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을 마시는 새 : 17장 – 독수(毒水)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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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마시는 새 : 17장 – 독수(毒水) (19)


나가 소녀는 아이 특유의 감성으로 케이건이 자신에 대한 관심 을 잃었음을 깨달았다. 아이는 케이건의 곁으로 다가가 그 바지 를 잡아당겼다. 광선의 회오리를 보던 케이건은 고개를 숙여 아 이를 보았다.

아이는 새삼 케이건의 키에 놀란 것처럼 정신없이 올려다보다 가 뒤로 두어 발짝 통통 튀듯이 물러났다. 그 덕분에 아이는 턱 이 뒤로 젖혀질 듯한 상태에서 벗어나 케이건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요스비는 죽었어. 그건 요스비가 아니야.”

”그럼 누구지.”

”보트린이라는 수호자가 있었어. 냉동 장치 안에 갇혀계신 여 신을 사랑했지. 하지만 적극성을 가지고 있지 못했던, 물론 그를 위해 변호하자면 나가 사회에서 한 여성을 사랑하는 남성이라는 것이 좀 기괴한 관념이었다는 것을 말해 줄 수도 있을 테지만, 어쨌든 소심했던 그는 간혹 냉동 장치를 열어 신체의 모습을 보 는 것으로써 자신과 타협했어. 그리고 그 덕분에 여신은 간혹 외 부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지.”

”여신이 요스비를 알고 있었나?”

”요스비는 저번 신체였어.”

”그랬나. 그러면 여신은 간혹 요스비의 기억과 능력을 이용할 수도 있었겠군.”

”맞아.”

”그 사이를 보낸 건 발자국 없는 여신이었군.”

”선물 하나 할게.”

아이는 주위를 흐르는 광선을 두서없이 끌어모아 뭉쳤다. 그리 고 그것을 꽃다발이라도 되는 양 케이건에게 내밀었다. 케이건은 무의식적으로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광선은 그의 손에 닿자 소 리 없이 폭발하여 사방으로 날아갔다. 아이는 까르륵 웃었다. 케 이건은 손을 끌어당겨 허리에 얹고는 아이를 내려다보았다.

”그래. 그건 가짜였어.”

케이건은 아이가 광선의 속임수를 말하는 건지 요스비가 가짜 였다고 말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아마 중의적인 의미일 것 이다.

”그런 장난을 통해 발자국 없는 여신은 나로 하여금 다른 두 화신을 찾아내게 했군. 이해했어. 그런데 용의 수호는 무슨 의미 지.”

아이는 방글방글 웃을 뿐 케이건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케 이건은 답을 찾아내는 일이 자신에게 맡겨졌음을 깨달았다. 그는 생각했다.

”조금 전 사모는 내 눈물을 마시고 죽기를 원했지. 내가 사모 에게 용의 수호를 맹세했다면, 나는 사모를 죽이는 대신 자신의 목숨을 끊어야 하지.”

케이건은 이해했다.

”여벌 화살이군.”

”여벌 화살? 으음. 그래. 최악의 경우 너 자신이 죽으면 어디 에도 없는 신은 어딘가로 전령할 수 있을 테니까. 다시 윷가락이 네 개가 되는 거지. 하지만 나는 그 여벌 화살이 시위에 얹히지 않기를 바랐어.”

”너는 발자국 없는 여신이냐?”

”아니.”

”그렇다면 너는 도대체 누구지?”

”네가 아는 대로 말해 봐.”

”나가 계집아이처럼 보이지만, 그 겉모습이 본질과 어떤 관련 을 가지고 있다는 확신을 갖기 어렵군. 이런 독특한 장소에서 는.”

”그거 말고. 이렇게 하면 돼? 이런 표정을 지을까?”

아이는 갑자기 기이한 표정을 지었다. 어린이가 어른의 표정을 억지로 흉내내는 듯한 얼굴이었고, 당연히 꽤 우스꽝스러웠을 뿐 만 아니라 조금도 도움이 되지 못했다. 케이건은 말했다.

”그만둬. 꼴사나우니까. 그래. 어디서 본 것 같은 얼굴이라고 생각했어.”

아이는 꼴 사납다는 말에 비늘을 부딪쳤다. 그녀는 약간 쌀쌀 맞게 말했다.

”누구랑 닮았지?”

”몰라.”

”바보.”

아이는 조그마한 손을 자신의 가슴에 얹으며 말했다.

”나는 그리미 마케로우. 카린돌 마케로우와 스바치의 딸이야. 내 어머니는 아까 아저씨 품에 쓰러진 그 신체였어. 내력이 참 대단하지? 아저씨의 시간에서 나는 아직 어머니의 배 속에 있는 알이야.”

”내 시간? 그러면 네가 미래에서 왔다는 거냐?”

그리미는 그 질문에 대답하지 않은 채 손을 들어올렸다.

”내가 누구와 닮았는지 모르겠다면, 가르쳐주지. 저쪽에 있잖 아.”

케이건은 그리미가 바라보는 곳을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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