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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329화


숨 막히는 침묵이 흐른다.

눈앞에는 도마뱀이 있다.

나를 사이비 종교 앞잡이로 생각하는… 아니, 상황적으로 맞는 표현이긴 한데.

“…….”

“…….”

안 되겠다!

“형님~”

나는 활짝 웃으며 다시 간신배처럼 양손을 비비며 말했다.

“죄송해요. 저희 과장님이랑 너무 닮으셔서… 과장님으로 불러도 괜찮을까요? 처음 뵙네요. 이렇게 본 것도 인연인데, 솜 든 몸님에 대해서 궁금하시다고요?”

“아닙니….”

“너무 좋은 생각이십니다! 이쪽으로 오세요!”

그리고 마치 길거리에서 사람 납치하는 사이비 종교처럼 도마뱀을 끌고 2번 칸과 3번 칸 사이로 갔….

[친구!]

으아악!

“잠시만요, 잠시만요….”

브라운은 벨벳함에 고이 모셔두는 척 다른 인형으로 바꿔치기하고 진짜 ‘착한 친구’는 내 주머니에 넣었고.

[내 대역이라니, 오, 저 솜인형이 이 과분한 영광을 충분히 즐기길!]

후우.

그렇게 1번 칸으로부터 한 칸 이상 떨어지니, 북적이던 인파가 줄어들었다.

간간이 잠들지 못하고 앞 칸 도파민 잔치에 합류할까 고민하는 쉘터 주민이 우리에게 호기심 어린 시선을 던졌지만, 칸과 칸 사이로 들어오자 따라오진 않고 사라졌다.

드르륵.

나는 2번과 3번 칸 사이, 작은 통로로 들어가 문을 닫자마자 자리에 주저앉았다.

“…과장님.”

정말 힘들다….

“포도 씨.”

“저희끼리 있을 때는 노루라고 부르셔도 괜찮습니다….”

포도씨유가 생각나는 호칭을 멈춥시다….

“예.”

어쨌든, 쪽팔림은 쪽팔림이고 반가움은 반가움이다.

“세광시에 이번에 진입하신 겁니까? 아니, 그, 음. 그러니까 진입 이유를 여쭤보는 겁니다.”

“예.”

그리고 설명이 이어졌다.

요약하자면, 내가 이 열차에 박혀서 안 나온 지 며칠 지나니까 호 이사가 타 팀을 투입해서 정보를 뽑아야 한다고 날뛴 듯하다.

“직전 진입 팀이 현재 탐사지역에서 어떤 일을 수행 중인지 확인 후 보고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으음. 이해는 갔다.

이렇게 장기간 세광특별시에서 안 나온 건 또 거의 없던 일이니까. 궁금할 만은 하지.

“그래서 바로 열차로 방문하신 겁니까?”

“아닙니다. 자정역에 우선 방문하여 사태를 확인했습니다.”

아!

“신체 카지노에 방문하셨군요.”

그러고 보니 해금 요원님께 일 정리되는 대로 연락해 주시겠단 말을 들었는데, 아직인 걸까?

“혹시 특이 사항이 있습니까?”

“예. 신체 카지노가 영업을 중단했습니다.”

“…!”

대박.

하지만 동시에 머릿속에서는 ‘그럴 줄 알았어, 역시!’라고 외치는 뇌세포가 있었다.

‘해금 요원님께서 자신 있게 두 사람 요청해서 뽑아가실 때부터 심상치 않았지.’

역시 그분께 카지노를 부탁드린 건 올바른 선택이었다!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해당 내용을 경청할 준비를 했다.

아무래도 카지노 자체를 왕창 털어버리셔서 카지노가 버티다 못해 자체적으로 문을 닫은 게 아닐까 싶….

“영업 정지 처분을 받았다고 합니다.”

……?

“누가… 그런 처분을?”

“모릅니다.”

말문 막힐 뻔했다.

“추측해 볼 수 있도록, 자세한 정황을 이야기해 주시겠습니까?”

“예. 당시 투입된 3인은 신체 카지노에 입장한 이후 각자 행동하며 반나절 간 도박을 지속했다고 합니다.”

이자헌 과장은 특유의 고조 없는 말투로 덤덤히 설명을 이어나갔으나, 내용 자체는 무슨 미친 도박장 영화 시나리오가 따로 없었다.

“슬롯머신을 조작하려다가 걸렸다고요?”

“딜러랑 다른 방문객이 게임하는 걸 보다가 그 사람 손등을 칼로 찍었다고요?”

“…도박 중독자들을 부추겨서 누가 이기고 지는지 스포츠 토토처럼 따로 코인을 걸게 만들었다는… 말씀이군요. 수수료를 떼고.”

“……자기를 밀치고 ‘기운이 좋다’라며 테이블을 차지하려는 중독자를… 예, 알겠습니다. 그 중독자의 생사 여부는 파악이 안 된다고요…….”

그냥… 주어가 느껴졌다.

‘강이학 씨… 진나솔 대리님….’

그리고 깨달았다.

해금 요원님…!

‘다른 직원들… 어그로 끌려고 데려가셨던 거구나.’

돈에 미친 인간과 피도 눈물도 없는 인간, 둘 다 카지노와 엄청난 상호작용을 일으킬 것 같은 인선이다.

대체 그 난장판에서 해금 요원님은 뭘 노린 걸까….

그 질문에 대한 답도 도마뱀 과장은 금방 출력했다.

“같은 시각, 팀장에 해당하는 탐사 인원은 카지노 내부에서 도면을 찾아냈다고 합니다.”

도면?

“어둠으로 변하기 전, 해당 역 인근에서 영업하던 카지노의 도면을 의미합니다.”

…!

-자정역의 ■■시티 로얄 카지노는 더 이상 외국인 전용이 아닙니다. 방문하실 승객께서는 언제든 카지노에서 머신을 즐겨보세요.

분명 그런 명칭이었지.

‘그러면 확실히 힌트는 됐겠어.’

괴담의 원천에서 정보를 얻어내는 거니까 말이다.

“혹시 기존 도면을 통해 신체 카지노의 비밀 공간을 찾아내려는 시도였습니까?”

“예.”

오!

“그렇다면 그 비밀 공간으로 어떤 활로를 찾아내셨나 봅니다.”

이자헌 과장이 무표정으로 대답했다.

“불법 영업의 신고 증거로 삼았습니다.”

“…….”

“현행법상 도면에 없는 비밀 공간에서 VIP용 비밀 도박을 알선하는 것은 불법입니다.”

아.

“탐사 직원은 해당 도박장이 국가 시설에 위치한 점을 들어 영업정지에 해당하는 위법 행위임을 강조, 공무원증을 보여주며 영업 금지 처분도 가능하다고 발언했습니다.”

요원님…!

‘승부사 기질을 거기서 발휘하셨던 겁니까…!’

그리고 그건 훌륭하게 먹힌 듯했다.

“카지노 딜러로 보이는 개체들은 혼란스러운 반응을 보인 후, 모든 인원을 카지노 바깥으로 내보내며 문을 닫았다고 합니다.”

“…….”

“이후 해당 역의 카지노 문 앞에는 ‘리모델링 중’이라는 표지가 붙어 있는 것을 직접 확인했습니다.”

감사 피하려고 문 닫은 거구나….

관념과 규칙에 지배당하는 괴담의 속성을 꿰뚫는 공략법이었다.

‘그리고 정말 공무원이라 떠올릴 수 있는 발상이다….’

나는 입을 다물지 못하며 경탄한 채 그 결과를 받아들였다. 이거야말로 어둠탐사기록에서 ‘이레귤러’로 기록될 탐사였다.

잠깐만.

“그런데 그분이 영업 정지 처분을 한 거네요.”

“예.”

“근데 왜 누가 한 건지 모른다고 하신 겁니까?”

“해당 팀장의 구체적 신원을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아…….

나는 그저 익숙한 도마뱀의 맛에 고개를 끄덕였다.

“?”

어쨌든 그렇게 탐사 인원들은 다들 무사히 카지노 바깥으로 나왔으나, 해금 요원님은 카지노에 다른 이상 현상이 없는지 관찰하시겠다며 역에 남으셨다고 한다.

‘…완전히 안전히 확보된 걸 확인한 후에 나를 부르시려고 한 거구나.’

더해서 이 세광특별시 지하를 좀 더 탐험하고 들여다볼 시간을 얻기 위한 것도 있었겠지.

그리고 이틀쯤 관찰하다가, 역에 나타난 이자헌 과장에게 자신의 말을 전해달라고 부탁하며 나가셨다고.

그렇게 그 팀의 모두가 현실로 복귀했다고 한다.

“그중 조랑말 주임은 현재 여우상담실에 입원하여 오염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

그분은… 금전만 관련되면 항상 오염치료를 받으시는 것 같은데, 착각이겠지…….

어쨌든, 그래서 지금 신체 카지노가 있던 자정역은 비어 있다는 뜻이다.

‘얼른 가봐야겠네.’

일이 잘 풀려서 안도감이 마음에 깃들었다. 나는 진심으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말씀 주셔서 감사합니다.”

“예.”

그렇게 분위기가 약간 훈훈해지려던 찰나였다.

“노루 씨.”

“예?”

이자헌 과장이 내가 앉으며 자연스럽게 주머니에서 살짝 빠져나온 분홍색 토끼 인형 귀를 보고 있었다.

약간 식은땀이 났다.

“열차에서 시위하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완벽한 토끼 인형’이 이것입니까?”

아무래도 그런 편이죠….

[오, 친구. 이야기가 끝났다면 우리는 다시 현장으로 복귀해 볼까요? 관객들이 나와 당신을 기다리고 있지 않겠습니까!]

[물론 이 무식한 칼잡이에게 내 솜 든 몸에 손을 댈 기회를 주지 않길 바랍니다. 시선이 음흉하군요.]

하지만 이자헌 과장은 토끼 인형 귀를 잡아채는 대신 건조한 투로 이렇게 말했다.

“대피하십시오.”

“예?”

“현재 열차 상황은 위험합니다. 우선 밖으로 대피 후 다시 진입하십시오.”

“잠시만요.”

나는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

“아마 지금 소란스러운 분위기 때문에 좀 위험해 보이긴 하지만, 그다지 위험한 상황은 아닙니다….”

그냥… 토끼 인형 마니아 행진 같은 겁니다….

내가 숙연하게 그렇게 생각할 무렵이었다.

주머니에서 부드러운 목소리가 울린다.

-선생님. 불편하시지 않다면, 저도 대화에 참여해도 괜찮을까요?

음?

나는 주머니에서 은빛 주화를 꺼내 들었다. 호유원의 이전 인격, 1번 배심원인 ‘상담사’가 깃든 동전이었다.

나는 도마뱀을 돌아보았다.

“…들리십니까?”

“예.”

그렇군요….

그럼 편하게 해도 괜찮겠다.

“네, 말씀하세요.”

-감사합니다.

온화한 목소리가 내게 말한다.

-선생님. 지난 며칠간 선생님의 행적을 잘 지켜봤습니다.

-사람들에게 최대한 피해가 가지 않는 방향으로, 재밌게 분위기를 만들어가시려고 한 거죠? 축제처럼요.

그, 사실 재미는 의도가 아니긴 했습니다만….

어쨌든 최대한 피해 없이 소란을 일으키려고 한 건 맞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훌륭한 의도예요.

-하지만 선생님. 혹시 이런 말 들어보셨나요? 근대 이전에 가장 대중적이고 통상적인 축제는 바로 처형식이었습니다.

……!

[세상에, 설마 내 친구가 그걸 모를까 봐 가르쳐주려는 겁니까? 이것 참 당혹스럽군요. 그 분야의 전문가가 바로 친구의 옆에서 언제나 함께하고 있는데 말입니다.]

[대중은 언제나 자극과 즐거움을 추구하는 존재지요. 처형식이라고 다를까요? 그건 내 친구도 이미 잘 알고 있을 겁니다….]

-그럼요. 그냥 말문을 트려는 서문이었습니다. 이런 처형식 축제의 중요한 역할에 대해서 말씀드리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바로 공동체의 결속이에요.

나는 반사적으로, 칸 사이에 난 창문 너머 안쪽 칸으로 시선을 던졌다.

열차 쉘터 주민들이 모여서 흥분하거나 즐거운 얼굴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긴장감, 즐거움, 집중.

도파민.

결속감.

-무료하고 답답한, 고립된 일상에서 재밌는 자극이 나타나면 사람들은 쉽게 몰입하죠.

-그리고 같은 경험을 공유한 사람들은 더 끈끈한 사이가 됩니다.

“…….”

-그리고 더 자극적이고, 공격적인 경험을 원하죠. 우리들끼리만의 즐거움이요.

-가령… 우리가 아닌 나쁜 사람의 처단처럼요.

토끼 인형 표식을 받은 한 사람이 뿌듯하게 ‘토끼 인형 숭배교’ 사람들과 악수하며, 소중하게 비지를 매만진다.

그리고 기관사석을 향해서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사람들이 만류하다가도 같이 깔깔대며 웃는다.

-겉으로 보기엔 아주 즐거워도, 언제나 극단적으로 치달을 위험이 있다는 건 잊지 마셨으면 했어요.

“…….”

[오, 더는 들어주기 어렵군.]

신랄하고 유려한 언변이 한숨과 함께 크림처럼 부드럽게 쏟아진다.

[자… 오늘 이 자리에 모신, 자신이 상담사라 주장하는 역병의 흔적에게 묻지요.]

[스스로 생각해 봅시다. 내담자에게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로 죄책감을 심어주려는 태도가 과연 상담사다운 태도일까요? 내가 보기엔 아닌 것 같군요!]

-…!

[게다가 지나치게 보신적인 발언을 정설로 밀어붙이는군요. 하지만 본래 컨텐츠란 위험이 있기에 더 짜릿하고 즐거운 것 아니겠습니까?]

[자고로 엔터테이너란 위험과 자극 사이에서 줄타기할 수 있어야 하는 법입니다. 그 장점, 단점은 동전의 양면 같은 것이지요!]

장갑을 낀 양손이 내 어깨를 격려하듯 두드리는 듯한 촉감이 느껴진다.

[허락한다면, 전문가로서 발언하지요. 친구! 이 브라운은 저 상담사의 말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당신은 아주 즐거운 엔터테인먼트를 대중에게 제공 중인 겁니다.]

[누가 알겠습니까? 당신이 이렇게 안 했으면 정말 처형식 같은 구식 축제를 엔터테인먼트로 삼았을지!]

-그건 사회자 선생님께서 직업상 추구하는 가치를 토대로 한 발언이니,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 이야기도 선생님께서 한번 기회가 되시면 사유해 보셨으면 합니다.

[끈질기군!]

우리 제발 멈춥시다.

“일단….”

나는 이마를 문지르며 말했다.

“무슨 말씀을 해주신 건지 알겠습니다. 주의할게요.”

[이런, 친구!]

효과적인 방법을 고르다 보니 컬트를 잡았는데, 예상외로 그냥 어이없고 훈훈하게 흘러가서 하마터면 좀 긴장감을 잃을 뻔했다.

‘그래.’

순수 재미 때문에 이렇게 되다니.

그게 오히려 더 위험할 수도 있겠다.

“그러니까, 상담사님 말씀으로는 이 분위기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뜻이죠?”

-높은 확률로 오래가진 못할 것 같다, 라는 게 현재 제 진단입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안 그래도 고립된 생존 쉘터에서 사상이나 생각이 왜곡되는 건 너무 쉬운 일이니 말이다.

흠.

“알겠습니다. 그럼 더 확실해졌습니다.”

-네?

“어쨌든 이 상황도 제가 벌인 일이니 제가 책임지고 최대한 온건하고 좋은 쪽으로 끝을 봐야죠.”

애초에 그럴 계획이었으니, 더 빨리 해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말이다.

나는 진중하게 선언했다.

“일단 웃길 때 빨리 분위기 타서 처리해 버리겠습니다.”

상담사가 침묵하다가 물어본다.

-어떤 걸…?

“차장을요.”

-예?

[오!]

이제 조력자도 있으니, 계획을 쭉 당길 수 있다.

기다려라 기관사석.

바로 지금 들어간다.

-선생님?

조언 감사합니다. 상담사님.

그리고 나는 치트키를 보았다.

“과장님. 혹시 잠깐 동행 가능하실까요?”

* * *

나는 이자헌 과장과 함께 1번 칸으로 복귀했다.

다행히 내가 재차 주장하자 이자헌 과장님은 내 엉덩이를 차서 열차 밖으로 보내는 대신, 오늘의 작업까지만 도와주시기로 했다.

“배급사님!”

이자헌 과장의 가슴팍에는 다른 사람들처럼 황금색 테이프를 오려 만든 토끼 모양 배지가 달려 있었다….

“8번 칸에 머무시는 분인데, 솜 든 몸님의 완벽한 형체를 보고 감명을 받으셨다고 해요…!”

“오!”

다행히 열차 외부인이라고 불쾌해하거나 배척하는 분위기는 아직 없다.

‘오늘 밤이 끝나면 어떻게 될지 모르긴 해.’

그래.

이 대환장 ‘토끼님 믿으세요?’ 분위기일 때 화목하게 마무리하고, 이 사람들이 미친 컬트로 거듭나기 전에 토끼 애호가 성향에서 정리한다.

나는 굳은 다짐을 하며 1번 칸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마치 자리가 없어서 그런 것처럼, 기관사석 문의 바로 앞에 문을 등지고 앉았다.

신호를 기다리자….

“여러분! 지금 대표님께서 꾸신 꿈 내용을 공유해 주신답니다!”

“오!”

2번 칸 앞, 막 일어나서 유원지 꿈 썰을 공유하러 나타난 대표의 모습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오늘 특별히 좀 재밌는 광고를 넣었습니다.’

광고에 기념품숍 쇼핑을 넣었거든요.

그리고 쇼핑 도파민으로 흥분한 대표의 주변에서는 미리 내가 맡겨둔 추첨통에서 토끼 인형 굿즈 뽑기가 시작되고 있었다.

“다들 받아가세요!”

열차 쉘터 1번 칸에 모인 사람들은 추가 도파민에 다들 그쪽으로 몰려갔다. 아직 경계심을 가진 사람들도 다른 의미로 그쪽을 응시한다.

그러자 평소의 열차 쉘터라면 절대로 불가능한 인위적 상황이 한순간 구성되었다.

일시적으로 기관사석을 보는 모든 시선이 삭제된 타이밍.

“…….”

이자헌 과장이 아주 조용히, 손만 뒤로 뻗어서 기관사석의 잠금장치를 잡았다.

딱히 잠금 해제 요령도 필요 없었다.

도마뱀 과장이 도마뱀 과장답게 굴어줬기 때문이다.

빠각.

엄청나게 작은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후우.’

감사합니다.

나는 소리 없이 이자헌 과장에게 눈짓과 머리 움직임으로 감사를 표시한 후, 조심스럽게 기관사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빠르게 문을 닫았다.

이제 이 앞은 이자헌 과장님이 지키고서 계셔줄 테니, 안심하고 작업을 할 수 있다….

“쿠우우우….”

차장은 잠들어 있었다.

마음이 불안한지 한 손에는 장대를 끼고, 다른 한 손에는 통조림이 들려 있다.

그리고 기관사 조종칸 앞에는 사람들 이름이 수두룩하게 적힌 구깃구깃한 공책 종이가 붙어 있었다.

이름마다 엑스가 처진 걸로 봐서는, 자기 마음에 안 들면 쫓아낸 사람들 명단 같았다.

…아마 대부분 죽었겠지.

‘참 고맙네.’

덕분에 머리가 더 차가워진다.

전체적으로 통풍이 잘 안되는 듯 기관사실 안은 퀴퀴한 묵은 냄새가 났다.

‘지금 저놈이 깨서 비명을 지를 틈을 주면 안 되지.’

나는 아주 조심스럽게 그쪽으로 다가가서, 차장의 장대를 쳐내고 목을 잡았다.

그리고 동시에 입을 틀어막았다.

“…!!”

“쉿.”

나는 펄떡 깨어나 기겁해서 몸부림치려는 차장에게 속삭였다.

“조용히 해주세요…. 제가 나이프를 들고 있습니다. 이걸로 사람 조용히 시키긴 싫습니다.”

나이프 이야기는 뻥이다.

“~!!”

그러나 이 사실도 모르는 차장은 다급히 고갯짓했지만, 나는 이 인간을 믿지 않았다.

“밖에 들리시죠?”

나는 환호와 웃음, 그리고 고함으로 가득한 바깥의 소리에 차장이 귀 기울이도록 공백을 두었다.

그리고 상대가 충분히 들으며 음미하길 기다린 후, 말했다.

“다들 신나있는 상태입니다…. 어쩌면 당신이 죽는 걸 봐도 이게 무슨 일인가 재밌어할지도 모르고요.”

“…!”

물론 진짜 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상담사’의 말을 토대로 생각하면 정말 그럴 확률이 높은 진실이었다. 그게 트리거화가 되면서 진짜 ‘컬트식 처형’ 될 확률도 높고.

‘그러면 정말 급속 사이비화지.’

한마디로 차라리 내가 이러는 편이 차장의 명줄에 도움이 될 것이란 뜻이다.

하지만 차장은 그 사실을 모르는 게 중요했다.

“조용히 해주실 겁니까?”

“으읍.”

차장은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땀, 침, 눈물이 내 손에도 묻는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약속해주세요. 저도 괜히 손 더 쓰고 싶지 않습니다.”

“으읍.”

나는 차장의 반응을 확실히 확인한 후, 갑자기 비명을 지르진 않을 것을 확신한 후에야 손을 놓았다.

그리고 눈을 떨고 있는 차장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이 열차에 대해 아는 대로 다 말씀해주십시오.”

상대의 눈이 떨린다.

나는 고민했었다.

‘어떻게 말해야 이 사람과 입씨름 안 하고 일대일로 빠르게 정보를 뽑을 수 있을까.’

그래서 가장 효율적이고 포괄적이며, 이 인간과 일대일로 대화할 때 최대 효율을 뽑을 말을 이미 생각해 놓은 상태였다.

이런 것 말이다.

“…!!”

나는 그 앞에서, 손목에서 마법처럼 옷 하나를 꺼내서 겉옷을 바꿔입었다.

바로 재난관리국의 재킷.

1번 배심원이 남긴, 여우 패치가 붙은 요원복이다.

그리고 침착한 말투로 말했다.

“이 열차를 초개 요원님이 만드셨다는 것, 알고 왔습니다.”

나는 요원복을 보고 눈을 급격하게 떠는 차장을 보며 말했다.

“그러니 솔직하게 대답해주십시오. 어떻게든 여기서 탈출할 방법을 찾아낼 겁니다.”

그렇게 인간형 정보 탈곡기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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