
기이한 판단이었다.
‘우리’라는 저 외계 파충류들은 이자헌을, 자기 집단에 속한 개체를 일종의 작은 일부로 취급하는 것 같이 느껴진다….
심지어 이자헌 본인까지도.
마치 거대한 벌집 속 꿀벌 하나나 거대한 생명체의 세포처럼 말이다.
모든 경험이나 정보를 공유하기 때문인가?
[하이브 마인드라고 불리는 개념이지요. 노루 씨! 물론 20세기의 공상과학적 상상이지만 제법 그럴싸하지 않습니까?]
[물론 당신처럼 흥미롭고 다채로운 인물은 저 치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친구!]
…….
모르겠다.
하지만.
-과장님.
내가 구출하고 싶은 건, D조의 이자헌 과장이다.
-과장님은 살고 싶으신 게 맞지요? 그러니까, ‘우리’의 의사 말고 과장님이 말입니다.
잠시간의 침묵.
그리고.
“예.”
좋아.
-그럼 최선을 다해 봅시다.
나는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오늘 얻은 정보를 조합한다. 교습생, 신랑 후보, 사감, 질문, 결혼식, 우리…….
우리.
신랑 후보를 보던 필터링된 시야.
-…과장님. 혹시, 오염이 잘 되지 않는 상태신 건 맞습니까? 그냥 평범한 백일몽 현장탐사팀들보다 말입니다.
“예.”
…그렇다면 말이다.
‘뭐가 하나 떠오르긴 했다.’
[오!]
이거, 정말 미친 생각 같지만….
-제게 육체 주도권을 넘기는 게 꺼려지신다면, 요청하는 대로 수행해 주시는 건 가능합니까?
“예.”
-감사합니다.
-일단 오늘 밤부터 피를 뽑지 마십시오. 그리고….
그리고… 말입니다.
나는 침을 삼키고 싶은 기분으로 말을 이었다.
-혹시 저 말고 다른 쪽에게 육체 주도권을 잠시 넘기실 생각은 없습니까?
“‘다른 쪽’이 누구입니까?”
음.
그게 말입니다.
-…심야토크쇼 사회자, 브라운입니다.
[오?]
미친 소리 같겠지만, 이게 최선의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