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340화
우리가 세광역으로 향하는 열차를 성공적으로 탄 건 20분쯤 후였다.
[세상에, 이러다 발길질에 깔려 죽겠군요! 추잡한 꼴입니다!]
열차 몇 대는 그냥 보내야 했다.
‘타려다가 압사할 뻔했어.’
도망치는 도중에 심각한 부상을 입은 사람들이 절대 열차에서 내리지 않으려 기를 쓰기 시작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다들 열차에서만 몸이 멀쩡한 걸 눈치챈 거야.’
열차에 타려는 사람과 밀치는 사람으로 아수라장이었다.
…실제로, 압사하는 사람도 보았다.
‘…후우.’
손 쓸 틈도 없이 처참한 현장이 난자한 것을 보면서, 나는 이를 악물고 두 사람을 챙겼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그리고 무리하지 않고 승강장 맨 끝, 비교적 사람이 적은 곳으로 이동해서 차분히 열차에 탑승하는 것을 시도했다.
출입문이 열립니다.
‘역시.’
패닉에 빠진 사람들은 마치 레밍 효과처럼 우르르 같은 루트로 탑승하려고 하는데, 그걸 피한 맨 끝 칸은 비교적 이성적이다.
…아직까지는.
나는 두 사람을 밀어 넣으며 문 바로 앞에 모여서 서는 것에 성공했다.
스크린도어가 닫힙니다….
됐다.
‘후우.’
안도와 긴장으로 속이 불편해지다 못해 통증이 올 지경이었다.
하지만 은하제 기자는 나를 보며 눈썹 한쪽을 들어 올려 보였다.
“제법 능력이 있구만? 침착한걸.”
“감사합니다.”
“바깥에서 난리가 났는데 여긴 그래도 사람들 상태가 나쁘지 않아. 오면서 귀동냥으로 듣기론 무슨 좀비 바이러스 터진 수준 같던데.”
나는 덤덤히 대답했다.
“지하는 비교적 안전합니다.”
“그러냐? 이상하네. 생화학 테러는 원래 독성물질이 가라앉아서 지하가 더 위험해야 정상이지 않나?”
날카로웠다.
“그리고… 그쪽 멀대는 그런 정보를 어떻게 알고 있지?”
“…….”
주변을 확인했다.
이렇게 시끄러운데 굳이 우리 대화를 엿들을 여유가 있는 사람은 없어 보였다. 각자 자신의 고통과 절박함에 빠져 어딘가로 연락을 시도하거나 지인과 벌벌 떨거나, 바깥을 보고 있다.
나는 입을 열었다.
“…이런 재난상황에 익숙한 관계자라고 생각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혹시 요원님이라는 호칭과 관련이 있는 건가?”
“…….”
역시 들으셨나.
“맞습니다.”
나는 은하제 기자에게 간단하게 재난관리국에 대해 설명했다. 설명을 듣는 기자의 눈이 번뜩거렸다.
‘허무맹랑하게 들려도 상황상 들어맞는 설명이긴 할 테니까.’
그리고 내가 ‘구조해서 탈출할 인원이 있으며, 지금 진행 중이다.’라는 말을 끝마치자 호쾌하게 웃으며 말한다.
“그래. ‘요원님’, 그러면 뭐 보고서도 작성해야 하지 않겠어?”
“그럴 수도 있죠.”
“그럼 댁이 뭘 한 건지 기록해 줄 사람이 필요하겠고, 그렇지?”
그리고 자신을 가리키며 씩 웃는다.
“내가 하면 딱이겠구만.”
“…….”
“음모와 사건 파악에 나만 한 사람이 드물지. 아주 객관적으로, 풀이 및 해석도 잘 넣어서 적어줄게.”
아무리 봐도 보도할 욕망만 가득하신 것 같은데요….
‘뭐 됐다….’
나는 한숨을 참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주시면 감사하죠.”
“오케이. 좋은 선택이다.”
은하제 기자님이 눈을 찡긋했다.
하지만 이 사람은 어차피 기자로서 그 기사를 쓸 수는 없을 것이다.
여기 있는 건 진짜 기자가 아니라, 대리님이 오염되어 세광특별시 재난의 날에 걸맞게 고정된 모습일 뿐일 테니까.
…사실, 그래서 리조트 계약을 이용해 ‘고용주 명령’을 통해 원래 모습으로 되돌리려는 시도를 해보기도 했는데.
안 된다.
나는 기존 계약서에 리조트 계약 한 줄을 적은 게 전부였고, 그 이상의 모든 위력은 행사가 불가능했다.
만약에 가능했으면 리조트 근무복 차림으로 변하면서 상처도 치유됐을 텐데, 아예 통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리조트 지배인으로서의 내 능력이 말이다.
‘역시 세광특별시에서는 다른 괴담의 영향력이 차단되는 건가.’
나는 지금까지 그게 봉쇄된 탓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시청에서 시작된 재난 자체의 속성….
…….
잠깐만.
열차가 흔들린다.
“어?”
객실이 기울고 있다.
“어어? 어어어?”
“흐어?”
“엄마야!”
사람들이 손잡이를 붙잡는데, 잡지 못한 사람이나 손을 놓친 사람들이 그대로 미끄러지며 한 편으로 쏟아진다.
우리가 서 있는 곳의 반대편.
오른쪽으로.
“아아아악!”
피가 식는다.
나는 당장 봉을 팔에 낀 채 다른 두 사람을 잡으려 손을 뻗었다. 이미 다른 봉을 잡은 은하제 기자님과 같은 봉을 잡은 류재관 학생의 손이 엇갈리며 내 팔과 어깨를 잡는다.
우리는 거의 허공에 뜨다시피 왼쪽 문에 기우뚱하게 매달렸다.
“뭐야? 뭐야?”
“흐흐흑!”
열차는 아직도 달리고 있었으나 섬뜩하도록 위태로웠다.
“요원님, 이상한 소리가… 납니다.”
곡선 구간을 지나며 울리는 마찰음이 아니었다. 그건….
뭔가 부서지는 소리다.
‘아.’
적재량보다 많은 승객을 실은 채 달리는 열차.
이윽고 무게를 못 버티고 선로를 이탈한 열차가…
전복되고 있었다.
키이이이이잉-!
“끄아아악!”
“사람 살려!”
앞칸에서 비명이 들리고, 열차의 속도가 줄지 않은 채로 계속 기우뚱거리며 달려 나가더니….
육중하게 완전히 쓰려지기 시작한다.
“아아아악!”
우리가 잡은 봉의 위치가 천장으로 올라간다. 우르르 무너지는 사람들이 마치 쏟아지는 화물처럼 아래로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쌓인다.
맨 아래에 깔린 사람은 벌써 곤죽이 되어 압사했을 광경.
파묻힌다.
아직도 열차가 달리며 몸체가 튄다.
‘안 돼!’
이러다 손 놓치면 휩쓸린다.
‘침착하게, 침착하게… X발!’
나는 이를 악물고 최대한 조심스럽게 착지하려 준비했다.
‘완전히 뒤집히기 전에, 바닥으로 미끄러지듯이 내려가야 해.’
봉을 타고 미끄러져 내리면 된다.
옆의 두 사람이 잡은 손이 긴장과 식은땀으로 축축하다. 나는 둘을 먼저 보내고, 마지막으로 내가 미끄러지기 위해 숨을 고르며 봉을 잡은 팔을 당겼다.
그리고 보았다.
창밖으로 푸른 빛이 일렁이고 있다.
“……!”
도깨비.
나는 순간 멍해질 뻔했다가, 정신을 차리고 몸을 돌려 출입문 옆에 붙은 장치를 보았다.
‘비상 개방…!’
그 수동 조작 장치를 조작해, 문을 개방이 가능한 상태로 만들었다.
‘빨리!’
그리고 다시 이를 악물고 봉을 타고 올라 출입문을 열려는 순간.
“요원님, 밟으십시오…!”
“…!”
나는 등을 들이대 주는 고등학생 류재관의 어깨를 발 받침 삼아, 좀 더 편하게 몸을 날려 출입문을 잡았다.
그리고 살짝 열었다.
휙.
요요한 빛이 문틈 사이로 들어온다.
도깨비불의 푸른 흔적이 문 근처를 맴돌고 있다.
누가 봐도 구조를 위한 행동처럼 보이나….
‘…흔적?’
도깨비불에게선 표정이나 인격은 보이지 않았다.
목적성을 잃어버린 기운 덩어리.
‘그렇다면…!’
나는 봉에 매달린 손을 뗐다.
“…!”
간신히 한 손 악력으로 천장에 달린 출입문에 매달려, 다른 손으로는 출입문 사이로 손을 빼내… 도깨비불의 흔적을 잡아챈다.
그리고 열차 아래로 힘껏 던졌다.
훅.
요원이었던 내 몸뚱아리의 신분을 알아본 협력 영물의 영험한 불꽃이 내 손을 타고 지하철 바퀴 아래로 내려가 연결된다.
푸른 빛이 번뜩인 다음 순간.
으드드득 거리는 소리와 함께, 열차가 다시 뒤집어진다.
“…!!”
“으어어어억…!”
열차는 너무 급격하지 않게, 90도를 다시 역방향으로 회전했다. 내가 잡고 있던 출입문이 저절로 닫힌다. 바퀴가 공회전하며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더니….
달칵.
선로와 바퀴가 맞물리는 소리가 났다.
“…….”
열차가 출발합니다….
객실 창 너머 풍경이, 부드럽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하.”
나는 문을 붙잡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괜찮으십니까?”
“허어…… 대충?”
“예, 예!”
일행은 무사했다. 안도감에 머릿속에서 심장박동 뛰는 소리가 들렸다.
“아니… 멀대 양반 날아댕기네.”
나는 은하제 기자님의 감탄에 힘없는 미소를 돌려주었다.
하지만 차내는 이미 지옥이었다.
“흐으으윽….”
“민정아? 민정아!”
깔려 죽은 사람들의 시신과, 뼈가 부러져서 울부짖는 사람들의 소리가 들린다.
바로 옆, 몸을 부딪칠 정도로 가까운 곳에서.
사람으로 꽉 찬 차내에는 이제 시체도 차 있게 되었다.
‘젠장.’
나는 반사적으로 고등학생을 거기서 떨어트려서 더 문 가까이 보냈다.
은하제 기자는 도리어 꽤 주의 깊게 그 참상을 보고 있다.
머리가 쭈뼛 섰으나, 나도 결국 후들거리는 다리로 일어나서 뭉쳐진 사람들을 보았다.
너무 끔찍한데… 오늘 내내 너무 많은 사람의 죽음을 봐서 그런가, 이상하게 황량하고 건조한 피로함이 느껴진다.
나는 몸을 비틀거리며 일단 산 사람들을 더미에서 빼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열차 내부가 적당히 정리되자 손을 뺏….
“이야, 감사합니다. 모르는 요원님. 여기 계셔서 덕분에 살았습니다.”
…!!
고개를 휙 돌렸다.
저기 인파너머 열차 앞 칸에서, 어느새 열차 내부에 나타난 새로운 인영 몇 명이 보인다.
깔린 사람들과 다친 사람들을 수습하는 인영들.
나와 아주 비슷한 형태의 푸른 재킷을 입고 있는 자들.
포승줄, 유리 손포,
…푸른 도깨비불의 흔적.
그리고.
“다음 열차 올 때까지 수습 안 됐으면 진짜 큰일날 뻔했거든요.”
어느새 내 옆에서 나타난 전통 사자탈을 쓴 사람은 주절거리고 있다.
그 탈 아래 푸른 재킷에 글자가 보인다.
초자연 재난관리국.
재난관리국 요원들이다.
‘…!!’
세광특별시 재난의 날.
출동한 요원들이, 지금 내 눈앞에 나타났다.
그중 사자탈을 쓴 자가 자신을 도와 열차를 선로에 연결한 나를 보고 있다.
그리고 좀 초조한 듯하면서도 유쾌한 목소리로 물어본다.
“아니 그 사이에 이 열차 칸도 다 정리하셨네요. 아까 도깨비불 제대로 잘 다루시던데, 혹시 요원님은 어느 지부 분입니까?”
…….
“세광시 지부 소속은 아닙니다.”
“허어, 잘 알겠습니다.”
익살맞고 험상궂은 사자탈 안의 눈이 노랗게 빛나는 것 같더니, 내 재킷을 본다.
“…그런데 그 옷, FM이 아니라 가라로 입은 것 같은데요.”
“맞습니다.”
나는 일부러 머쓱하게 대답했다.
“쉬는 중이라 옷이 없어서, 이 동네 협력 영물분 유니폼을 급하게 빌려 입었거든요.”
“이야. 그래.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사는 게 정말 현장 요원 같은 발언이십니다….”
“하하.”
내 쓴웃음에 상대도 호쾌하게 웃는다.
나는 재빨리 상태를 훑었다….
‘…남자? 여자?’
그조차도 모르겠다.
마치 백일몽의 가면처럼, 인지를 가리고 있는 그 존재는 외양과 특성을 파악하기 어려웠다.
목소리마저도 높았는지 낮았는지 알 수 없다. 저 사자탈이 주는 익살맞은 느낌에 모든 개성이 눌린 느낌이다.
‘…혹은 도깨비의 힘인가.’
아니나 다를까, 약간 난처하다는 듯한 목소리가 도깨비 이야기를 꺼낸다.
“혹시 요원님도 같이 다니는 도깨비불 하나 있습니까? 제 동료 도깨비불이 오늘 오전에 갑자기 아주 증발을 했거든요. 잔상만 남기고 말입니다.”
당연히 그렇겠지.
진짜 도깨비불들은 모조리 밖으로 빼낸 후에 봉쇄 의식이 진행됐을 테니까.
재난의 날에 갇힌 세광특별시 5월 4일 속에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내색하지 않고 대답했다.
“…저는 일을 쉬는 중이라 도깨비불도 장비도 없습니다만. 말씀하신 게 사실이라면 보통 사태가 아닙니다.”
“음…. 그렇긴 하죠. 평소에는 그렇게 찹쌀떡처럼 붙어 다니던 녀석이.”
사자탈은 자신의 탈을 긁으며 말했다.
“이상한 건, 흔적은 제법 남아 있단 말입니다. 그러니까 도깨비불 요 귀여운 녀석의 자아는 사라졌는데 보조배터리 같은 게 약간 남아 있다고 할까요.”
“…….”
그건.
‘혹시 세광특별시 재난의 날에 썼던 도깨비불의 힘은, 아직 이 안에 갇혀서 남아 있는 거 아닐까.’
세광고등학교에서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협력 영물에게 그 제복 빌리면서 다른 말 들으신 건 없습니까?”
“특별히 없었습니다만.”
나는 대신 ‘상담 선생님’이 ‘이 재난을 종결하기 위해 세광역으로 갈 것이다’라고 말했던 것을 전달했다.
“그렇군요. 음….”
사자탈 요원이 고개를 돌렸다.
나는 앞 칸에서부터 요원들이 사람들을 대강이나마 진정시키고, 시체를 분리하는 것을 보며 침음을 삼켰다.
그리고 내 일행들은….
“그러니까 두 분 모두 같은 재난관리국 소속인데, 안면이 없다 이겁니까? 부서가 꽤 갈리고 지방마다 따로 지부가 존재하는 모양입니다?”
“아하하. 넵. 그렇습니다.”
사자탈 요원은 은하제 기자의 말을 넉살좋게 넘기고, 뜬금없이 고등학생 류재관의 머리만 좀 쓰다듬더니 웃으며 말했다.
“구조 요청자분들인가 보죠? 청룡팀이십니까?”
나는 쓰게 웃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대답했다.
“사실 현무팀이었습니다. 그런데 장비가 없어서… 일단 가능한 대로 구조를 해보는 겁니다.”
“으핫! 멋집니다. 동료 요원님.”
그리고 자신의 주머니를 뒤지더니 무언가를 꺼냈다.
유리로 만든, 반짝이는 옥빛 총포.
유리 손포다.
“이거 드리겠습니다. 전 여분을 챙겨와서요.”
“…감사합니다.”
“아뇨. 저야말로 덕분에 살았잖습니까. 아니, 도깨비불 잔상 가지고 열차 도로 세우려다가 죽을 뻔했네.”
나는 얼른 유리 손포를 품에 챙겨 넣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사자탈 요원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그럼 세광역에서 내리실 거란 거죠. 일단 협력 영물의 상태를 확인하고, 구조 루트를 다시 잡으시겠다고요.”
“예.”
“그럼….”
사자탈 요원이 약간 머뭇거리면서, 기차 안의 참상과 시민들의 상태를 확인한다.
대화 중에는 시종일관 유쾌해 보였으나, 이제 기색 아래로 초조함과 불안이 슬쩍 보였다가 사라진다.
그리고 내 일행에게 들리지 않도록, 목소리를 낮춰서 귓가에 속삭였다.
“저기, 느낌이 안 좋거든요. 제가 여기서 그 악랄한 꽝철이 냄새를 맡았단 말입니다.”
“꽝철이…라면?”
“백일몽 이사 말입니다. 그 사이비!”
……!
어떤 이사를 말하는 거지?
‘그리고 꽝철이…라면.’
다른 말로는 강철이.
불 뿜는 사악한 이무기 요괴… 아닌가?
[흠, 내 친구의 출신지에서 유행하던 민담이라! 고전적이라고 할지, 낡았다고 할지. 물론 17세기부터 유명 인사였다면 클래식으로 대우해 줄 수도 있겠지만 말입니다.]
그래. 근데 그런 이사가 백일몽에 있다고?
아니 그보다 말이다.
“그런 냄새…를 맡으실 수 있습니까?”
“제가 지금 괜히 이 덥고 무거운 탈을 쓰고 다니는 게 아닙니다. 이런 영험한 효능 때문에 쓰고 다니는 거죠.”
“…!”
사자탈이 이리저리 물결치며 노란 눈을 익살맞게 굴린다.
“특히 이 녀석이 삿되고 센 녀석이나 부당 계약 같은 건 아주 기가 막히게 찾아냅니다! 완전 개코가 따로 없죠?”
그, 그러시구나.
하지만 그보다 먼저 다른 깨달음이 있다.
유쾌연구소는 백일몽 때문에 망했다.
그렇다면, 유쾌연구소와 연관된 세광특별시 사건에도 분명 백일몽 역시 개입해 있을 확률이 높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말이다.
나는 다급히 물었다.
“백일몽이 이 사태에 깊이 연관되었을 거라고 생각합니까?”
“아무래도 그렇죠? 그리고 더 마음에 걸리는 게 있고요.”
뭐지?
나는 손짓하는 사자탈 요원에게 가까이 가서 귀를 댔다.
더 낮고 작아진 목소리가 말한다.
“그 냄새가 너한테서도 나.”
나는 멈췄다.
“요원님. 혹시 백일몽 이사랑 무슨 계약했어요? 혹시….”
“…….”
“요원인 척 사칭하면서, 분탕 치는 역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