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악서생 2부 – 40-2화 : 소림사와 미래 여자.(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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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악서생 2부 – 40-2화 : 소림사와 미래 여자.(2)


5-7. 소림사와 미래 여자.(2)

다음날 아침……
나는 또 한 손을 든 채 잠에서 깨어나야 했다. 잠결에 뽑아든 내 정글도에 목이 겨누어 진 남자가 떨리는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처, 천주(天主)……!”

에…? 우리 편?

“아, 미안. 승룡 대주였군.”

내가 정글도를 거두자 승룡 대주… 일전에 내 옆구리에 칼집을 냈던 깍두기 아저씨가 넙죽 엎드려 인사했다.

“소인 승룡 대주 이하 보천구룡대가 천주(天主)를 뵙습니다.”

나머지 구룡대 캡틴들도 전부… 그리고 양념(?)으로 소패룡 녀석도 섞여 있었다. 천이단으로부터 보고 받기로 이들은 처음부터 우리 마차를 따라오고 있었는데 계속 멀찍이 떨어져 따라오고, 심지어 시키지도 않았는데 앞길에 선발대를 보내면서 호위를 계속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다가 목적지에 가까워지자 비로소 내 앞에 나선 것이다.

“…난 호위가 필요 없다고 말했을텐데?”

“물론 천주를 해할 수 있는 자는 천하에 존재하지 않겠지만… 저희는 저희 스스로의 의지로 천주를 따르는 것입니다.”

스스로의 의지라… 마군황 취임사(?) 때 한 말이 조금은 효과가 있었던 걸까? 아직은 의지의 방향 자체가 좀 껄적지근한 거 같긴 하지만 말이다.

“뭐, 하는 수 없지. 기왕 온 거니 계속 허락하겠지만 앞으로 내가 하는 일에 함부로 나서지는 마. 알겠나?”

“명심하겠습니다, 천주!”

그나저나… 마군황이 구중천의 주인이니까 천주라 부르는 것도 맞긴 하지만 다른 호칭에 비해 좀 껄끄럽군. 내가 무슨 사이비 교주도 아니고… 더구나 다른 자들은 몰라도 이 친구들하고는 좀 편하게 지내고 싶었는데… 그러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려나?

“…지하무림의 보천구룡대라면 마군황의 호위로서 부족함이 없겠지.”

천우신이 그렇게 말하며 마차로 향했다. 금동이 녀석이 아직도 술이 덜 깨 헤롱대고 있어서 가까운 마을에서 해장이라도 하고 가야 할 것 같았다.

마을 이름은 잘 모르겠지만, 마을 규모에 비해 크고 깔끔한 객잔이 있는 것으로 보아 숭산(嵩山)으로 가는 중요한 길목이 맞는 거 같았다. 우린 객잔에서 식사를 하며 주인장에게 숭산 부근의 소양호(炤揚湖)로 가는 길을 물어 한 번 더 확인해 보았다. 서둘러 말을 달리면 두 세 시간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였다. 소양호… 한자는 틀리지만 한국말로 하면 우리 시대 우리 나라에 있는 호수와 같은 발음의 호수가 바로 대교 일행과의 약속 장소였다.

“…이보게 유준.”

천우신은 웬일로 입맛이 없는지 깨작거리다가 결국 나보다 먼저 젓가락을 내려놓고는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 동안 많이 생각해 봤는데… 아무래도 난 이번에……”

무슨 중대 결심을 한 듯한 천우신의 말이 갑자기 멈추어졌고, 우리 주위에서 식사 중이던 보천구룡대 보스들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객잔 입구에 예전의 흑주처럼 복면을 한 자가 나타나 우리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 다들 긴장하지 마. 내 친구의 수하니까.”

보천구룡대에게는 그렇게 말했지만 곧바로 나 자신이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천이단의 단주 전담 전령이 이렇게 사람들이 많은 곳에 몸을 드러냈다는 건……

“용서하십시오. 황급한 사항……”

“본론부터 말해!”

천우신이 전에 없이 앞서가고 있었다.

“예. 소양호에서 약속한 분들이 습격을 받았습니다. 적들의 정체는 불명. 전세가 불리하여 위험합니다.”

나와 천우신은 동시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단숨에 객잔 밖으로 뛰쳐나갔다. 구룡대의 말을 보이는 대로 잡아 탄 우리는 정신없이 소양호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지금의 대교는… 강하다. 그리고 지금 대교 일행에는 그 ‘두 사람’이 있다. 그런데도 전세가 불리하다고…? 내가 너무 안이했나? 대천마가 천이단과 지하무림의 이목을 피해 동원할 수 있는 비화곡 병력은 한정되어 있다. 아니 그렇게 생각해 왔다. 그런데 대천마에게는 천하의 그 누구도 알 수 없게 양성한 비밀 부대가 있었다…? 빌어먹을~! 그 정도는 예측했어야 했는데!

“유준!”

“알아!”

우리가 달려가는 앞길에 수십 명의 두 무리가 얽혀 싸우고 있었다. 약간 낯익은 보천구룡대 병력들과 그 두 배는 됨직한 숫자의 복면인들이었다.

“모두 비켜~!”

내 고함 소리를 들은 보천구룡대 병력들이 모두 싸움을 멈추고 길 양쪽으로 신형을 날려 피했다. 복면인들이 일제히 칼끝을 우리 쪽으로 돌려 달려들기 시작했다. 생사금마도결 중 뭘 썼는지도 모를 정도로 미친 듯이 정글도를 휘둘러 앞길을 막는 자들을 날려 버렸다. 천우신 쪽으로 달려든 복면인들도 일거에 낙엽처럼 쓰러지고 있었다. 나는… 천우신이 살수를 쓰는 걸 처음으로 보았다.

“유준!”

다시 천우신이 날 불렀다. 어느 틈에 천우신 쪽에는 그의 수하가, 내 쪽에는 초상희가 말을 타고 바싹 따라오고 있었고 그들은 각자 한 마리의 빈말을 더 데려오고 있었다. 우리는 달리는 걸 멈추지 않고 그대로 몸을 날려 각자 새로운 말로 갈아탔다. 아직 지치지 않았고 좀 더 뛰어난 말에 우리는 계속 박차를 가했다.

얼마나 정신없이 더 달려갔을까. 새파란 소양호의 자락이 보이기 시작했을 때, 두 번째의 말도 지쳐 쓰러져서 우리는 우리의 발로 경공을 펼쳐 달렸다. 드디어 내 시선 속으로 소양호의 전경과 함께 수많은 무리들이 얽혀 싸우고 있는 현장이 들어왔다. 그 속에서 거짓말처럼 한 눈에 대교의 모습을 발견했다.

“대교~!”

목청껏 그녀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달렸다. 천하제일의 공공보법이 뭐가 이렇게 느린 건가라는 생각을 하며 수십 명의 적에게 에워싸여 악전고투하고 있는 그녀에게… 그녀에게……

…어? 뭔가… 악전고투치고는 좀……

나는 그녀에게 좀 더 가까워졌을 때에야 그녀가 매우 여유 있게 싸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녀 주위의 적들… 아니 적보다 아군인 듯한 이들이 더 많았다. 그리고 어이없게도 우리가 싸움터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복면을 한 적들이 거의 다 정리된 분위기였다. 나는 하아- 하아- 거친 숨을 토해내며 천우신을 돌아보았다.

“이봐~! 전세가 불리하다며! 후아~ 위험하다며!”

“허억- 그, 하아~ 그게- 그랬는데……”

우리는 땀에 범벅이 된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고 웃어야 할지 어째야 할지 모르는 기분에 휩싸여야 했다.

“사실… 조금 전까지는 확실히 저희가 불리한 상황이었습니다.”

대교였다. 그녀가 침착한 태도로 쓰러져 있는 적들 사이를 걸어 우리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적들의 수가 너무 많고 무공이 높아 점점 위험해지는 상황에서… 저들의 도움을 받았답니다.”

대교가 가리키는 방향에는 오랜만에 보는 낯익은 얼굴들이… 아주 잔득 있었다. 대교 자매나 기타 등등의 사람들은 그렇다 치고 가장 커다란 무리를 이루고 있는 저 녀석들은……

“맙소사! 너희들… 너희들은……?”

“혈랑대(血狼隊)가 곡주님의 의형께 인사드립니다.”

역시 낯익은 우렁찬 복창소리… 틀림없는 혈랑대였다. 남아있던 혈랑대의 생존자 정도가 아니라 혈랑대 전부가 대빵인 흑랑검마(黑狼劍魔) 정천우를 중심으로 서 있었다. 나, 그러니까 원판으로서의 내가 죽은 직후 행방불명되어 대천마의 쿠데타군에게 몰살당했으리라 여겼던 그들이 어떻게……

“그간의 사정은 천천히 들으시고…. 우선 저희 ‘가족’이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웃음기 머금은 대교의 말과 함께 소교, 소령, 미령이 내 앞에 주욱 늘어섰고 그 옆으로는 그녀들의 아버지 사영(死影), 그리고 또 그 옆에는 모살부취(母殺父取) 아니 백봉황(白鳳凰) 모용란이 서 있었다. 저 두 막강 남녀야 본래 오는 것을 알아서 이들의 안전을 믿었던 거지만……

“곡주님의 의형이신 진유준님께서… 지하무림의 마군황에 등극하신 것을 진심으로 경하드립니다!”

하핫~! 이거야 원.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네. 최악의 경우로 지옥을 상상하고 달려 온 길의 끝에 천국이 기다리고 있었다니!

얼마 후.
우리는 본래 약속 장소였던 소양호 기슭에 지어져 있는 팔각정(?)에 모여 앉았다. 여기서 우리란 나와 천우신, 그리고 대교 가족이었다.

“…늦었지만, 모여협의 누명이 벗겨진 것을 축하드려야겠군요.”

천우신이 먼저 모용란에게 인사했고 나도 아차 싶어 얼른 같이 인사했다. 모용란은 지금도 여전히 쓰고 있는 면포 너머의 아름다운 눈가를 가늘게 하며 웃었다. 왕년의 천하제일미였던 백봉황 모용란… 이 여자의 기구한 운명과 사연을 풀어놓자면 책 몇 권이 거뜬히 나오겠지만… ‘압축’하면 대충 다음과 같다. 그녀가 모살부취라는 오명을 쓰고 강호의 공적이 된 건, 본래 그녀와 함께 비인사기(非人四奇)의 일원이었던 음혼귀모(淫魂鬼母)의 음모 때문이었다고 한다. 이십 년의 세월 동안 풀지 못했던 음모의 진실이 드러난 것은 저 무늬만 장국영인 사영 아저씨의 이러저러한(압축) 활약 때문이란다. 덕분에 현재 모든 누명을 벗기긴 했지만 그 사이 어쩔 수 없이 살해한 인명이 너무 많아서 예전처럼 정파로 복귀하기가 힘든 상황인 모양이었다. 거기다가 저 무늬만 장국영, 현 혈의문(血衣門)의 대빵과 흐뭇한(?) 관계가 되어 버려 여전히 정파와는 가깝고도 먼 당신일 수밖에 없단다.

음… 중간에 쬐금(?) 압축했는데도 내용이 많이 줄어들어 버리는군. 어쨌든 사영에게 비인사기의 추적을 맡긴 건 나였으니 내가 중매쟁이 역할을 톡톡히 한 셈이다. …아참! 자매들 중에서 아버지인 사영에게 가장 남다른 애정을 보이던 소교… 어? 녀석도 새엄마(아직 정식 혼례는 치르지 않았다지만.)인 모용란에게 그리 불만을 품지는 않은 것 같네? 날 보는 시선이 교아루(嬌娥樓)에서처럼 차갑지도 않고… 잘은 모르겠지만 어쨌든 반가운 변화로군.

“헌데… 백봉황께서는 어째서 아직까지 그 면포를 벗지 않는 거요?”

내가 묻자 모용란은 예전과 비슷하게 쓸쓸한 표정으로 조용히 말했다.

“아무리 본의가 아니었다고는 하나… 역시 제가 하늘에 부끄러운 짓을 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으니까요.”

제기, 괜한 거 물었나? 어랏? 저 사영 아저씨 표정은 저게 뭐야? 애인의 슬픔에 동조하여 함께 씁쓸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뭔가 흐믓해 하는 듯한… 음, 저 무늬장 아저씨 혹시…

‘이제 모용란의 아름다움은 나만의 것’이라고 좋아하고 있는 거 아냐?

“흐음- 큼! 음… 만남의 기쁨을 나누는 것은 이 정도로 하고 이제 중요한 일을 논의하도록 하지.”

나는 일단 분위기를 추스린 다음 말을 이었다.

“내가 대교를 호출한 이유, 그리고 모두가 여기 모인 목적은 두 가지야. 첫째는 내가 소림사에서 해야 할 중요한 일이 있다는 것. 두 번째는 낙룡파 사건의 원흉 중 하나… 전 비연대 대원 ‘호초’를 잡는 일이야.”

말을 마치고 슬쩍 좌중을 살피니… 예상대로 다른 누구보다 소령이의 안색이 싹- 바뀌며 서서히 살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자신의 부하였던 호초가 배신을 때리고, 그 때문에 내가(원판) 죽었던 일의 한(恨)이 아직 사라지지 않은 모양이었다.

“에… 논의라고 해놓고 미안하지만, 내가 결정한 사항을 먼저 말하지. 우선 소림사에 들어가 ‘한 여자’를 구출하는 일은 나와 대교만이 간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여기서 대기하고 있다가 나와 대교가 일을 마친 후 함께 호초를 잡으러 가는 거야.”

예상…이라기보다 혹시 라고 생각했는데, 기어이 소령이가 손을 들어 발언권을 요구했다.

“호초는 현재 이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장소에 있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따로 치고싶습니다.”

“네 심정은 안다만, 내 생각에는 아우도 이미 잊고 있을 거야. 그런 일에 네가 너무……”

“곡주님은!”

윽. 소령이가 내 말을 자르다니 이런 천지개벽(?)할 일이 벌어진다니~!

“역시 도량이 크고 대범하셔서 잊으신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저는 결코 잊을 수 없습니다.”

으- 시키는 대로 다 하는 단순소녀 소령이가 처음 자신의 감정으로 선택한 일이 하필……

“제가 나설 일인지 모르겠지만……”

역시 천우신이 보고만 있을 리가 없다.

“소령 아가씨가 그토록 원하는 일이라면 제가 미약하나마 힘이 되어 드릴 수도 있습니다.”

‘댁이 왜?’라는 표정의 소령이. 그 옆의 미령이는 입이 근질근질한 표정이고 소교는……

“죄송하지만 이건 저희들 내부의 문제여서 역시 천공자께서 나서주실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만.”

어랏? 어째서 소교가 막는 거지? 녀석은 천우신에게 우리가 필요한 힘이 있다면 ‘소령이 준다’라고 하지 않았었나?

“이 친구는 물론 외부인이라고 할 수 있지만……”

내가 망설이며 천우신에게 시선을 주자 천우신은 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호초의 행방을 알아내 준 천이단의 주인이기도 하지.”

내가 그렇게 밝히자, 전에 살짝 언질을 준 대교를 뺀 전원이 놀라 잠시 묘한 침묵이 흘렀다. 얼마 후 먼저 입을 뗀 것은 사영이었다.

“허어- 구름 속의 용과 같고 밤하늘의 별처럼 아득하나 반드시 존재한다는… 암천주를 이렇게 만날 줄이야.”

“허명이 부끄럽습니다.”

사영이 새삼 포권하며 인사하자 당황한 기색으로 반례하는 천우신.

“더구나 내가 금전으로 의뢰한 것도 아닌데 의리로서 도와 준 것이니 충분히 참여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해. 그리고 소령아.”

“…하명하십시오.”

“너도 알고 있겠지만, 호초는 단순히 네 부하였다가 지금은 아닌… 그 정도가 아니야. 그녀는 지금 대천마의 유일한 제자이며 후계자로 꼽히는 자의 부인이라구.”

그랬다. 호초를 꼬드겨 배신 때리게 한 거물은 바로 대천마의 수제자인 마도랑군 ‘우경서’였다. 대천마는 평소 몸에 무기를 지니고 다니지 않아서 잘 모르는 사람들도 있지만, 생사금마도결에 대한 관심만 봐도 알 수 있듯 본래는 도법으로 엄청난 경지를 이룬 인물이다. 그런 그가 우경서를 제자로 삼은 후에 그 재능에 감탄, 일정 경지를 넘자 자신의 도를 아예 넘겨 버렸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로 우경서는 도법의 천재였다.

“우경서는 이번에 내가 마군황이 되기 위한 싸움을 할 때 뒤에서 방해를 했던 인물로도 추정되고… 또 한 오늘 너희들을 습격한 살수들을 비밀리에 키운 자일 수도 있어. 알겠니, 소령아? 미안하지만… 이미 호초는 너 혼자 어쩔 수 있는 신분이 아니라구.”

“그, 그렇지만……”

“우리도 진하사님의 의견에 찬성이다. 우경서는 현재 대천마를 대신하여 우리 반천복화 세력을 압박하고 있는 거물이야. 진하사님과 대교가 빠진 우리들만으로는 무리지.”

사영까지 나서자 소령이는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숙이더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숙여진 얼굴 아래로 방울지는 눈물이… 역시나 한 인물을 가동(?)시켰다.

“그러니까 제가……”

< 여기까지! >

나는 천우신에게 전음을 보내 말렸다.

< 좀 전에 자네를 ‘같은 식구’로 유도한 건… 소령이가 위험한 일을 하도록 부추기라는 소리가 아니라구! >

< 그, 그야…… >

사랑은 사람을 바보로 만든다더니… 천우신이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입을 다물었다.

“좋아. 천우신 자네는 천이단이 계속 호초의 행방을 주시하도록 해줘.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음, 아무래도 전체 지휘권은 혈의문주께서 맡아 줘야겠소. 지하 무림의 보천구룡대에게도 명령을 내려놓을 테니 적의 습격에 대비하며 기다려 주기 바라오.”

“믿어 주시는 건 고맙지만, 본인은 본래 지휘관 체질이 아니라서… 차라리 소교에게 맡겨 보시는 건 어떻소.”

에…? 소교? 씩씩한(?) 우리 대교도 아니고 살짝 만져도 부서질 것 같은 소교에게 이 잡탕 특공대를?

“그건……”

뜻밖의 제안에 당황하여 소교를 보니 녀석도 나 못지않게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사영은 결코 그냥 한 말이 아니라는 듯 진지한 표정이었다.

“소교는 보기보다 강단이 있고, 현명하여 많은 사람들을 다룰 줄 압니다. 저도 부탁드리겠습니다.”

대교의 발언은… 당근, 결정적이다. 난 당사자도 부담스러워 고개를 젓는 중책을 덥석 맡기는 것으로 결정해 버렸다. 사랑이 사람을 바보로 만든다는 법칙(?)에서 나도 벗어날 수 없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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