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왕전생 5권 – 21화 : 불협화음 (4)

랜덤 이미지

낭왕전생 5권 – 21화 : 불협화음 (4)


불협화음 (4)

이에 설우진은 가장 먼저 북리강에 게 해독단을 먹였다.

괴독의의 말은 사실이었다. 해독단 이 몸 안에 녹아들기 무섭게 북리강 의 안색이 밝아졌고 혈색도 빠르게 돌아왔다.

“고맙다.”

북리강이 설우진에게 감사의 마음 을 전했다. 이번만큼은 진심이었다. 한데 다음에 이어진 설우진의 말에 그의 얼굴은 흉신악살의 그것처럼 일그러졌다.

“효과는 확인했으니 다시 중독시켜 주시죠.”

“응? 너희 같은 편 아니었냐?” 괴독의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반 문했다.

“제품이 싫다고 스스로 떠난 놈입 니다. 제 식구도 아닌데 챙길 이유 가 없지요.”

설우진은 단호하게 북리강의 일당 과 선을 그었다. 이에 북리강 뒤에 몰려 있던 관도들의 표정이 새파랗 게 질렸다. 겨우 이 고통에서 벗어 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생각했는데 눈앞에서 그 길이 막혀 버린 것이 다.

이에 후미에서 골골대던 황보민이 설우진 앞으로 다급히 기어 왔다. 상대적으로 많은 내공을 가지고 있 던 황보민은 변독에 가장 큰 고통을 받았다. 변독이 쉴 새 없이 내공을 쏟아 내려는 통에 거기가 완전히 헐 어 버렸을 정도였다.

“서, 선배님, 제가 잘못했어요! 앞 으로는 말 잘 들을 테니 제발 해독 단 좀 주세요!”

황보민은 설우진의 발목을 붙잡고 애원했다. 황룡 학관에서의 그 당당 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하긴 온실 속의 화초처럼 자라 온 그에게 이번 시련은 감내하기 힘들었을 것 이다.

“뒷간 들어갈 때랑 나올 때랑 다른게 사람의 마음인데, 네 말을 어떻 게 믿지?”

“어떻게 하면 믿으시겠어요?” 

황보민은 간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설우진은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이내 황보민이 왼손에 끼고 있던 반 지를 가리켰다. 그 반지는 홍옥환으 로 기력을 돋워 주는 효과를 지닌 기물이었다. 당연히 그 값은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비쌌다.

“거래라는 건 서로 주고받는 게 있 어야 성립되는 거야. 지금 너한테 이 해독단의 가치가 그 반지만큼은 될 것 같은데?”

“다, 다른 건 안 될까요?”

“그럼 그 반지만큼의 값어치를 지닌 게 또 네 수중에 있어? 봐, 없잖아.”

‘젠장. 왜 하필 할아버진 이런 때 홍옥환을 주셔서………….’

황보민은 왼손 검지에 끼워진 홍옥 환을 바라보며 애꿎은 황보준을 원 망했다. 사실 그 홍옥환은 황보준이 학관을 떠나기 전에 준 것이었다.

“해독단인지 그 반지인지 선택해.” 

설우진이 최후통첩을 했다. 이에 황보민은 두 눈을 질끈 감고 홍옥환 을 빼내 설우진에게 건넸다. 설우진 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해독 단 하나를 황보민의 손에 쥐여 줬 다. 이번에도 해독단은 제 역할을 했다. 급속도로 아랫배의 통증이 잦 아들었고 쉼 없이 빠져나가던 내력 도 다시 본래의 자리로 돌아오기 시 작했다.

황보민의 얼굴색이 돌아오자 근처 에 있던 관도들이 하나둘 설우진의 곁으로 모여들었다.

설우진은 황보민과 거래했을 때처 럼 해독단을 건네주는 대가로 그에 준하는 물건을 받았다. 물론 홍옥환 만큼 가치 있는 물건은 없었다.

‘허허, 난놈이로고, 내 해독단을 저 런 식으로 써먹다니. 괴라는 수식어 는 나보단 저놈한테 더 잘 어울리겠 어.’

설우진을 바라보는 괴독의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변독으로 인한 소동은 설우진의 활 약 속에 별 탈 없이 마무리됐다. 하 지만 북리강은 예외였다. 그는 괴독 의의 손에 의해 다시 한 번 변독에 중독됐고 끔찍했던 고통의 순간을 다시 겪어야 했다.


“우진아, 북리세가에서 이 일을 알 게 된다면 널 가만두지 않을 텐데 괜찮을까?”

조인창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 을 걸어왔다. 하지만 설우진은 대수 롭지 않다는 얼굴로 대꾸했다.

“걱정 마. 제 뜻을 이루기 위해서 라도 이번 일을 입 밖으로 내지는 않을 거야. 아니, 오히려 입단속을 철저히 하려 들걸.”

“그걸 어떻게 장담해?”

“북리강 그 자식, 분에 넘치는 욕 심을 품고 있거든.”

“에이, 북리가에는 북리혁이라는 걸출한 후계자가 이미 떡하니 버티 고 있는데 설마.”

“사람 일은 모르는 법이야. 북리혁 이 갑자기 비명횡사라도 당할 수 있 는 거니까.”

설우진의 눈빛이 예리하게 번뜩였 다.

그가 기억하고 있는 전생에서 북리 강은 실제 북리혁을 밀어내고 소가 주의 자리를 꿰찼다. 마천 쟁투로 혼란스러운 와중에 정보를 교란해 북리혁을 함정에 빠뜨린 것이다. 치명적인 부상을 입은 북리혁은 더 이상 후계자로서의 위치를 유지할 수 없었고 결국 북리강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된다.

“지금은 북리세가가 문제가 아니 야. 지금쯤이면 마천 쪽에서도 우리 의 움직임을 파악했을 거야. 피는 피로 갚는다는 놈들의 집요한 성향 을 감안했을 때 아마 어떤 식으로든 보복하려 들 거야.”

“그럼 마천이 우리 뒤를 쫓아올 수 도 있단 거야?”

“응. 그래서 점심만 먹고 바로 움 직일 거야.”

“이제 겨우 해독단을 먹었는데 그 몸으로 제대로 움직일 수 있을까? 나만 해도 몸이 나른한 게 다리에 좀체 힘이 들어가질 않아.”

조인창이 두 다리를 매만지며 물었 다. 해독단 덕분에 배 속의 요동은 멈췄지만 그 여파는 여전히 몸에 남 아 있었다.

“그 변독, 악명이 자자하긴 하지만 의외로 몸에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 어.”

“그게 무슨……?”

“화식을 즐기다 보면 자연스럽게 핏속에 노폐물이 쌓이기 마련이야. 이 노폐물은 기를 운용하는 데 있어 서 커다란 걸림돌이 되지. 한데 변독을 통해서 밖으로 기를 토해 내면 핏속에 쌓여 있던 노폐물들이 자연 스럽게 밖으로 빠져나오게 돼. 이는 내가의 고수들이 인위적으로 펼치는 벌모세수와 비슷하지.”

“그게 말이 돼?”

조인창은 자신을 지독히 괴롭혔던 독이 실제로는 노폐물을 밖으로 빼 내는 순기능을 했다니 설우진의 설 명이 당최 납득이 안 간다는 표정이 었다.

“안 믿기면 직접 내기를 운기해 무 공을 펼쳐 봐. 전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 들걸.”

“좋아. 그럼 어디 한번 해 볼게.” 

설우진의 제안에 조인창은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뽑아 들었다.

랜덤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