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악서생 2부 – 5-2화 : 기피대상 1호의 등장.(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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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악서생 2부 – 5-2화 : 기피대상 1호의 등장.(2)


  1. 기피대상 1호의 등장. (2)

내가 항복을 선언하자 대교는 비로소 표정을 풀고 이내 쿡, 소리를 낸다. 아아~ 우리 대교 정말 많이 컸다. 물론… 1년 전, 예비역 백수에서 몇 시간만에 초거대 조폭의 짱으로 변신하고도 첨부터 뻔뻔히 살아온 나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지만서도……

“음~ 하지만 역시 그냥 여유로운 여행은 곤란하겠지요?”

…눈치 빠른 기집애 같으니. 내가 오버한 이유까지는 몰라도 내가 뭔가 마음의 거리낌이 있을 때 그 반작용으로 하는 말장난은 잘도 알아챈다.

“대교는 현재 두 가지 모습을 가지고 있지요. 그냥… 한 사람밖에… 생각 못하는 소녀와 비연대의 대장… 오늘 밤은 어느 쪽을 내 보낼까요?”

제, 제기… 이런 갈등 뽀개지는 대사를 하다닛…! 으- 난 아무래도 이런 분위기에 너무 약하다. 게다가… 역시 공과사는 구분해야겠지?

“…미안하지만, 오늘은 비연대의 대장을 남겨 줘야겠군.”

“예, 알겠습니다. 곡주님.”

이럴 때 서로 분위기 수습에 빠른 것도 내가 녀석을 좋아하는 점 중의 하나랄까…? 흠, 암튼.

“일단은, 외당에게 더 이상의 조사를 중지시켰어. 지금까지의 전례로 보아 가짜 비화곡주는 대부분 우발적인 사칭이었지. 하지만 이번엔 아무래도 미리 준비된 것일 가능성이 높아. 단지 조사를 위해 파견된 자들이… 그 것도 이제까지 강호를 누벼온 외당의 1급 요원들이 돌아오지 못했다면 말이야.”

“이미 짐작되는 바가 있으시군요.”

“아니… 그 정도는 아니고, 상식적인 선에서 몇 가지 생각해 봤을 뿐이야. 하지만 역시 1차 조사로만 속단하기는 어려울 것 같고… 직접 상황을 보고 판단하고 싶어.”

“…비연대 대장인 제 입장으로는 여전히 반대입니다. 하지만… 수하들의 작은 희생이라도 줄이시려는 깊은 마음에는 동조합니다. 죄송합니다. 아주 보내질 못했습니다.”

대교는 한 손을 펼쳐 자신의 가슴 한 복판에 올려놓으며 소리없이 웃었다. 거기에 니 마음이… ‘소녀로써의 대교’가 있단 말인가?

“대교야, 사람의 희생이란 똑같은 거야. 큰 희생, 작은 희생… 구분이란 의미가 없어.”

으… 이상하게 대교가 하면 비교적 자연스러운데 난 이런 식의 대사하고 나면 영 민망하다. 일찌감치 연극 모드로 들어가 급속단발변신마공(急速單發變身魔功, 순간적으로 딴 사람 되기?)을 쓰는 상태라면 몰라도……

“아무튼, 내가 직접 가는 것은 결정했으니까. 실행 시의 세부 사항을 결정해 보자구. 이번엔 전과는 달리 내가 나가는 것 자체의 위험은 적을 거라는 건 알잖아.”

“…예, 정 뜻이 그러하시다면, 본 비연대장의 생각으로는……”

대교는 전부터 이런 일을 예상이라도 했는지, 아니면 본래 비연대 업무에 모든 상황에 대한 시뮬레이션이 있었는지 몰라도 몇 가지 의견을 막힘 없이 내놓기 시작했다. 경호 인력을 혈랑대와 비연대로 한정하는 것, 비화곡을 나서는 방법 등… 내 생각과 그리 틀리지 않았다.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조절하는 사이 밤은 빠르게 깊어 가고 있었다.

후우~ 대교가 돌아가고 난 후 나는 간만에 편안한 심경으로 잠자리에 들 수 있었고 대교와는 의논할 수 없는 내 꿍꿍이를 다시 점검해 보았다. 가짜가 등장했다는 장소는 마차로 대충 보름 정도 거리라니까, 일단 왕복하고 사건 조사하는 기간만 해도 수라혈불 면회 시간은 지난다. 떠나면서 수라혈불이라는 땡초에게는 ‘나 바뻐’라는 소식을 전하자. 공식적으로는 어디까지나 ‘업무 출장’이니까 말이다. 내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겠다고 하면 사건 해결 후에도 적당한 핑계로 미적댄다. 혹시라도 그가 직접 날 찾아오겠다고 하면 문제지만 일단 밖으로 나간 상태에서는 어디 짱 박힐 곳도 많을 것이고 곡주의 외부 행적은 당근 특급 비밀이므로 수라혈불에게 알리지 않아도 이상할 건 없을 것이다.

에구, 이번에 피하고 나면 그 인간, 다시 어디로든 짱 박혀서 내가 돌아갈 때까지 나타나지 말았으면 좋겠다.

다음 날 아침부터 서둘러서 길 떠날 차비를 했는데도 결국 못 끝냈다. 결정 내리자마자 그날로 후다닥 떠날 수 없는 건 아니었지만 아직 수라혈불이 올 날짜도 여유가 있고 해서 찬찬히 준비하다 보니 그리 되었다. 대교가 대장인 비연대는 본래 소규모 경호대지만 혈랑대는 인원이 좀 많아서 그 중 백인장 이상의 고수들로만 구성하도록 했는데… 실은 그런 과정은 얼마 안 걸렸다. 엉뚱하게 시간을 많이 잡아먹은 건 ‘정글도’ ‘집’을 만드는 일이었다. 이번에야말로 단독군장으로 작전지에 떠나겠다는 생각에 K-2를 비롯한 무기들 챙기다 보니 내 정글도에도 생각이 미쳤는데, 가지고 다닐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대충 보통 가죽으로 싸서 매어보니 그런 채로 슬쩍 한 두 번만 충격을 줘도 날이 가죽을 뚫고 나오기 일쑤였던 것이다. 군대에서는 정글도를 항상 그냥 손에 들고 다니거나 대충 군장 사이에 끼워놓곤 해서 못 느꼈는데, 그때의 진짜 정글도와 달리 이 놈은 날이 하도 날카롭고 강해서 소지하기가 곤란, 아니 위험할 지경이다. 의외로 애물덩어리일세…라고 하며 새삼 찬찬히 들여다보고 있자니까 문득, 그런 생각을 하는 자체가 녀석에게 조금 미안했다. 하긴… 나 같은 놈 손에 들어와서 하찮은 정글도로 전락했지 이건 보통 내력을 가진 도(刀)가 아니지 않은가.

‘패도광협( 刀狂俠) 유운일’.

수백 년 전, 당시 천하제일인 대교가 얻은 무공 중 하나인 생사금마도결(生死金魔刀訣)의 원주인. 정사마(正邪魔)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중원 최강의 길을 걸었던 그의 손에 들려 있을 때는 수많은 고수들의 무기를 깨버리고 상대의 피를 마셨던 전설의 패도(刀)가 바로 이 놈이다. 그러던 것이 20세기 군바리들이 숲을 다닐 때 나뭇가지 치는 도구 정도로… 음, 그러고 보니 본래 이름은 풍운진패도(風雲震刀)였는데 지금은 엄한 이름으로 바뀐 상태다. 내가 평소 ‘정글도’, ‘정글도’ 그러다가 대교가 묻길래 대충 정굴도(正屈刀)라고 하며 정파를 굴복시키겠다는 의미를 가진 이름이라고 둘러댔더니 어느 날은 내 양해를 구해 손잡이에다가 이렇게 바꿔 새겨 넣었다.

“정굴도(晸刀).”

뭐, 대교는 원판의 명호 중 와룡(臥龍) 즉, 잠자고 있는 용이 깨어났을 때 사용하게 되기를 바라는 의미라는 데… 여하간 패도광협의 풍운진패도는 이름의 발음에서부터 나 진유준 하사의 ‘정글도 화’ 되어버린 것이다.

암튼… 나도 녀석을 계속 썩혀둘 생각은 없기에 결국 성지에서 교룡피(蛟龍皮) 가죽 원단을 좀 가져다가 정글도, 아니 정굴도 집을 만들도록 했다. 완성된 디자인은 도의 양끝과 한쪽의 날만을 감싸는 다소 이상한 모양…? 처음엔 그냥 보통의 검 집처럼 손잡이만 남기고 전체가 쑥 들어가는 디자인으로 할까 했었지만 전체 무게도 줄일 겸 그렇게 만들어 본 거였다. 막상 완성된 집에 합체(?)해보니 생각보다 특이하고 실용적인 것이 맘에 들었다. 정글도의 사용법 중 하나가 마치 도끼처럼 날카로운 날로는 두꺼운 물체를 자르고 도의 등으로는 보다 가늘고 작은 대상을 부수는 건데, 이건 도의 등이 항상 드러나 있으니 웬만한 잔가지 치기 작업 정도는 집에서 꺼낼 것도 없이 쓸 수가 있는 거다. 음… 하지만 비화곡주의 신분으로 이 정굴도를 그렇게까지 사용할 일은 없으려나? 뭐~ 까짓, 생각났을 때 만들어둬서 나쁠 건 없겠지.

그렇게 내 개인 장비 챙기고… 편성된 비연대와 혈랑대 인원의 신상 보고 같은 거 받고, 나갈 출구와 방법, 그 후의 루트를 대충 뽑아보다 보니 오후까지 훌쩍 지났다. 그리고 그날 저녁에는 뜻밖에 야후 장로가 날 찾아왔다.

“허허~ 곡주께서 갑자기 곡을 나서신다고 하기에……”

이 노인네가 또 자기도 같이 가자고 하는 거 아닌가 해서 처음엔 좀 찜찜한 마음으로 마주 앉았는데 눈치가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다시 생각해보니 노인네가 그래도 나 장기출장 떠난다고 애써 만나러 와준 것이 고마워서 가벼운 술상을 봐서 몇 잔을 나누었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공연히 걱정만 많아지는구려. 모든 일은 곡주께서 어련히 알아서 하실 텐데 말입니다.”

“뭐… 별일이야 있겠소. 마침 조명환과 신수성녀, 두 사람과의 일로 인해 내 운신도 비교적 자유로울 것 같고 말이오.”

“삼태자의 일은… 음, 물론 그 일도 끝을 예비해 두셨겠지요?”

“물론이오, 그 사람 요즘 자기 형님들과 싸우느라 정신없지만 내게 무언가 기대오지도 않고… 나도 손을 내밀어줄 생각이 없소. 그리고 진하, 연…의 문제는 나중 처리할 방법이 있으니 걱정마시오.”

내가 여장을 하고 삼태자 조명환을 꼬신(?) 일은 비화곡에서도 아는 사람이 적다. 전에 여장으로 나간 것도 흑주와 사영만이 알고 있었을 뿐이었기 때문에 나중 내 행적을 모두 알고 찬찬히 검토해 본다면 충분히 추리가 가능하겠지만 그렇게까지 모두 알고 있는 자는 흑주와 사영, 그리고 나중에 내게 들은 대교뿐이고 비화곡 안에서도 소문은 강호와 다르지 않았다. ‘비화곡주의 여동생 진하연이 어딘가 살아있다’라는 소문 말이다.

거기에 추가로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 늘어난 건 비화곡 복귀 후 있었던 장로들의 곡주 탄핵(?) 자리에서였다. 비화곡주라도 함부로 어겨서는 안 되는 비화곡의 철칙 중 성지에 곡주 외의 인간을 출입시킨 것, 그리고 당금 황실인과의 인연을 만든 것… 이 두 가지를 장로들이 목소리 높여 내 해명을 촉구했던 것이다.

결국 성지에 출입한 대교의 처리는 절혼무저갱을 통과하는 벌칙을 수행함으로써 해결되었지만 두 번째 사안은 삼태자 조명환과의 사연을 시시콜콜히 밝힘으로써 설득할 수가 있었다. 다행히 장로들은 그와의 만남이 불가항력이었다는 점을 인정했고, 이후의 처리를 철저히 해 줄 것을 내게 요구했었다. 본래 장로진들의 파워도 파워지만 노인네들이 그렇게 길길이 뛴 것도 이해는 한다. 본래 황실과 무림인들은 상호불가침의 묵계를 지켜서 신수성녀의 경우 정치적인 요소가 없는 데도, 이미 대충 알고 있는 사람들이… 아니 대외적으로는 전 강호가 단결하여 모르는 체하는 상황인 것이다.

하지만 비화곡이 특히 그런 일에 민감한 건 비화곡 역사상 유일하게 괴멸의 위기가 있었던 때가 바로 그로부터 비롯되었기 때문이었다.

한 400년 정도 전… 그러니까 우리나라는 고구려(高句麗)가 한참 잘 나가는 시기였고 여기 중국에서는 수(隋) 왕조가 통일을 이루고 있는 시기였다. 당시의 비화곡은 뭔가 착각을 했는지, 아니면 당시 황제인 양제(煬帝)의 정치가 그만큼 맘에 안 들었는지 어쨌는지… 하여간 반란 세력에 일부 협조를 했던 모양이었다. 그 ‘일부’ 협조가 어느 정도였는지는 몰라도 수양제는 빡이 돌아서 엄청난 군대를 비화곡에 출동시켰고… 비화곡은 그야말로 엄청난 시련을 겪었다고 한다. 비화곡이 아무리 천연의 요새이며 구성원들이 강하다고 해도 몇 년에 걸쳐 몇 만, 때로는 십여만의 병력이 인해전술(人海戰術)로 몰아붙이는데는 견디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수양제의 특기…(본래 중국인들의 전술이 그런 면이 많은 것 같지만.) 인해전술로 고난의 세월을 겪던 비화곡이 기사회생한 건 바로 우리 고구려 덕인지도 모른다. 수양제가 지 특기랍시고 국민들을 닥닥 긁어모아 세 번에 걸쳐(그때마다 100만 단위였다고 함.) 침략한 대표적인 나라가 바로 고구려인데 우리의 멋진 고구려가 어떤 나라인가. 비록 중국보다 등빨은 작아도 ‘약탈과 정복’을 모토로 하는, 너무나 다부진 근육질의 쌈장(?) 국가가 아닌가. 뭐… 다소의 이견이 있을지는 몰라도 난 수나라가 얼마 못 하고 망가진 건 괜히 고구려에게 엉겼다가 하도 쌍코피가 터져서 그런 거라고 생각한다.

암튼, 그렇게 수나라가 무너지고 나서 당(唐)이 성립되면서 겨우 비화곡은 위기에서 벗어나게 되는 것이다. 얘기만 들으면 꼭 무슨 소림사나 기타 정파에나 내려올 만한 전설인 것 같지만 하여간 비화곡도 그랬단다. 다음 황실 쪽은 다른 주변 국가도 아니고 강호의 일개 단체로써 정부군의 공격에도 몇 년간을 버틴 비화곡의 저력에 놀

랐는지 더 이상 섣불리 건드리지 못하고 대신 정권 교체 시마다 각 정파로부터 은밀한 협조 요청이 쏟아졌다고 한다. 그러나 과거의 경험에 학을 뗀 비화곡은 이 후 황실과는 아예 조금의 관계를 가지지 않는다는 정책을 세우고 그걸 지금까지 철저히 지켜왔던 것이다.

“본 장로는 곡주께서 삼태자와의 일을 말썽 없이 마무리할 분이라는 걸 알지만… 그래도 그 사안은 항상 신중히 하실 것을 바랍니다.”

“걱정하는 건 이해하지만, 후후… 나중에 이 일이 어떻게 될지 알면 야후 장로도 놀랄 것이오. 아니, 크게 웃으려나?”

내가 여유 있는 태도를 보이자 야후 장로도 비로소 웃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사실, 나도 처음에는 대체 어떻게 정리할까 고민했었고 일단 내가 떠날 때까지 게기자…라는 방침만을 세우고 있었다.

근데 가만 생각해 보니 삼태자 조명환이란 이름은 우리 역사서에 (몽몽의 자료에) 없었다. 혹시나 다음 황제의 아명이라든가 그런 거 아닌가 했지만 그것도 아니고… 결국 조명환은 매우 안됐지만… 이번 정권 다툼에서 역사의 어둠으로 묻힐 운명인 것이다. 내가 정리할 필요도 없이……

“헌데, 천하의 야후 장로께서 오늘은 갑자기 더 나이를 먹은 듯하니 어쩐 일이오?”

내가 조금 놀리는 투로 묻자 야후 장로는 다시 허허거리고 웃다가

“나라고 어디 세월을 피할 수 있나요.”

정도로 대꾸한다. 음… 이 양반 오늘 좀 이상한 걸? 무늬만 ‘관우’지 ‘장비’ 같은 평소 모습답지 않게 진중한… 그리고 걱정 많은 노인네의 분위기라니, 나까지 괜히 기분 이상해지네 그려.

“실은… 곡주께 한 가지 청이 있어 왔습니다.”

야후 장로는 한참을 잡담으로 뜸을 들이고서야 그렇게 본론을 꺼냈다.

“중한 일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죄송하지만… 월영당(月影堂)을 맡고 있는 제 여식이 요즘 향수병이 생긴 듯하여… 함께 곡을 나서 다녀왔으면 합니다만……”

“월영당주의 고향에를 다녀온다…? 그건… 알겠소. 그러시구려.”

이번 일에 월영당의 역할도 필요할 것 같긴 하지만 첩보원들은 짱이 없더라도 독립적으로 잘할 것 같고… 또 야후 장로가 모처럼 부탁하는 건데 들어주고 싶어서 그렇게 허락했다. 아, 여러모로 모처럼인데 아예 가족파티 하라고 하는 것도 좋겠는 걸?

“헌데, 그런 일에 ‘사위’는 쏙 빼놓으시려오? 지총관은 스스로 업무에서 벗어나질 못하는 사람이니 이 기회에 소장로가 끌고라도 데려가시는 건 어떻겠소.”

“오오~ 진정 감사하오이다, 곡주! 이 소진광이는 항상 곡주를 믿고 있었소이다.”

무지 기뻐해 주는 건 좋은데… 오늘 이 노인네 정말 이상하네?
난 야후 장로가 돌아간 다음에도 괜히 찝찝해서 한동안 고개를 갸웃대야 했다.

그런 내 옆에서 소령이가 드물게도 지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저어… 소문이긴 하지만……”

“응? 무슨 소문? 야후 장로에 관한 거야?”

“예, 아, 아뇨. 저희 사모(師母)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최근… 아이를 가졌다는 얘기가 있는데 본인이 극구 부인하고 있다고 합니다.”

임신…? 총관이 남자로서 이상도 없는데 자식이 없어 걱정이라는 얘기를 자주 들었는데, 그럼 가족들 전부가 기뻐하고 난리 쳐야 할 일 아닌가? 그걸 왜 숨긴다는 거지?

이거야… 다른 간부들은 몰라도 비화곡 최고의 막가파 야황살후 소진광 장로가 마치 다른 사람이라도 된 듯한 것이 이상하다고는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좀 더 술 마시며 얘기해 볼 걸 그랬나? 괜히 걱정되는군.

소령이도 그 이상은 아는 바가 없다 하고… 다들 모르거나 알아도 쉬쉬할 만큼 그들 가족 간의 문제라는 건가?

설마… 월영당주가 바람을 피워서 총관의 자식이 아닌 아이를 가져서 야후 장로가 몰래 데리고 나가서 처리하려는 상황…? 아니, 그렇다면 총관을 데리고 가라고 하니까 그리 기뻐할 리가 없잖아?

으… 대체 뭐지? 대체 무슨 사연이 있어서 천하의 야후 장로가 저렇게 심각한 걸까? 아니, 그보다 난 아줌마도 아닌데 왜 이렇게 남의 가정사에 관심이 생기는 거지?

제기, 난 강호 재출두 전날 밤을 그렇게 엄한 호기심을 품은 채 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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