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75화
실내등이 환한, 괴담 속 교실.
“죽어! 죽어!”
내 뒤에서 움직임 없이 섬뜩한 학생을 필사적으로 난타하는 사람들.
“저들이 지나갈 때까지 기다립시다.”
내 앞에서 지나가는 우리 회사 직원들을 경계와 멸시가 어린 눈으로 쳐다보는 공무원.
그리고 그사이에 낀….
동료도 없고 타이밍도 놓친 나.
옆의 공무원에게 선량한 일반인처럼 보이면서 이 악몽 같은 괴담을 안전히 클리어해야 한다.
그 정체는… 사실 저 공무원이 혐오하는 제약회사 출신이다!
“…….”
대체 이놈의 난이도가 어디까지 올라가는 거냐…?
‘미치겠네.’
직원들은 그사이 저 멀리 멀어졌다. 몇몇과는 눈도 마주친 것 같았으나, 내가 시선을 피하자 말을 걸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가줬다.
그나마 다행이다 싶은 그 순간.
깜박.
정전이 다시 일어났다.
“힉!”
하지만 이번엔 찾아오는 어둠보다 사람들이 빨랐다.
“……아, 안 움직인다!”
“됐어!”
나는 심호흡했다.
불이 순간 깜박이다 켜졌을 때.
조각상처럼 멈춰 있던 ‘세광공업고등학교 학생’은 어느새 뒷문 근처 바닥에 쓰러져 있다.
“와아아앗!”
사람들이 미친 듯이 난타한 것은 분명히 효과가 있었다. 이번엔 학생은 불이 꺼져도 움직이지 못했으니까.
그 대신, 누적된 폭행의 영향을 쏟아지듯 받아 쓰러져 죽은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다시 멈춘 학생의 오른손만은 여전히 뒷문을 붙잡을 듯, 허공을 향해 뻗어 있었다….
“…….”
사람들이 환희에 찬 표정으로 피 묻은 마대자루와 의자를 든 채 환호했다.
“통했어! 이거다!”
“…….”
도망쳐야 한다.
학생 개체 중 하나가 생물학적 죽음과 유사한 이동 불능 상태에 빠질 시.
빨리.
근처의 모든 학생이 그 자리에 호출된다.
[띵- 동- 댕- 동]
[1학년 5반에서 사망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어…?”
교내 방송이 나왔다.
전과 달리 그 목소리가 착 가라앉아 있었다.
뒤로 깔리는 느린 장송곡.
“지금.”
공무원이 내 등을 찔렀다.
“뜁시다.”
[죽은 학생은 1학년 이원율입니다.]
나는 당장 문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리고 최대한 빨리, 많이 복도의 풍경을 눈에 담았다.
필요한 걸 확인하고 근처로 붙어서 몸의 부피를 줄인다.
“벽에 등을 붙일까요?”
“정확합니다.”
[모두 5초간 묵념합시다.]
나는 내 어깨를 누르는 공무원에게 반항하지 않고, 벽에 등을 댄 채 그대로 주저앉았다.
그리고.
툭.
불이 꺼졌다.
[5]
음률 사이로 드륵,
뒷문이 열리는 소리.
[4]
“아아악!”
“악!”
“뭐, 무… 끄으윽.”
[3]
“살…….”
“흑,”
[2]
비명, 비명, 짧은 비명.
[1]
…….
…….
침묵.
흐르는 장송곡.
[묵념을 마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나는 떨리는 머리를 억지로 들어 교실 안을 바라보았다.
보아야만 하니까.
깜박.
불빛이 돌아오며 시야가 살아난다.
교실 안은 피와 오물로 엉망진창이었다.
날아가서 벽에 박히거나 바닥, 책상에 널브러진 온갖 시체들.
‘……하.’
그리고 그사이에 오로지 두 명의 인영만 우뚝 서 있다.
내 시선으로 인해 멈춘 세광공업고등학교 학생들.
한 개체는 목이 잘려 죽은 사람을 짓밟고 서 있고, 다른 하나는 웃으며 앞문을 잡고….
나를 응시하고 있다.
“…….”
인지됐다.
‘망할.’
턱을 타고 땀방울이 떨어진다.
“…잠시만 뒤로, 물러나겠습니다. 교실 안이 보이는 각도로요.”
“…….”
공무원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전방을 계속 응시하면서 벽을 더듬어 뒤를 잡아갔다.
이쪽 벽에 선 이유.
[휴대용 조명등]
빨간색 비상 손전등이 바로 근처에 있었다.
정전이 일어나도 학생을 ‘정지’시킬 수 있는 휴대용 광원.
‘무조건 필수품이지.’
다만 원래 세 개가 꽂혀 있어야 하는 자리에는 하나만 남아 있다.
‘직원들이 뽑아갔겠지.’
백사헌 그 자식이 일행에 있었는데도 세 개 전부 뽑아서 여분으로 챙기지 않은 게 놀라울 뿐이다.
게다가 비상등의 출납 센서에 종이 뭉치를 꽂아놓아 알람 소리가 나지 않게 방지한 센스까지 있었다. 괴담 탐사의 짬이 있는 사람들다웠다.
심지어 남은 종이 한 장을 손전등 빈자리에 흘려놓았다.
‘거기까지 봐뒀지.’
나는 뒤를 더듬어 그 종이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손을 앞으로 뻗자, 내 시야 끄트머리에 종이 뒷면에 접어놓은 문구가 걸렸다.
-빚
“…….”
제법 하네.
나는 백사헌의 쪽지를 구겨서 다시 뒤를 더듬어 센서에 쑤셔 넣으며, 손전등을 뽑아냈다.
‘후.’
이걸로 임시적 정전 대비는 1차 완료.
‘다음은….’
“…! 손전등을 뽑으셨습니까?”
“네.”
“……훌륭합니다. 계속 켜놓으시면 됩니다. …이제 명찰을 회수합시다.”
공무원은 성큼성큼 교실의 앞문으로 걸어갔다.
나를 빤히 응시하고 있는 학생 개체 코앞까지.
‘후우우….’
보는 것만으로도 머리끝까지 경고 신호가 치솟는 기분이다.
그러나 공무원은 신속하게 그 가슴팍의 명찰을,
떼어냈다.
그리고 그 너머에 뒷문에 쓰러져 있는, 처음 죽은 개체의 명찰까지 회수했다.
“…….”
미치겠다.
‘이거 돌이킬 수 없는 스텝인데.’
학생의 명찰을 뺏는 것을 목격당할 시, 해당 학생에게 죽을 때까지 추격당한다.
어차피 눈이 마주친 시점에서 글렀나 싶기도 하지만 말이다.
‘무조건 쫓긴다.’
손전등이 있다고 해도 학생 둘을 달고 이 야간의 학교를 이동하는 건 평범한 사람에겐 미친 짓이다.
장비와 동료를 갖춘 재난관리국 요원이라 할 수 있는 선택이었다.
‘…그래도 나라면 다른 방식으로 했어.’
하지만 이미 엎어진 물이고, 이성적으로 생각하자면….
공무원에게 정체 들키기.
악몽 속 괴담에서 죽기.
아무리 생각해도 전자가 더 위험이 컸다. 여기서 죽는 건 덤이고, 찍혀서 조사까지 당할 것 같으니까.
‘지금은 재난관리국 요원의 한 수를 믿는 수밖에 없나.’
그래도 1인분… 1인분을 하자.
‘할 거면 빨리해야 해.’
공무원이 움직이는 것과 동시에 나도 교실 안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뒷문 쪽 학생에게 손을 뻗어서 명찰을 빼냈다.
‘으으으윽!’
미치겠네 진짜 무섭다.
미동도 없이 멈춰 선 학생은 금방이라도 나를 돌아보고 내 머리를 가격해서 뭉갤 것 같았으나….
그런 일은 없었고, 성공했다.
‘후우.’
그렇게 소름으로 저릿한 손을 쥐고 있을 때였다.
“사, 살려주세요….”
들어버렸다.
“…….”
학생 개체가 죽은 사람의 목만 밟고 있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그 밑에서 눈물만 줄줄 흘리고 있는 누군가.
“제, 제발….”
아직 살아 있는 사람이 있었다.
고함을 지를 기력이나 독기도 없는지, 가늘게 내게 속삭이는 게 귀로 들어온다.
“…….”
나는 짧고 치열하게 고민한 끝에, 모종의 행동을 했다.
…….
“…! 흑, 흐흡……. 예….”
내 눈은 완전히 학생 형상의 개체를 보는 데 쓰고 있어 확신할 순 없었으나, 밑의 사람이 가늘게 고개를 끄덕인 것 같았다…….
“…….”
나는 천천히 뒤로 물러나서 공무원과 합류했다. 그리고 뒷걸음질 쳐서 복도로 나간 다음, 빠르게 이동을 시작했다.
“앞을 보십시오. 제가 교실 쪽을 보겠습니다.”
“…예.”
공무원은 자신이 가진 손전등을 꺼냈다.
그리고 앞문에서 우리를 똑바로 응시했던 개체의 뒤통수를 보면서.
나는 혹시 나타날지도 모르는 새로운 개체를 내 시선으로 ‘멈추게’ 하기 위해 복도 앞을 보면서.
우리는 벽에 붙은 채, 서로에게 사각이 없도록 최대한 보완하며 이동했다.
“…….”
소리 없이 필사적으로 빠른 움직임이었다.
그렇게 교실이 시야에서 멀어지며… 마침내 두 개체 중 완전히 실내에 잇던 하나가 눈에 보이지 않게 됐겠다 싶을 때쯤.
그것을 보고 있었을 공무원이 의아한 듯 중얼거렸다.
“왜 쫓아오질 않… 설마,”
공무원과 맞댄 등에서 동요가 전해졌다.
“…안에 살아 있는 사람이 있었습니까? 그 사람이 보고 있는 겁니까.”
“…네.”
공무원이 심호흡한다.
“중상을 입어서 움직일 순 없는 상황이었겠군요. …잘하셨습니다. 재난 중에는 자신의 안전을 먼저 확보한 후에, 남을 돕는 겁니다.”
“…….”
“계단으로 가십시오. 소화전 근처에서 한번 멈추겠습니다.”
“네.”
나는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깜박.
…다시 정전.
“손전등으로 비추고 있습니다.”
“예.”
나는 계속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깨달았다.
방금 정전 때,
내가 명찰을 준 사람이 죽었다.
‘쫓아온다.’
지금 교실에서 두 개체가 나오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전방을 응시하느라 그걸 돌아볼 수 없다는 게… 미치게 머리가 삐죽 서게 한다.
“당황하지 마십시오. 아직 기회는 있습니다.”
“…….”
“아까 명찰 습득하셨죠.”
“네.”
“좋습니다. 이제 자살하시면 됩니다.”
기절하는 줄 알았다.
“비상등에서 멈추자마자 하죠. 너무 얼굴이 창백하셔서 빨리 악몽에서 깨어나시는 편이 좋겠습니다. 명찰이 있으니 문제없을 겁니다.”
“…저.”
하지만 말이다.
나는 침을 삼켰다.
“명찰을 습득하긴 했지만, 지금은 제 손에 없습니다.”
“……!”
“교실에 살아계셨던 분께 드리고 왔습니다.”
그래.
나는 아까, 명찰을 일부러 바닥에 떨어트렸다.
‘학생’ 밑에 깔린 사람이 잡을 수 있도록.
-그걸 쥐고 있으면 이 꿈에서 깰 겁니다.
-…! 흑, 흐흡……. 예….
“명찰을 가졌으니, 그분은 무사히 깨어날 거예요.”
더불어서 이렇게 시간도 벌어주셨고 말이다.
“…!”
공무원이 착잡함과 스트레스가 가득 찬 채 짧게 호흡했다.
그리고 한결 더 피로하고 사무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가진 여분의 명찰을 믿으셨던 겁니까?”
“아뇨. 그건 안 주셔도 괜찮습니다. 요원님이 얻으신 거니까.”
“…….”
“명찰이 더 필요하신 거죠? 요원님 동료분들도 드려야 할 테니까요.”
“…그건.”
물론.
내가 대책 없는 호구라서 이런 말을 하는 건 아니었다.
‘진짜 괜찮거든.’
왜냐고?
‘애초에 난 명찰만 습득해서 자살할 생각이 없었으니까!’
탐사기록 #13
내가 토대로 삼아 탈출하려는 탐사기록, 그러니까 내가 쓴 위키 항목은… 애초에 명찰을 손에 넣지 못한 탐사자의 기록이었다.
게다가 난 탐사기록을 쓸 만큼 이 괴담에 대해 꽤 많이 분석하고 변수를 생각했었다.
그리고 그런 결론을 내렸었다.
‘명찰을 가지지 않은 상태에서 ‘어떤 행위’를 해야만, 여기서 물리적 죽음을 맞이하지 않고도 클리어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게 가장 높은 등급의 꿈결 용액을 가져갈 수 있는 공략법이기도 했다.
‘그럼 무조건 해야 해.’
D조가… 그러니까, 새로운 상황에서도 내가 계속 비슷한 성과를 내는 걸 증명해야 한다.
“명찰이 없이 죽으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아십니까?”
안다.
“앞으로 그믐날 잘 때마다 이곳에 다시 끌려오는데, 일어나면 잊어버려서 대처할 수도 없게 됩니다.”
“…….”
“그걸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못할 것 같긴 한데, 감당해야지 별수 있나….
기왕이면 명찰을 계속 들고 다니다가 결정적일 때 소유권을 포기하는 게 훨씬 안전하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저 공무원이 내 일행으로 붙어 있는 이상, 내가 명찰을 습득해서 여차하면 버린다는 건 불가능했다.
그래서 차라리 리스크를 감수하고 자연스럽게 명찰을 줘버린 것이다.
“또 기회가 있겠지요.”
있어도 또 양보할 것이다.
너랑 동행하는 중에는.
“그리고 그 기회는 제가 알아서 잡겠습니다. 요원님께 달라고 하지 않을 테니 걱정 마세요.”
“…….”
그리고 이쯤에서 한번.
시도라도 해볼까.
나는 약간 결심한 것 같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역시, 여기서 흩어지죠.”
“…!”
“필요하시다면 제가 가진 손전등도 드리겠습니다.”
‘어차피 강력 파워 손전등 챙겨왔어.’
그 외에도 이것저것 챙겨왔단 말이다.
너랑 헤어지기만 하면 민간인 행세 그만두고 쓸 수 있다, 헤어지기만 하면!
혼자 다니는 게 무섭긴 하지만 이렇게 손발이 묶인 채로는 안 됐다.
민간인이든 회사 동료든 그쪽이 낫지!
‘더 다수 그룹에 합류해야 해.’
이 괴담은 눈이 많을수록 안전하지만, 시끄러울수록 위험해지는 기묘한 구조다.
‘빨리 4인 정도의 파티를 구성해야 한다.’
내가 백일몽 주식회사 직원이라는 위험 요인이 있는 이상, 이 요원과 함께 다니면 안 됐다.
더 주도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판이 필요했다.
‘못 이기는 척 헤어지자.’
“저는 아무래도 요원님께 방해만 될 것 같아서요. 따로… 어떻게든 해보겠습니다.”
어차피 재난에 휘말린 민간인은 일단 죽었다고 생각한다며!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파하자고!
하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반응이 돌아왔다.
“……제가 잘못 생각했습니다.”
“…?”
공무원이 어쩐지 굳은 결심을 한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명찰을 습득하시는 즉시 인도적 사살을 집행할 생각이었는데.”
예?!
‘이런 미친.’
아무리 죽으면 깨어난다고 해도, 사람 죽인다는 소리를 저렇게 본인 면전에서 대놓고 한다니.
등 뒤로 흘러내리는 식은땀을 느끼며 나는 애써 웃었다.
“아, 네. 아무리 꿈이라도 자결은 어려우니까요….”
“예. 하지만… 괜찮으시다면 이대로 이 재난 조사에 동행해 주셨으면 합니다.”
…….
예?
공무원이 빠르게 말했다.
“임시적으로 요원이 되어보시는 겁니다. 이건 제 단독 임무가 아니니, 원래 다른 요원의 동의가 필요한 일이지만… 아.”
공무원이 품을 뒤져서 뭔가를 꺼내 내게 넘겼다.
“이걸 드시면 간이절차로 인정해 줄 겁니다.”
나는 손안에 떨어진, 직육면체 모양의 은박지에 쌓인 작은 캐러멜 캔디를 보고 눈꺼풀을 떨었다.
…재난관리국 지급품이잖아!
———————=
시큼달큼
캐러멜 제형의 씹어먹는 캔디.
복용 시, 거짓말을 할 때마다 거북한 고통을 느껴 진실을 말하게 된다.
———————=
“가벼운 진실 확인 절차입니다.”
아니 고문할 때 쓰는 자백제나 다름없잖아요.
“이걸 복용하시고 저와 동행하시면, 소정의 보수도 지급될 겁니다.”
“…….”
“너무 어려우시다면 명찰을 드린 후 사살해서 돌려보내 드리겠습니다.”
와 X발 진짜.
“시민님?”
먹는 척하고 문신에 집어넣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느냐만, 고등학생으로 완전히 회춘한 지금 꿈속의 나에겐 문신도 없었다.
치열하게 저울을 가늠해 본 후.
“……예.”
나는 열심히 고문용 자백제를 씹어 넘겼다.
새콤달콤한 좋은 맛이 나서 목에 턱 걸렸으나, 씹어 삼켰다.
‘버리는 걸 들키거나, 안 먹고 버틴 걸 들켰을 때가 더 문제야.’
내가 이 캐러멜이 뭔지 알고 있단 뜻이니까.
“삼켰습니다.”
눈물 난다.
하지만 채찍은 당근과 함께 온다고 하던가.
예상치 못했던 당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잘하셨습니다. 이제 이걸 받으십시오.”
“…??”
공무원은 빠르게 내 빈손에 뭔가를 더 넘겼다.
어딘지 은심장과 유사하게 생긴 철색 뱃지다.
어?
“요원확인용 신분증입니다. 그걸 달고 다니시면 다른 요원과 마주쳐도 도움을 받으실 수 있을 겁니다.”
“…….”
“그리고 이것.”
내가 뱃지를 착용하기 무섭게 작은 상아색 피스톨이 빠르게 건네졌다.
반투명한 실린더에서 작은 오색 유리구슬이 탄환으로 반짝였다.
한눈에 봐도 범상치 않아 보이는 이건….
———————=
유리손포
재난관리국에서 제조한 특제 유리구슬로 장전되는 퇴마용 권총. 아주 소형이라 장난감이나 라이터처럼 보인다.
———————=
“초자연 재난을 상대하는 무기입니다. 저 ‘학생’들에게도 분명 효과가 있을 겁니다. 들고 계십시오.”
“…….”
와.
이거 위키에서만 봤던 재난관리국 요원 기본 지급 세트잖아.
마치 백일몽 주식회사의 꿈결수집기와 가면처럼, 요원 판독기 같은 것이었다.
‘내가 이걸 다 차보네.’
팔자에도 없던 재난관리국 요원 행세도 다 해보게 생겼다.
‘무슨 상황이냐 이게.’
웃기지만 약간 설레는 것 같기도 했는데, 동시에 격렬히 도망치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당장은….
‘그런데 신경 쓸 여유가 없지.’
“…시작됐군요.”
깜박.
“거의 복도 끝이니, 지금부터는 시민님도 이쪽을 보십시오. …손전등을 절대 놓치면 안 됩니다.”
…….
나는 낯선 피스톨을 고쳐잡았다.
몰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