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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7화


첫 출근 날 팀에서 ‘신입 씨 곧 뒈질 수도? 하하, 농담~’ 같은 소리를 들었을 때 신입사원의 올바른 반응은?

사실 그런 건 없다.

아니, 그냥 답이 없다.

다행히 내 반응을 기대하진 않았는지 상사들이 말을 틀었다.

“일단… 데스 서바이벌 통과한 거 축하하고.”

사내에서 대놓고 그렇게 불러도 되는 건가?

“근데 진짜 수석이야? 대박이다.”

“자랑 좀 들어보자.”

나도 이유가 궁금하다.

“그냥 열심히 했습니다만.”

“아이고 그럼 다 서울대 갔지.”

“어쨌든 인상적이야. 우리 조에 잘 왔다.”

입사 성적이 좋으니 이런 장점은 있다. 격무에 시달리는 부서답게 신입에게 텃세는 부리지 않는 것 같단 점이다.

“조장님도 곧 오실 거야. 외근 중이시니까 일단 편하게 있자고!”

“아. 감사합니다.”

나는 상사의 안내에 따라 파티션이 쳐진 공간으로 갔다.

앞뒤로 붙은 데스크 네 대.

그리고 그 옆에 있는 손님맞이용 쇼파와 탁자 위에는 80년대 스타일의 라디오가 올라가 있었다.

상사들이 자신의 자리에 앉으며 내게 손짓했다.

“거기 소파에 앉아 있어.”

“예.”

그리고 내가 소파에 앉자, 거짓말처럼 탁자 위 라디오가 작동하며 낡은 소리를 냈다.

“…?”

경쾌한 배경음과 톤 높은 방송인의 목소리.

-안녕하세요! 생생 교통예보입니다. 현재 서울시의 출근길 도로 상황은 맑고 쾌청한 오늘의 날씨처럼 한적한데요, 다만 오후부터는….

나는 고개를 돌려 창문 밖을 보았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었다.

괴리된 현실.

‘아.’

이 라디오, 괴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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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탐사기록 / 괴담

[안녕 교통정보]

: <어둠탐사기록>에 등장하는 괴담, 백일몽 주식회사의 식별코드는 Qterw-E-63.

오늘의 운세를 교통 상황으로 알려주는 기묘한 라디오. 때로는 충고나 조언도 해주나, 오히려 그 충고를 의식한 나머지 섬뜩한 결과를 초래할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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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챘어?”

“…!”

“와, 이번 신입 귀신 같네…. 위화감 빨리 캐치하는데?”

라디오를 끄며 다가온 체대생처럼 생긴 남자 상사가 말했다.

“이거 오늘의 운세 같은 건데, 비교적 안전한 도시전설이야. 검증된 황혼 등급 어둠이지.”

“…….”

“잠깐만, 너 지금 도시전설은 뭐고 어둠은 뭔데 이 오타쿠야라고 생각했지?”

아닙니다.

“그런 신입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짜잔.”

태블릿 PC가 탁자에 놓였다.

상사는 화면을 몇 번 터치하더니, 동영상 하나를 재생했다.

“쭉 봐봐.”

<현장탐사팀 신입 교육 비디오>

어딘가 레트로한 느낌이 나는, 음질 낮고 명랑한 오케스트라 BGM이 울렸다.

그리고 88년 올림픽 캐릭터와 시대가 비슷할 것 같은 두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나와서 고개를 숙였다.

-꿈과 열정이 가득한 신입사원님! 백일몽 주식회사 현장탐사팀에 어서 오세요!

-오늘은 현장탐사팀이 어떤 멋진 일을 하는지 상세히 알려드릴게요!

‘여우랑 용?’

붉은 여우와 노란 용 캐릭터는 한복을 입고 벙글벙글 웃고 있었다.

-그 전에!

미묘하게 귀여운 두 캐릭터의 위로 대놓고 올드한 굴림체 폰트가 떠올랐다.

[백일몽 주식회사는 무슨 회사인가요?]

이미 알고 있다.

이 회사는 대중적으로는 말도 안 되게 효과가 좋은 탈모약과 피부질환 치료제를 파는 미용 특화 제약사였다.

하지만 사실은?

-탈모약만 만드는 것 같다고? 오마이갓! 사실 백일몽 주식회사에서는 여러분이 필요한 모든 약을 만들 수 있답니다!

-말 그대로 마법의 약을 만드는 매직 컴퍼니!

마약중독을 완치시키는 약부터 불로장생약까지 별별 환상의 포션을 만들어, 알음알음 정치권이나 상류층과 거래 중인 것이다.

그게 백일몽 주식회사의 본질이었다.

초월적 포션을 만드는 비밀단체.

‘그리고 그건 이미 있는 과학적이고 현실적인 방법으로는 불가능하지….’

여우 캐릭터가 윙크를 하며 검지를 치켜든다.

-단! 마법의 약을 위해선 마법 재료가 필요해요.

-바로… ‘꿈결’!

화면에 ‘꿈결’이 황금빛 글씨체로 강조되며 커지고, 반짝반짝 빛나는 액체가 배경에 황홀하게 흐른다.

하트와 별이 뿅뿅 튀어나오는 것이 마치 유아용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마법의 물약 같지만….

저것의 정체는 괴담이다.

-‘꿈결’은 초자연적 현상에서 채집됩니다!

용이 한 손을 내밀자, 화면이 바뀐다.

귀여운 일러스트로 표현된 도시의 골목길이다.

그러나 가로등 그림자에서 빨간 눈이 나타나더니, 괴물의 형상으로 변해 행인을 위협한다.

그다음으론 선풍기가 혀를 날름거리며 잠든 사람을 들여다보는 과장된 애니메이션이 나왔다.

-현대 사회에도 초자연적 현상이 발생하는 걸 아시나요?

-선풍기를 틀어놓고 밀폐공간에서 자면 죽는다, 욕을 먹으면 오래 산다… 모두 미신적인 도시전설입니다!

-하지만 가끔은 이런 도시전설들이 현실로 나타나요!

‘도시전설이라고 부르는 건가….’

과연, 괴담보다 도시전설이 조금 어감이 덜 무섭긴 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핵심 내용이 나왔다.

-백일몽 주식회사는 이 도시전설들을 관리하여, ‘꿈결’을 채취하고 사람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멋진 마법 약을 만들고 있습니다!

-용용씨, ‘꿈결’은 회사에게 그 무엇보다 중요한 자원이죠?

-그럼요! 항상 필요한데… 과연 누가 ‘꿈결’을 모아 와줄까요?

용용이라고 불린 용 캐릭터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누구긴.

-바로 멋진 현장탐사팀입니다!

정장을 입은 직장인들이 엄지를 치켜들며, 각종 비현실적인 사태가 일어나는 공간에서 활약을 펼치는 SD 애니메이션이 나왔다.

-용감하고 지혜로운 현장탐사팀의 활약으로 오늘도 꿈결 수집기가 가득 찼네요!

화면 속 눈썹이 부리부리한 직장인 캐릭터가 멋지게 한 손에 든 물건을 내밀었다.

눈금이 달린 휴대용 실린더.

‘꿈결 수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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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결 수집기]

: <어둠탐사기록>에 등장하는 아이템.

백일몽 주식회사가 만든 휴대용 액체 저장 용기로, ‘어둠(괴담)’을 탐사할 시 눈금이 채워진다.

회사에서는 해당 용액을 ‘꿈결’이라고 지칭.

이렇게 수집된 ‘꿈결’을 원료로 현실 조작에 가까운 미친 시약을 만들어 내는 것이 백일몽 주식회사의 주요 수입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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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탐사팀의 필수품을 보며, 두 캐릭터가 박수를 보낸다.

-그럼 꿈결 수집기를 챙겨 들고, 용감하고 현명하게 어둠으로 진입합시다!

-우리 회사의 미래가 당신의 어깨에 달려 있어요! 화이팅!

전형적인 신입사원 가스라이팅을 외친 영상은, 폭죽과 함께 <백일몽 주식회사>의 로고를 보여주며 끝이 났다.

“…….”

“잘 봤어?”

“예….”

나는 말을 골랐다.

“인상적이었습니다.”

“어…… 우리 부서 일이 좀 그런 편이긴 해.”

꽤 서글서글한 상사는 내게 손을 다시 한번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했다.

“아, 소개부터 해야지. 김솔음 사원 맞지?”

“예. 잘 부탁드립니다.”

“그래. 아! 저기는 은하제 대리님.”

대리님이라고 소개된 단발머리 여성이 자신의 데스크에서 손을 휘휘 내저었다가 내렸다.

체대생 타입의 남성이 씩 웃으며 자신을 엄지로 가리켰다.

“나는 박민성이야. 주임이고.”

“반갑습니다. 주임님.”

“하하, 뭐 그렇게 깍듯하게 말할 거 없는데.”

“예?”

“이 부서는 대충 1년 근속하면 다들 주임은 달더라고. 너도 곧이야, 곧.”

그 전에 죽을 확률도 만만찮다는 건 굳이 말 안 하는 센스가….

“그 전에 죽을 수도 있긴 하고.”

없으시구나.

“아 선배!”

“왜. 알아두는 게 맞지. 방금 소개 영상에서 봤다시피, 위험한 일은 맞다.”

은하제 대리가 턱짓했다.

과연. 이 회사에서 대리까지 달려면 저 정도 멘탈의 소유자여야 하구나.

“퇴사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야. 세상에 직업이 얼마나 많은데.”

그리고 이 세계관에서는 무슨 직업을 고르든 괴담에 빨려 들어갈 가능성이 있지….

“감사하지만 일단 열심히 다녀보겠습니다.”

“흠. 그래.”

“오오, 열정.”

둘은 태도가 보기 좋다며 고개를 끄덕였고, 대리는 격려의 말을 덧붙였다.

“괴담이니 도시전설이니하지만, 그래도 다 대응 매뉴얼은 있으니 과한 걱정은 말고.”

“…예.”

주임이 숙덕였다.

“아, 이 회사에서는 ‘어둠’이라고 부르거든? 괜히 밖에서 저 녀석 괴담 오타쿠인가? 하는 시선 받기 싫으면 그냥 그렇게 불러.”

“…….”

그럼 그냥 오타쿠 취급을 받는 게 아닙니까?

하지만 입을 다물고 고개나 끄덕였다. 출근 첫날 상사 말에 꼬투리를 잡는 괜한 짓을 하고 싶진 않았으니까.

“그래. 매뉴얼은 다 이해했고?”

“예.”

나는 주임이 내민 ‘업무 매뉴얼’까지 정독한 후 고개를 끄덕였다.

“음. 좋아, 좋아.”

상사 둘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더니, 씩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그럼 일하러 가볼까?”

예?

* * *

14층.

상사 둘은 나를 데리고 이동한 층이다.

“기본 숙지가 끝났으니까 이제 체험을 해야지.”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멈춰선 곳은 비상계단 옆에 있는 작은 창고 앞이었다.

“그래서. 오후에 네가 해볼 일은… 가벼운 어둠 탐사야.”

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안 죽어, 안 죽어. 어, 게임으로 따지면 초보자 마을에서 나오는 슬라임 같은 거지!”

“……예.”

슬슬 일할 때가 되긴 했지.

각오는 했지만 그래도 정신이 아찔하다.

‘설마 첫 근무로 죽기 쉬운 곳에 가진 않겠지.’

자기들도 패닉에 빠진 신입을 챙기긴 어려울 것 아닌가.

나는 최대한 스스로를 진정시키며 머리를 쓰려 애썼다.

일단 이 앞에 선 이유를 추측하자면… 아, 창고가 괴담으로 연결된 장소인가?

‘창고에서 시작되는 괴담이 뭐가 있었지?’

내가 내 머릿속 <어둠탐사기록> 위키를 뒤지고 있을 때, 상사들은 내게 이런저런 지시를 하기 시작했다.

가장 처음으로는 물건을 받았다.

“아까 영상에서 봤지? 꿈결 수집기야.”

나는 마치 주사위처럼 생긴, 사용감 있는 단단한 플라스틱 밀봉 실린더 같은 것을 받아 들었다.

‘이것도 굿즈로 팔았었지….’

그래도 실물을 받으니 어쩐지 기분이 묘한걸.

“혹시 잃어버리지 않도록 주의하고. 그거 다 넘버 새겨져 있어서 정말 골 아파진다.”

“예, 대리님.”

탄피 잃어버린 거랑 비슷한 사태라고 이해했다.

“그리고 일단 어둠에 들어가기 전에는 가면 착용을 습관화하는 게 좋아. 이유는 묻지 말고. 네 가면도 어디 좀… 음.”

“…….”

“…….”

양 뿔이 달린 나무껍질 같은 내 가면을 본 상사들이 눈을 껌벅였다.

“…사슴?”

“노루?”

저도 모릅니다.

“뿔 멋있네. 노루 맞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노루 하자. 사슴보다 세잖아.”

노루가?

“어쨌든 그거 쓰고, 이거 봐.”

박민성 주임이 태블릿 PC를 내밀었다.

아, 어떤 식인지 또 매뉴얼 영상으로 브리핑을 해주려고….

[이거 하고 2000만원 받기 vs 그냥 살기]

“…??”

인터넷 글이었다.

-근방 10㎞ 내에 아무도 없는 편의점에서 귀신이랑 술래잡기 3일 하고 이천만 원 받기.

VS 그냥 살기.

참고로 귀신 이렇게 생김↓

‘윽!’

소름을 참으며 스크롤을 휙 내려서 사진을 넘겼으나, 이미 잔상이 남았다.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크고, 덕지덕지 이마와 머리가 부푼 파란 귀신이었다.

“뭐라고 적혀 있어?”

“사흘 동안 편의점에서 귀신과 술래잡기하고 돈을 받을 생각이 있냐는….”

말하면서도 모르겠다.

‘이걸 대체 왜 보여준 거지?’

사내 괴롭힘은 아닐 텐데.

‘어둠 탐사’하러 가자면서 웬 인터넷 게시글을…… 아.

“…….”

“…….”

나는 화면을 보지 않고 다시 스크롤을 올렸다.

[이거 하고 2000만원 받기 vs 그냥 살기]

이거… 설마.

———————=

어둠탐사기록 / 괴담

[선택해 줘]

: <어둠탐사기록>에 등장하는 괴담, 백일몽 주식회사의 식별코드는 Qterw-F-243

인터넷에서 유행했던 ‘공포체험하고 돈 받기 VS 그냥 살기’ 류의 밸런스 게임 선택지에서 파생된 어둠.

특정 숫자가 포함된 URL에 접속할 시 비정기적으로 발생한다.

주로 살인마에게 쫓기거나 귀신에게 쫓기게 되며, 잡힐 시 처음부터 다시 시작된다.

———————=

이 미친 세상아.

주변이 일그러지는 가운데, 주임의 목소리가 굳이 들렸다.

“편하게 하고 와, 편하게!”

되겠냐?

오늘 발령 난 신입한테 계약 따오라고 혼자 외근 보내는 짓을 괴담 속에서까지 당해야 하냐고!

그러나 비명 지를 틈도 없었다.

그걸 끝으로, 나는 홀로 어둠에 떨어졌다.

“…….”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둡다.’

서늘하고 쿰쿰한 공기. 시야는 극도로 침침했다.

보이는 건 저 멀리 음료 냉장고에서 나오는 차갑고 흐린 빛의 깜박임뿐.

“…….”

숨도 참고 조심스럽게 광원을 향해 걸어갔다.

적막한 편의점의 모습이 어두컴컴하게 윤곽을 드러냈다가, 사라진다….

침묵. 정적.

내 발소리가 바닥을 밟을 때마다 나는 소리에, 식은땀이 목 뒤로 흘러내렸다.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았다. 적어도 지금은.

‘후우.’

한숨도 속으로 삼켰다.

발걸음은 유일한 광원, 냉장고 불빛이 제법 가깝지만 나를 비추지 않는 자리에서 멈췄다.

흐릿하고 차가운 빛에 기대어 주변을 살펴보았다.

편의점은 프렌차이즈 카페 크기 정도로 제법 컸다.

생필품과 식료품은 기묘할 정도로 잘 정리되어 먼지 하나 없이 진열되어 있다.

‘의식주의 위협은… 없나.’

그래. 이 괴담, 그러니까 ‘어둠’ 자체가 사람의 육체적 생존을 틀어 죄는 종류가 아니다.

정신적인 충격과 비명을 뽑아내는 것에 특화되어 있었으니까.

빠르게 가장 안전한 답안이 도출된다.

‘물과 에너지바만 챙기고 숨어서 버티는 걸로 하자.’

응. 나는 내 주제를 알았다. 도저히 귀신이랑 술래잡기는 못 하겠다.

여차하면 에너지바도 필요 없다. 조용히 먹을 수 있는 거 아무거나 한두 개 챙기며 그만이다.

하루 이틀 굶어도 인간은 안 죽는다. 귀신이랑 만나느니 굶는 게 낫지.

‘하지만 물은 필요해.’

어쩔 수 없었다.

나는 빠르게 물을 발견했다. 음료 냉장고 안이다.

그나마 불빛이 있어서 눈에 확 들어왔고, 다행히 맨 끝 칸이라서 주변을 충분히 경계할 수 있을 것 같다….

“…….”

조심스럽게 발을 옮겨, 빛이 비치는 곳을 피해 냉장고 끝으로 향했다.

‘후우.’

정면으로 본 맨 마지막 칸.

멀리서 봤던 대로 상단 칸에 상표가 블러 처리된 각종 브랜드의 물이 빼곡하게 차 있었다.

그러나 정면 가까이 서자 물 외에 다른 것도 보였다.

“……?!”

아까 본 인터넷 페이지. 미친 듯이 스크롤을 내려 스치듯이 지나갔으나 잊을 수 없는 기괴한 윤곽.

눈알이 튀어나온 시퍼렇고 울퉁불퉁한 얼굴.

귀신.

‘미친…!’

눈이 마주치는 순간 히죽히죽 얼굴이 뒤틀리며 눈알이 불룩거린다.

‘귀신 얼굴이 왜 X발 냉장고에…!’

즉각 뒤로 몸을 물렸다. 그리고 돌아서서 뛰려는 순간.

깨달았다.

귀신은 냉장고 안에 있는 게 아니라,

냉장고 유리문에 비치고 있던 것이다.

“흐….”

툭.

등에 뭔가 닿았다.

목덜미에서 서늘하고 두텁고 딱딱한 가닥가닥의 손아귀가 느껴진다.

익사자의 손.

그리고….

-잡았다.

암전.

술래잡기 끝.

* * *

“후읍!”

나는 눈을 떴다.

서늘한 공기. 시야는 극도로 침침했다.

보이는 건 저 멀리 음료 냉장고에서 나오는 차갑고 흐린 빛의 깜박임뿐.

“……!”

시작점으로 돌아온 것이다.

주로 살인마에게 쫓기거나 귀신에게 쫓기게 되며, 잡힐 시 처음부터 다시 시작된다.

‘이런 미친.’

3일 동안 이러고 있으라고?

차라리 죽여라 X발!

‘아니, 아니지.’

나는 곧 더 섬뜩한 정황을 추측해 버렸다.

‘버티지 못하면 결국 처음 시점으로 돌아가니까… 실제로는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

말 그대로 끝없는 리트.

나 같은 쫄보는 그전에 미칠지도 모른다.

‘안 돼.’

다른 방법, 다른 방법 없나?

나는 이번엔 음료 냉장고를 피해 계산대로 향했다.

계산대 카운터 주변에 몸을 가릴 만한 큰 구조물이나 물건이 많으니, 일단 여기 숨어 생각할 시간을 벌 생각이었다.

‘의자 안쪽으로 아예 몸을 숙여서 들어가 있으면….

그 과정에서 보았다.

카운터와 의자 다리 사이에.

귀신의 하반신 실루엣을.

“…….”

툭. 투툭. 투투투투툭.

창백한 맨발이 이상한 간격과 리듬으로 움직인다. 인간이 아닌 것 특유의 기묘한 위화감이 불쾌한 소름을 경보처럼 울린다.

숨을 참고 카운터 아래 엎드렸다.

계속.

귀신이 기괴한 걸음으로 지나가고도 내가 소리를 내고 참을 수 있는 한계까지, 계속.

‘마음 놓는 순간 얼굴 들이미는 클리셰가 너무 많아.’

그리고 한참 뒤, 아주 천천히 숨을 풀었다. 그마저도 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면서.

“…….”

‘미치겠네.’

식은땀이 턱에서 떨어졌다.

뭘 할 수가 없다. 하다못해 스마트폰도 화면 라이트 때문에 어그로 끌릴 게 뻔해서 킬 수가 없었다.

믿을 건 내 기억력뿐!

‘분명, 이 괴담에 대한 것도 여러 번 되새기듯이 봤는데….’

F등급 괴담들은 신입이 함께 투입된 탐사기록도 많아서 기출문제 보듯이 봤다.

물론 첫판부터 나 혼자 떨어질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젠장.’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탐사기록을 떠올렸다.

‘산장, 지하실, 횡단보도, 패스트푸드점, 폐교….’

다 아니다.

하지만 분명, 분명 특이한 케이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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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탐사기록 / 괴담 /

선택해 줘

탐사기록 #23 (이레귤러)

야밤의 폐병원에서 하룻밤(12시간) 동안 미친 의사에게 쫓김.

※특이사항 : 16시간 11분 경과 후 탐사 종료.

———————=

“…!”

이거다.

나는 해당 내용을 쥐어짜 재구성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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