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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34화


山君님.

가장 음산하고 기분이 이상해지는 <어둠탐사기록>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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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인터넷에서 유행했던 장산범 괴담과 유사해 보이나, 그보다 무속적이고 기묘한 색채가 강한 괴담.

山君이라고 칭해지는 범에게 죽었다고 주장하는 귀신 그림이 끈질기게 모습을 바꿔 쫓아와 희생양을 홀려 끌고 가려고 한다.

읽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나빠지거나 속이 안 좋아진다는 후기가 속출하여 20XX년도 상반기에 입소문을 탔던 <어둠탐사기록>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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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였다.

활자로 된 괴담은 그럭저럭 잘 읽는 내가 읽으면서 몇 번 멈췄을 만큼 이상하게 찝찝한 여운이 남는 괴담이었다.

이것과 비슷한 괴담이 유행을 타며 어딘가 가깝게 느껴지는 것도 한몫했다.

아마 다들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범에게 잡아먹힌 사람이, 귀신이 되어서 친한 사람을 찾아오는 괴담….’

일명 창귀.

이 귀신은 다른 희생양을 찾아 자기 역할을 떠넘겨야 영혼이 저승에 갈 수 있다는, 섬뜩한 이야기 말이다.

‘확실히, 떠올리는 것도 찜찜할 정도야.’

그러나 냉정하게 생각해 보자면 살아날 길은 있다.

‘C등급이면 아직은 정석적인 탈출 기록이 있는 등급이다.’

만만치 않긴 해도 이 어둠에서 벗어나는 방법이 없진 않단 말이다.

문제는… 그 방식이 상당히 기괴하며 부당한 선택을 강요받기에 심적인 고통과 압박감으로 숨통이 죄인다는 거다.

읽는 사람이 몰입해서 몸서리치는 것을 즐기는 류의 괴담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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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 기록 #3

출세운이 좋아진다는 풍경화를 인터넷에서 다운로드 받은 50대 남성.

해당 풍경화는 조선후기 양식으로 그려진 수묵화로, 어스름 속 산과 안개 표현이 저화질에서도 기묘할 정도로 생생했다고 증언.

다운로드 이후 가끔 해당 풍경화의 산 근처를 맴도는 꿈을 꿨으며, 그때마다 이상하게도 마음이 편안하며 집중력이 좋아짐.

그러나 직장에서 갑자기 승진한 것을 기점으로 꿈이 변함.

산의 안개 속에서 자신을 부르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

도움을 받았으면 갚는 것이 선비의 도리라고 말하며, 슬프게 울면서 터벅터벅 산길을 걷는 소리와 짐승 우는 소리가 들림.

남성은 이상하게도 오싹하여 뒤로 돌아 도망침.

그러자 ‘들켰네, 들켰네’라고 반복적으로 말하며 깔깔 웃는 소리와 함께 뒤따라옴.

매일 밤 도망치는 꿈이 반복됨.

남성이 풍경화 속 산으로부터 멀어지며 자신의 이름을 온갖 목소리로 부르는 목소리도 점점 가까워짐.

그리고 자신이 꿈속에서 도망치다 못해 집 현관 앞까지 왔다는 것을 깨달음.

남성은 겁에 질려 꿈에서 깬 뒤, 당장 홀로 집에 뛰쳐나와 호텔로 거처를 옮김. 자신을 쫓아오는 목소리를 피하기 위해, 그리고 혹시라도 가족들이 휘말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고 진술.

그러나 그날 꿈에서 목소리는 자신을 쫓아오지 않음.

대신, 킥킥대며 자신의 열린 현관 틈으로 뱀처럼 들어가는 파리한 안색의 누군가를 봄.

남성은 그제야 깨달았다고 함.

목소리는 자신을 따라다니는 것이 아니라, 집을 알아내 들어가려고 했다는 것을.

결과 : 본인을 제외한 일가족 3인 실종. (6개월 뒤 근처 댐에서 신원미상의 시신 3구 발견)

이후 PTSD로 입원 중 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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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이다.

이 괴담에 휘말린 사람의 심적 고통을 상상하게 된다는 것이 최악이었다.

게다가 더 찜찜한 것도 있다.

‘……너무 멀리 왔어.’

이미 창귀에게 홀려서 끌려온 상황.

부르는 소리에 몇 번 대답한 정황.

거의 떨어진 부적.

이건 긴 탐사 기록의 끝에 전원 사망 직전의 절망적인 상황에야 나올 법한 묘사였다.

끝에 끝까지 몰린 판이라는 뜻이다.

‘미치겠네.’

나는 머리를 쓸어 넘겼다.

-곤란한가요, 친구?

곤란 정도가 아니다. 식은땀으로 목욕할 것 같다.

-저런. 혹시 아까 찾아온 불청객 때문입니까? 초대하지 않은 손님은 언제나 불쾌한 법이죠. 심지어 원치 않는 장소라면 더더욱 말입니다.

-그래서 내가 조언을 하나 해주고 싶군요. 괜찮겠습니까?

어?

나는 주머니를 내려다보았다.

-내가 노루 씨의 조명을 꺼드리지요!

-그럼 당신은 누구의 시선도 끌지 않고 조용히 이 장소를 빠져나갈 수 있습니다.

“…!”

테마파크에서 이 봉제 인형이 보여줬던 놀라운 이능을 떠올렸다.

파란 마스코트에게 들키지 않게 이동하게 해준, 내 존재감을 확 사라지게 하는 그 묘한 능력을.

-조용히, 저 문을 나서서 집으로 돌아가면 되는 겁니다. 피곤한 상황을 피하는 데에 이보다 좋을 순 없지요….

“…….”

나는 <어둠탐사기록>을 토대로 올바른 탈출로를 추리할 수 있을 확률이 높다.

그러니까, 창귀에게 들키지만 않는다면 정말로 쉽게 이 괴담에서 나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거 1인용 아닌가?

‘혹시 나 말고 다른 사람에게도 해줄 수 있을까.’

친구가 아닌 자에게?

브라운의 목소리가 불쾌한 제안을 받은 것처럼 잠깐 뒤틀렸으나, 방송인답게 여전히 유쾌한 톤으로 대답했다.

-글쎄요.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저라면 그런 모험은 하지 않을 겁니다!

-노루 씨, 모든 것엔 총량이 정해져 있고, 나눌수록 내가 가질 것은 줄어드는 법 아니겠습니까?

아무래도 다른 사람까지 같이 써주면 자기 능력의 지속시간이 줄어들든, 위력이 줄어들든 한다는 것 같다.

‘역시 안전하게 가려면 1인용이란 거겠지.’

그래도 애들을 두고 가기엔 공교육 받은 현대인의 양심이…….

게다가 말이다.

‘브라운. 저기 있는 이병진 과장을 못 데려가면… 우리 예산에 큰 문제가 생기거든.’

-…예?

‘그럼 혈욕조 못 산다….’

자본주의가 발목을 잡는다.

-아아… 그럴 수가!

-하지만, 하지만 둘이나 조명을 끄면 민감한 관객은 눈치채기 쉽단 말입니다! 그러면 컷의 완성도가 망가지고 말 겁니다!

그래.

‘그러니까 다른 방법을 찾아볼게.’

물론 급하면 얼른 브라운에게 SOS 쳐서 한 명이라도 튀어야겠지만 말이다.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보자.’

-안타깝군요! 알겠습니다.

나는 일단 주머니를 뒤졌다.

다행히도 출근길에 반드시 챙겨 다니는 아이템 몇 종은 경비복으로 갈아입으면서도 챙겨서 잘 남아 있었다.

스마일 스티커, 앨리스 버프 디버프 음식들, 그리고 백설 사과까지.

흡혈 식기의 포크는 방금 잃어버렸지만….

‘원래 한 쌍이지.’

그래, 나이프가 남아 있다.

나는 남은 흡혈 식기를 반대편 허벅지 포켓에서 꺼냈다.

그리고 놀랐다.

‘…커졌잖아!’

모습을 드러낸 나이프는 더 이상 디저트 커트러리 크기가 아니었다.

섬세한 세공이 손잡이에 붙고, 아주 작은 빨간 원석 같은 것이 우아하게 그 위에 장식으로 얹혀 있다.

한눈에 봐도 성장했다.

‘설마 포크가 먹은 혈액이 이쪽과 공유된 건가.’

한 쌍이니 말이다.

“…!! 그, 그게 경비팀의 진압용 무구입니까?”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병진 과장이 오해하게 놔두자.

이젠 커터날 정도의 크기는 되는 나이프를 한번 세심하게 옷감에 닦아서 손에 잘 닿는 재킷 앞주머니에 넣어두었다.

제발 쓸 일 없어라.

“그럼 이 집을 수색하겠습니다.”

“아… 예!”

내가 발걸음을 옮기자 과장은 내가 가는 길을 황급히 비켜주었다.

나는 멈춰 선 이병진 과장을 빤히 쳐다보았다.

“…?”

“동행해 주시길 바랍니다.”

“예에!? 아, 아니. 그, 저는 이미 다 봤고….”

“이미 보셨으니 안내해 달라는 뜻입니다.”

“어, 어… 예.”

이병진 과장은 안 내키는 기색이었지만 내 눈치를 보며 발걸음을 옮겼다.

다행이다. 혼자 다니다 겁먹고 자지러지며 졸도하는 일은 피했다.

“여기는, 어… 아마 부엌이었을 것 같습니다. 먹을 건 없었지만.”

녹슬고 먼지가 쌓이고, 곰팡이가 쌓인 낡은 집 사방에는 부적만이 가득했다.

지방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저 멀리 산 중턱에 보이는, 낡고 버려져서 더는 사람이 살지 않는 그런 집.

“여기 일주일이나 계시면서 불편함은 없었습니까?”

“그게… 목이 마르지도, 배가 고프지도 않았습니다…….”

과장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그, 귀신, 귀신이 매일 밤 찾아올 때마다, 그때만 이상하게 기운이 빠지는 것 같고….”

“낮에 나가보신 적은 없습니까?”

“…있지만, 걸어도 걸어도 숲만 나왔습니다…… 밖에서 해가 질까 봐 무서워서 여기로 계속 돌아왔고요.”

다른 탐사기록과도 일치하는 진술이었다.

그렇다면….

“어, 어디 가십니까?”

나는 방문이 없는 복도의 끝으로 향했다.

그리고 막다른 길에 섰다.

“위층이 있을 것 같습니다만.”

“예?? 아니, 위로 올라가는 계단 같은 건 없습니다! 제가 일주일간 모두 뒤져봤지만 계단 흔적도 없….”

나는 원격 손을 불러냈다.

그리고 그 손에 남은 흡혈 식기, 나이프를 쥐어서 허공을 향해 날렸다.

정확히는, 천장으로.

“허억!”

천장의 미세한 틈에 꽂힌 나이프에서 뭔가 뚝, 끊어지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요란한 소리와 함께 천장이 열리며 낡은 사다리가 우당탕탕 떨어졌다.

‘다락방 발견.’

“마, 맙소사! 과연 경비팀…. 고, 공간을 보시는 게, 일반인과는 다르군요!”

“…….”

아닙니다.

그냥 탐사기록 본 겁니다….

폐가에는 언제나 다락이 있음.

‘뭐가 있을 거라는 걸 아는 사람이 보는 것과, 아예 모르는 사람이 보는 건 눈이 다를 수밖에 없지 뭐….’

어쨌든 정황상 저게 다락방으로 통하는 것은 확실해 보였으나.

‘와.’

진짜 가기 싫게 생겼다.

‘귀신의 집에서 자기 혼자 열린 방에 들어가는 기분이야.’

하지만 이미 나는 경비팀인 척했으니 사실상 탱커를 자처한 상황. 결국 태연한 척 사다리를 잡고 올라갔다.

끄아아아아악.

‘따라와 주십쇼!’

놀랍지 않게도 따라오지 않았다.

‘경비팀 사칭은 이 일을 기억할 것입니다….’

나는 다리를 떨지 않게 노력하며 간신히 다락방으로 올라가, 재빠르게 수색을 마치고 후다닥 내려왔다.

마치 유능해서 빠르게 탐색을 마친 것처럼 말이다.

‘휴.’

자연스러웠겠지.

“어, 어떻습니까?”

“그냥 낡은 다락방입니다. 별다를 것은 없습니다만….”

나는 유일한 수확을 들어 올렸다.

“낡은 소반 위에 올려져 있었습니다.”

그건 예스러운 방식으로 재단된, 낡은 서적이었다.

[活路]

“화, 활로! 설마 빠져나갈 방법이 적힌 건가!”

한문을 잘 읽으시는구먼.

나는 부스러질 것 같이 낡은 서적을 조심스럽게 폈다.

그 안도 온통 한문이었다.

‘한문…… 기껏해야 고등학생 때 2급 딴 게 단데….’

-호오. 흥미로운 내용이군요.

“…!”

설마 한문도 이해하는 건가?

-이런, 노루 씨. 저처럼 유능한 사회자는 무릇 우주상의 모든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법입니다…. 음, 거의 모든.

방금 굉장히 비현실적인 발언을 들었던 것 같지만 중요한 건 이거다.

‘…읽어줄 수 있을까?’

-물론입니다!

좋다.

브라운에게서 잠깐 목소리 좋은 고전적인 방송인이 목을 가다듬는 소리가 나더니, 소리가 훅 낡고 깊어졌다.

-‘이것은 그대의 유일한 활로니라.’

쿵.

-‘창귀에 홀려 산군의 묏자리에 발 들인 어리석은 자야! 네 앞이 어둡고 등에는 귀신이 붙었다.’

나는 침을 삼켰다.

-‘대답하지 말거라, 열어주지 말거라. 그저 육신을 깨끗이 하며 보름이 될 때까지 버티어, 보름달이 뜨면 신당으로 가서 의식을 치러라.’

-‘그러면 네가 살아서 뜨는 해를 보리. 허나…….’

책장을 넘겼다.

-‘창귀란 호식虎食당할 사람을 찾으면 기를 쓰고 쫓는다. 너는 이미 범에게 홀렸다. 절대 벗어날 수 없다.’

-‘귀신이 네 집 문지방에 침상에 잠든 머리맡에 계속 붙어 있을 것이라.’

-‘그러니 너희도 창귀가 되어라. 너 대신 범에게 잡혀가 죽을 자를 잡아 와야 한다.’

…!

-‘희생물은 필시 이지를 가지고 뜨거운 혈액이 흐르며 말소리를 내야 한다. 그래야 창귀를 속일 수 있도다.’

-‘희생물을 공양하며 오솔길을 따라 달빛 비추는 곳으로 가면 작은 뱀굴이 있다.’

-‘이것만이 그대의 유일한 활로이며, 다른 길은 없노라.’

“…….”

-끝입니다. 호오, 흥미롭군요.

나는 얼어붙은 채로 서책을 닫았다.

‘……이런 거였나.’

탐사 기록에서는 한두 줄 묘사로 언급된 ‘제비뽑기로 희생양을 지정 후 의식을 치름. 당첨자가 거부하여 기둥에 묶어 질질 끌고 갔다고 진술.’일 뿐이었는데.

직접 들여다보니… 섬뜩함을 넘어서 기묘한 심적 압박감이 사람을 짓누른다.

팔랑.

그때, 서책 맨 마지막 장에 끼워져 있던 뭔가가 떨어졌다.

“…….”

작은 종이 명함.

주워 들자 뒷면에 휘갈겨 쓴 글씨가 보였다.

⧻⧻ 내일 나간다.

나는 명함을 뒤집었다.

고선하

주강대학교 사학과

이 서책을 먼저 읽었던 사람일까.

그 사이, 한문을 읽을 줄 아는 이병진 과장은 더듬더듬 자체적으로 서책의 글을 읽어나가려는 모양새였다.

그리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犧牲物…… 이, 이거! 한 명이 죽어야 한다는 뜻 아닙니까?”

“…….”

“맞지! 하, 하나만 죽으면 다 살 수 있는 거!”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병진 과장이 눈알을 굴리며 초조한 목소리로 손바닥을 비비기 시작했다.

“저어, 하지만, 어, 어차피 하지 않으면 다 죽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그러니까?”

“…그럴 만한 사람이 죽으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어차피 탈출하지 못했을 같은 사람 말이죠, 예.”

자기소개 하나?

하지만 아래로 눈짓하는 이병진 과장의 표정을 보고 깨달았다.

‘저거.’

애들을 말하는 거잖아.

“솔직히! 애들 하나 정도는… 어차피 경비원님이 오시지 않았다면 다 죽을 목숨 아닙니까? 저희가 나가는 데에 집중해야죠!”

“…….”

“저 중에 하나만 죽고 나머지가 살아나가면, 예! 그래도 좋은 일 아니냔 말입니다!”

이딴 발언을 현실에서 들을 줄은 몰랐는데.

여기 일주일이나 갇혀 있으면서 죽음의 공포를 느끼며 패닉에 빠져 있었다는 점을 감안할 수는 있겠다만….

‘그래도 저딴 소리에 맞장구쳐줄 순 없지.’

나는 힐끗 한문을 보았다.

“지성체.”

“예?”

“이 서책에서는 이지를 가진 하나, 즉 지성체를 제물로 바쳐야 한다고 적혀 있군요.”

나는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그런데 아직 성인이 되지 않은 아이를 온전한 지성체로 판단할 수 있습니까.”

“어, 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나직히 이병진 과장을 응시했다.

“온전한 지성체로서 제물로 쓰일 만한 건 성인 아니겠습니까. 그럼… 하나뿐인 것 같은데.”

“……!”

시선을 받은 과장이 식은땀을 흘리며, 동공을 떨며 입을 벌렸다.

“그, 어, 어….”

나는 입을 열었다.

“저 말입니다.”

“……예?”

“저밖에 해당자가 없겠군요. 아이들과, 일주일이나 여기 갇혀서 정신 혼란에 빠진 과장님을 논외로 치면 말입니다.”

“…….”

“하지만 죽고 싶진 않군요. 다른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나는 서책을 다시 살피기 시작했다.

침묵이 흐른 후.

“저, 그… 죄송합니다.”

“…….”

“애들 목숨 들먹이고, 어쩌다가 제가 그런 말이나 하는 사람이… 하, 하하하….”

완전히 넋이 나간 듯한 얼굴로 과장은 자리에 주저앉았다.

“첫날에는, 돌아가신 아버지였습니다…….”

암으로 병상에서 돌아가셨는데, 제가 일하느라 임종도 못 지켰습니다.

“근데 그 아버지가 병진아, 우리 병진이 얼굴 좀 보자며 우시더군요. 문 좀 열어달라고.”

“…….”

“제가 머리를 때리면서 참으니, 귀신이 온갖 조롱과 욕지거리를 하면서 돌아갔습니다. 아버지 목소리로요.”

과장이 머리를 감싸 쥐며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매일매일, 죽었던 가족과 친구, 이웃들의 목소리로 한 번씩 찾아오는 겁니다…!”

자신을 아주 예뻐해 주던 외삼촌, 고모, 사고로 죽은 사촌, 대학 동창, 그리고 납치당해 실종된 이웃집 아이까지….

“이제 아주 안면이 있는데 죽었던 사람은 다 끄집어내 오지 않습니까. 더는 제정신으로 버티기가 힘듭니다……. 지옥이 있다면 여기겠지요.”

“…….”

음.

그러고 보니, 중학생 애들은 밖에서 문 두드리는 귀신이 있는 것 자체를 몰랐다.

여기 이틀이나 있었는데도 말이다.

‘자기가 거의 문 앞을 지키고 서서 있던 건가.’

그게 고의인지 우연인지 아니면 귀신에서 홀려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어쨌든 애들의 멘탈을 지켜준 행동이 됐다는 게 묘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잠시 과장을 응시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가 지옥이라면 더더욱 탈출해야겠지요.”

“…….”

“이 책의 내용을 좀 더 숙지해 보겠….”

똑똑똑.

“…!”

나와 과장의 얼굴이 동시에 문을 향해 돌아갔다.

“방금….”

똑똑똑.

“…….”

“…….”

저기요.

목소리가 또다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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