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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306화


난데없이 세광특별시 지하철역에서 백일몽 연구원 수십 명을 목격했다.

그리고 눈이 마주친 이 미친 현실.

‘망할.’

나는 반사적으로 내 얼굴로 손을 가져갔다.

거기 매달려 있는 것은 여느 때처럼 나뭇가지처럼 솟아난 뿔이 달린 가면이었다.

그게 무슨 뜻이냐 하면, 나는 노루로 근무하던 때와 똑같은 인상착의라는 뜻이다.

‘젠장…!’

알아보는 연구원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혹시 문제가 될까 봐 외계 도마뱀 몸으로는 세광특별시에 진입하지 않았는데.’

혹시 그 완력이 도움이 될지도 모르는데도 포기하고 온 건 안전을 위해서였다. 내 잠든 정신에 영향을 줄지도 모르니까.

그런데 도리어 이런 정신 건강에 안 좋은 돌발 사태를 마주할 줄이야.

“뭐?”

“현장탐사팀?”

나를 삿대질한 사람의 목소리를 따라 담장 너머에서 연구원들이 고개를 내밀기 시작한 순간.

‘…잠깐만.’

나는 뒤돌아 가면을 바꿔 썼다.

노루에서 고양잇과.

새롭게 받았던 신분의 가면으로.

“……어?”

나를 삿대질했던 연구원이 멍한 표정을 짓다가 소리쳤다.

“어어? 자, 잠깐. 저 현장 직원… 가면이 바뀌었습니다!”

“예?”

“아니, 방금 분명, 이렇게… 뿔 같은 게. 저기요! 그쪽 지금 가면 바꿨죠!”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습니다만….”

“아, 아니, 분명 봤는데!”

“혹시 환각 아닐까요?”

“환각?”

“역시 어둠이 맞잖아, 젠장!”

연구원들의 관심은 증언만 있는 현장탐사팀보다 즉각 자신들이 처한 상황으로 돌아갔다.

나를 삿대질하던 연구원은 여전히 납득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으나, 나는 일단 무시했다.

“저기, 여기 대체 어떤 어둠입니까? 댁은 누구고요.”

후우.

“사실 저도 모릅니다.”

“…!”

“정확히 말하자면, 제가 누군지 답변드릴 수 없을 만큼 오래 여기 갇혀 있었습니다.”

그래도 일단 살려보려면 이게 맞겠지.

나는 진지하게 말했다.

“하지만 하나는 확실히 기억합니다. 여기는 위험하니, 저쪽으로 내려가세요.”

“예?”

그리고 손가락으로 내가 올라온 계단 아래를 가리켰다.

“…지하철?”

“예. 여기로 내려가셔서 열차를 탑승하세요. 그러면 최소한의 안전은 확보할 수 있….”

“아, 예예.”

툭, 연구원 중 하나가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말을 끊었다.

“아니, 이야기는 들어봐도….”

“쯧. 이런 데에서 장기 실종된 오염자 말 믿는 거 아니야.”

“아~”

“거리 둡시다. 자극도 하지 말고요. 그게 제일 좋은 매뉴얼입니다.”

말도 걸지 말라며, 나를 피해서 사람들을 당겨서 자기들끼리 대화를 나눈다.

하지만 곧 뒤에서 심각성을 파악한 자들의 말투가 점점 다급해진다.

“보안팀 호출이 안 됩니다!”

“자, 잠깐만. 안 된다고?”

“그럴 리가 없는데, 호출기는 원리상 어떤 어둠에서든 통해야 하는데….”

“그 비싼 게 안 들 리가 없다고요.”

결국 무리 속에서 초조하게 다니던 연구원 하나는 책임소재를 추궁하기 시작했다.

나는 가슴팍에서 코팅이 번들거리는 사원증을 보았다.

연구 2팀

최명진 팀장

무려 팀장까지 이 자리에 있던 것이다.

어둠탐사기록에서 몇 번 봤던 이름이기도 했다. 부패한 제약회사의 간부답게 원가절감으로 사건사고 일으키는 클리셰를 충실히 재현해 주는 인물이었지.

하지만 오늘은 그 역할은 아닌 듯했다.

“곽 과장. 자네 짓 아니야?”

“예?”

“이런 미친 짓 저지를 만한 인선이 자네 말고 또 있어야 말이지!”

“하하하, 무슨 말씀이세요. 최 팀장님.”

곽제강이 피식 웃는다.

“이 연구진은 모두 별관의 연구동에 있었다는 것 외에는 공통점도 없는데, 왜 저한테 와서 이러시는지…. 거참, 연구자가 아니라 정치인 같으십니다.”

“뭐, 뭐?”

“그러고 보니 궁금합디다. 이 어둠을 알아보시는 분은 없습니까? 우리 회사에서 보유 중인 어둠에서 문제가 생긴 걸 텐데요…. 정체만 추리하면 그만 아니겠습니까?”

“아!”

그리고 주택가를 배경으로 하는 온갖 괴담이 연구진의 입에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모퉁이의 여자, 구슬 골목길, 저 너머에서 오는 놀이터, 가로등 그림자놀이….

그리고 점점… 패닉을 벗어나다 못해 긴장감도 사라지기 시작했다.

[오, 그야말로 방심하고 있군요.]

그래.

‘일단 어떤 괴담인지만 알아내면 매뉴얼대로 할 수 있잖아? 그럼 쉽지.’

그런 류의 발상인 것 같다.

오만함이다.

‘자기들은 매번 현장탐사팀이나 민간인들을 어둠에 밀어넣기만 했으니까.’

그 문외한들도 했는데, 괴담을 잘 아는 자기들이 들어가면 당연히 매뉴얼대로 하고 나올 수 있을 거라는 무의식 중의 화이트칼라 우월주의적 사고다.

‘…후우.’

딱 한 번만 더 이야기하자.

“여러분, 대화는 최소한 승강장에서 나누는 게….”

“예예. 알겠습니다. 일 절만 합시다. 들었으니까. 뭐… 그쪽이 우리 하는 것 보고 따라서 탈출하는 건 말리지 않을 테니까.”

그리고 픽 웃는 것이다.

“여기서 아무도 댁 아는 분이 없는 걸 보니 지사 사람 같은데… 현장 직원이 연구원한테 충고할 생각은 하지 말고.”

“…….”

[친구, 이들에게 교훈을 주기를 원합니까?]

아니… 됐다.

나는 자기들끼리 이동하는 그 연구원들을 그냥 따라가 줬다.

그 그룹에서 위화감을 찾아냈기 때문이기도 했다.

‘저 두 사람.’

적극적으로 떠드는 사람들 사이, 자기들끼리 살짝 외따로 떨어져 있는 두 인물.

이상하게도 다소 소극적이며 창백한 표정을 짓고 있다.

‘……저거.’

그리고 나는, 그들의 인상착의를 알아보았다.

‘프로젝트 회식 자리.’

바로 호 이사의 프로젝트 성과 기념 단체 회식에서 보았던 인상착의였다.

대다수의 인원이 가면을 쓰고 있었으나, 현장탐사팀의 가면처럼 인지 저해 효과까진 없는 가면을 쓰고 있던 자들이 앉은 테이블도 있었다.

‘그게 연구진용 테이블이었나….’

그래. 생각해 보니 당연했다.

이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해 재난관리국 요원까지 끌어들이는 것도 마다않던 호유원이, 오직 현장탐사팀으로만 프로젝트를 꾸렸을 리가 없다.

‘당연히 연구팀도 섭외해서, 봉쇄된 멸형급 재난 진입 방법을 연구했겠지.’

그리고 지금 저 사람들은 세광특별시 한복판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후우.’

안 좋은 예감 속에서, 나는 마침내 두 사람과 시선이 마주쳤다.

“…!”

역시 저쪽은 나를 알아보는군. 회식 자리에서 이 가면을 쓴 모습을 봤으니 말이다.

그래서 나는 천천히 입 모양으로 말을 걸었다.

이렇게.

‘호 이사 프로젝트.’

“…!!”

‘보고.’

“…….”

창백하게 질린 사람들은 나를 뭐로 오해한 건지는 몰라도 서로 얼굴을 마주 보더니, 한 사람이 다급히 입을 벙긋거렸다.

그 움직임으로 글자를 읽어냈다….

진…입방법개발중사고…….

‘진입 방법 개발 중 사고.’

‘…!’

잠깐만.

나는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으로 그것을 보았다. 그러니까….

‘…호 이사가, 세광특별시에 진입할 다른 방법을 계속 개발하고 있었구나!’

그래.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

호유원으로 추정되는 백일몽 이사는 위키에서도 각종 방법으로 악착같이 세광특별시에 진입하려 기를 썼으니까.

지금 우물을 통한 진입을 성공했지만 그걸로는 안에 있는 것을 가지고 나오는 것에 제한이 있으니, 지금도 다른 방식을 더 시도해 보는 중이라 해도 어색할 건 없었다.

그렇다면 저건… 성공인가?

‘아냐.’

성공이라면 저 연구원들이 저렇게 창백할 리가 없다. 그러니까 지금 이 상황은 실패의 결과다.

근처의 연구원들과 모조리 함께 왔으며, 표정을 보아하니….

‘실종이다.’

일방향으로 세광특별시로 전송해 버린 것이다.

나갈 출입구 없이.

‘…….’

그 와중에 다른 연구원도 다급히 주변의 눈치를 보며 입을 벙긋거렸다.

나갈방법을알려주세요제발

…해석할 필요도 없이 읽혔다.

여기가 멸형급 초자연 재난 속이라는 것을 이미 눈치챈 저들은 계속 허옇게 질려 있던 것이다.

섬뜩함으로 털이 쭈뼛 선다.

‘잠깐만, 그러니까….’

저 연구진들이 전부.

진짜 몸으로, 여기 휘말려서 와있는 거라고?

세광특별시 지하에 수십 명의 백일몽 연구진들이… 갇혔다고?

그것도 이 역에?

“후우, 일단 가능성이 있는 건 추렸습니다.”

그 와중에 토의를 마친 연구원들은 자신들이 만든 어둠 목록을 보고 있었다.

“그럼 이 셋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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