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악서생 4부 – 73화 : Soldier of Hell. (3)

랜덤 이미지

극악서생 4부 – 73화 : Soldier of Hell. (3)


1. Soldier of Hell. (3)

제, 젠장. 나 지금 전혀 반응하지 못했어. 머리를 향해 뭔가 날아드는 데도 말이야. 고요의 저격수? 이번엔 뭐지? 뭐가 이렇게 빠르고 강력하게 날아온 걸까?

대교는 사방을 경계하고 있었지만, 나는 정말이지 아슬아슬하게 나의 바로 눈앞을 스쳐간 무언가가 땅에 틀어박히며 빠악- 소리가 났던 곳을 보았다.

「돌멩이! 그냥 평범한 돌멩이예요! 하지만 날아드는 속도로 보아 적중되었다면 주인님의 호신강기도 여지없이 뚫려버렸을 거예요! 맙소사! 대체 어디서 이런 위력으로 저격을 한 거지? 괘, 괜찮으세요, 주인님?」

이번엔 괜찮지 않았다. 탄환화된 돌멩이가 어찌나 눈 가까이 스쳐갔는지, 그 풍압에 의해서 눈이 시릴 정도였다.

-오라버니. 저로서는 적의 기운을 느낄 수가 없어요. 아! 괜찮으세요?

내가 눈물 조금 찔끔한 걸 닦으며 잠시 눈을 감고 있는 것을 뒤늦게 알아챈 대교가 다가와 어쩔 줄 몰라 했다.

―아아~ 이를 어째. 제가, 제가 너무 방심하여 이런 일이!

-아, 아냐, 대교! 별거 아냐. 다치지 않았어.

나는 안심하라고 눈을 뜨며 웃어 보였다. 대교도 울상을 짓고는 있었지만, 더 이상 감정에 휩싸이는 걸 억제하면서 입술을 앙다물고 있었다. -고요의 저격수, 그자였겠죠?

-그렇겠지. 하지만 이미 근처에는 없을 거야. 어쩌면 본래 있던 섬에도 없을지도 모르고 말이야.

저격수들의 움직임이란 것이 보통은 그런 패턴이라 한말이지만, 혹시라도 흥분한 대교가 혼자 막 쳐들어갈까봐 굳이 더 강조해서 한 말이었다. 죄송합니다, 주인님. 면목이 없습니다.」

은발소년 모드의 몽몽도 사죄하면서 입술을 깨무는 기색이었다. 녀석도 적의 저격을 사전 탐지하지 못했었던 것이다. 나는 내가 디디고 있는 지점부터 약간 앞쪽의 땅바닥까지 몇 군데를 손바닥을 짚어가며 내 발걸음을 멈추게 했던 기묘한 기운을 다시 가늠해 보았다.

―모두들 자책할 필요 없어. 이건 아무래도 우리가 처음으로 겪어보는 형태의 ‘부비트랩’이었던 거 같아.

「예? 부비트랩이요? 저는 지금도 아무런 기관 장치를 찾지 못하겠는데요?」

-기계적 부비트랩이었으면 너희가 못 찾아낼 리가 없었겠지. 하지만 천하의 몽몽 남매도 아직 정복 못 한 분야가 하나 있지. 안 그래?

「에? 그럴리가요! 저는 그렇다 쳐도 울 몽몽 오빠한테 그런 게 어딨다고 그러세요?」

후후. 요몽 녀석, 평소엔 지 오래비에게 까불고 놀리기까지 하는 녀석이지만, 그래도 항상 믿음을 가지고 있긴 했군.

요몽은 그렇게 나오며 몽몽에게 뭐라고 좀 말해보라는 태도로 몽몽을 보고 있었다. 은발 소년 몽몽은 아직 입을 열고 있지는 않았지만, 조금 전까지의 감정적인 기색은 이미 사라져있었다.

ᅳ몽몽, 문제의 총탄이 박힌 곳의 ‘위치만 알려 줘.

나도 대략은 알았지만, 몽몽의 안내로 좀 더 수월하게 땅을 헤집고 몇 개의 돌멩이를 파낼 수 있었다. 약간의 크기 차이가 있다고는 해도, 전부 미령이의 초돌보다도 작은 크기였다. 나는 그 작은 돌멩이들을 손바닥위에 놓고 잠시 만지작거리다가 하나를 골라들었다.

-내 느낌에는 이거 같은데, 뭔가 특이점이 있냐?

「와아~ 그거 어떻게 아셨어요? 자세히 보지도 않고 만져보기만 하시는 거 같더니? 아, 참. 죄송. 그래요. 그 돌에는 아주 미세하게 글자가 새겨져있어요. 이번에도 알파벳으로 추정되고요.」

M? 혹은 W? 그런 게 새겨져있다고?

난 사실 글자가 새겨져있나 보라고 한 건 아니었지만, 어쨌든 당장은 이런 것도 꽤 중요한 기준이 되겠군.

「주인님께선 지금 혹시 ‘념’을 가늠해 보신 것입니까?」

―맞아, 몽몽. 념 에너지 분석은 너도 아직 미비하다고 했었지? 거의 모든 사물, 특히 생명이 있는 것일수록 더 강한 념이 존재하고, 그런 만큼 패턴 종류도 방대해서 말이지.

「그렇습니다, 주인님.」

몽몽은 순순히 인정했고, 요몽도 아~ 하고 어울리지 않는 탄식성을 냈다.

「그게 있었지? 하, 하지만 그걸로 어떻게 이런 공격이 가능해지는 거죠?」

-자세한 원리야 이제부터 니들이 알아내야지. 내가 어떻게 알겠냐? 내가 감 잡은 건 어쨌든간 우리가 당장 알아야 할 기본 원리랄까?

나는 잠시 생각을 정리해 본 후, 손에 쥐고 있는 돌멩이를 내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서울에서 처음 고요의 저격수에게 저격을 받았을 때, 그때는 탄환이 국화였지? 그리고 그게 꽂힌 곳은 땅바닥이었어. 아, 물론 보도블록이긴

했지만, 바로 아래가 흙이었어. 그리고 두 번째 저격은 조개껍질로서 모래사장에 꽂혔지? 끝으로 조금 전의 이 돌멩이는 아마도 꽂힌 지점이 본래 있던 곳이었을걸?

「그렇습니다, 주인님. 탄환으로 이용된 물질과 채취 장소의 토질 및 ‘념’의 일치성은 100퍼센트에 가깝습니다.」

몽몽도 그래. 모든 사물의 념 에너지를 다 알 수는 없어도 같은지 아닌지 구분이야 쉽겠지.

-결국 탄환으로 쓰여 진 것들에 입력된 명령어랄까 그건 있던 곳으로 돌아가기’였을 거야. 돌아가기 위한 괘도에 무언가가 있으면 그걸

뚫고서라도 말이지.

그래. 그래서 나와 대교도 적의 ‘살기’를 느낄 수가 없었던 거야. 탄환으로 쓰여진 것들은 본래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간 것뿐이니까. 으- 젠장. 앞선 두 번은 원거리에서 날아든 거라서 파공성으로 알아챌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정말 위험했었어.

새삼 살짝 소름이 돋았다. 내 호신강기를 간단히 깰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위력의 탄환이었다. 내 발이 트랩 작동을 위한 놈의 념이 남겨져있는 지면을 밟는 순간, 적의 살기도 뭣도 없는대도 ‘평소의 지면과 달라’라는 인식과 함께 무조건 멈춰버린 것이 위기를 모면케 했던 것이다.

―몽몽. 너도 사실은 이 정도까지는 이미 눈치까고 있었지?

「그렇지 않습니다, 주인님. 가능성이 낮은 추론 중의 하나여서 미처 말씀드리지 못했으며, 념 에너지를 이용한 공격에 부비트랩 구현 가능성은 더욱 낮게 판단하는 오류를 범했습니다. 이는 모르고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라는 의미입니다.」

이 녀석, 비교적 담담한 본래의 톤으로 얘기하는 것 같으면서도 뭔가 이글거리는 느낌인 걸?

─몽몽. 난 고요의 저격수가 있는 곳에 천천히 가고 싶어 졌다.

「그렇게까지 기회를 주신다면, 반드시 이번 실수를 만회하겠습니다.」

오, 역시 달라진 우리 몽몽. 늠름하기도 하여라.

난 솔직히, 처음부터 고요의 저격수 놈의 초대(?)에 계속 응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놈과는 왠지 마지막에 승부를 보고 싶다는, 그래야한다는 느낌이 들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마음을 몽몽에게 시간을 준다는 명분으로 슬쩍 감추는 잔머리를 굴린 셈이었다.

몽몽 녀석, 즉각 요몽에게 기본 경계 근무를 맡기고, 자신은 심층 연구 및 대비로 들어가는 것 같군. 그럼 이제 나는 잠시의 썰렁한 기분을 추스르고 본래 일정대로 움직여 볼까?

「주인님. 원판씨 연락이에요.」

나는 원래 가려던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원판의 전화를 받았다.

“유준 형님. 조금 전에 뭔가 상황이 있었던 것 같은데, 고요의 저격수였습니까?”

“그런 거 같아. 솔직히 조금 위험했었다. 몽몽도 놈의 능력과 트랩을 전혀 모르고 있었거든.”

내가 솔직한 걸 넘어서 약간 과장까지 섞어서 말하자, 원판도 꽤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말씀드렸듯, 프리메이슨 내에서도 고요의 저격수에 관한 사항은 알려진 바가 거의 없습니다. 생각보다 더 대단한 모양이군요.”

“그래봤자지. 우리 쪽은 이제 몽몽이 열 받았거든.”

“무슨 얘긴지 알겠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고요의 저격수에게 곧바로 가지 않으실 생각이군요.”

“그래. 아쉬운 놈이 또 우물 파, 아니 총 쏘겠지, 뭐.”

내가 태연히 말하자, 원판의 표정도 조금 풀리는 거 같았다.

“미래 로봇보다도, 형님 본인께서는 이미 뭔가 소위 감을 잡으신 모양이군요.”

“딱히. 하지만 내 모토 알잖냐. 뭐, 어찌 되겠지.”

“훗, 알겠습니다. 계속 건투를 바랍니다.”

통화가 끊어지자마자 요몽이 호들갑스럽게 날았다.

「오오~ 차마 달려오지는 못하고 멀리서 안타깝게 주인님을 걱정하는 저 안쓰러운 자태는 너무나 애절한..

ᅳ요몽! 너 자꾸 전투의욕 깎아 먹을래?

「헤헤~ 죄송해요. 하지만 두 분 사이는 정말이지 애틋해 보여서, 어? 어?」

은빛 오랏줄이 나타나자 긴장한 요몽이 어찌 할 바를 모르고 있었지만, 오랏줄은 바로 요몽을 포박하지는 않고 있었다. 할 일이 많은 상황이라 차마 포박 봉인은 못하고 경고의 의미로 내보낸 모양이었다.

「으~ 몽몽 오빠가 날 이렇게 겁박할 줄이야!」

요몽이 불만을 표현하면서도 상당히 얌전해졌을 때, 나와 대교는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흐음. 경치 좋군. 그치, 대교?”

“예. 그러네요.”

우리가 도착한 곳은 라프의 마랑포(?)에 의해서 상당부분이 날아간 산위 정상에 속하는 지점이었다. 섬에서 가장 높은 곳이어서, 마랑포에 의해 손상된 부분만 생까면 상당히 전망 좋고, 경치 좋은 장소일 수밖에 없었다.

물론 더 중요한 점은 이 섬의 양쪽 다른 섬들, 좌측의 일곱 번째 섬과 우측의 다섯 번째 섬까지 파악하기 좋다는 점이지. 이제 선택해야 할 건, 양쪽을 동시에 치느냐, 하나씩 치느냐 인데, 아무래도 한쪽씩 하는 게 낫겠지?

―요몽. CR아그들, 더 도착했지?

「넵. 흑해1호에 현재까지 도착한 CR들은……………

요몽은 각성이 끝나서 추가 합류한 CR들의 명단을 알려주기 시작했고, 나는 그 녀석들을 어떤 식으로 투입할지를 잠시 생각해보았다. 나는

이제부터 아예 빠지고, CR아그들만으로 남은 에레보스를 상대하게 할 생각인 것이다.

흠. 쉽지 않군. 원래 계획은 이쯤에서 난 완전히 뒤로 물러나고 레인 녀석에게 CR들 지휘를 맡길 생각이었어. 근데 레인의 각성 및 합류가 생각보다 늦어지고 있어서 곤란하게 되었네. 마냥 시간 끌기도 그렇고, 그냥 대충 아무 녀석이나 보내봐? 부식의 인어를 이긴다기보다 시간 끌고 싸워 주기만 해도 되니까 말야.

―요몽. CR들에게 상대의 기본 정보를 알려주고 지원자 받아라.

난 그렇게 말하며 적당한 바위위에 결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대교도 가까이 다가오기는 했는데, 바로 내 옆으로 앉지는 않고 있었다.

ᅳ요몽. 다섯 번째 섬에 있는 ‘부식의 인어’ 영상 좀 띄워줘. 아까 모두 공개 되었을 때 찍힌 거라도 말이야.

요몽의 영상이 나와 대교 앞에 띄워졌고, 아까 모든 섬을 몰아서 훑어 볼 때와 달리 단독으로 확대된 다섯 번째 섬이 시야 가득 들어오기 시작했다. 다섯 번째 섬은 뭐랄까, 아주 황량한, 그런 느낌의 섬이었다.

수목은 거의 없고 온통 바위로만 이루어져있는 것 같군. 바위섬 한가운데쯤에 앉아있는 저 녀석, 부식의 인어. 서울에서 봤을 때와 비슷하게 거의 발목까지 내려오는 검은색 롱코트로 몸을 감싸고 얼굴에는 커다란 항균 마스크를 써서 실질적으로는 거의 눈부분만 보이고 있어. 뭔가 음산한 느낌이드는 눈빛이며 긴 머리채, 길고 호리호리한 체형의 몸이 바람에 살랑거리고 흔들리는 듯한 저 분위기 때문에 나는 저 녀석을 ‘귀신 아가씨’라고 인식했었어. 하지만, 생각해보니 그게 아니었어.

에레보스들을 하나씩 만나며 아직 네 명을 못 만났을 시점에서 겨울의 여왕이 그랬었지. ‘이제 남은 멤버는 모두 남자’라고 말이다. 그러니 저 처녀 귀신틱한 녀석은 ‘총각 귀신’인 것이다. 비록 심하게 귀신틱하기는 해도, 굳이 분류하자면 원판 계열의 녀석인 셈이었다.

「호오~ 이제보니 이 사람도 꽤 괜찮네? 갑자기 마스크 뒤의 얼굴이 엄청스리 궁금해지면서 싸움 구경에 흥미가 솟구치기 시작하는구먼. 헤헤~」 요몽, 이 녀석. 침만 겔겔 흘리고 있지 않다 뿐이지, 거의 그런 분위기로군. 우리 마군황 패밀리에 어쩌다 저런 녀석이 생겨났을꼬?

ᅳ요몽 정신 챙겨라. 저 녀석과 싸우고 싶다는 지원자는 나왔냐?

「예? 아, 나오긴 나왔는데 좀 뜻밖이네요.」

응? 그사이에 또 추가로 합류한 녀석인가? 누군지 모르겠네?

요몽이 띄워주는 영상속의 소년은 누구라도 한 번 보면 잊기 어려울 정도로 빼어난 미소년이었다. 하지만, 낯설었다. CR들은 각성과 함께 용모도 바뀌는 경우가 많은 상황이지만, 복장이나 분위기만으로도 누구인지 대충 감이오기 마련이었다.

근데 얜 잘 모르겠네? 영화 ‘터미네이터2’에서 주인공 소년 역을 맡았던 배우 이름이 뭐였더라? 에드워드 뭐였던 거 같은데, 하여간 그 소년의 조금 더 어린 모습 같다고 할까? 하여간, 누구냐, 넌?

「후후 몰라보시겠죠? 저도 조금 전에 확인하고 진짜 엄청 놀랐어요. 설마 저런 특급 꽃돌이가 ‘사탄의 인형’이었을 줄이야!」

허걱. 이건 또 웬 반전?

-진짜냐? 저 녀석이 진짜 사탄의 인형 처키라고?」

-어머나, 세상에.

대교도 감탄하고 있었고, 화면속의 꽃사탄(?) 처키가 얼굴을 붉혔다. 지금 처키가 있는 곳은 흑해1호지만, 우리와는 양방향 화상 연결이 되어있는 중이었다.

저 녀석이 몸집은 작아도 아쿠아린 형제들과 동갑이라 비에이보다도 형이라는 건 알고 있었어. 하지만 저렇게까지 완벽한 환골탈태라니, 이거 나도 은근슬쩍 CR들의 각성 캡슐에 들어가 보고 싶은 욕심이… 음. 큼. 지금 이럴 때가 아니지.

“이봐, 처키. 일단 반갑고, 재생성 축하한다.”

“후후. 고마워요, 왕대장.”

어느 정도 부끄러워하고 있기는 해도, 본래 성격이 다른 CR들 평균에 비해서는 그리 내성적이진 않은 느낌이로군.

“근데, 네가 부식의 인어와 싸우고 싶다고?”

“예. 저는 암살 전문으로 만들어지고 훈련받았지만, 실은 그냥 맞대결을 좋아하거든요.”

흠. 나름 호전적인 녀석이, 환골탈태 수준으로 각성되고 나니까 몸이 근질거린다 이거군. 하긴, 이 녀석은 지금처럼 길줄길죽한 체형으로 거듭나기 전의 짧은 팔다리로도 엄청 부지런하게 싸우고 다녔었지.

나는 괴수섬과 화이트 환타지아 섬에서의 전투 때, 처키가 얼마나 열심히 싸우고 다녔었는지를 새삼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처키. 너에게 부식의 인어, 프리메이슨 최강 에레보스 중의 일인과 전투를 허가한다.”

“감사합니다, 왕대장!”

싸움을 허락받고 좋아하며 인사하는 태도는 지금 녀석의 뒤에 서있는 임시대장 천음마군과 비슷하군. 하지만 저 녀석은 전에 은사마군 팀에 속하는 걸 원했었지? 그렇다는 건 전투 스타일은 아무래도 은사마군 쪽에 가까울 거 같군. 어쨌든, 다른 건 몰라도 저 녀석은 플라스틱을 기반으로 하는 사이보그형 돌연변이체. 생명체를 썩게하여 죽인다는 부식의 인어와 정면 맞짱 조건은 가장 확실한 셈이지?

잠시 후.

자신만의 전투 준비를 끝낸 처키가 바다로 뛰어드는 모습을 영상 중계하면서, 요몽이 한탄을 했다.

「아아~ 어쩜 좋아. 저 꽃돌이가 패션 감각은 사탄의 인형 그대로야!」

나와 대교는 쿡쿡 웃을 수밖에 없었다. 처키는 각성 및 환골탈태 기념으로 소위 꽃돌이에 어울리는 복장을 한번 해본 것뿐이었는지, 출동하기 전에 옷부터 사탄의 인형 특유의 멜빵바지 스타일로 갈아입었다. 그리고는 뭔가로 얼굴에 쓱쓱 그려서 나름의 화장 같은 걸 했는데, 그건 아마 본래의 인형 느낌을 살려보려고 한 거 같았지만, 우리가 보기에는 배트맨에 나오는 악당 조커 비슷한 분위기였다.

흐으음. 꽃사탄 조커 인형 처키, 배 안에 비에이가 함께 있었는데도 하늘로 이동하지 않고 굳이 바다에 뛰어든 것은 저것 때문이었나?

처키는 스스로 수영을 하는 속도도 빠른 편이었지만, 곧 아쿠아린 형제의 도움을 받아 더욱 빠르게 다섯 번째 섬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전에 녀석은 바다위에 떠다니던 플라스틱 쓰레기 같은 걸 끌어들이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건 녀석의 손에서 무기의 형태로 변화하는 듯 했다.

저 녀석도 각성하면서 능력이 강해져서 플라스틱 물질을 자기 마음대로 변화 시킬 수 있게 된 건가? 전에는 자기 자신의 몸을 회복할 때만 플라스틱을 쓸 수 있다고 했던 거 같은데 말이야.

십여 분 후

다섯 번째 섬의 카메라가 일제히 켜지고, 그건 나와 대교 앞의 커다란 스크린으로 중계되기 시작했다. 지난밤과 똑같은 위치에 자세까지 비슷하게

앉아있던 부식의 인어가 자리에서 일어섰고, 그 앞으로 날렵한 동작의 처키가 날아와 착지했다. 둘은 잠시 말없이 서로를 응시하고 있었고, 나는 문득 처키가 왜 부식의 인어에게 끌렸는지를 알 것 같았다.

두 녀석에게서 뭔가 비슷한 공통점이 느껴져. 그래… 무생물적인 아름다움.

랜덤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