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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289화


도서실로 가는 발걸음 소리는 빠르고 잦고 작다.

세광공고 학생 교복 둘과 가지각색의 타 고등학교 교복 넷으로 구성된 일행은 숨을 죽인 채 발을 옮겼다.

학생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절박하고 깊은 안색으로.

벽과 바닥에 달린, 희생자들의 버둥대는 사지와 숨소리를 피해서 이동한다.

그러다가….

“바닥,”

청동 요원의 말에 사람들의 시선이 움직인다.

“바닥을 보십시오.”

“…!”

살점이 다시 꿈틀대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발걸음이 더욱 빨라졌다.

다행스러운 것이라면 위로 갈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여기!”

1층의 끝.

홀로 미닫이 형태인 나무문 앞에서 멈춘 나를 따라 우리는 문을 개방했다.

한빛도서관에 돌아가며 이결과 방문했던 곳.

[도서실]

드르륵.

짧은 소리와 함께 내부가 드러났다.

책장에 책이 들어찬 장소라는 점에서 한빛도서관과 유사하지만, 구조상 학교 안이라는 현실감이 있는 도서실.

그리고.

“이 책장.”

나는 즉각 책장 하나를 찾아냈다.

창문 옆에 있는 하나짜리 책장은, 숨겨진 책을 찾아낼 시 뒤로 밀리며 한빛 도서관의 다른 구역으로 이어지는 통로가 된다….

“…어떤, 강력한 존재가 있는 초자연 현상으로 이어지는 통로입니다.”

하지만.

“잠깐만, 이거… 그믐에는 안 열리는 것 같은데.”

“…….”

“전학생, 책이 없다고.”

우리는 책장의 통로를 열 수 없었다.

‘검은 그늘 속에서’ 괴담이 활성화 중인 이날에는, 한빛도서관으로 갈 수 있는 책 자체가 책장에 없던 것이다.

순간 심장이 서늘해졌으나 즉각 정신을 바로잡았다.

‘그래도 이 학교가 한빛도서관 안에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

그리고 이 책장 너머에 한빛도서관으로 이어지는 통로가 있었다는 점도 마찬가지다.

“괜찮아.”

나는 머릿속에서 다급히 추론을 뽑으며 대답했다.

“통로가 지금은 나타나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런 건 어떻습니까? 본래 통로가 나타나야 하는 부분에 부적을 숨겨 두는 겁니다.”

“…! 아예 통로랑 겹치는 부분에 숨기자? 책장 뒤에.”

“예.”

“괜찮네. 포도가 역시 발상이 좋아. 그럼 요원님들, 힘 좀 써봅시….”

“과장님, 책장을 옆으로 옮겨주셨으면 합니다.”

“예.”

그리고 이자헌 과장은 준비도 없이 즉각 책장을 들어서 옆에 두었다.

“…도마뱀 선생님, 여전히 이직하실 생각 없습니까?”

“예.”

“거참 아깝네.”

마치 농담처럼 그런 말을 하면서도 요원들의 표정은 진지했다.

청동 요원은 다급히 책장이 치워지며 드러난 벽을 보았다. 나도 같은 것을 보았다. 금속색이 번들거리는 직사각형의 공간, 언젠가 카지노 역에서 고영은 씨가 나를 숨겨주었던 것과 동일한….

저거!

“소화전에 넣으면 될 것 같습니다!”

“소화전… 말입니까?”

“예. 그럼 딱 적당….”

하지만 나는 요원들의 표정을 보며 입을 다물었다.

설마.

“제게는 그냥 하얀 벽지로 보입니다.”

“…….”

“소화전은, 보이지 않습니다.”

젠장.

아무래도 이것 역시 게임에 구현되지 않은 요소라 ‘검은 그늘 속에서’에 오류로 들어온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듯하다.

“괜찮습니다. 뒤뜰 때처럼 보이는 사람이 하면 됩니다.”

나는 당장 손을 뻗었다.

“주십시오. 제가….”

어디 있지?

“…….”

얘들아, 어디 있니?

다시 왔단다.

놀이 끝났는데 왜 안 보이니?

우리는 숨도 쉬지 않고 움직였다.

유리 초롱이 내 손에 넘어온다. 다급히 손으로 껴안은 채 소화전을 열고 그 안에 자리를 만든다.

“먼지나 그을음이 있다면 닦아내야 합니다.”

다급히 소화전의 안을 뒤적이는 내 손에 먼지가 묻는다.

뒤에서 요원들이 바깥을 경계하는 듯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으나 차마 돌아볼 생각도 하지 못했다.

찾아간다늦었다

빨리, 빨리.

“이제 손에 묻은 모든 걸 최대한 깨끗한 면으로, 안쪽 소매로 닦으십시오. 얼른. 깨끗하게.”

속삭임은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았다. 나는 숨을 참은 채 손에서 먼지를 털어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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