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악서생 4부 – 87화 : NWG (Neo Wind Gate). (2)
6. NWG (Neo Wind Gate). (2)
흐으음. 요몽에게 큰소리를 쳐 놓기는 했지만, 막상 장거리 워프를 앞두니까, 솔직히 쪼까 긴장이 되긴 하네. 여차하면 공간, 혹은 다차원의 미아가 될지도 모르는 장거리 워프를, 대교까지 데리고 굳이 할 필요가 있는 것인지, 그런 회의가 스치기도 하고 말이지.
-산드라, 이론상으로는 조금 전까지의 단거리 워프나, 장거리 워프나 느낌상의 차이가 없다고 했지?
‘예. 저도 해 본적이 없어서 확실하진 않지만, 지구 반대편이라 해도 그럴 것이라 생각합니다. 거리 보다는 워프 지점에 문제가 생겨서 되돌아오거나 여하간의 안전좌표를 재 리드하는 순간에만 저도 알 수 없는 미지의 공간에 머무는 느낌을 받곤 합니다.’
산드라는 약간 망설이는 기색을 보이다가 몇 마디를 덧붙였다.
‘그럴 때면, 아무리 찰나의 순간이라도 굉장한 두려움을 가지게 됩니다.’
끄으음. 확실히 알 수 없고, 그래서 무서운 거군, 그 미지의 다차원 공간이란 건 말이지. 하지만 나, 진유준. 알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쫄아서 하고 싶은 일을 그만 둘 놈이 아니지.
-좋아, 좋아. 까짓것, 가보자구.
그렇게 말하며 대교를 돌아보니, 대교는 너무나 편안한 표정으로 웃으며 산드라에게 손을 내밀고 있었다.
파츠읏!
기분 탓일까? 왠지 조금은 긴 패턴으로 주변이 바뀌는 것 같았다. 지금까지의 단거리 순간이동에서는 느낀다싶은 순간에 이미 사라져버렸던 어떤 느낌. 물속에 떠있는 듯한 부유감이랄까? 그런 감각도 이번에는 조금 더 확실히 느꼈던 것 같기도 했다.
그래봐야 결국 1초도 안 되는 순간이었던 것 같고, 이거, 이거~ 참! 이번에도 실내 분위기가 비슷한 SF디자인이라서 실감이 잘 안 나네.
-산드라. 바로 이 건물 바깥으로 나가봐 줄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다시, 팟! 우리는 반짝이는 별무리가 촘촘히 박혀있는 밤하늘 아래에 있었다.
“아, 핫! 하!”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불과 십여 미터 떨어진 곳에 불 켜진 건물이 있음에도 또렷이 별무리가 보이는 밤하늘과 주변의 울창한 숲, 너무나 맑고 청량한 산 공기와 강물처럼 풍부한 천지의 기운의 흐름!
-아핫핫! 정말 와버렸군. 서울에서 수백 킬로나 떨어진, 이곳 ‘신불산’에 말이야.
나는 폐부 깊숙이 신불산의 공기와 기운을 삼키며 흐뭇해했고, 대교의 기분도 나 못지않은 것 같았다.
-미안, 대교, 종종 얘기해 줬으면서도, 이제야 함께 오게 되었네.
-아니어요. 그동안은 상황이 어쩔 수가 없었잖아요. 그보다 여기, 여긴 정말 놀랍네요. 이렇게 순수한 기가 가득한 곳은 대륙에서도 쉽게 찾지 못할 거 같아요.
-후후, 그치? 앞으로는 틈나는 대로 함께 와서, 그 뭐냐, 수련 데이트랄까? 그런 걸 해 보자구.
대교는 기쁘게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윈드 게이트를 이곳에 설치하겠다고 했을 때는, 비교적 덤덤한 태도였었다. 그건 아무래도 말만 들어서 그랬던 거고, 지금은 이곳의 아름다움과 기운을 실감하고 있는 것이다.
「주인님!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건물 옥상과 동남쪽 숲의 경계 병력들이 총구를 겨누고 있는 상황입니다.」
-훗, 그래. 얼추 느끼고는 있었어. 역시나 우리의 전마 부대, 경계 태세도 훌륭하구먼.
잠시 후.
우리는 다시 건물 안의 윈드 게이트로 워프해 들어갔다. 거기서 문을 열고 정상적으로(?) 나와 보니, 넓은 강당 같은 공간에 전마부대원들이 주욱- 도열해 있었다. 그들 앞에 드물게 각 잡힌 태도로 서있던 전황마군이 척, 경례를 붙여왔다. 나도 마주 답례해 주고 입을 열었다.
“훗, 시찰 겸해서 알리지도 않고 와봤는데, 역시 최고의 부대답군.”
“천주, 저희는 본래 타격 전문이지만, 거점 방어야 기본 아니겠습니까.”
믿음직스럽게 대꾸하는 전황마군과 전마부대원들의 뒤쪽 공간을 새삼 살펴보니, 모두가 이 강당에서 공동생활을 하는 것 같았다. 소규모의 연수원으로 지어진 곳이라서 전마부대원들 모두가 편안한 독방 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방이 많은데도 이들은 공동생활이 더 익숙한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이들은 민간지역에서 너무 눈에 띄는 존재들이니 조만간 팀을 바꾸긴 해야겠네. 하지만 당장은 믿음직해서 좋군. 자아~ 이젠 아예 슬슬 해외로도 나가 볼거나?
다시 파츠츳츳! 조금 더 길다싶은 어떤 순간이 지났고, 우리는 드디어 한국 땅이 아닌 곳까지 워프해 버렸다. 물론 기본적으로 도착한 장소는 다른 곳과 같은 인테리어의 작은 방이어서 바로 실감이 나지는 않았다.
“처, 천주? 정말로 한국에서 이 곳으로, 그 뭐냐, 워프인가 뭔가를 하신 것입니까?”
홍콩의 윈드 게이트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믿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는 건, 천음마군이었다.
“후후~ 실은 나도 아직 기분이 묘~하네. 하지만 천음마군도 지난번 싸움 영상으로 봤잖아, 여기 이 산드라의 능력 말야.”
천음마군은 내 뒤로 한발 늦게 게이트 안에서 나오는 산드라와, 그녀 뒤의 밀실형 게이트를 기웃거리며 기막혀했다.
“전 솔직히 뭔가 속임수가 있거나, 워낙 빨라서 제가 볼 수 없는 것일지 모른다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진짜였군요. 하핫! 이거 정말
편리하겠습니다!”
이 인간, 자기도 곧바로 태워(?) 달라고 할 기색이군.
“천주! 다음 목적지는 저도 데려가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역시나.
“미안하지만, 그건 곤란해. 산드라의 마력에도 한계가 있거든.”
“어, 그런 겁니까?”
천음마군은 꽤 아쉬운 것 같았지만, 워프에 인원 제약이 있는 건 사실이었다. 게다가 지금은 밤이라서, 산드라가 우리 두 사람을 데리고도 장거리 워프까지 가능한 거고, 낮에는 훨씬 제약이 심하다고 했다. 다행히 많은 인원을 동시에 워프 시킬 수 있는 편법이 있기는 한데, 아직은 아무에게도 밝히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천음마군. 이 NWG, 홍콩의 첫 번째 윈드 게이트가 얼마나 중요한 곳인지는 자룡대주에게 들었겠지?”
“아, 물론입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희 향주련(香酒聯)과 아이들을 믿어 주십시오.”
여긴 천음마군이 보스인, 홍콩 주류 연합 향주련 본부 내부에 설치된 장소라고 했다. 그리고 천음마군이 말한 ‘아이들’이란, 바로 CR아그들을
말한다.
CR들은, 현재 대부분 레인과 함께 중국의 지하 구중천에 있지. 하지만 일부 녀석들은 천음마군과 지내고(놀고?) 싶어서 여기에 와있다고 했다. 냉동 능력을 가지고 지능도 특출한 ‘비에이’와 진동파 소녀 ‘가야’를 주축으로 열 명 정도 된다나?
“좋아. 여긴 천음마군을 믿고, 이만 가볼게. 오늘밤은 좀 바빠서 그냥 가지만, 다음에는 향주련 식구들과 한잔하러 오기로 하지.”
“핫하~ 그거 좋지요! 이젠 천주께서, 아무 때고 오실 수 있을 테니,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우린 천음마군의 기분 좋은 인사를 받으며 돌아섰다. 사실 꼭 순간이동이 아니라 해도, 나나 천음마군이나, 맘먹고 술자리 마련하려고 들면, 반나절 안에 가능하긴 했다. 하지만 지금처럼 옆집 놀러가듯 할 수 있게 된 것과는 느낌 차이가 클 수밖에 없었다.
자아, 이제 대교에게는 미리 말해두지 않았던 게이트 차례로군.
-대교, 현재까지 홍콩에 마련된 게이트는 두 군데야. 또 한곳이 어딘지는 짐작할 수 있겠지?
-아! 그럼 그쪽에도?
팟!
대교가 기쁨의 표정을 채 떠올리기도 전에, 우리는 다음 게이트로 이동되었다.
-대, 대교 언니?
홍콩 제2호 게이트 밖에 서있던 소교가, 믿기 어렵다는 표정과 반가움을 동시에 드러내고 있었다. 그녀 품안의 금동이도 반가운 괴성을 울리는 건 당연했다.
“짜식! 반응이 약간 이상한걸 보니까, 우리 오기 전에 게이트 안에 아무도 없었던 걸 확인했었구나?”
나는 그렇게 말하며 내게 달려든 금동이를 안고 쓰다듬어 주었고, 대교와 소교 자매도 반가운 인사를 나누었다. 나와 금동 콤비, 대교와 소교 자매도 고작 보름 정도만의 재회가 이렇게 기쁠 수 있다는 것이 살짝 신기할 정도였다.
“세상에! 이젠 정말 언제라도 이곳으로 한순간에 오실 수 있게 된 거예요?”
“크후후, 그래. 이젠 소교, 너에게 오려고 하늘에서 맨몸으로 다이빙하지 않아도 될 거 같아.”
지난번 인질사건 때를 언급하자, 소교는 한손으로 입을 가리고 쿡쿡 소리를 냈다. 갈수록 더 밝아지는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산드라 씨죠.”
소교가 스스럼없이 다가서자 산드라가 오히려 조금 움찔하는 것 같았다.
“신비로운 능력으로, 대교언니와 형부를 항상 이렇게 만날 수 있게 해 주실 수 있는 분이라고 들었어요. 정말 감사해요.”
“아, 저는…….”
산드라가 무심결에 입을 열어 날카로운 송곳니가 반짝이자, 소교 뒤에 서있던 그녀의 최강 보디가드 ‘뇌룡대주’가 흠칫 긴장하고 있었다. 그러나 소교는 전혀 개의치 않는 태도로 웃으며 산드라의 손을 잡았다.
“형부, 바쁘신 거 알지만, 잠시 이분과 얘기할 수 있게 해주세요.”
내 고개는 자동으로 끄덕여졌고, 산드라는 난처해하면서도 속절없이 소교의 손에 이끌려 실내 한쪽의 응접 테이블로 갈 수밖에 없었다. 뇌룡대주는 아직 전혀 움직임이 없었으나, 결코 긴장을 늦추지 않고 산드라를 경계하는 기색이었다.
-이봐, 뇌룡대주. 자룡대주에게 얘기 들었지? 산드라가 뱀파이어인건 맞는데, 지금은 엄연히 자네와 같은 어사조 신분이야. 너무 그러지 말고 힘 좀 빼라구.
뇌룡대주의 얼굴에 미세하게 겸연쩍어하는 표정이 스쳤지만, 소교 지킴이로서의 완강한 분위기는 흔들림이 없어 보였다.
-이거야 원. 잠시 따로 보면서 소교의 주변 근황이라도 묻고 싶었는데, 자네를 소교로부터 멀어지게 했다가는, 이 천주에게도 덤빌 것 같군, 그래.
-다, 당치않습니다, 천주! 아, 그렇지만, 저는 본래 말주변이 없으니, 곧 서면으로 원하시는 보고를 올리겠습니다.
-됐네, 이 사람아.
뇌룡대주는 이제야 송구스러워하는 기색을 보였지만, 나는 피식거리며 몸을 돌렸다. 난 혼자 게이트로 들어가서 결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몽몽, 여긴 일반 주택이라고 했지? 바깥 상황 좀 보자.
곧바로 몽몽이 띄워주는 영상을 보니, 첫눈에 ‘마녀 여옥, 아니 지금은 그냥 ‘소교 엄마’가 된 여옥의 저택부터 보였다. 여긴 소교와 여옥이 살고 있는 저택과 길 하나를 사이에 둔, 또 다른 저택이라고 했다.
「호홍~ 주인님께선 사실, 저 마녀의 저택 내에 게이트를 설치하고 싶으셨죠?」
-당근, 그랬지. 음? 어, 요몽, 왔냐?
「넵! 몽몽 오라방의 보안 교육은 엄청스레 지겨웠지만, 저 요몽은 꿋꿋하게 버티며 클리어하고 있습죠.」
흠. 몽몽답게, 오늘 하루로 끝나는 보안 교육이 아닌 모양이군. 뭐, 그거야 어쨌든.
-소교의 근황에 대한 보고는 네가 하기로 했냐?
「넵. 원래 소교님 소식이야 항상 주기적으로 보고되고 있었지만, 아시다시피 보고자가 저 단순우직한 뇌룡대주다 보니, 주인님께 미처 보고되지 못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꽤 많거든요.」
-에? 그랬냐?
「뭐, 프리메이슨과의 쌈박질에 바빴던 주인님께, 굳이 보고드릴 정도의 일들은 아니었지만, 나름 잔재미가 있습죠.」
흠. 뇌룡대주에게 소교에 관해 여러 가지 얘기를 듣고 싶다고 한 건, 뇌룡대주의 반응을 보고 싶어서 그냥 해본 소리였었는데, 이제 보니 정말 들을만한 얘기가 있었던 모양이군.
「으웅~ 근데, 소교님 비하인드 스토리 하려면, 뇌룡대주보다 저희들의 ‘의도적 보고 회피’부터 사과드려야 할 거 같네요.」
요몽은 슬며시 내 눈치를 살피며 말을 이었다.
「그 당시에는 주인님은 물론이고, 저희들도 주인님과 헤어져서 상어 뱃속에까지 들어가도 보고, 하여간 별의별 일들이 연속으로 일어났던 시기니까, 이해해 주실 거죠?」
-임마, 그 때 얼마나 많은 일들이 정신없이 이어졌었는지는, 나도 아직 생생해 봐줄 테니까, 얘기나 해봐. 대체 무슨 보고를 일부러 안했었던 거냐?
「어찌 보면 별 거 아니긴 했어요. 하지만 그전까지 주인님께서 보여주신, 소위 ‘저질 언론과 네티즌 악플러’들에게 보이신 ‘빡 돔 모드’를 생각하면, 보고 드리기도 두려웠었어요.」
-뭐야? 그럼 그 인질 사건 이후로 홍콩 언론과 홍콩 네티즌들이 우리 소교를 엄청 씹어댔었단 말야?
「처음 한동안, 특히 소교님께서 ‘탁한 일당들을 두둔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는 보도가 나가고 난 다음에는 정말 장난 아니었어요. 그때 만약, 홍콩의 황색 언론과 그 언론들 기사에 달린 악플러들의 댓글을 주인님께서 보셨다면, 으~ 어쩌면 이 홍콩에는 정글도에 의한 피바람이
휘몰아쳤을지도!」
-요몽. 네 얘기 들으니까 갑자기 그때의 기사들과 댓글들이 궁금해지면서, 손이 근질거리는 거 같다.
「에고, 실수! 방금 얘긴 그냥 잊어주세요. 그게 주인님의 정신 건강관리에… 아, 그리고 어차피 그런 상황은 그리 길지 않았어요. 정확히 말하자면, 소교님이 오가사와라 제도에서 구출되어 홍콩으로 돌아오신 후로는 분위기가 그야말로 급반전되기 시작했지요.」
어~ 그때라면, 소교가 여러 가지 충격적인 사건을 연속으로 겪으면서, 내재되어있던 소위 ‘애잔 파워’가 급성장 하다못해, 아예 폭발해 버렸던 시기로군.
「그땐 소위 메이저 언론들은, 더 이상 에든버러 사건 자체를 잘 다루지 않고 있었어요. 물론 자룡대주를 비롯한 지하무림인들의 힘이었지요. 하지만 홍콩 네티즌들의 뜨거운 관심과 논란은 결코 식지가 않았었지요. 소교님이 ‘사실은 인질범들과 한패였다.’ 같은 가짜 뉴스가 난무한 건 기본이었고요.
저희들이 어떻게든 수습해 보려했지만, 단시간에 가라앉힐 수 있는 흐름이 아니었지 뭐예요.」
하긴, 아무리 몽몽 남매가 넷상의 먼치킨이라 해도, 상어 뱃속에 있다가 나왔을 때는 이미 너무 많은 이들에게 소교 스토리가 퍼져나가서 수습이
쉽지 않았을 것 같군.
-그런데 요몽. 소교가 추가 사건까지 겪고 돌아 온 이후로, 뭔가 흐름이 바뀐 것처럼 말했지? 그게 어떻게 그렇게 되었지? 그 때 이후로는 소교의 ‘울트라 애잔 모드’가 각성되어서 더욱 눈에 뜨였을 거 같은데 말야.
「흐후~ 역시 주인님께선 소교님의 위력을, 너무 띄엄띄엄 보시는군요! 당시에 소교님이 발산하던 불가사의한 기운은 단순히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수준이 아니었다고요!」
요몽은 갑자기 몇 장의 사진이며 짧은 동영상이 실행되는 창을 몇 개 띄웠고, 그건 모두 흑해1호의 갑판에서 찍힌 영상들인 것 같았다. 소교가 흑해1호에 탔었던 건 한번뿐인데, 이건 아무래도 내가 봤던 모습이 아닌듯했다.
-이거, 내가 깨어나기 전의 영상이로구나. 주가혜로서의 대교가 자살을 택하고, 나는 마신 강림 상태로 미쳐 날뛰고… 소교가 그런 거 보면서
절망하고 있었을, 그때, 맞지?
「바로 그렇습니다요. 그리고 이 영상들이 퍼져나가면서 상황은 대반전! 소교님을 음해하던 자들이, 알아서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사죄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 시작했답니다.」
-저기, 그거 어째 표현상의 비유가 아닌 거 같네.
「비유라니요? 소교님을 슬프게 한 과오를 사죄하는 인증샷이 정말 엄청나게 올라왔었어요. 심지어는, ‘저 소녀의 눈물이 나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견딜 수가 없다’는 글이나 영상을 남긴 악플러들의 주소를 저희가 추적해서 경찰에 알리지 않았다면, 최소한 열 명 이상이 자살을 해버렸을 지도 몰라요.」
맙소사! 그 정도였다고?
예상을 넘어서는 얘기라서, 새삼 소교의 영상을 다시 보려니까, 이미 창 자체가 사라지고 있었다.
「뭐, 주인님이야 괜찮으실 거 같지만, 그래도 장시간 시청은 권장하고 싶지 않네요. 당시에 주인님께선, 소교님이 그나마 좀 진정하신 다음에야 소교님을 접하셔서 실감을 못하신 거예요. 그때의 소교님이 발산하던 슬픔의 아우라는 정말이지 장난이 아니었다고요.」
나도 물론 소교가 슬퍼하는 장면을 길게 보고 싶지 않지만… 거참!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네.
-그 영상, 지금은 확실히 넷상에서 제거해 두었겠지?
「그러믄요! 처음부터 복사가 불가능하게 만들어진 거예요. 혹시나 해서 현재까지도 계속 체크 중인데, 그 때 이후로는 소교님이 계속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셔서 그런지, 더 이상의 자살 희망자들은 나오지 않고 있지요.」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소교의 ‘슈퍼 울트라 애잔 모드’의 위력이 그 정도였으면, 또 다른 걱정도 생기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