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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천(冬天) – 517화


“두 푼? 히야, 많이도 줬네? 나 같으면 공짜로 저 집에 묵었을 텐데.”

“…….”

주위사람들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동천을 바라봤지만 노인들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반응했다.

“허허, 뭘 좀 아는 아이가 있었구나. 그렇다. 이렇게 누추한 집에 머무르면서 돈을 지불한 것은 그나마 우리 이명호월(異名晧月)의 마음이 너그러워서였느니라.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이런 지저분한 집에 머무는 것 따위에 돈을 지불할 수 있었겠느냐. 또한 무림에 적을 두고 있다면 응당 은원 관계에서 멀어질 수 없는 법. 비록 우리를 노리고 쳐들어왔지만 그 피해가 너에게 미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그리하여 우리가 암암리에 신경을 써준 덕택에 네가 여태껏 무사했던 것인데 도리어 나가달라는 눈치를 내비쳤으니 너는 얻어맞아도 쌌던 것이다.”

억지에 가까운 이야기였다. 시시비비를 따지자면 두 노인들은 지탄을 받아야 마땅했다. 그러나 생명 귀한 줄은 알고있는지 다른 노인이 이명호월이라는 외호를 드러내자 주위의 무림인들이 슬금슬금 도망치기 시작했다.

동천 일행은 몰랐지만 이명호월은 대단한 악명을 떨치고 있었던 것이다. 가장 먼저 그 낌새를 느낀 도연은 조용히 말했다.

“주군, 늦으면 식사를 하실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동천은 깜짝 놀랐다.

“뭐? 왜?”

“이 작은 마을에서 주점은 한곳뿐인데 모여든 사람들이 상당하니 당연히 자리가 부족하지 않겠습니까.”

“오오, 그렇겠구나! 당장 가자.”

크게 깨달은 동천은 그 재미있다는 싸움구경을 뒤로하고 배를 채우기 위해 자리를 벗어났다.

“저분 저렇게 놔두면 큰일이 날텐데 어쩌면 좋아…….”

그렇게 중얼거린 소연은 곤경에 처한 청년을 도와주지 못해 마음에 걸리는 눈치였지만 주인님을 안내해야하는 입장이었기에 하는 수 없이 발길을 돌렸다.

“윽! 아악!”

청년이 비명을 질렀다. 흠칫한 소연이 뒤돌아보자 두어 번 배를 걷어차인 청년이 개 끌리듯 끌려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너, 너무해요.”

동천은 뒤쪽의 광경을 지켜보느라 본의 아니게 멈춰버린 소연의 손을 잡아끌며 단언했다.

“괜찮아. 저 인간 안 죽어.”

믿기 어려웠던 소연이 놀란 눈으로 물었다.

“주인님이 그걸 어떻게 아세요?”

동천은 생각하는 것이 물러터진 소연에게 한심하다는 투로 가르쳐주었다.

“어떻게 알다니. 얘가 당연한 걸 묻네? 야, 머리 좀 굴려봐. 손 하나 까딱하기도 귀찮은 이 몸께서 은근히 신경 쓰이게 만드는 너를 왜 데리고 다니는지, 그걸 생각 해보란 말야.”

“그렇게 말씀하시면 제가 어떻게, 아?”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던 소연은 곧 깨달을 수 있었다.

‘그렇구나. 아까 그 못된 노인들은 상대를 다치게 하느니 차라리 일을 시키며 잠시나마 부려먹는 쪽을 택할게 분명해. 내가 주인님에게…….’

“…….”

그녀는 깨닫긴 했는데 생각해 보니까 여간 기분이 상하는 것이 아니었다. 자신이 어떠한 위치에 있는지는 잘 알고있었지만 막상 주인님의 말을 곱씹어보자 절로 원망 어린 눈초리가 만들어졌다.

“어라? 너 지금 이 몸을 노려보는 것이냐?”

화들짝 정신을 차린 소연은 급히 고개를 내저었다.

“예? 아, 아니요! 그게 그러니까… 눈에 먼지가 들어가서……. 맞아요! 그래서 잠시 찡그렸던 거예요. 그렇지 않고서야 제가 어찌 주인님 앞에서 그런 행동을 취할 수 있겠어요. 정말이니까 믿어주세요. 정말이에요, 주인님.”

눈길 한번 잘못 줬다가 곤경에 처한 소연은 절실하게 대답했고, 그 노력이 가상했던지 동천이 대화로서 풀어나갔다.

“정말이야?”

“예, 정말이라니까요. 믿어 주세요.”

“흐음…….”

잠시 소연을 노려보던 동천은 금세 얼굴을 풀고 말했다.

“좋아좋아. 네가 그렇게까지 말하는데 못 믿어줄 것도 없지. 뭐 내가 그런 눈깔 했던 인간들을 한두 번 보아온 것도 아니지만 이번 한 번 만큼은 특별히 믿어주도록 하마. 자, 빨리 가기나 하라구.”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쉰 소연은 재빨리 동천의 말을 따랐다.

“예, 주인님.”

잠시 앞장서서 걸어가자 직선 도보의 넓은 한길에 주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사이를 못 참고 산만하게 주위를 둘러보던 동천은 소연을 통해 주점을 발견하자 언제 그랬냐는 듯 앞만 보고 걸어가는 그만의 탁월한 집중력을 보여주었다.

“어엇? 인간들이 꽉 찼네?”

주점에 당도한 동천이 눈살을 찌푸리며 혼잣말했다. 그러자 안에서 부산하게 움직이던 점원이 죄송하다는 얼굴로 다가와 그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손님, 자리가 나오려면 한참이나 걸릴 것 같습니다. 수고스럽더라도 두어 시진 후에나 다시 오시지요.”

해가 저물어 가는데 두어 시진 후에 오라는 말은 사실상 저녁 굶고 내일 다시 오라는 소리나 다름없었다.

‘어쭈! 이 자식 봐라? 지금 이 몸보고 굶으라는 소리야?’

동천으로서는 어이가 없었다. 만일 이곳이 약왕전이었다면 감히 이러한 상황이 벌어지지도 않았을 테지만 아쉽게도 이곳은 약왕전이 아니었다. 그의 신분이 별로 통하지 않는 외진 곳인 것이다. 더군다나 그의 신분을 확인할 겨를도 없고 말이다.

“어이, 잘 먹었다. 가세나.”

바로 그때 한 식탁의 무리들이 식사를 끝마치고 일어났다. 그것을 놓칠 리 없었던 동천이 빈자리로 이동하자 눈치 빠른 점원이 재빨리 가로막았다. 당연히 동천의 입장에서 고운 말이 튀어나올 리가 없었다.

“이봐, 왜 막는 거지? 저기 자리가 비었잖아. 안 비켜?”

동천이 험악하게 굴었음에도 점원은 능숙하게 대처했다.

“아이구, 손님. 여기 모든 자리는 순번으로 다 예약이 되어있기 때문에 당장에 자리가 빈다고 해서 남는 자리가 아닙니다. 정말로 죄송하지만 지정된 시간에 다시 오시지요. 여기에 오신 무림 영웅들조차 아무리 명성이 드높다해도 다 순번을 지켰다가 드시는 분들인데, 손님께서만 특별취급을 받는다면 저분들을 기만한 죄로 제 목숨이 여러 개라해도 모자랄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러니 부디 아량을 베풀어주시지요.”

싹싹한 점원이 주점 안의 무림인들을 치켜올려 주자 여기저기에서 호응이 일어났다.

“그렇지! 그렇고 말고!”

“하하, 고놈 참 바른 소리만 하는구나!”

흥이 난 그들은 술과 안주거리를 추가로 시켰으며 그로 인해 주점 주인을 흥겹게 만들었다.

‘평소 말발이 능숙하고 대처능력 또한 뛰어나다는 것을 익히 알고있었지만 어린놈을 구워삶고 매상까지 늘려주는 솜씨로 보아 저놈이 우리 집의 복 덩이가 틀림없구나!’

주점 주인인 송금(送禁)은 요즘 때아닌 매상증대에 살맛이 나있는 상태였다. 촌구석에서 벌어봤자 거기에서 거기였는데 무슨 일인지 무림인들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매 끼니마다 자리가 넘쳐나고 있으니 어찌 즐겁지 아니하랴.

또한 몇 달 전 채용한 이 마을 곽씨네 둘째 아들 곽술이(郭術二)가 주점 안에서 싸움이 일어날라치면 능수능란 한 혀로 무림인들의 분쟁에 끼여들어 기가 막히게 중재를 해주니 주점의 운영에 있어서 전혀 부담이 없는 상태였다. 그야말로 금상첨화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뭐라고? 그래서 지금 이 몸보고 나가라는…….”

순간 도연이 흥분한 동천의 말을 끊고 들어왔다.

“주군, 점원의 말대로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의 행동에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만일 여기에서 주군이 막무가내로 나간다면 주점 안의 무림인들과 대적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도연의 저의를 뒤늦게나마 깨닫게 된 동천은 성질 가는 대로 주점 안을 뒤엎어 버릴 수도 있었지만 상황을 주시하며 넘어가는 것 또한 하나의 방법이라 생각하고 잠시 물러나기로 했다.

“쳇, 여기 아니면 끼니 때울 곳이 없을 까보냐? 가자!”

도연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일행이 모두 주점을 나가는 가운데 화정이가 입맛을 다시며 주춤거렸다.

“꿀꺽, 나 저거 먹고 싶은데……. 동천, 저거 먹고. 아야! 아, 알았어. 가면 되잖아.”

그녀는 안 맞아도 될 꿀밤을 맞고서야 그 자리를 벗어났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소연이 알아서 먼저 때려줬다는 것이었다. 동천은 이래저래 분기를 가라앉힐 수 없어 씨부렁거렸다.

“아 쓰팔, 용삼이 새끼보다 못한 자식이 별것도 아닌 혓바닥을 굴려서 이 몸을 문전박대 하다니! 예전 같았으면 옥수수 몇 개 좀 뽑아내고 자근자근 밟아 주었을 텐데 이 몸이 나이를 먹고 보니 그 드높던 기상이(성질) 많이 수그러들었음을 알겠구나! 아아, 예전의 이 몸으로 되돌아가고 싶도다.”

동천이 그 나름대로 심각하게 한탄하자 소연이 조심스레 위로해주었다.

“주인님은 지금의 모습이 훨씬 더 늠름하게 보이니 기운내세요.”

듣기 좋은 소리자 동천이 금세 회복했다.

“그래? 하긴…, 참는 것 또한 군자의 도리라고 했으니 이 몸이 더욱 멋있고 늠름해 보일 수밖에. 하하, 네 눈은 참으로 정확하구나! 앞으로도 그렇게 참된 눈으로 봐주었으면 한다. 알겠느냐?”

“예, 주인님.”

어느 정도 분기를 다스린 동천은 그래도 끼니는 때워야 했기에 도연과 소연을 시켜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을 찾아보도록 했다. 덕분에 화정이와 길가에 앉아 무료한 시간을 때우게 된 그는 문득 한쪽 어깨가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어? 이게 어디다 대가리를 기울이고 자는 거지?”

강시가 피곤을 느낄 리 만무했다. 아마도 화정이는 주인이 상대해주지 않고 지루한 시간만 흘러가자 잠자는 것을 택한 듯 싶었다. 괜히 화정이만 편한 것 같아 한 대 때려주려고 손을 치켜들었던 동천은 무슨 생각에서인지 들어올렸던 손을 살며시 내렸다.

“그래, 잠잘 땐 개도 건드리지 않는다고 했는데 여기에서 깨운다면 얘를 개보다 못한 인간으로 치부하는 것이니 참기로 하자. 훗, 난 너무 마음이 넓어서 탈이야.”

밥 먹을 때와 잠잘 때가 뒤바뀌었지만 지가 그렇게 말한다는데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그런 이유로 화정이를 건들이지 않게 된 동천은 시간만 흐르고 따분함이 커져가자 관심사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그런데 이것들은 뭐하고 자빠졌기에 아직까지도 감감무소식인 거지? 가만……. 헉?”

돌연 눈을 부릅뜬 동천은 초조해진 눈빛으로 중얼거렸다.

“혹시 이것들이 서로 눈이 맞아서 사랑의 도피, 뭐 이따위 짓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 크윽!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야. 소연 고 계집애는 너무도 순진해서 바람둥이 도연 자식에게 홀딱 넘어갔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구! 으으, 내 이놈의 년 놈들 오기만 해봐라. 그냥 콱!”

“으음…….”

흥분된 동천의 목소리에 잠이 든 화정이가 비비적거리자 그는 반사적으로 움찔했다.

‘이크, 깨울 뻔했네?’

조용히 입을 다문 동천은 생각해보니까 자신이 왜 화정이의 눈치를 봐야 했는지 그것이 의아했다. 잠시 혼자서 머리를 굴려보던 그는 난데없이 곤히 잠들어있는 그녀의 머리를 후려 갈겼다. 오로지 자신이 화정이보다 우위에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서였다.

퍽!

“아야! 히잉! 왜 때려, 동천.”

그녀가 다소 원망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자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충격을 받은 듯 동천의 신형이 심하게 휘청거렸다.

“이, 이럴 수가! 네가 지금 본 주인님을 그따위로 노려보는 것이냐? 아아, 싸가지 없는 도연 자식도 모자라서 이젠 너까지 이 주인님을 물로 보는구나! 이는 밭일하던 남편이 허리가 삐끗하여 비명을 지르는 것과 다를 바 없으니, 그것을 지켜본 새색시의 얼굴이 절망으로 물 드는 것과 같도다! 어허, 이를 어찌 할꼬…….”

동천이 고개를 절레절레 내두르는 가운데 화정이가 말했다.

“동천, 나 하나도 못 알아듣겠어.”

“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귀한 말씀을 해줬더니 고작 한다는 소리가 못 알아듣겠어? 이런 싸가… 으음! 화정아, 잘 듣거라. 본디, 절망의 바다에서는 헤어날 길이 없음이나 본 주인님은 네가 그래도 갱생의 여지가 남아있음을 간파하고 있음이니 잘 듣고 결정을 내리기 바란다. 너 말이다. 한 대 맞고 고분고분해질래, 아니면 맞지 않고 고분고분해질래?”

화정이는 여전히 뭐라고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었만 결정을 요하는 마지막 부분에서만큼은 겨우 알아들을 수 있었다. 사실 누가 들었어도 마지막 말만 새겨들으면 되는 것이었기에 그녀는 잘 알아들은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헤헤, 안 맞고 고분고분해질래. 화정이는 맞으면 아파서 싫어.”

그제야 웃음을 띈 동천은 모처럼 만에 화정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네가 드디어 정신을 차렸구나. 그래그래, 이렇게만 잘 한다면야 그 누가 너를 귀여워 해주지 않겠느냐. 하하하!”

오랜만에 칭찬을 받은 화정이는 너무도 좋아 동천의 품에 안겼다.

“내가 잘했어? 그럼, 앞으로 더 잘할 테니까 더 많이 귀여워 해줘야 돼? 알았지?”

안겨드는 화정이의 몸에서 향긋한 냄새가 풍겨났다. 묘한 기분을 느낀 동천은 자연스럽게 그녀의 허리를 껴안으며 바싹 끌어당겼다.

“그런 거라면 걱정 붙들어 매거라. 이 주인님은 너를 가장 아끼고 있느니라.”

자기 좋을 때만 가장 아끼는 것이었지만 순진한 화정이가 무엇을 알겠는가. 그녀는 그저 주인님이 즐거워하자 같이 즐거울 뿐이었다.

“호호, 간지러워. 나 옆구리 간지러우니까 그만 해.”

“그래? 그렇다면 그만두지… 라고 말할 줄 알았지? 킥킥, 어림없다. 에잇, 에잇!”

화정이는 주인의 본격적인 간지럼 태우기에 온몸을 비틀었다.

“아앙! 간지럽다니까. 호호호!”

마침내 그녀가 참지 못하고 동천에게서 벗어나려는 찰나, 그들의 다리께로 몇몇의 그림자가 비추기 시작하더니 걸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것들은 뭐지? 어린것들이 대로변에서, 그것도 당당하게 음란한 짓거리를 하고 있다니. 허? 세상 말세가 아닌가!”

사내는 안 그래도 험악한 인상이었는데 동천과 화정이의 행동에 배알이 틀린 듯 아주 잡아먹을 것 같은 얼굴을 하고있었다. 기세를 탔다고 생각했는지 좌우의 사내들이 재빨리 호응해주었다.

“그러게 말일세! 가뜩이나 천마도해로 긴장감이 고조되고 험악해진 이 마당에 보란 듯이 요상한 짓거리를 하고 있으니 심기가 불편하기 그지없다네.”

“자네도 그러한가? 나 또한 기분이 상했으니 이를 어쩐다지?”

처음의 사내가 대꾸했다.

“하하, 뭘 그리 고민하는가! 버릇없는 것들은 따끔하게 혼내줘야 정석인 게야. 특히, 저 손버릇 나쁜 어린놈을 말일세.”

그 사내는 한결 부드러워진 얼굴로 동천 쪽을 바라보았는데, 언짢은 기분이 풀린 것 때문이 아니라 곧이어 벌어질 일들을 생각하자 절로 웃음이 흘러나와서 그런 것이었다. 이에 눈앞의 인간들이 주고받는 말들을 조용히 듣고 난 동천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

“말씀 중에 죄송한데 어느 문파의 분들이십니까?”

우측의 사내가 말했다.

“쯧쯧, 네놈이 사람 볼 줄을 모르는구나. 우리 같은 어르신들이 쪼잔한 문파에 얽매여 계실 분들로 보이느냐? 잘 들어라. 이 어르신들은 응창삼황(鷹蒼三皇)으로 불리는 호걸들로서 천하에 무서울 것이 없는 분들이니라.”

들어본 바가 없자 동천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삼황은 알겠는데 응창은 뭡니까?”

우측의 사내가 눈살을 찌푸리며 다시 말했다.

“멍청한 녀석 같으니라고. 지역 이름이다 이놈아!”

자신을 욕하는 소리에 동천의 안면근육이 움찔했지만 너무도 순식간에 복구되는 바람에 그것을 눈치 챈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계속 저자세로 나갔다.

“아아, 그렇군요. 어쨌든 쪼잔한 문파 따위는 등진 채 서로의 힘만으로 이 거칠고 험한 강호를 누비고 다니신다는 뜻으로 해석해도 되겠습니까?”

처음의 사내가 음험하게 웃었다.

“큭큭큭, 그 말이 정답이니라.”

그러자 동천 또한 상대에 맞춰 웃어주었다.

“그렇군요. 그랬어요. 히히히!”

그는 천천히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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