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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만렙 뉴비 888화


888화. 최종장 (1)

백설 여자 고등학교 전체를 집어삼킬 듯한 마력.

침식된 영역이 니알라토텝의 영향 아래 들어갔다.

“키에에에!”

“킥! 킥! 킥!”

“골수. 부드러운 내장. 히히. 다 먹을 거야. 다 먹어 치울 거야.”

학교 괴담에 종속된 귀신과 악령들이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했다.

저릿저릿.

막강한 마력이 요동쳤다.

‘과연, 성가신 답네.’

진혁이 혀로 입술을 적셨다.

오래만에 느껴보는 긴장감이다.

50층을 정복할 때 이후론 이 정도로 위험한 싸움을 할 일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태고의 신격은 단 하나.

아무리 니알라토텝이 강력하다고 한들 혼자서는 모두를 압도할 수 없다.

‘놈도 그건 알고 있을 텐데….

어째서 이런 상황에서 승부를 걸려는 걸까?

아자토스의 성유물만 믿고 있다고 하기엔 뭔가 석연치 않았다.

“생각이 많아 보이는군요.”

“찜찜한 게 좀 있어서.”

“후후. 괜히 머리를 굴리려 하지 마십쇼. 어차피. 이 싸움에서 최종적으로 승리하는 건 저일 테니까요.” 

니알라토텝이 마력을 재배열했다.

파앙!

지팡이가 지면을 두드리는 것을 시작으로 검보라빛이 파장이 사방으로 뿜어졌다.

‘부유하는 흑안’이 주변에 보이는 모든 공간을 랜덤으로 정지지켰다.

운동장의 절반가량이 휘말렸다.

흙도.

공기도.

그 위를 지나가던 작은 곤충들도,

전부 멈췄다.

다중 시간 정지에 이어 거대한 칼날이 공간을 베었다.

[차원 브레이커 ‘섬화(閃)’가 발동됩니다!]

번쩍.

상상을 초월하는 검격이 지면을 휩쓸었다.

콰콰콰콰콰콰!

검은 칼날이 후벼파고 지나간 자리엔 끝이 보이지 않는 상처가 생겼다.

마치, 거대한 절벽이 생겨난 것만 같다.

다행히 멤버 전원이 아슬아슬하게 빛을 피했다.

일전에 한 번 당했던 터라, 대략적이나마 타이밍을 가늠할 수 있었던 덕분.

탓!

안드리아가 꼬리를 흔들며 질주했다.

화륵!

12개의 여우불이 일제히 니알라토텝의 등에 작렬했다.

그러나.

퍼퍼퍼펑!

보랏빛 방벽이 불덩이들을 모조리 막아냈다.

“실드 파훼 성공률은 12.65%야. 응.”

프레이가 인형들과 함께 니알라토텝의 정면으로 파고들었다.

콰직!

서걱!

지면에서 튀어나온 가시들이 불멸의 인형들을 꼬치구이로 만들었다.

하나 둘.

인형들이 가동을 멈춘 채 침묵했다.

그러나 프레이만큼은 모든 공격을 뚫고 니알라토텝의 사정거리 안으로 접근했다.

고속으로 회전하는 창.

형언할 수 없는 마력이 일점으로 모였다.

[인형술의 비기 ‘네크로 퍼펫’이 발동됩니다!]

죽은 인형들의 원념을 부활시켜 창에 깃들게 하는 능력.

프레이의 찌르기가 실드를 꿰뚫었다.

콰드득!

표면에 금이 가면서 날카로운 창날이 니알라토텝의 목덜미 바로 앞에서 멈췄다.

부르르 떨리는 손.

“막혔어. 응.”

아무리 힘을 써도 창날이 더 이상 파고들지 않는다.

“과연, 멤버들이 하나같이 굉장하군요. 저희에게 한 방을 먹인 게 마냥 운은 아닌 것 같습니다.”

니알라토텝이 감탄사를 터뜨렸다.

귀신과 악령들도 범람하고 있었지만, 고유성창을 개방한 진조에 의해 모조리 쓸려나가고 있었다.

단순히 양만으로 밀어붙이는 건 의미가 없겠지.

그 정도로 아타락시아를 이끄는 가주의 힘은 강력했다.

“공격은 꽤나 훌륭한데, 과연 방어는 어떨까요? 호문쿨루스가 그리 단단한 편은 아닌 걸로 압니다만.” 파츠츠!

차원브레이커에 검붉은 광휘가 뿜어졌다.

정확히 프레이의 정수리를 노린 일격이었다.

그런데, 차원브레이커가 휘둘러지기 바로 직전.

카가가각!

테레사와 월영이 칼날을 막았다.

어지러울 정도로 화려한 불꽃이 비산했다.

“더 이상… 악행을 하게 내버려 두지 않겠어요.”

“이제・・・ 그 누구도 잃지 않겠다!”

두 사람의 눈에 이글거리는 투지가 불타올랐다.

바로 그때. 터무니없는 일격을 받아내느라 온몸의 마력이 역류하고 있었지만, 설령 선 채로 기절한다고 해도 물러설 기색이 없었다.

[고유성창 ‘금언의 무게’가 발동됩니다!]

진혁이 고유성창을 해방시켰다.

‘잃어버린 언어’를 통해 구현화된 수많은 결계와 마법식이 허공을 가득 물들였다.

“외로운 독수리.”

운동장의 서쪽에서 일어서는 기둥.

‘황도십이궁’이 밤하늘의 별자리들을 불러 모으며, 결계들이 이어지는 길을 만들어냈다.

‘사수자리’가 별빛을 모아 만든 화살을 쏘았고.

‘전갈 자리’가 부유하는 어둠의 실타래를 끊어냈다.

“관조하는 길까마귀.”

동쪽에서도 12개의 결계로 이루어진 기둥이 솟구쳤다.

“정의로운 푸른 족제비.”

북쪽에선 15개의 결계와 기둥이.

“붉은밤의 수사슴.”

남쪽에서는 18개의 결계가 뒤덮인 기둥이 나타났다.

이제 곧이다.

마력만 이어 붙이면 완성……

“위대한 등반자들의 세계를 사용하게 둘 것 같습니까?”

이때를 노렸다는 듯.

니알라토텝이 개입했다.

쩌저적!

하늘이 갈라진다.

부유하는 흑안의 능력도. 차원 브레이커의 능력도 아니다.

저건….

[침식 붕괴].

세 번째 침식을 지금 있는 곳으로 끌어오는 권능이다.

그렇다는 건 설마.

콰콰콰콰콰콰!

결계를 뚫고 쏟아지는 건 무수히 많은 ‘단죄의 검’이었다.

제기랄.

역시 예상이 맞았다.

가정할 수 있는 가장 최악의 결과가 나왔다.

[‘금언의 무게’가 빛을 잃습니다!]

완성 직전의 고유성창이 박살났다.

동시에.

고막을 찌르는 짐승의 포효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늘을 가득 채운 거대한 날개.

바람을 가르는 무시무시한 파공성이 전장의 변화를 고했다.

“크오오오!”

모습을 드러낸 건 공허룡 ‘에테리온’이었다.

후두둑!

갈라진 틈 사이로 고구마와 후라이드. 말랑흑두루미와 정령수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다들 데미지를 크게 입었는지 온몸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공허룡 에테리온이 ‘데스윙을 발동합니다!]

죽음의 바람과 불꽃을 불러일으키는 에테리온의 시그니처 스킬.

콰콰콰콰콰!

에테리온이 날아가는 궤도 아래가 불바다로 변하기 시작했다.

모든 게 불꽃에 사그라든다.

괴담을 구현하던 수많은 건축물과 원귀들이 공허의 불꽃에 의해 지워졌다.

그것도 잠시.

쿠웅!

크게 활강을 하며 내려온 에테리온이 니알라토텝의 옆에 착륙했다.

“하하하! 당신이 어째서 그토록 고구마를 아꼈는지 알겠습니다. 확실히 든든하긴 하군요. 그것도 자아 따위가 나뉘지 않은 완전체라면 당신의 것과는 비교 자체가 안 되겠죠. 

니알라토텝이 광소를 터뜨렸다.

[고유무장이 공허의 존재를 위해 변형됩니다!]

차원브레이커가 두 개로 나뉜 뒤, 에테리온의 머리 주위를 둥둥 떠다녔다.

새로 생긴 두 개의 엄니처럼.

엄청난 위력을 뿜어내는 흉기가 추가되었다.

빌어먹을.

가뜩이나 사기적인 놈한테 뭘 덕지덕지 더 갖다 붙여주는 건지 모르겠네.

“모기이이….”

고구마가 비틀거리며 진혁에게 다가왔다.

“괜찮아?”

“모기!”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는 고대종.

하지만, 애써 괜찮은 척하는 것과 달리 몸의 상태는 심각해 보였다.

다른 침식에서 상당히 고전을 했던 거겠지.

저런 터무니없는 놈을 상대로 다들 애써주었다.

“그럼, 시작해보죠. 아, 너무 쉽게 죽진 마세요. 애써 이런 무대를 만드느라 고생했는데, 너무 일찍 끝나면 허무하지 않겠습니까?” 

니알라토텝이 에테리온의 머리 위에 올라탔다.

거대한 날개가 하늘을 가릴 듯 펼쳐졌고,

콰콰콰콰콰콰!

이내 공허를 알리는 고대룡이 하늘 위로 높게 솟구쳤다.

***

같은 시각.

천마와 천유성을 비롯한 별동대가 백색의 꽃에 다가가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었다.

점점 더 늘어나는 게이트와 그곳에서 넘어오는 상위종들.

아무리 베어내고 쓰러뜨려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허억허억.”

암황이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신교와 무림맹. 그리고 제국의 정예들을 합쳐 300명이 출발했지만, 지금 남은 건 절반도 채 되지 않았다.

아무리 강한 실력을 갖고 있더라도 실수 한 번이면 끝장이었기에, 내로라하는 고수들조차 쉽게 앞으로 가질 못했다. 결국. 길을 열 수 있는 건 공포마저 초월한 절대자뿐.

천마신검

‘멸룡출두’

촤촤촤촤촤!

패도적인 검이 수십 미터에 이르는 거신들의 머리를 잘라냈다.

백야일천검.

제11식.

‘윤회’

이에 맞서 천유성의 검이 바로 뒤에 있던 또 다른 거신의 심장을 반으로 갈랐다.

“훌륭하군.”

“당신도.”

천마와 천유성이 서로의 검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명호나 이름에 천(天)이 들어간 자 중에 약한 자는 없지. 과연, 추혼문이 정파의 새로운 기준이 되었다는 말이 결코 허언이 아니다.”

“천마라는 이름 역시. 수많은 이들 사이에서 경외시되는 게 당연하다는 걸 느꼈다. ‘강씨 성을 가진 이들과는 다르긴 달라.”

서로에게 자화자찬을 내뱉는 건 덤이었다.

바로 그때

“지존. 저기 저거… 북유럽의 그 녀석 아닙니까?”

암황이 백색의 꽃 중심부에 서 있는 남자를 가리켰다.

아직 거리가 한참이나 남아 있지만, 그 생김새는 틀림없이 북유럽의 주신이자 위그드라실의 수호자인 오딘이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생기가 느껴지지 않는군.”

천마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그 말대로다.

오딘의 전신이 무언가에 꿰뚫린 채 고정되어 있었다.

양손은 하늘로부터 무언가를 갈구하듯 높게 뻗어 있었으며, 눈이 있어야 할 자리에선 붉은 화염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이미 죽은 것이다.

누군가에 의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천유성이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끼며 중얼거렸다.

니알라토텝의 목적은 아직 모른다.

다만, 서두르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질 거라는 건 확실했다.

“서둘러야 한다.”

“그래 보이는군. 지금부터 속도를 올린다. 먼저 갈 수 있는 사람은 빠르게 가고. 나머지는 뒤에서 최대한 따라붙도록.”

천마가 명령을 내렸다. 파파팟!

순식간에 그림자들이 고속으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휙휙 바뀌는 시야.

“크오오오!”

“케에에에!”

기다렸다는 듯이. 다른 차원에 속한 각종 상위종들이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나 아까와는 다르다.

이젠 직접적인 전투를 최대한 피하며 꽃에 접근하는 걸 우선시했다.

“주군. 적들을 처리하지 않고 파고들기만 한다면, 퇴로가 끊기거나 이후에 포위망이 단단해질 우려가 있습니다.”

“알고 있다. 허나, 저쪽을 방치하는 게 더욱 위험하다.”

강자에게만 주어진 힘.

그것은 1초마다 급변하는 전장 속에서도 최선의 길을 선택할 수 있는 본능이었다.

그렇게 20분 정도를 달렸을까?

마침내 별동대가 백색의 꽃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태고의 마지막 꽃잎’이 침입자들에게 반응합니다.]

수많은 눈과 이빨이 달린 나무넝쿨과 식물들이 엄청난 속도로 자라났다.

“킥킥. 여긴 안 돼.”

“명령을 받았어. 명령을 받았어.”

“인간이 오면 전부 먹어치우라고 했거든.”

“신성한 제단에 더러운 발을 들여놓지 말라고.”

이빨 사이에서 쇠를 긁는 듯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전신의 솜털이 전부 일어날 정도로 소름 끼치는 목소리였다.

“신성한 제단…?”

천유성이 그 말을 곱씹으며 오딘의 시체를 바라봤다.

설마.

“부숴야 한다!”

오딘은 단순한 장식물이 아니다.

누군가를 위한 제단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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