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왕전생 4권 – 15화 : 사제 화해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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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왕전생 4권 – 15화 : 사제 화해 (4)



사제 화해 (4)

잠시 후 설무백이 방으로 들어왔 다. 설우진은 환하게 웃으며 넙쭉 허리를 숙였다.

“미안하구나. 급하게 처리할 일이 있어 네가 왔다는 소식을 듣고도 바 로 움직이지 못했다.”

“아이, 뭐 그런 거 가지고 그러세 요. 전 괜찮으니까 그 황궁 경연인 지 뭔지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려 “주세요.”

설우진의 기억 속에 황궁 경연에 관한 것은 들어 있지 않았다. 당연 히 누가 우승을 했는지, 무슨 사건이 터졌는지에 대해서도 아는 바가 전혀 없었다.

“이번에 열리는 황궁 경연은 빙심 화라 불리는 자혜 공주의 궁장을 만 들어 내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자혜 공주는 옷을 고르는 취향이 까 다로운 분이라 눈에 차지 않는 건 아무리 비싸고 화려한 옷이라도 거 들떠보지 않으시지.”

“그럼 보통의 옷으론 시선조차 끌 기 힘들겠군요?”

“그렇지. 한데 더 큰 문제는 공주 의 눈 밖에 나는 경우다. 공주의 입 에서 박한 평가가 나올 경우 일품점이 누려 왔던 자리를 단번에 빼앗길 수 있다.”

‘그 계집의 평가에 따라 이쪽 바닥 에 판도가 바뀔 수 있다는 말이군.’ 

“경연은 얼마나 남았죠?”

“딱 보름 남았다. 이곳에서 북경까 지 이동하는 거리를 감안한다면 실 제적으로 경연을 준비할 수 있는 시 간은 열흘이 채 되지 않는다.”

“열흘이라…………. 조금 빠듯한 감이 없잖아 있지만 그래도 한 번 해 볼 게요. 대신 경연에서 좋은 결과를 얻어 내면 저한테도 수익을 배분해 주세요, 공식적으로.”

“어차피 네가 물려받을 사업체인데, 그럴 필요가 있겠느냐?”

“실은 이번에 마음에 맞는 친구들과 함께 세력을 하나 꾸려 보려고 해요.”

설우진이 철사자회에 대해 간략하 게 설명했다.

“꼭 그런 험한 세계에 발을 들여야 겠니?”

옆에서 두 사람의 얘기를 듣고 있 던 여소교가 걱정된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이에 설우진은 그녀를 안심 시키며 대화를 이어 갔다.

“두 분께만 슬쩍 말씀드리는 건데, 조만간 중원에 큰 분란이 일어 강호 뿐 아니라 상계에도 큰 영향을 미칠거예요.”

전생에 설가 포목점은 마천 쟁투에 휘말리지 않았다. 마천 쟁투가 발호 했을 때 설가 포목점은 겨우 명맥만 유지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일품점은 달랐다. 무한을 중심으로 강북 일대에 일품 의 이름을 내건 옷들이 불티나게 팔 려 나가고 있었고 그 뜨거운 인기에 일품점의 금고에는 날로 재화가 쌓 여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재화는 새롭게 시작될 싸움의 주인공인 마천이나 쌍룡맹 모두에게 먹음직스러운 먹잇감이 아닐 수 없 었다.

하지만 재화를 지킬 만한 수단이 있는 십 대 상단에 비해 일품점의 무력은 경비를 서는 삼류 무사 열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 때문에 철사자회인지 뭔지를 만들겠다는 게냐?”

설무백이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 그게 이유라면 허락지 않겠다는 의지가 전해졌다.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니에요. 전 철사자회를 통해 강호를 새롭게 바 꿔 볼 생각이에요. 신분 고하에 관 계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노닐 수 있 는 곳으로.”

“그런 게 가능하겠느냐?”

“후훗, 친구 녀석 하나가 이렇게 얘기하더라고요, 불가능하다고 지레 겁을 먹으면 아무것도 이뤄 낼 수 없다고.”

“흠, 네 생각이 그리 확고하다면 이 아비도 더는 말리지 않으마. 대 신 우리 때문에 너무 무리하지는 말 거라, 이 아비도 따로 생각해 놓은 것이 있으니.”


“그자의 정체는 어떻게 알아내셨습니까?”

다리 밑 허름한 움막 안.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흑성 진추 성이었다.

그의 맞은편에는 반백발의 노인 구 암이 배를 까집은 채 곰방대를 물고 있었다. 잠시 후 그가 연기를 짙게 뿜어내며 입을 열었다.

“자네들이 보내 온 정보들을 토대로 취합해 보니, 그놈 참 신출귀몰 하더군.”

“드디어 정체를 밝혀 내신 겁니까?”

“후훗, 그리 쉽게 밝혀질 것이었으 면 이 구암이 직접 나섰겠는가?” 

“아, 네…….”

“그렇다고 너무 그렇게 울상할 것 없네. 놈은 아니라도 놈과 연관이 있는 연결 고리를 하나 찾았으니.” 

구담이 누런 이를 드러내며 바지에 서 한 장의 종이를 끄집어냈다. 

“보고서에 보니 신하촌에서 나타났 던 인물과 쌍룡맹주의 고희연에 나 타났던 인물이 동일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기재돼 있더군. 해서 신하촌을 중심으로 조사해 봤더니 현무문 의 아이들이 재밌는 사실을 하나 밝 혀냈더군. 바로 홍수 피해를 입은 신하촌에 누군가 구호 물품을 가지 고 들어왔다는 사실이었네.”

흑개방은 다섯 수호 가문의 정보 조직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지니고 있었다.

“아이들을 시켜 구호 물품의 출처 를 조사해 봤더니 서안의 상일 포목 점이 나오더군.”

“잘 아시는 곳입니까?”

“잘 알지. 황룡 학관에 독점적으로 옷을 대는 곳이거든.”

“그 말씀은 신하촌에서 일을 벌인 놈이 황룡 학관의 관도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군요?”

“그렇지. 상일포목점에 문의했더니 그 시기에 어떤 남자 관도가 대량으로 옷을 사 갔다고 하더군.”

‘이거, 생각보다 빨리 놈을 찾을 수도 있겠는데.’

진추성의 눈빛이 날카롭게 번뜩였다.

“인상착의 좀 알 수 있을까요?” 

“내 그럴 줄 알고 준비했지. 펼쳐 보게. 물건을 판 점원의 얘기를 토 대로 그린 초상화일세.”

구담이 꺼낸 초상화는 단조로웠다. 점원의 기억이 흐릿해서 정확한 이 목구비를 그려 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진성은 만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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