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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림천하 : 960화


군림천하 (960)

제391장 쾌의당주(快意黨主)

감종간!

서장제일지자인 단목초의 대제자로, 단목초의 죽음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사라진 인물이 아닌가?

당시 진산월은 이정문의 계획에 따라 감종간이 끄는 마차의 관 속에 들어가서 단목초를 제거하려다 오히려 치명적인 부상을 입고 말았다. 지금도 그의 왼쪽 뺨에 선명하게 새겨져 있는 흉터는 당시의 상황이 얼마나 흉험하고 치명적이었는지를 여실히 보여 주는 방증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때 감종간은 사제인 상관욱의 시신을 사부인 단목초에게 데려가기 위해 대죽에서 관을 짜서 상관욱의 시신을 운반했는데, 그 모든 과정에 이정문의 치밀한 안배가 깔려 있었다. 감종간은 이정문의 함정에 빠져 그의 지시대로 일을 수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단목초가 죽은 후 홀연히 종적을 감추어 많은 사람들에게 의구심을 자아내게 했다.

그런 감종간이 사 년 만에 불쑥 진산월 앞에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한동안 표정을 굳힌 채 우두커니 서 있던 감종간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문득 허공을 올려보며 낭랑한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그럼 조금 전에 나를 봤을 때부터 내 정체를 알고 있었으면서도 아무 내색도 하지 않고 내 수작을 다 받아 주고 있었단 말이로군. 이거 정말 창피 막심해서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없구려. 최근 몇 년 동안 나를 이토록 부끄럽게 만든 건 진 장문인이 처음이오. 허허, 참.”

유쾌한 듯 얼굴 가득 미소를 짓고 있는 그의 얼굴에는 말과는 달리 부끄러워하는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대신 그의 두 눈은 재미있는 일을 보는 사람처럼 유달리 반짝거리고 있었다.

“그럼 이제 말해 주지 않겠소? 내가 쾌의당주라는 건 어떻게 알게 되었소? 아니, 그보다 내 정체를 알면서도 순순히 나를 따라온 이유는 무엇이오?” 

정체가 드러난 감종간은 초조하거나 긴장하기보다는 오히려 음성이나 태도에서 묘한 여유 같은 것이 느껴졌다. 그것은 아마도 자신의 실력에 대한 절대적인 자신감과 상황을 자신이 주도하고 있다는 믿음 때문일 것이다.

진산월은 물처럼 고요한 시선으로 그런 감종간을 응시하며 차분한 음성으로 말했다.

“얼마 전에 이정문에게서 이상한 말을 들었소. 누군가를 쫓고 있는데, 그자는 자신이 보아서도 안 되고 자신의 눈앞에 있어서도 안 되는 사람이라고 하더군. 누구를 쫓고 있냐고 물어도 지금은 답해 줄 수 없다며 자신이 한 번 더 확인한 후에야 비로소 알려 주겠다고 했소.’

감종간은 여전히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빙글거렸다.

“재미있는 말이구려. 보아서도 안 되고, 있어서도 안 되는 존재라…….”

“그때는 그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하지 못했는데, 조금 전 장원의 문 앞에서 당신을 본 순간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소. 이정문 입장에서 당신은 절대 그의 앞에 나타나서는 안 되는 사람이었소. 당신의 출현은 안목이 좋은 그가 직접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어서 스스로의 눈을 불신할 만큼 그에게는 충격적인 일이었을 거요.”

“확실히 이정문은 눈이 좋은 친구더군. 그렇게 스치듯 짧게 지나쳤는데도 나를 알아보고 집요하게 쫓아올 줄은 나도 미처 몰랐소.”

“그럼 이정문이 당신을 발견한 것은 순전히 우연이란 말이오?”

감종간은 입가를 실룩이며 슬며시 웃음을 머금었다.

“솔직히 아주 우연이라고는 할 수 없지. 사실 내 목표는 당신이었는데, 공교롭게도 이정문이 당신과 비슷한 동선으로 움직이는 것을 알고 그를 최대한 이용하기로 마음먹은 거요. 그가 나를 몰라보면 어쩌나 하는 게 유일한 걱정이었는데, 멀리서 힐끗 본 것만으로도 나를 알아보고 몇 날 며칠을 끈질기게 쫓아오는 것을 보고 적지 않게 놀랐소.”

“놀란 것 치고는 표정이 너무 밝은 것 같소.”

“이정문은 너무 약삭빠른 인물이라 노골적으로 추적을 허용하면 낌새를 알아차리고 꽁무니를 뺄 것이고, 그렇다고 내가 정말 작정하고 숨어 버리면 그가 쫓아오지 못할 게 뻔하니 강약을 조정하느라 내 나름대로는 제법 고심했었소. 다행히 그 노력이 헛되지 않아 당초 뜻했던 바를 모두 이루게 되었으니 어찌 기쁘지 않을 수 있겠소?”

“나 때문에 애꿎은 이정문이 고생을 했구려.”

“그에게는 예전에 신세를 진 일이 있으니, 겸사겸사 이번 기회에 갚을 수 있어서 나로서는 여러모로 흥겨운 일이었소.”

진산월은 여전히 미소를 그치지 않고 있는 감종간을 무심한 시선으로 응시했다.

“예전이란 말을 들으니 나도 사 년 전의 그날이 새록새록 기억에 나는구려. 그때는 당신도 나처럼 이정문의 조종을 받는 꼭두각시에 불과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제 보니 꼭두각시는 당신이 아니라 이정문이었던 모양이오.”

감종간은 마침내 참지 못하고 커다란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하하. 당시의 일은 나로서도 무척이나 고심하여 이룬 것이라 지금도 가끔은 그때의 일을 떠올리며 혼자 흐뭇해하곤 한다오.”

“좀 더 자세히 말해 줄 수 있겠소?”

“진 장문인도 지금쯤은 충분히 짐작했으리라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소?”

“물론 막연한 추측이야 얼마든지 떠올릴 수 있지만, 제대로 된 진상을 알고 싶소. 나로서는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는 흔적을 남긴 일이라서 말이오.” 

그 말에 감종간의 시선이 진산월의 왼쪽 뺨에 나 있는 상처에 잠깐 머물렀다.

“진 장문인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구려. 간단히 말하자면, 울고 싶은데 뺨을 때려 준 사람이 나타났던 거요.”

얼핏 듣기에는 별다를 게 없는 말임에도 무언가를 느낀 듯 진산월의 두 눈에 신광이 번뜩이고 지나갔다.

“당신은 처음부터 사부인 단목초를 제거할 생각이었구려. 그런데 때마침 이정문이 같은 목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알고는 일부러 허점을 보이며 접근하여 그에게 당하는 척했던 거요.” 

감종간은 여전히 미소를 그치지 않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계속해 보시오.”

“이정문은 당신이 자신의 뜻대로 움직인다고 생각했겠지만, 그것은 모두 당신이 짜 놓은 계획의 일환이었을 뿐이오. 결국 단목초는 제거되었고, 당신은 목적을 이룬 채 모습을 감출 수 있었지. 거기에 멍청한 젊은 장문인 하나가 휘말려 호된 꼴을 당한 것이고.”

“진 장문인의 일은 내가 의도한 것이 아니었소.”

“그럼 이정문이 당신을 발견한 것은 순전히 우연이란 말이오?”

감종간은 입가를 실룩이며 슬며시 웃음을 머금었다.

“솔직히 아주 우연이라고는 할 수 없지. 사실 내 목표는 당신이었는데, 공교롭게도 이정문이 당신과 비슷한 동선으로 움직이는 것을 알고 그를 최대한 이용하기로 마음먹은 거요. 그가 나를 몰라보면 어쩌나 하는 게 유일한 걱정이었는데, 멀리서 힐끗 본 것만으로도 나를 알아보고 몇 날 며칠을 끈질기게 쫓아오는 것을 보고 적지 않게 놀랐소.’

“놀란 것 치고는 표정이 너무 밝은 것 같소.”

“이정문은 너무 약삭빠른 인물이라 노골적으로 추적을 허용하면 낌새를 알아차리고 꽁무니를 뺄 것이고, 그렇다고 내가 정말 작정하고 숨어 버리면 그가 쫓아오지 못할 게 뻔하니 강약을 조정하느라 내 나름대로는 제법 고심했었소. 다행히 그 노력이 헛되지 않아 당초 뜻했던 바를 모두 이루게 되었으니 어찌 기쁘지 않을 수 있겠소?”

“나 때문에 애꿎은 이정문이 고생을 했구려.”

“그에게는 예전에 신세를 진 일이 있으니, 겸사겸사 이번 기회에 갚을 수 있어서 나로서는 여러모로 흥겨운 일이었소.”

진산월은 여전히 미소를 그치지 않고 있는 감종간을 무심한 시선으로 응시했다.

“예전이란 말을 들으니 나도 사 년 전의 그날이 새록새록 기억에 나는구려. 그때는 당신도 나처럼 이정문의 조종을 받는 꼭두각시에 불과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제 보니 꼭두각시는 당신이 아니라 이정문이었던 모양이오.”

감종간은 마침내 참지 못하고 커다란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하하. 당시의 일은 나로서도 무척이나 고심하여 이룬 것이라 지금도 가끔은 그때의 일을 떠올리며 혼자 흐뭇해하곤 한다오.”

“좀 더 자세히 말해 줄 수 있겠소?”

“진 장문인도 지금쯤은 충분히 짐작했으리라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소?”

“물론 막연한 추측이야 얼마든지 떠올릴 수 있지만, 제대로 된 진상을 알고 싶소. 나로서는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는 흔적을 남긴 일이라서 말이오.” 

그 말에 감종간의 시선이 진산월의 왼쪽 뺨에 나 있는 상처에 잠깐 머물렀다.

“진 장문인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구려. 간단히 말하자면, 울고 싶은데 뺨을 때려 준 사람이 나타났던 거요.”

얼핏 듣기에는 별다를 게 없는 말임에도 무언가를 느낀 듯 진산월의 두 눈에 신광이 번뜩이고 지나갔다.

“당신은 처음부터 사부인 단목초를 제거할 생각이었구려. 그런데 때마침 이정문이 같은 목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알고는 일부러 허점을 보이며 접근하여 그에게 당하는 척했던 거요.”

감종간은 여전히 미소를 그치지 않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계속해 보시오.”

“이정문은 당신이 자신의 뜻대로 움직인다고 생각했겠지만, 그것은 모두 당신이 짜 놓은 계획의 일환이었을 뿐이오. 결국 단목초는 제거되었고, 당신은 목적을 이룬 채 모습을 감출 수 있었지. 거기에 멍청한 젊은 장문인 하나가 휘말려 호된 꼴을 당한 것이고.”

“진 장문인의 일은 내가 의도한 것이 아니었소.”

“당신이나 이정문을 탓하는 게 아니오. 다만 강호가 꿈과 이상(理想)만으로 헤쳐 나갈 수 없다는 걸 너무 늦게 깨달은 젊은 장문인의 넋두리일 뿐이지.” 

“지금의 진 장문인을 보니 너무 늦지는 않았던 것 같소.”

“당신이 사부인 단목초를 제거하려 한 이유는 무엇이오?”

감종간은 이제는 숨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지 순순히 대답해 주었다.

“사부는 야율척에게 너무 빠져 있었소. 나는 몇 번이나 사부에게 적당한 선에서 야율척과 거리를 두는 게 어떻겠냐고 건의했지만, 번번이 묵살당했지.”

“그래서 야율척의 영향력이 너무 커질 것을 경계한 조익현이 그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거요?”

감종간은 모처럼 얼굴 가득 떠올라 있던 미소를 그치고 서늘한 시선으로 진산월을 빤히 쳐다보았다.

“운중용왕이 진 장문인이 정말 상대하기 힘든 인물이라고 몇 번이나 강조했지만, 솔직히 그다지 믿지는 않았소. 그런데 직접 겪어 보니 확실히 방심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건 분명히 알겠군. 진 장문인 말대로요. 나는 거부할 수 없는 지시를 받았고, 충실히 그 지시를 수행했지. 사 년 전 일의 진상은 그게 전부요.”

감종간은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말했으나, 단목초의 죽음은 서장 무림과 중원 무림 모두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킨 일대 사건이었다.

그의 죽음으로 야율척의 세력은 크게 주춤거릴 수밖에 없었고, 그 때문에 야율척은 모용봉과의 결전에서 승리하고도 제대로 중원에 진출하지 못했다. 서장 무림 전체가 커다란 후유증에 시달렸고, 몇 년 후 단목초의 제자들인 위태심과 백석기가 흑갈방을 장악하고 나서야 비로소 오랜 침체에서 벗어나 중원을 도모해 볼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중원 무림도 서장의 침공에 대비할 시간적인 여유를 가질 수 있었고, 그 일을 주도했던 이정문은 강호 전역에 혁혁한 명성을 떨쳤다. 그리고 의기 하나만을 가지고 그 일에 뛰어든 젊은 장문인은 생사의 고비를 넘긴 끝에 강호제일의 고수가 될 기틀을 다질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진산월은 사 년 만에야 비로소 제대로 된 내막을 알게 되었다.

또한 이정문이 왜 자신에게 쫓고 있는 인물이 감종간임을 밝히지 못했는지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이정문은 신목령주를 죽이면서 등장한 쾌의당주의 흔적을 추적하다가 마차를 몰고 있는 감종간을 발견했던 것이다. 그 순간, 이정문은 자신이 지금까지 알고 있던 많은 일들이 사실은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로서는 자신이 본 사람이 감종간임을 결코 믿고 싶지 않았을 게 분명했다. 그걸 믿는다는 건 과거 단목초의 죽음이 자신의 뜻대로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직접 눈으로 보고도 믿지 못하고 재차 확인하려 했던 것이다.

누구보다 자존심이 강한 그로서는 자신의 가장 큰 업적이라고 할 수 있는 단목초의 죽음이 사실은 다른 누군가의 농락에 의한 것임을 인정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진산월에게 자신이 본 사람이 누구인지 선뜻 말하지 못했던 것이다.

하나 그 결과 그는 감종간에게 당해서 생사조차 알 수 없게 되었고, 진산월은 쾌의당의 무서운 살수가 가득 도사린 용담호혈에 단신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사 년 만에 알게 된 진실은 씁쓸한 뒷맛을 남겼으나, 진산월은 담담한 표정을 유지했다.

“이정문은 아직 살아 있소?”

진산월의 물음에 그의 얼굴을 뚫어지게 보고 있던 감종간이 분명한 음성으로 대답했다.

“아직 숨이 끊어지지는 않았소.”

“다행이군.”

“다행스러운 일인지는 모르겠군. 얄팍한 머리 하나만을 믿고 살아온 자가 남에게 농락당했다는 걸 알았으니 아마 살아도 살아 있는 기분이 아닐거요.” 

“그거야 그가 감당해야 할 일이겠지.”

감종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를 걱정하는 줄 알았더니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구려.”

“살아만 있다면 그는 이번의 실수를 만회할 기회가 있을 거요.”

감종간은 다시 희미한 웃음을 지었다.

“글쎄. 과연 그럴 수 있는지 궁금해지는군. 하지만 그보다는 진 장문인 본인을 더 걱정해야 하지 않겠소?”

“왜 그렇소?”

감종간의 얼굴에 떠올라 있는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진 장문인은 오늘 살아서 이곳을 벗어나지 못할 테니 말이오.”

진산월은 담담한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곳에 있는 자들만으로 나를 죽일 수 있다고 보시오?”

그들이 있는 곳은 공가장의 중앙을 차지하는 커다란 정원의 한가운데였다. 언제부터인가 그 장원 전체에 괴이한 기운이 가득 퍼져 있었다.

감종간은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마치 먹잇감을 앞에 둔 맹수를 보는 듯한 사납고 살기가 가득 담긴 웃음이었다.

“진 장문인은 너무 쉽게 이곳에 들어왔소. 아마 스스로의 무공에 자신감이 대단해서 그런 것이겠지만, 오늘 우리가 준비한 건 한 사람의 힘만으로는 절대로 벗어날 수 없는 것이오.”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들이 있는 정원에서 몇 개의 인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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