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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천(冬天) – 13화


“휴-!”

나이에 걸맞지 않게 침착한 했동을 보였던 사정화는 수련이 나가자 동천을 보면서 한숨을 푹 쉬었다. 수련을 기다리던 사정화는 무공을 전혀 할줄 모르는 수련에게 일을 시킨 것을 내심 후회 했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라 어서 빨리 귀영광의(鬼影狂醫)가 오기를 기다렸다. 시간이 꽤 지나도 아무런 소식이 없자 내심 짜증이 났지만 사정화는 묵묵히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동천이 미약한 신음 소리를 냈다.

“으..!”

“응?”

동천의 신음 소리에 깨어난줄 알았던 사정화는 단지 조그마한 신음 소리 였다는 것을 알자 저으기 실망 하였다. 그러나 만일을 대비해서 동천을 계속 쳐다보던 사정화는 왠지 모르게 동천이 불쌍해 보이기 시작했다. 사람의 심리(心理)란 묘해서 한 번 불쌍하게 보이자 밑도 끝도 없이 불쌍해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동천을 한참 동안 보고 있는데 문득 동천의 입가에 묻어있는 거품이 왠지 모르게 동천을 더 불쌍하게 보이게 했다.

사정화가 동천의 입가에 묻어 있는 거품을 닦아 주려고 했지만 거품을 닦아줄 물건이 없자 사정화는 자신의 손수건을 꺼내서 직접 자신의 손으로 동천의 입가에 묻어있는 거품을 닦아 주었다.

동천의 안색은 심한 마음의 충격으로 인해 푸르스름 했지만 점점 숨결에 안정을 찾아가는 것을 미미하게 느낄수가 있었다.

그 순간 뒤에서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가 들려 왔다.

“헤헤! 아가씨. 저를 부르셨다구요?”

뒤에서 갑자기 들린 목소리에 사정화는 흠ᄍ! 하며 뒤를 돌아봤다.

“그래요. 이녀석 좀 봐주세요.”

뒤를 돌아보니 흔해 빠진 흑의를 입고 장난기 가득하게 생긴 빼빼 마른 오십대 중반 정도의 노인이 사정화를 보면서 웃고 있었다. 그 노인을 바라보며 사정화는 자신이 들고 있던 손수건을 마치 자신의 것이 아닌 것 처럼 살며시 바닦에 버렸다.

자신이 아까한 행동을 귀영광의(鬼影狂醫) 역천(逆天)이 다 본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어디 보자.. 으잉? 얼굴이 뭐 이래? 푸헤헤헤…!”

사정화는 역천이 웃어 제끼자 살풋이 이마를 찡그렸다.

“가..아니고… 흐-음! 이럴수가.. 음.. 놀랍군.. 놀라워!”

귀영광의는 연신 감탄을 하면서 자신의 허리춤에서 조그마한 자색 옥병을 꺼내더니 동천이 기절해 있었기 때문에 스스로 먹지를 못해서 역천이 동천의 아혈과 목부분의 혈을 누르고 살짝 벌어진 입속에 청량한 냄새가 나는 액체(液體)를 부어 주자 목에서 아까 동천이 쓰러질 때 났던 소리와 같은 소리가 났다.

“꼬르르륵…!”

처음에 귀영광의 역천이 웃어 제끼자 기분이 나빴던(어찌됐든 자신의 하인 이었기 때문.)사정화는 역천이 진지해지며 무슨 액체를 먹이고 나서 동천의 몸을 자세히 들여다 보자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하며 물었다.

“뭔가 잘못됐나요?”

사정화의 물음에 귀영광의 역천은 더욱더 진지 하게 물어보았다.

“흐음-! 아가씨. 이녀석이 이번에 새로들어온 하인 입니까? 그리고.. 한 7-8살 정도로 보이는데.. 맞습니까?”

사정화는 자신의 불안감을 감소 시키려는 듯 더욱더 차분하게 대답했다.

“그래요. 8살 이에요. 그보다 뭐가 잘못ᄃ냐고 물었어요.”

사정화가 냉정을 되찾고 재차로 차분하게 물어보자 귀영광의는 더 이상 지체하질 못하고 대답했다.

“아닙니다. 잘못돤 것은 없습니다. 다만..”

“다만..?”

귀영광의는 고개를 돌려 잠시 동천을 쳐다보더니 시간이 조금 흐르자 사정화를 쳐다보며 다시 말을 이어 나갔다.

“제가 보기엔 이녀석은 한 사나흘 동안 맞고 지내다가 오늘은 안맞았지만 크나큰 심리적(心理的)인 압박을 받고 기절한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무슨 일인지 밥도 제데로 안먹은 것 같구요.. 그나마 기절하기 직전에 무슨 위안(慰安)거리가 될만한 것을 보고 기도(氣道)가 막히는 상황에서 겨우 안정(安定)을 되찾아 살아난 것 같습니다.”

사정화는 역천의 얘기를 들으면서 한마디로 나중에 깨어나면 별이상이 없을 거라는식의 말을 듣고는 무사하면 무사하다고 하면 됐지 왜 시간을 끌어서 다음말을 기다리게 하느냐는 식으로 물었다.

“그래서요?”

역천은 사정화의 표정과 목소리의 톤을 듣고 사정화의 지금 심리(心理)상태를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바보는 아니었다.

“에.. 그래서.. 한마디로 놀랍습니다!.”

역천의 대답을 들은 사정화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말을 했다.

“예? 놀랍다니요?”

역천의 말이 사정화가 바라던 대답과 아주 다른 말이 나오자 사정화는 조금 당황했던 것이었다.

“내 오십 평생(平生) 이렇게 개패듯이 맞고, 더군다나 8살 정도의 나이에 아직 까지 살아있다는게 놀라울 따름이라 이겁니다. 한마디로 요약해서 말하자면 -끈.질.긴. 생명력이다.- 라고 밖에는 할 말이 없습니다.”

“….”

사정화는 개패듯이 맞았다는 대목에서 약간 얼굴을 붉혔다. 동천의 저 얼굴과 몸의 상처중에 반 이상은 자신이 때린 것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곧 신색을 가다듬고 역천의 다음 얘기를 들으면서 그도 그렇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다섯 살 때부터 무공을 익힌지 올해로 4년째.. 그런 자신도 동천이 맞은 것에 반이라도 맞았다면 벌써 죽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만약에 자신이 그정도로 맞았다면.. 생각만해도 끔찍했다. 사정화는 그런 상상도 하기 싫은일을 떨쳐버릴려고 역천에게 말을 했다.

“어쨌든 이제 괜찮은 건가요?”

역천은 사정화의 물음에 다시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돌아 와서는 싱글 벙글! 웃으면서 대답했다. 만약에 남들이 보면 주책 없이 나이값도 못한다고들 하겠지만 실제로 주위에서 그런 소리를 들으며 살고 있었다.

“예. 이제 며칠 동안만 안정을 취하고 쉬게한다면 거뜬히 일어날 수 있을 겁니다.”

역천의 대답에 사정화는 동천쪽을 쳐다보며 말하려다가 동천의 탱탱! 불은 얼굴을 보자 보고 싶은 마음이 싹 가시는지 다시 역천 쪽을 쳐다 보면서 말했다.

“좋아요. 이제 별일이 없으면 그만 가도 좋아요.”

이제 그만 가봐도 좋다는 사정화의 말에 역천은 조심스레 사정화의 신색(神色)을 살펴 보면서 말하기가 어려운 듯이 몸을 배배 꼬면서 감신히 입을 열었다.

“저.. 아가씨.”

사정화는 역천이 어렵게 자신을 부르자 속으로는 짜증이 났지만 겉으로 내색 하질 않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

“또 뭐죠?”

사정화의 차분한 목소리에 용기를 얻었는지 역천은 조심스레 사정화의 얼굴 표정을 살피는 것을 잊지 않으면서 대답했다.

“저.. 다름이 아니오라.. 이녀석 별로 필요없죠?”

순간 사정화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무슨소리죠?”

사정화는 역천이 이상한 말을 하자 신경이 곤두섰는지 꽤 날카롭게 말했다. 그바람에 귀영광의는 약간 찔끔 했지만 곧바로 대답했다.

“예, 다름이 아니오라 제가 오십 평생 제자놈 하나 가져 보는게 소원 이걸랑요.”

그 말에 사정화는 코웃음을 치더니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는 얼굴로 역천을 바라보면서 말을 했다.

“거짓말 하지 말아요. 내가 알기로는 몇 명 있었다고 들었어요!”

그 말을 들은 역천은 속으론 뜨끔 했지만 겉으로는 태연한 척을 하면서 변명을 늘어 놓았다.

“사실 예전에 제자가 될만한 놈들을 몇놈 구해봐서 가르쳤었는데, 이놈들이 하는짓이 별로 마음에 들지않아 내쫓았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이녀석을 보니까 아직 나이도 어리고 왠지 잘만 가르치면 나중에 한몫 크게 할것 같아서요.”

자기가 보기엔 별거 아닌 것 같은데 귀영광의가 하는 말을 들어보니 왠지 동천을 다시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사실 사람들의 근골을 보는데는 의원(醫院)만큼 잘 보는 사람이 없다. 더군다나 하는짓은 이상 하지만 그 의술(醫術) 실력 만큼은 옛날에 화타나 편작이 되살아 돌아와도 그의 실력을 능가할수 없다고 할정도로 그 평(評)이 자자한 인물(人物) 이었다.

“으음-!”

사정화의 마음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고 생각한 역천은 이때라고 생각하며, 마지막으로 결정타를 날렸다.

“헤헤! 그리고 의술(醫術)에 대해 좀 아는놈이 아가씨의 곁에 있다면 나중에 아가씨 께서 강호(江湖)에 나가서 경험을 쌓으실 때 옆에 붙여놓고 데리고 다닌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계속 갈팡질팡 했던 사정화는 나중에 강호에 나갔을 때 의술을 잘 아는 녀석을 데리고 다니면 유용하게 쓰일거라는 말을 듣고는 좋은 생각 이라고 속으로 생각했지만 여태까지 자신이 한 행동 때문에 바로 승낙하면 속이다 들여다 보이는 행동이라는 것을 잘 알기에 조금 생각 하는척 하다가 마지못해 승낙해 주는것처럼 얘기했다.

“….좋아요.”

사정화의 승낙에 역천은 기뻐서 어쩔줄 몰라 했다.

“아이구! 감사 합니다. 누가 뭐래도 아가씨 께서 승낙해 주셨으니 저의 제자가 된 이녀석을… 에? 잠깐! 이녀석의 이름이 뭡니까?”

“동천(冬天)이라고 해요!”

“헤헷! 동천이라.. 그것 참 괜찮은 이름이군요! 더군다나 나처럼 외자에 다가 또 나처럼 천(天)자를 쓰고.. 이거 뭔지 모르게 잘될 것 같은 느낌이 팍팍! 드는데요?”

‘잘되기도 퍽! 잘되겠다…’

이제 갓들어온 하인을 아무래도 좀 맛이 간 것같은 저 귀영광의에게 제자로 준 것이 후회가 됐지만 가만히 좀더 생각해보니 어쩌면 동천의 성격하고 비슷해서 나중에 둘이 죽이잘맞는 사부와 제자가 될것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수 없었다.

“좋아요. 나중에 동천의 상태(狀態)가 좋아지면 그때 이녀석을 광의 한테 보내 줄께요.”

역천은 감사 하다는 표정으로 말을 했다.

“하하하! 그렇게만 해준다면 저야 바랄게 없습죠. 제가 일이 있기 때문에 약왕전(藥王傳) 에서 나올수는 없지만 애들을 보내서 오늘 부터 약을 가져다 오게 하겠습니다.”

역천의 말을 들은 사정화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했다.

“마음대로 하세요. 그리고 더 이상 할 말이 없으면 이제그만 가보도록 해요. 조금 피곤해요.”

“예! 예! 알겠습니다. 저는 바빠서 이만..”

역천은 사정화에게 간단히 목례(目禮)만 하고는 경공술을 발휘해서 순식간에 사정화의 눈 앞에서 사라졌다.

“스슷-!”

“이만”이란 말과 함께 역천이 순식간에 사라지자 사정화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귀영광의 의 경공술은 소문(所聞)으로 들어서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나 빠른줄 몰랐기 때문 이었다. 한 순간에 벌어진 이 일은 사정화 에게 큰 충격(衝擊)을 주었다. 아직 자신의 능력(能力)이 역천에 비하면 한참 뒤떨어져 진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나 빠른 경공술은 본적이 없었기 때문 이었다. 그러나 이 일을 계기로 사정화는 좀더 무공에 전념하는데 크나큰 힘이되었다. 한동안 자신만의 생각에 잠겨있던 사정화는 곧이어 정신을 차리고는 잠시 동천을 바라 보았다.

그렇게 한동안 동천을 바라보다가 방문을 나서던 사정화는 멀리서 수련이 가쁜 숨을 내쉬며 달려오는 것을 보았다.

“헉-헉! 아가씨.. 아이고 힘들어.. 동.. 동천은 어때요? 헥! 헥..!”

“괜찮아. 그보다도 여기서 동천을 간호(看護)해 주다보면 귀영광의가 사람을 보내서 동천에게 줄 약을 가져올거야. 그 사람이 와도 나를 부르지를 말고 동천 에게 먹여.”

“헉헉! 예.. 예 아가씨.. 후우! 후!”

수련은 아직도 숨이 가쁜지 연신 힘겹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뿜고 하면서 간신히 사정화에게 대답했다. 사실 수련은 여기까지 달려오면서도 동천의 일을 걱정 하면서 달려 왔었다. 그러나 사정화의 말을 듣고 동천이 괜찮다는 것과 또한 사정화가 동천에게 아무런 벌도 내리지 않는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끼고는 더욱더 안심이 되었다. 그래서인지 수련은 힘겹게 대답 하면서도 기쁜 기색을 감추지 못하는 듯 했다.

“그리고 할멈이 나오거든 밥을 차려주고 나 어디 갔냐고 물으면 수련동(修練洞)에 갔다고 전해.. 수련 너에게는 좀 수고 스럽겠지만 나는 오늘 부터 정식적으로 무공을 배우기 위해서 폐관에 들어갈 거야. 니가 일주일에 한 두어번 정도는 와서 밥이나 음식물 등을 가져와서 나에게 주고 갔으면해. 물론 동(洞)안에 벽곡단이 있기는 하지만 꽤 오랫동안 머물러 있다보면 입이 좀 심심해질 것 같아서 그러는 거야.”

순간적으로 어리 둥절해진 수련은 사정화에게 자세히 물어 봤다.

“예? 왜 갑자기 폐관에 들어 가시겠다는 겨죠? 물론 음식물 같은 것은 제가 날마다 가져다 드릴 수는 있지만.. 주제넘은 질문인지 몰라도 제가 좀 알면 안될 까요?”

폐관에 들어가는 이유가 뭐냐고 수련이 묻자 사정화는 고민을 했다. 사릴 사정화가 폐관을 하는 이유는 귀영광의 가 보여준 놀라운 무공 때문이었지만 그것 때문이 라고 말하기에는 자신의 자존심이 허락치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거짓말을 하지 않는 선에서 뜻만 통할 정도의 이야기만 하였다.

“이유는 없어. 그래도 한가지 이유를 찾자면 강해지고 싶어서야.”

사정화의 강해지고 싶다는 말에 수련은 눈이 휘둥그레지 면서 말을 했다.

“강해 지고 싶어 서라구요?”

사정화는 고개를 끄덕 였다.

“그래.”

강해지고 싶다는데 더 이상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수련을 어쩔 수 없다는 것을 느끼며 시무룩한 얼굴로 대답했다.

“휴.. 알겠어요. 제가 할머님께서 나오시면 말씀드릴 께요.”

그때 뒤에서 동천이 제일 소름끼쳐 하는(동천은 어제 신바람 나게 맞은 이후로 청목신장(靑木神張) 정원(鄭元)의 목소리를 제일 싫어 하게 되었다.) 목소리가 들려 왔다.

“켈켈! 그럴 필요 없다.”

수련은 갑자기 뒤에서 들려온 소리에 놀란 듯 했다.

“아.. 할머니..”

사정화는 수련과는 달리 수련의 뒤에서 빠른 속도로 오고 있던 정원을 보았기 때문에 놀라질 않고, 잠시 뜸을 들인 후 말을 했다.

“…. 할멈. 벌써 운기행공을 끝낸 거야?”

정원은 사정화의 말에 누런이를 살며시 드러내며 컬컬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

“예. 오늘은 왠지 좀 시끄러운 것 같아서요. 켈켈!”

수련은 왠지 좀 시끄러워서 생각 보다 일찍 나왔다는 정원의 말을 듣고는 청목 할머니가 소리를 듣고 이미 모든 상황(狀況)을 다 알고 있으면 어떻하나 하고 생각하자 안색이 약간 새파래졌다. 그러나 만약에 여태까지의 상황을 모두 알고 있었다면 할머니의 불(火)같은 성격으로는 지금처럼 태연하게 웃으면서 말하질 않을 거라고 생각하자 조금씩 마음이 차분해 지는 것을 느꼈다.

사정화도 수련과 같은 생각을 했지만 수련과는 그의미가 다른 생각을 했다. 만약에 정원 할멈이 그 사실을 알았다면 자신이 꽤 귀찮아 지기 때문 이었다. 그 귀찮은 일이 뭐냐면 잔소리와 수다였다. 왜 아가씨가 남자 하인의 방에 들어 갔었느냐? 또는 그 아름다운 이마에 상처라도 났었으면 어떻 할뻔 했느냐? 또는 그 개보다도 못한 녀석을 잡아서 족쳐야 한다는 식으로 오후 내내 잔소리를 들을 것 같았기 때문 이었다.

그때 마침 귀찮아 질 것 같은 질문(質問)을 정원 할멈이 했다.

“아니? 아가씨! 그 이마의 부기(浮氣)는 뭡니까? 도데체 어떻게 된 겁니까?”

수련은 그말을 듣고 진정되던 얼굴이 다시 푸르스름해 졌지만, 사정화는 그저 무덤덤한 시선으로 정원을 쳐다 보았다. 이럴 때 자신이 귀찮게 되질 않으려면 딱! 한가지 방법 밖에 없다는 것을 사정화는 알고 있었다. 그것은 유식하게 말하면 권력(權力)이라는 것이고 무식하게 말하면 힘있는자가 힘없는 자에게 개기질 말라고 하는 것이다.

“할멈!”

“예 아씨.”

사정화의 말에 정원은 다음에 나올말을 생각 하며 공손히 대답했다.

“묻지마.”

정원은 사정화의 대답에 순간적으로 당황 했지만 늙은 생강(生薑)이 맵다는 말 처럼 얼른 신색을 고치고는 웃으며 말을 했다.

“예? 예 아씨. 켈켈켈! 안물어 봅죠. 켈켈켈!”

나중에 깨어난 동천은 간호(看護)하고 있던 수련에게 자신이 쓰러진 다음의 상황을 다 들었는데 마지막 정원이 한 말을 듣고는 인상을 구기며 말을 했다고 한다.

“켈켈켈? 켈켈켈 좋아 하시네! 켁켁켁! 하면서 목구멍에 뭐하나 걸려서 둬져 버렸으면 원이 없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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