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천(冬天) – 126화
말은 그렇게 했어도 그녀의 손은 움직일 생각을 못했다. 불안한 것이었다. 생각해 보라. 주인의 거기를 조물락(?)거리다가 들켰을 때 벌어질 그 상황을…잠시 몸을 떨던 소연은 머리를 세차게 흔들면서 그만두기로 했다.
“정신 차려 소연아..그러면 안돼. 안되고 말고…”
소연은 스스로를 다잡고 동천의 발끝부터 닦아갔다. 사정화에게 밟힐 때, 몸을 또아리 틀 듯 굽혔던 동천은 다른 곳보다 허벅지 부상이 심했다. 그런 동천의 허벅지 살은 파랗다 못해 시커멓게 죽어 있었다. 소연은 또다시 눈물이 솟아나는 것을 느꼈다.
“흑..! 우리 주인님이 무슨 죄가 있다고…..”
소연은 울먹이면서도 상처 부분을 닦아내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리고 그곳에 입김을 불어서 시원하게 해주었다. 물론 기절한 동천이 그것을 느낄 리 만무했지만, 소연은 한 달에 두 번씩 자신에게 간단한 외상 치료를 가르쳐주던 의원의 말대로 환부(患部)를 시원하게 해주려고 노력하는 중이었다.
“후.. 후우~”
소연은 지속적으로 입김을 불어주었다. 바깥 부분을 다 닦은 소연은 허벅지 안쪽을 닦기 위해서 의식이 없는 동천을 옆으로 뉘였다. 그런 후 동천의 한쪽 다리를 굽힌 다음 허벅지 안쪽을 닦기 시작했다. 바깥 부분을 집중적으로 맞아서 그런지 안쪽은 그런 대로 볼만했다. 그런데 어디선가 풍기는 이상한 냄새가 소연의 후각에 잡혔다.
“응? 이게 무슨 구린내지?”
킁킁대며 냄새를 쫓아가던 소연은 동천의 엉덩이 부분에서 움직임을 멈추었다. 더 이상 맡아볼 필요가 없었던 것이었다. 소연은 넘어오려는 음식물을 애써 참으며 뒤로 물러섰다.
“웁! 으읍…..”
그녀는 그러고 보니 주인님이 근 일주일 이상 목욕을 안 했다는 것을 떠올릴 수 있었다. 소연은 멀찌감치 떨어져서 미식거리는 속을 어느 정도 진정시켰다. 그러나 느글거리는 것만큼은 어쩔 수가 없었다.
“에휴! 저 부분도 닦아 줘야 하나…?”
자세히 보니 엉덩이 안쪽이 누렇게 떠 있었다. 소연은 잠시 고민을 했다. 하지만 마지막에 가서는 닦아주는 걸로 결론을 맺었다. 청결을 중요시하는 소연이 가만히 두고 볼 리 없었기 때문이었다.
되도록 냄새의 근원지에서 고개를 멀리하며, 동천의 항문에 수건을 접촉시켰다. 주인의 엉덩이 사이로 손가락을 집어넣은 소연은 물수건이 가로막고 있었지만 미묘한 느낌이 전달되자 절로 몸을 떨었다. 진땀을 흘려가며 항문을 닦아낸 소연은 수건을 내려다봤다.
“웩! 우웩-! 으…더, 더러….!”
결국 소연은 아침에 먹었던 음식물을 확인해야만 했다. 물수건에 묻어난 똥 찌꺼기가 말이 아니었던 것이다. 처음에 소연은 그게 덩어린 줄 알았을 정도였다. 어쨌든 그 덩어리들 위에 자신의 내용물까지 덮어버린 소연은 수건을 아무렇게나 접어서 쓰레기통에 버렸다. 정신적인 충격을 받은 소연은 현기증이 일어나자 비틀거리며 밖으로 나가 버렸다. 소연이 나가자 방 한구석에서, 여태껏 이를 유심히 지켜보던 화정이는 동천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그녀는 자신의 주인을 빤히 내려다보았다. 그런 화정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쉽사리 짐작할 수가 없었다.
무심한 눈길로 동천의 엉덩이를 주시하던 화정이는 자신의 손가락을 주인의 항문에 디밀었다. 동천은 희미한 의식 속에서 무언가가 자신의 구멍을 긁어대자 본능적으로 몸을 비틀었다.
“으으…으으응!”
화정이는 주인의 신음성에 움직임을 멈추었다. 조금 후에 손가락을 빼냈다. 약간의 건더기가 묻어 나왔다. 그것을 보고도 화정이는 별 반응이 없었다. 그녀는 무슨 생각에서인지 씨익..! 웃었다. 그리곤 그 자리에서 벗어났다.
“후우…후~우~~…어떻게 그런 찌꺼기가 배어 나올 수 있는 거지? 웁! 아아..또 넘어올 것 같아….”
가슴에 손을 얹으며, 고개를 수그린 소연은 몇 번 더 헛구역질을 하다가 이내 멈추었다. 더 이상 생각하기도 싫었지만 그녀의 코끝에서 주인의 향기(?)가 맴돌고 있어서 그것도 쉬운 게 아니었다. 계속된 구토 증상에 가슴이 아련히 아파왔다. 그 아픔 때문인지 동천의 건더기가 그녀의 머릿속에서 서서히 사라져갔다. 소연은 고개를 들고 동천의 방 쪽을 바라보며 다분히 꺼려하는 표정을 보였다.
“휴..어쩌겠어. 이게 다, 내가 다 감내해야 할 일인 걸…어쩔 수 없지 뭐..”
힘없이 걸음을 옮긴 소연은 자신의 방으로 건너가서 새로운 수건을 가지고 나왔다. 동천의 방안으로 들어가니 화정이가 그녀에게 등을 보이며 돌아앉아 있었다.
“아? 화정아. 너 거기서 뭐 하는 거야?”
미소를 띄며 소연을 돌아다 본 화정이는 이내 제자리로 고개를 돌렸다. 소연은 의아심에 화정이에게 다가갔다. 화정이의 팔이 좌우로 흔들리고 있었다. 무슨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곳에서 들리는 질퍽거리는 소리가 소연의 불안을 가중시켰다. 마침내, 화정이에게 다가간 소연은 자신도 모르게 한 손으로 입을 가렸다. 소연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녀의 굳어있는 눈은 화정이의 손에서 떠날 줄을 몰랐다.
-찌그덕..찍.찍…찌그덕, 찌그덕….
“…….”
‘어…어떻게 화정이의 손에 내, 내가 버렸던 물수건이 들려있는 거지…?’
소연의 시선이 머물고 있는 화정이의 손은 동천의 건더기와 소연의 내용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화정이의 손이 머물고 있는 허벅지 부분에서는 말로 설명하기 힘든 물질(物質)이 동천의 허벅지를 타고 쉴새없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곳에서 역겨운 냄새가 소연의 코를 찔렀다.
“욱! 우-욱!”
소연은 수건으로 입과 코를 가리며 방안을 뛰쳐나왔다. 그때 그곳을 지나가던 주방 보조 아줌마가, 수건으로 얼굴을 가리며 헛구역질을 해대는 소연을 보게 되었다.
“아니, 얘. 왜 그러니?”
쭈그리고 앉아 있었던 소연은 힘겹게 수건을 내리며 그 아줌마를 올려다보았다.
“아니예요..웁! 자..잠깐. 속이 안 좋아서요…우욱! 이..이만!”
소연은 재빨리 한 곳으로 달려갔다. 벽 쪽으로 달려간 소연은 두 손으로 벽을 부여잡고 토하기 시작했다. 아줌마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따라가서 등을 두드려 주었다.
-탁탁탁탁!
“괜찮니? 그러게 조심해서 먹지. 쯧쯧….!”
아줌마가 등을 두드려 주자 토하는 속도가 다소 빨라졌지만 내용물은 아까 거진 다 내보냈었기 때문에 나오는 것은 별로 없었다. 다만 쓰디쓴 위액만이 덧없이 흘러나올 뿐이었다. 소연도 그것을 느꼈는지 손을 들어 아줌마를 제지시켰다.
“그..그만요. 이제, 됐어요…잘못 먹어서 체한 게 아니니까 이제 그만 해주셔도 돼요.”
소연의 말에 아줌마는 의아해했다. 체해서 구토를 한 게 아니라면 다른 무언가가 있을 게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아줌마가 달리 아줌마인가? 아줌마는 궁금함에 못 이겨 얼른 물어보았다.
“체해서 구토를 한 것이 아니라고? 그럼, 왜 구토를 했니?”
소연은 얼른 대답을 못했다. 그것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려면 어쩔 수 없이 더러운 얘기를 해야 하는데, 그러면 그 생각 때문에 또다시 토할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아줌마의 질문으로도 구토 증상이 일어나자 소연은 제대로 답변도 못 해주고 얼른 그 자리를 벗어났다. 소연에게서 대답을 듣지 못한 그 아줌마는 혹시나 해서 환히 열려져 있는 동천의 방 쪽을 기웃거렸다.
소전주가 무서워서 제대로 보지는 못했지만 얼핏 보니 벌거벗은 소전주가 화정이라는 강시에게 안마를 받고 있는 것 같았다. 혹시 모를 날벼락에 얼른, 그 자리를 피한 그 아줌마는 가만히 서서 오랫동안 갈고닦은 자신의 육감을 끌어올렸다. 주방일과 육감이 무슨 상관이냐고 물어보면 할 말이 없지만 어쨌든 아줌마는 끌어오르는 육감에 자신의 의지를 맡겼다. 주방 보조 아줌마의 눈이 날카로운 주방용 칼처럼 서서히 가늘어지다가 갑자기 오리알처럼 동그랗게 변해 버렸다.
“서..설마. 소연이 저 아이가?”
아줌마는 온몸을 관통하는 그 전율에 어쩔 수 없이 몸을 떨어야만 했다. 아줌마는 서둘러 이 엄청난 진실을 알려주기 위해 자신의 오랜 친구이자 남편인 주방장에게로 달려갔다.
다음 날, 소연이 임신했다는 소문이 약왕전 내에서 파다하게 퍼져 나갔다.
동천은 희미한 의식 속에서 깨어났다. 눈을 뜨고 제일 먼저 본 것은 화정이의 얼굴이었다. 화정이가 동천 옆에 서서 동천을 내려다보고 있었던 것이었다.
“치워….”
곧이어 화정이의 얼굴이 동천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윽! 아야야….”
일어나려고 고개를 든 동천은 온몸이 쑤시고 목 주위가 뻐근함을 느꼈다. 어쩔 수 없이 침대에 몸을 묻혔다. 자신은 꿈을 꾸었다고 생각했었는데 깨어보니 꿈이 아니라 현실이었다. 동천의 한쪽 입꼬리가 강하게 비틀어졌다.
“싸가지 없는 년…두고보자. 뿌드드..윽! 쓰으읍…”
턱 관절까지 결렸다. 힘들게 팔을 놀려 턱을 문지른 동천은 자신의 옆에서 아직도 머물러 있는 화정이에게 눈을 돌렸다.
“야…나 배고프다.”
“씨익…”
“…….”
동천은 애초에 먹을 것을 문제로 화정이에게 말을 건 자신을 탓했다. 몸 상태가 얼마나 안 좋은지 화를 낼 힘도 없었다. 동천은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히휴…아서라. 내가 잘못했다.”
힘없는 눈으로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꽃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꽃들이 살아 움직이듯 넘실거렸다. 천장이 묘하게 비틀어지더니 거기에서 밥과 고기들이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동천은 신이 나서 혓바닥을 놀리며 그것들을 받아먹으려 했다. 그러나 그것들이 동천의 입 속으로 들어 올 리 만무했다.
“씨부랄….헉..헉….이젠 헛것이 다 보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