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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99화


나는 알고 있었다.

재난관리국에서 이 괴담, ‘도깨비 공방’의 정보가 유출되지 않도록 강력히 관리하고 있다는 것을.

정확히는… 딱 거기까지만!

‘대체 어떤 방식으로 괴담을 관리하는 건지는 몰랐다….’

<어둠탐사기록>에 언급조차 안 되어 있었으니까!

설마 아예 괴담에서 잠복근무를 하며방문자를 솎아내고, 장비가 만들어지는 것을 감시하고 있을 거라고는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재난관리국 직원, 인간이 괴담 속 도깨비인 척하면서!

[어라라? 대답이 늦는구나!]

머리가 어지럽다.

‘……어쩌지?’

잠깐만, 내가 지금까지 뭐라고 떠들었지?

나는 피가 식는 기분으로, 파노라마처럼 머릿속에서 스치는 지난 대화를 복기했다.

결정적인 실수는… 그래, 실수는 안 했다.

‘…괜찮다!’

아직 만회할 수 있다. 만회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나는 약간 창백한 인상으로 어쩔 줄 모르는 기색을 고스란히 일부러 드러냈다.

“죄송하지만 어르신, 제가 그런 것을 말씀드려도 되는지 허락을 받지 못했습니다….”

[…….]

난 모른다.

나는 그쪽이 사람이란 걸, 내 선배 요원이라는 걸 전혀 눈치채지 못한 신입이다.

그냥, 괴담 속 도깨비가 내 신상을 캐물어서 화들짝 놀란 나머지 어쩔 줄 모르고 쩔쩔매면서도 잘 대응해 보려고 하는 중이라고!

‘제발!’

나는 마치 ‘이 도깨비를 어쩌지’하는 표정으로 살짝 고개를 들었는데.

[이야, 나랏일 하는 김서방들은 뭐 이렇게 신경 쓰는 게 많대.]

“…….”

후.

[김서방들은 저어기 소속을 팀이라고 부른다며, 왜 못 알려주는데??]

“예. 그, 예…. 죄송합니다. 나라에서 그렇게 정해주셔서요.”

[거참 재미 없구만!]

도깨비인 척하는 요원이 입맛을 다시며 한발 물러났다.

‘됐다.’

이쪽으로 왔나.

[그래도 삼을 준 마음씨 고운 김서방은 내가 봐주겠어!]

아무래도 요원은 계속 도깨비인 척을 할 모양이었다.

‘…유도가 괜찮게 먹혔나.’

일명 후배 놀리기.

이 신입이 나중에 선배에게 ‘그분 요원이야’를 듣고 기절초풍하게 만들고 싶은 욕망을 키워준 것이다.

저 요원이 진짜 도깨비처럼 문신에 보관 중인 삼 냄새를 맡는 걸 보고 짐작했다.

‘도깨비를 따라 하면서 능력이나 성격도 비슷해진 것 아닌가.’

그런 류의 ‘장비’를 쓴 게 아닐까, 하고 말이다.

그리고 도깨비는 그런 장난에 사족을 못 쓰니까.

“가, 감사합니다.”

나는 그것에 맞게 푹 고개를 숙여 보였다.

[맘씨 고운 김서방, 그래도 내가 약주 답례는 해야지!]

[어디, 가지고 싶은 도깨비 물건을 말해 보아라! 노래로 읊어도 좋고, 춤을 춰도 좋고….]

이젠 신입한테 뭘 챙겨주려고 하는구나.

아마 내가 들고 있던 산삼이 어디서 얻은 귀한 물건인데, 당황해서 너무 덥썩 줘버린 게 아닌가 고려해 준 모양이다.

‘…가장 자연스러운 대응책은,’

“괘, 괜찮습니다. 어르신! 그럼… 다음에 방문하는, 으음, ‘나랏일 하는 김서방’ 분들에게 호의를 베풀어주셨으면 합니다. 기분이 좋으신 만큼요.”

[…호오, 그래?]

“네!”

[알았어, 김서방. 내가 술값은 하거든!]

나는 밝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도깨비도 약간 흡족한 안색으로 나를 보고 덩실거렸다.

좋아. 이 화제는 합격한 것 같군.

그리고 자연스럽게 다음 화제는 내가 들고 있는 그립톡으로 넘어갔다.

[그래서 김서방이 오늘 여기 온 건… 이 노리개를 예쁘게 고쳐주면 좋겠다, 그것이다?]

“…예.”

이게 문제다.

이 요원, 내 그립톡이 여기서 만든 게 아닌 걸 알아봤단 말이지….

손아귀에서 식은땀이 났다.

아니나 다를까, 도깨비 탈을 쓴 요원이 아닌 척 묻는다.

[이 물건이 난 자리가 어딘고?]

“저, 잘 모르겠습니다. 나라에서 선물로 받은 것이라….”

[그래그래. 요새는 나랏일 하는 김서방들도 공장을 돌리나, 자꾸 다른 데에서 물건을 떼온단 말이야….]

[위험한 짓이지.]

“…….”

[언제 낮도깨비가 나올 줄 알고!]

그래. 재난관리국이 요원용 지급품을 만드는 건 이제 이 공방 하나만은 아니었다.

‘은심장도 다른 곳 출신이지.’

어쨌든, 그런 곳 중 하나에서 제작해 본 것이라고 오해해 준 듯했다.

아주 고마운 오해였다.

‘덕분에 살았다.’

마지막에 낮도깨비 언급까지 하며, 끝까지 도깨비인 척해주는 요원을 보니 약간 마음이 안정되었다.

덕분에 허허롭게 인정할 수 있었고 말이다.

‘어쨌든 조졌구나.’

저 요원은 분명 오늘 갑자기 방문해서 삼까지 바친 나를 기억할 것이다.

‘저 사람이 이 괴담에서 나가서 재난관리국 사람들이랑 떠드는 순간 난 요주의 인물로 추적당하겠군.’

…정말로, 빠져나갈 구석이 없나?

[아무튼, 요 노리개를 싹 고쳐줄 테니 기다리고 있게!]

“예….”

도깨비 흉내를 내는 요원은 내 그립톡을 든 채 기와집, 그러니까 ‘공방’으로 휙 들어갔다.

아마 그 안에 있을 다른 도깨비들에게 맡기려는 거겠지.

나는 얌전히 기다렸다.

혹시라도 요원이 상황을 파악하고 내 그립톡을 압수한 후 재난관리국에 긴급콜을 거는 건 아닐까, 불길한 상상이 식은땀을 나게 했지만.

다행스럽게도 오래 걸리진 않았다.

[노리개 받아라!]

돌아온 요원은 내게 그립톡을 살짝 던졌다. 나는 쌍욕을 참으며 그것을 조심히 받아 들었다.

그립톡에는 여전히 금 간 자국이 있었다.

하지만 그 홈에 반질거리는 것이 매끄럽게 채워져 있었다.

옥빛으로 반짝이는 접착제.

“아, 이걸로 수리가 다 된 겁니까?”

[어허, 밥도 짓는데 뜸을 들여야 하는데, 어디 어르신의 솜씨가 식은 죽 먹듯 완성되겠나? 접착제가 다 날아갈 때까지 기다려야지!]

[한 달만 패용하지 말고 포대기 싼 아기 다루듯이 금이야옥이야 잘 데리고 있어. 어떤 모습이 되면 좋겠는지 소원도 빌면서 말이야. 그러면 아주 멋진 노리개가 될 거야!]

한 달이나?

“…감사합니다.”

나는 살짝, 그립톡을 잡았다.

‘…이거 조금만 힘주면 그대로 벌어질 것 같은데.’

접착제가 굳는 한 달간 아주 조심히 다뤄야 한다는 뜻이다.

그 말인즉슨….

‘한 달간 위키를 열람 못 한다는 거잖아.’

지금은 매일 다시 정독하면서 최대한 또렷하게 많이 기억하려고 기를 쓰고 있는데, 그 루틴을 못 한다는 뜻이다.

당연하지만 사람의 기억력에는 한계가 있었기에 불안해졌으나… 어쩔 수 없다. 버텨야 했다. 새 그립톡을 구하는 건 요원해 보였으니까.

‘어쨌든 고치는 데에 성공한 게 어디야.’

그럼 남은 문제는 하나다.

대체 여기서 어떻게 자연스럽게 나가지.

[자자, 그럼 어린 김서방이 가져온 메밀떡이나 하나 들면서… 요새 나랏일 하는 김서방들이 뭐 하고 사는지 이야기나 들어볼까!]

저도 모르는데요….

‘이대로 더 대화하면 바로 들통나는 건 시간문제다.’

수배당하고 나발이고 지금 이 자리에서 포승줄에 묶여서 재난관리국에 이송되어 유리감옥으로 갈지도 몰랐다.

…그래.

나는 결심을 굳혔다.

‘어차피 장기적으로는 걸렸어.’

그렇다면… 조금 더 인상에 남는다고 하더라도,

지른다!

“예, 어르신. 저는 이….”

울컥.

나는 각혈을 참지 않고 입 밖으로 그냥 토해냈다.

울컥, 덩어리진 피가 턱을 타고 흘러 내려온다.

그것을 소매로 황급히 닦아내며, 나는 당황한 얼굴로 도깨비를 보았다.

“죄, 죄송….”

단순히 당황을 부추긴 게 아니다.

피는.

[김서방…!!]

전통적으로 도깨비의 역린이기도 하다.

두두두둑.

거대한 기와집이 떨린다.

무섭다! 무섭다! 무섭다!

왜 무섭지? 왜 무섭지? 왜 무섭지?

[어이구! 다들 호들갑 그만 떨어! 아무 일도 없어!]

무서워! 누구지? 무서워! 누구지?

요원이 소리를 질러도 기와집은 여전히 진동한다. 나는 새하얗게 질려서 입을 틀어막으며 구역질했다.

“죄, 죄송합니다.”

[얼른 나가. 도깨비판에 아픈 신입 보낸 정신 나간 새끼를 내가 그냥…!]

“아, 아니요! 어르신 제가… 제가 뭣도 모르고 들어온 겁니다.”

[어르신은 무슨 어르신이야! 이 새끼, 아직도 몰라?]

슬슬 눈치챈 척해야겠군.

“…!”

나는 눈을 크게 뜨더니, 허둥지둥 일어났다.

“혹시….”

도깨비 모습의 요원이 팔짱을 꼈다.

[이 선배가 이 자리에 있는걸 감사해라. 신입.]

“네, 네… 죄송합니다.”

나는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어요’라는, 혼이 빠진 듯한 얼굴로 간신히 정신을 차린 듯 몸을 일으켰다.

쿵. 쿵.

이젠 기와집의 문에서 빗자루나 나무 방망이 같은 것이 부딪히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렸다.

그것을 들으며 혀를 차던 요원이 나를 보고 윽박질렀다.

[몸이 아프면 쉬어야지, 어디서 이런 데에 기어들어 와? 본부에서 시키던?]

어?

이거 잘 엮으면….

“…아닙니다.”

나는 재빨리 머릿속을 뒤져서, 재난관리국에서 일어났던 여러 에피소드 중에 하나를 뽑아냈다.

‘…연수원 시절에 내기하는 문화가 있었지!’

일종의 담력 시험처럼 서로 유능함과 담대함을 겨루는 것 말이다.

좋아. 이걸로…!

“…메모리얼 그립톡을, 알아서 고쳐오라고 동기들이 이야기해서…….”

요원이 움찔한다.

[…요새도 그런 걸 하나?]

나는 그냥 쓰게 웃고 말았다.

도깨비 탈을 쓰고 있던 요원은 침음을 참는 것 같더니, 얼굴을 비비다가 내게 손을 휘휘 내저었다.

[……본부에 말 안 하고 넘어가 줄 테니까. 그냥 나가라.]

통했다.

“가, 감사합니다.”

[너 코드네임이 뭐냐?]

“아직 안 나와서… 저, 어떤 게 좋을지 고민 중입니다.”

[…그래. 연 닿으면 보겠지.]

도깨비인 척하는 요원은 손을 저었다.

휙.

그 손짓에 나는 밀려나더니….

[들어가서 쉬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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