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천(冬天) – 228화
동천은 사정화에게 다녀온 수련을 반갑게 맞이했다.
“히히, 잘 갔다 왔어?”
아가씨에게 다녀온 수련은 즐거워하는 모습으로 대꾸했다.
“호호, 잘 갔다 왔어.”
동천은 너무도 즐거워하는 수련의 태도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정화에게 갔다 와서 기분 전환이 된 줄 알았다. 좋게 생각한 동천은 소연이 대야를 들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건 뭐냐?”
소연은 떨떠름한 미소를 비추었다.
“수련이가 그새 싼 거예요.”
뜻하지 않은 횡재에 동천은 기뻐했다.
“그래? 히야, 수련아. 수고했어. 갈증이 날 테니까 들어가서 이슬이나 먹어. 히히!”
순간적으로 수련의 안면 근육이 꿈틀거렸지만 금세 평정을 되찾았다.
“호호! 생각해주니 고마워. 그리고, 단환을 다 만들면 아가씨께 한 번 가봐.”
흠칫한 동천은 대뜸 물어보았다.
“무슨 소리야?”
키득거린 수련은 눈을 흘겼다.
“얘는? 무슨 소리긴. 네가 나를 통해 단환을 만들고 있다는 것을 내가 아가씨께 대충 말씀을 드렸더니 좀 보시자고 하더라?”
동천은 기겁을 했다.
“뭐어? 나를?”
“그래. 아가씨께서 널 보시자는데 왜 그렇게 놀라. 아? 참고로 아가씨께서 그 단환에 관심이 좀! 있으신 것 같았어. 요새 내공이 약하셔서 고민을 하셨는데 잘됐다나 뭐라나. 호호! 하여튼 그러셨어.”
“…….”
동천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다만 멍할 따름이었다. 그리고 동천의 머릿속에 술에 취하면 사부가 자주 부르던 작자 미상의 노래가 떠올랐다.
‘하늘엔 조각구름 떠있고, 아싸. 강물엔 무언가가 떠있고, 아싸. 저마다 누려야 할 행복이. 행복이……. 내 행복이.’
동천은 헛것을 보았다. 4개의 단환들이 손을 흔들며 자신에게서 떠나가는 그런 환영이었다. 무언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달은 소연은 동천을 불렀다.
“주인님, 괜찮으세요? 예?”
동천은 소연의 목소리에 반응을 보였다. 허탈한 눈으로 소연을 바라보던 동천은 그녀의 손에 들린 대야를 발견한 순간 생기를 되찾았다. 동천은 그녀의 손에서 대야를 빼앗은 뒤 눈 깜짝할 새에 사라졌다.
“앗? 어디가세요!”
동천은 대답 없이 약탕실 쪽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그걸 본 수련의 입에서 나올 말은 뻔했다.
“와, 빠르네?”
동천은 자신이 얼마나 빠르게 달려왔는지 알지 못했다. 그저 본능만으로 약탕실에 도달한 동천은 다소 놀란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감송에게 소리쳤다.
“감 노인! 단환 다 만들었어?”
감송은 금세 냉정을 되찾고 동천이 두 손에 쥐고 있는 대야를 살폈다.
“아시다시피 1개는 오늘 아침에야 만들어졌고, 어제 것은 아직입니다. 그리고, 대야의 그 물은 오늘 겁니까?”
그제야 자신이 대야를 들고 있다는 걸 깨달은 동천은 감송에게 내밀었다.
“그래, 얼른 부어서 이거 가지고 1개 만들어 봐.”
감송은 대야를 공손히 받으며 말했다.
“소문주님, 한 번의 분량 가지고서는 만들지 못합니다. 또 지금 이것을 부을 수는 없습니다.”
“무슨 소리야? 내가 지금 가져온 것을 부을 수 없다니?”
감송은 불안한 눈으로 대답을 원하는 소문주를 급히 안심시켰다.
“허허, 놀라지 마십시오. 다름이 아니라 지금 끓이고 있는 것을 들어내서 그늘에 말리기 전까지는 대기시켜놓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동천은 내심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울러 심란했던 마음까지도 곁들어서 말이다.
“그런 거였어? 난 또 뭐라고. 그러니까 결론만 말해줘. 한 개의 단환이 만들어지려면 얼마만큼의 오줌이 필요하지?”
감송은 난색의 표정을 짓다가 동천이 가져온 대야의 오줌물을 보았다.
“흐음, 많이도 쌌군요. 이 정도 분량이면 아마도 2번에 1개를 만들 수 있을 겁니다.”
동천은 목이 타는 듯 침을 꿀꺽, 삼킨 다음 말을 꺼냈다.
“그, 그래? 그렇다면 적어도 3번을 더 가져다주면 최소 2개는 만든다는 소리네?”
감송은 대야를 빈자리에 내려놓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더군다나 오늘 싸는 오줌은 앞의 2개와는 다르게 정상적인 단환일 테니, 진귀한 것이 될 겁니다.”
“흐음. 그렇단 말이지.”
동천은 골똘히 생각하는 눈치였다. 그리고 결론을 내린 듯 주먹을 다부지게 쥐었다.
‘그래! 내가 아니면 그 누가 불속에 뛰어들랴.’
동천은 굳은 결의가 느껴지는 눈빛으로 감송을 독려했다.
“감 노인. 이틀만 참고 견뎌줘. 나는 감 노인만 믿어.”
동천의 기도를 느꼈음인지 감송은 진지하게 대답했다.
“맡겨주시지요.”
동천은 형형한 안광을 빛내며, 약탕실을 나왔다. 그리고 수련에게 찾아가 아양을 떨었다.
“아잉, 수련아. 한 번만 더 싸줘잉!”
“지, 징그럽게 왜 그래!”
수련이 당황해하며 뒤로 주춤거리는 것을 본 동천은 더욱 매달렸다.
“싸 줘. 한 번만. 딱! 한 번만! 응?”
수련은 동천이 매달리며 자신의 허리를 껴안자 기겁을 했다.
“으익? 어딜 만져! 언니이이! 살려줘요!”
옆에서 잠자코 서있던 소연은 차마 동생에게 고개를 돌리지 못했다.
“수련아, 미안해. 주인님께서 하시는 일이라 난 간섭할 수가 없어.”
“이게 무슨 일이에요! 사람 더듬는 게 일이야?”
믿었던 언니까지 나서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 수련은 우선 이 사태를 진정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으으, 놔! 놔 이 자식아! 알았어! 쌀게! 싸면 되잖아!”
동천은 기다렸다는 듯 움직임을 멈추고 고개를 살짝 들어 올렸다.
“정말?”
수련은 동천을 확! 뿌리치고 한 손으로 문 쪽을 가리켰다.
“반 시진 안에 싸줄 테니까, 나가있어!”
동천이 생각하기엔 반 시진도 너무 길었다. 하지만 시간을 더 줄이라고 했다가 개기고 안 싸면 큰일이기에 얼른 밖으로 나갔다. 동천은 멀리 있지 않고 바로 근처에서 이제나저제나 쌀 때만을 기다렸다.
‘빨리 싸라. 빨리 싸. 그것도 왕창 싸라고. 왕창!’
내공을 끌어올려 안의 상황을 감지하는 동천의 귀는 오직 오줌 소리만을 기다릴 뿐이었다. 짜증이 나도 기다리고 또 한참을 기다린 동천은 마침내 자신이 기다리던 그런 종류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아싸, 싼다!’
내심 환호의 함성을 내지른 동천은 오줌 소리가 뚝 그치자마자 냉큼 뛰어 들어갔다. 동천은 치마를 내리다 기겁을 하는 수련을 아랑곳 않고 물통을 가로챈 뒤 감송에게 갖다 주었다.
“감 노인! 이제 단환 1개는 확보된 거지? 그렇지?”
감송은 소문주가 무슨 수로 이렇게 빨리 오줌을 가져왔는지 궁금했다. 그렇지만 그것은 나중에 물어봐도 되는 사항이기에 접어두었다.
“아까 가져온 것과 비슷한 분량이군요. 흐음. 이 정도면 될 겁니다.”
감송의 대답에 동천은 의욕으로 가득 찼다.
“좋았어! 목표는 단환 3개다! 아자!”
“허허허!”
그 뒤로 자정이 넘어서까지 노력한 끝에 2번을 더 받아낸 동천은 그것도 모자라 수련에게 계속 들러붙었다.
“수련아! 싸 줘!”
수련은 눈물이 범벅이 된 얼굴로 흐느꼈다.
“흑흑, 안 나와. 더 이상은 안 나온다고. 그러니까 제발, 제발 그만해라. 응?”
그러나 동천은 끈질겼다.
“수련아, 그러지 말고 조금만 더 힘을 내서 싸라. 응?”
갈 때까지 간 수련은 이성을 잃고 동천을 때려가며 울어댔다.
“으앙! 이 나쁜 놈아! 안 나와! 안 나온다고! 앙앙앙! 아가씨이! 으아앙!”
아가씨란 소리에 찔끔한 동천은 마침내 포기하고 벌러덩 나자빠졌다.
‘에이, 씨발년…….’
기나긴 5일의 시간 동안 행해진 단환 만들기는 이렇게 막이 내려가고 있었다. 그리고 동천은 이틀 후, 4개의 단환을 얻어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