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 이미지

극악서생 1부 – 123화


내가 탄 마차가 멈추었고, 긴장한 호위병들이 사방을 경계하며 마차 주위로 더 바싹 붙어서고 있었다.

나타난 것은 낡은 백의를 걸치고 한 손에는 검을 든 남자 한 명이었다. 산발에 가깝게 정돈되지 않은 긴 흑발이 얼굴의 반 이상을 어지럽게 덮고 있었고, 지저분하게 자란 수염 때문에 정확한 나이를 알아보기는 힘들었다.

전체적인 외견은 집안이나 문파가 몰락하여 떠돌아다니는 노숙무사처럼 보였다. 그러나 몽몽 제공의 내공 측정 그래프의 수치는 장난이 아니었고, 더 큰 문제는 그 옆의 살기 그래프가 만땅이라는 점이었다.

제기, 저 남자의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두 눈… 사실 이 정도 거리에서는 저 사람의 눈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알아보기 어렵다. 그런데도 어두운 숲 속에서 빛나는 야생 짐승의 눈동자를 보는 것처럼 소름이 끼치는 건 단지 기분 탓일까?

“네가, 극, 악, 서, 생, 진, 하, 운, 인가?”

우읏! 무슨 목소리가 저러냐. 비화곡 지하 성지의 지킴이 아수라 백작 못지 않게 쇠붙이로 유리창 긁는 듯한 불쾌한 목소리였다.

“극, 악, 서, 생, 진, 하, 운…! 맞나?”

“맞는…데.”

맞는데, 왜 그러세요?라고 존댓말이 나오는 걸 간신히 참았다.

내 대답을 듣자마자 백의 괴인의 눈이 더 광채를 발하기 시작했다는 느낌…!

그는 문득 발을 떼더니 천천히 서있던 자리를 떠나 길 한가운데로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내가 탄 마차와 말을 탄 수십 명으로 구성된 우리 일행을 혼자 맨몸으로 막아서겠다는 태도였는데, 기세가 하도 살벌해서 어색한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였다.

“널… 죽, 이, 겠, 다!”

“왜, 왜요?”

에구, 기어이 쪽팔리는 태도로 묻고 말았다.

“…내 이름은 손, 한, 성, 이다.”

아 그러시군요. 미스터 손… 음…? 손한서-엉?

“손한성…? 화산… 화염랑?”

옆에서 야후 장로가 중얼거리기 전에 나도 기억해낸 참이었다. 화산파의 현 장문인 악정보의 후계자였던 그 손한성. 지금은 비화곡의 이화가 되어 있는 악소연의 아버지…!

6년 전 원판에게 아내와 딸을 잃고 반 미치광이가 되어 화산파를 떠났다는 그 비운의 사나이가 당신이었단 말이야? 아이고, 종소야. 실수를 해도 하필 저런 사람을 빼먹었냐, 그래.

“너희들이 나서라.”

야후 장로가 불쑥 그렇게 말했다.

야후 장로의 세 제자들이 말에서 뛰어내린 것과 백의 괴인 손한성이 검을 뽑아든 것은 거의 동시에 이루어졌다.

“우와아아악~!”

손한성은 검집을 아예 뒤로 던져버리고는 괴성과 함께 달려오기 시작했고, 우리 쪽에서는 야후 장로의 세 제자들이 마주 달려나갔다. 이어 거친 금속성이 터져 나왔고, 손한성의 주위로 화려한 불꽃이 피었다.

그리고 야후 장로의 제자들이 사방으로 주르르- 밀려났다. 어… 이거 뭔가 잘못된 거 아냐? 야후 장로의 제자들이 파워에서 밀린단 말야? 그것도 3대 1의 상황에서?

“멈춰욧!”

예의 바른 우리 소령이와 미령이, 적을 가로막으며 존댓말을 쓴다.

소령이의 쌍검과 미령이의 한혈검이 손한성과 한 차례의 공방을 치르는 사이, 소교의 연검이 허공에서 독사의 혀처럼 날름거리며 손한성의 주위를 휘감았다.

순간, 내 눈에는 손한성의 몸이 살짝 흔들리며 형상이 흐려지는 것처럼 보였다.

“꺼졋-!”

카악 내뱉는 고함 소리와 함께 몇 줄기의 섬광이 동시에 허공을 갈랐다. 보고 있는 내 가슴이 난파선처럼 반쯤 기우뚱 물 속에 잠겼다.

미처 말릴 생각도 못하는 사이 세 자매들이 희생되는가 싶었는데, 다행히 자매들 모두 비틀거리며 물러서긴 했어도 치명상을 입진 않은 것 같았다.

아이고, 저 파워풀하고 무지막지한 아저씨! 야후 장로의 제자들과 소교 자매들을 일거에 격파하고는 다시 내 쪽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점차로 가까워져 오면서 내가 지금 왜 계속 쫄아 있어야 하는지를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차가운 살기에 타오르는 광기가 버무려진 손한성의 두 눈은 그가 가로막는 자들을 쳐내는 순간에도 변함없이 오직 나만을 노려보고 있었던 것이다.

으으… 아저씨, 나 아냐. 난 원판 극악이 아니라구우~!

“모두 물러섯!”

비로소 나선 대교의 명령에 손한성의 앞을 가로막으려던 병력들이 일사분란하게 마차 주위로 돌아왔다.

이젠 거칠 것 없이 성큼성큼 내게로 다가오는 손한성… 우~ 근데 대교야. 너 왜 아직도 검을 빼지 않고 있는 거냐. 설마 저 한 칼 하는 미친 아저씨를 맨손으로 상대하겠다는 건 아니겠지?

어, 어…? 대교야 뭐 하는 거야? 왜 코앞까지 다가온 손한성이 검을 머리 위로 치켜드는 것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는 거야, 응?

“야, 야후 장로!”

금제 취소할 테니까 야후 장로도 나서서 막으라는 말을 하려 불렀지만 대꾸가 없었다.

내가 무심코 야후 장로에게 시선을 돌렸다가 다시 손한성 쪽으로 시선을 되돌리는 순간 손한성의 입에서 끄아아~ 하는 단말마의 괴성이 터져 나왔고, 이어 그의 검이 대교의 머리 위로 내리꽂혔다.

콰악-! 하는 둔탁하고 무거운 소리가 들려왔다.

“방금… 저 부르셨습니까, 곡주님.”

“에…? 아, 아니… 아무 것도 아니오.”

조금 민망한 기분으로 얼버무리는 나를 힐끗 바라본 야후 장로가 다시 태연한 기색으로 손한성과 대교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제기… 뭐야, 이 허무한 결론은.

손한성이 내리쳤던 검은 대교의 뽑지도 않은 청명검, 즉 청명검의 검집에 막혀 멈춰 있었다. 그런데 그런 상태인 건 그의 검뿐이 아니었다. 대교를 베려 했던 동작을 끝으로 그 자리에서 동상이라도 된 듯 전신의 움직임이 멈춰 있었다. 함께 폼 잡고 대결 장면 기념 촬영하듯 서 있던 대교가 자신의 검을 치우고 물러나자 손한성의 검과 팔이 스르르 아래로 내려앉기 시작했다. 이어 그의 몸도 옆으로 서서히 기울어지다가 결국 풀썩 내려앉았다.

…뭐냐, 저 아저씨.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정황으로 보아 저 자도 중독을 온전히 피하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어이없어하는 내게 대교가 보고했다.

“…내공으로 약 기운을 억누르며 나섰던 모양인데, 우리측 고수들을 연이어 상대하고 나자 한계에 달했던 것입니다. 그러고도 제게 일검을 가해 왔으니 보통 무서운 정신력의 소유자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랬…었군. 대교는 물론이고 야후 장로도 일찌감치 손한성의 비정상적인 몸 상태를 눈치채고 있었던 모양인데… 쳇-! 대교 너나 야후 장로는 나처럼 직접적으로 그 살벌한 째려보기를 당해보지 않아서 그래. 내가 얼마나 쫄았었는지 알아? 내가 겁쟁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 본래 누구라도 미친 사람 눈빛을 보면 소름 끼치게 마련이라구.

“저 자를 어떻게 처리할까요?”

음…? 아, 그러고 보니 문제다. 좀 전까지 계속 깨어 있었다면 남해오신룡에 대한 걸 눈치챘을 수도… 음, 그럴 가능성이 다분하군. 이제 보니 남해오신룡 녀석들 모두 저쪽 집의 문가에 모여 서서 구경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여차하면 뛰어들어 날 돕겠다는 뜻이었겠지만… 덕분에 짜증나는 일이 되어 버린 것 같다. 에효~

“실어.”

“예?”

“손한성을 이 마차에 실으라구. 그 전에 혈도를 철저히 잡아 놓고 말야.”

“…존명!”

…그로부터 한나절 정도가 더 흘렀을 때, 우린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친해지기는커녕 다시 볼까 무서운 손한성을 아예 옆자리에 태우고 오느라 받았던 스트레스가 한 번에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현재 서 있는 언덕과 여기서 내려다보이는 장강의 줄기… 심지어 그 장강에 인접한 촌락의 모습까지도 지난 번 문교촌 때와 비슷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물론, 결정적으로 다른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마을 외곽의 선착장에 한 척의 배가 지금까지 본 중에 가장 아름답고 사랑스런(?) 자태를 자랑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동안 혈의승의 사주를 받은 사영의 농간에 의해 그렇게도 만나기 어려웠던 신수성녀의 신비선이 드디어 내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성녀의 배가 정박한 촌락은 본래 작년 여름의 돌림병 창궐 이후 사람이 살지 않았으나 지금은 인근의 환자들이 몰려들어 붐비고 있다 합니다. 개중, 강호인도 섞여 있으나 역시 환자의 몸이고 특별히 수상한 자들은 눈에 띄지 않는다고 합니다.”

소교의 흐뭇한 보고를 받고 있는 동안 마을 쪽, 정확히 말하자면 신수성녀의 배 쪽에서 몇 명의 남녀가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한 명의 남자는 척후 1조로 파견 근무 나갔던 우리 쪽 무사여서 낯이 익었고 두 명의 여자는 복장이며 분위기로 보아 신수성녀 밑에 있는 의녀들인 것 같았다. 중요 체크 대상은 다른 두 명의 남자였는데, 한 명은 말쑥한 백의에 용모도 비교적 깔끔한 젊은 청년이었고, 다른 한 명은 거지꼴… 아니 아무리 봐도 진짜 거지가 맞다 싶은 누더기를 걸치고 있는 청년이었다. 용모와 복장은 정반대이지만 두 청년 다 내공수치는 2갑자를 웃돌고 있었고 눈빛도 만만치가 않았다.

“귀하께서 저희 백아(白鵝)에 탑승을 요청하신 진하운 님이십니까?”

의녀 중 조금 나이가 더 들었다 싶은 여자가 대표로 그렇게 물어왔다. 내가 마차에서 내리며 그렇다고 하자 청년들의 살기 그래프가 미묘하게 움직였다. 역시 정파인들에게는 철저한 반극악 교육이 이루어져 있는 모양이었지만 의녀들은 그렇지 않은지 비교적 예의 바른 태도로 우리 일행을 선착장 쪽으로 안내하기 시작했다. 걸어가면서 난 앞서 걷는 두 청년 중 거지 청년에게 더 주목했다. 조금 전 살기 체크 때, 백의 청년에 비해 거지 청년은 상당히 조금… 거의 못 느낄 정도로밖에 반응하지 않았던 것이다. 최근에 추가한 몽몽의 데이터 제공 기능이 작동하더니 먼저 그 거지 청년의 위로 체크 표시가 떠올랐다.

[ 여덟 개로 나누어 기워진 의복, 허리에 착용 중인 자성(磁性)을 띤 금속 호리병 – 개방 소속일 경우 팔결(八結) 제자, 현 개방의 후개(後 결, 방주 후계자.)인 ‘만리추종(萬里追 결) 개차반’일 가능성 있음. ]

좀 더 시간을 투자하는 상세한 조사를 원하느냐는 의미의 버튼이 떠올라 깜박였지만 취소시켰다. 뭐, 나한테도 ‘직접 물어보기’라는 궁극의 탐색 기능이 있으니 필요할 때 사용하면 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암튼, 저 개성 있는 이름을 가진 개방의 차기 방주가 등장한 건 그리 놀랄 일이 못 된다. 신수성녀라는 초특급 미녀 스타이자 여자 슈바이처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언제부턴가 그녀가 등장하면 각파에서는 엄선한 고수들을 파견하여 호위를 자처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올해는 개방과 점창파(點蒼派)에서 자기 파의 후계자들을 보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져 있는 상태인 것이다.

흠… 다른 방파는 신수성녀 측의 요구대로 백의로 통일한 복장인데 저 개차반일지 모를 친구만 자기 파의 복장 그대로인 걸 보니 소문대로 이름처럼 개성이 강한 성격인 모양이다. 가만있자- 다른 파의 젊은이들도 모두 선착장에 모여 있는 것 같군. 저 백아라는 배에는 엄청 중한 환자가 아니면 남자가 탈 수 없다고 하더니 그래서… 응…? 뭐야? 저 배가 왜 저래? 어… 어?

“진하운님은 여기서 신수성녀님의 전언을 듣기 바랍니다.”

아까 대표였던 의녀의 말이었다.

뭐야, 척후병을 통해 내 뜻을 듣고 그걸 인정하여 탑승을 허가한… 그런 진행 아니었어? 왜 별안간 저 의녀는 싸늘한 표정이 되어 있으며 배는 또 왜 선착장에서 멀어져 강물로 나가고 있는 거야?

“…성녀께서는 진하운님이 전한 뜻을 매우 높게 평가한다고 하셨습니다. 허나, 진하운님에 대한 세간의 평이 너무도 흉악하고 진하운님의 사자(使者)가 취한 행동의 비도덕성으로 보아 진하운님의 진심을 믿기 어렵다고 하십니다.”

내가 보낸 사자의 비도덕성? 처음엔 이게 뭔 소린가 싶었지만 이어지는 대표 의녀의 말을 들어보니 나도 이해가 갔다. 척후 1조 녀석들… 어째 한 명이 안 보인다 했더니 그 녀석은 지금 배 안에서 죽네 사네 하며 치료 중이란다.

내 말을 최대한 빨리 전달하기 위해 머리를 쓴 건 좋은데, 한 명이 다른 한 명을 줘 패서 응급환자로 만들어 버리는 비화곡식 방법을 써버린 모양이었다. 환자에 관한 한 빠꼼이인 신수성녀가 그걸 대번 알아보았던 것이다. 이제야 자신들이 오버했단 걸 깨달은 척후병(저 놈이 고참이겠지?)이 “난 이제 주-우겄다~”라는 표정이 되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해서, 성녀께서는 진하운 님의 진심을 알기 전에는 백아에 들일 수가 없다는 생각이십니다.”

“내 진심이라! 그걸 어떻게 알려야 할지 모르겠소. 진심이란 것이 말로 쉽게 표현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흔히 진심이 미사여구(美辭麗句)에 가려지기 쉽다 하고 여기나 성녀께서는 그 중 옥석을 가려 낼 수 있는 눈과 귀를 가지고 계시지요.”

의녀는 소매에서 두루마리 휴지… 아니, 뭔가 적혀 있는 듯한 두루마리를 꺼내 들었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받아서 펼쳐보았더니 아니나 다를까, 시가 떠억 적혀 있었다.

江水一萬里
강물은 만리를 흐르고
天書十五行
하늘에서 보내 온 편지는 열다섯 줄.
行行無別語
특별한 말은 없고
只道早還鄕
다만 일찍 돌아오라고 하네.

“이것은 원씨 노인이 지은 시로 육신뿐 아니라 마음의 병을 앓고 있습니다. 진하운님께서는 이 노인에게 어떤 시로 위로해 주시겠는지요.”

나~ 이거 참! 여기 여자들은 왜 이렇게 시를 좋아하는지 모르겠네.

[京師得家書
집에서 온 편지.
원개(袁凱, 명나라 때 시인.)

江水一千里
家書十五行
行行無別語
只道早還鄕]

응? 몽몽이 적절한 대응 시를 알려 주는 줄 알았더니 단 두 자 틀리고 나머진 똑같잖아? 근데… 뭐야. 지은이가 지금보다 나중인 명나라 때의 시인이라고? 그럼 원개인지 뭔지 하는 시인이 나중에 이 시를 표절한 건가?

음… 원작자도 같은 성씨라고 했으니까 혹시 그 자손이라도 되는 걸까? 가문에 전해 내려오는 시를 자손이 조금 바꿔서 발표하면 그건 표절인 건가 아닌 건가? …에구, 지금 난 딴 세상 표절 문제까지 신경 쓸 때가 아니다.

엄한 생각하는 사이 다른 의녀가 지필묵을 가져와 디밀고 있었다.

“맹덕(孟德)의 차자(次子)는 일곱 걸음을 걷는 동안 시를 지어 장자(長子)의 핍박에서 벗어났다고 했는데 진하운 님께서는 어떤 명문으로 삶의 의욕을 잃은 노인을 달래 주실지 기대가 됩니다.”

…빌어먹을! 교묘한 말빨로 심리적 압력을 가중시키는 걸? 나보고 7초 정도 동안 시를 생각해 내라는 거야, 뭐야?

음… 그렇지만 이 여자, 내게 구체적인 힌트를 주기도 했다. 삶의 의욕을 잃은 노인이라 이거지? 물론 그런 노인에게 들려줄 시를 지을 능력은 고사하고 시를 지어야 한다는 사실에 오히려 내가 삶의 의욕을 잃어버릴 지경이긴 하지만… 지난번 소호루에서의 경험도 있고 하니 이번에도 적절한 대중가요를 생각해 내면 될 것 같았다.

“흠-! 실은 내가 최근 부상을 당해 몸이 자유롭지 못하니 수하에게 대필을 시킬까 하오.”

다친 어깨는 왼쪽이고 원판이나 나나 오른손잡이지만 그걸 알 리가 없는 의녀들 앞에서 나는 소교를 불렀다.

대교를 포함한 네 자매들 중 가장 서예에 뛰어나다는 소교가 붓과 종이를 건네 받아 받아쓰기 준비를 하는 동안에도 난 계속 속으로 ‘표절도 문학의 한 장르!’라는 헛소리를 외치며 알고 있는 온갖 노래들을 검색하고 있었다.

근데… 노인용 시라, 노인용 노래… 노인용… 빌어먹을, 내가 평소에 그런 걸 들었을 리가 없잖은가.

뭐가 좋을까, 대체 어떤 노래가……

랜덤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