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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천(冬天) – 518화


움직이는 자들.

“어디에서 그따위 웃음이냐!”

응창삼황은 상상 속의 요물(妖物)에게서나 들을 수 있을 법한 천박한 웃음소리에 모두들 인상을 찌푸렸다. 왠지 기분이 더러워졌기 때문이다. 그중 성질이 가장 급했던 좌측의 진창남(進彰濫)은 앞으로 나와 동천의 따귀를 냅다 후려갈기며 소리쳤다.

“이런 되바라진 녀석을 봤……, 어? 피했어?”

그의 헛손질에 나머지 응창삼황들이 웃어 제꼈다.

“파하하! 이보게, 애새끼 따귀 한 대도 제대로 못 때리나?”

“그러게 말야. 요새 계집들 뒤꽁무니만 졸졸 쫓아다니는가 싶더니 결과가 바로 드러나는구먼!”

헛손질에 눈을 동그랗게 뜬 진창남은 주위의 친구들이 소리내어 웃자 창피한 마음에 반발적으로 이를 갈게 되었다.

“이놈! 가벼운 징계로는 안되겠구나!”

진창남은 동천의 멱살을 잡고자 무서운 기세로 손을 뻗쳤지만 정작 동천의 눈에는 그저 쓸데없는 짓으로 밖에 안 보였다. 그는 상대의 손동작을 슬쩍 피한 뒤 멀뚱히 서있는 화정이의 허리까지 끌어안고 유유히 사정권에서 벗어났다. 그러는 와중에 상대를 조롱하는 것도 잊지 않고 말이다.

“이것 봐, 변일구(便一狗). 댁이 뭔데 이 몸께 징계를 내려? 똥개면 똥개답게 똥이나 핥으라구. 하하!”

촤창!

나머지 응창삼황들인 천소평(千燒平)과 연혜풍(然惠風)이 각기 무기를 뽑아들었다. 가볍게 때려주는 정도로 손봐주려고 했는데 어린놈이 도발하자 죽일 생각을 갖게 된 것이다.

“창남, 비켜라. 내 직접 죽여버릴 테다!”

성질이 급하기로는 진창남이었지만 이들의 실질적인 우두머리는 천소평이었다. 그가 싸늘히 나서자 진창남은 물론이고 같이 검을 뽑아들었던 연혜풍 마저 무기를 거두어들이고 물러섰다. 그에 반해 누가 나서든지 그게 그거였던 동천은 짐짓 거들먹거리기까지 했다.

“어라? 이번엔 두 번째 똥개인 변이구가 나섰네? 흐흥……, 그 용기 하나는 가상해서 이 몸께서 인정해주지. 하지만 무엇에 관해 인정해줬는지는 묻지 말아. 왜냐하면 그냥 해본 소리이기 때문이야. 킥킥, 아참? 그리고 댁들 말야. 여기에서 그만 끝내는 것이 좋아. 이월(異月) 어르신들이 계신 곳에서 너무 날뛰었다간 혼쭐날지도 모른다구.”

“이월 어르신들?”

그런 이상한 외호를 접해본 기억이 없었던 천소평은 어린놈의 치기가 하늘 높은 줄도 모르자 대노하여 검을 휘둘렀다.

“그따위 들어본 적도 없는 늙은이들이 대수일까! 흥! 그 늙은이들이 그렇게 대단한 네놈의 방패막이라면 어디 데려와 보거라! 그 전에 네놈이 뒈질 테지만 말이다! 억? 에잇, 이 쥐새끼 같은 놈! 잘도 피하는구나! 으악! 이, 이놈이? 죽일 놈의 자식! 어디, 내 성명절기를 맛보고도 그따위로 도망쳐 다닐 수 있을지 두고보자!”

원래 천소평의 말은 ‘어디 데려와 보거라!’ 에서 끝날 예정이었다. 동천의 목을 노린 그로서는 단 일검에 끝날 줄 알았던 것이다. 하지만 동천의 특기가 무엇이던가. 바로 경공이었다. 힘 하나 들이지 않고 요리조리 잘 피해 다니던 동천은 천소평의 등뒤로 돌아 엉덩이를 때리는 한편, 바로 정면으로 다가와 싸대기를 때리고 도망치는 등 무인으로서 최대의 수치를 느끼게끔 만들었다. 그리고 그런 천소평의 수치심에는 화정이까지 한몫 거들었다.

“와아, 재밌다. 근데 조금만 더 빨리 움직이면 너무너무 재미있을 것 같아. 와아! 와아!”

천진난만한 화정이가 순수한 의도로 말했지만 그것은 누가 봐도 오해를 살만한 행동이었다.

“저런 쳐죽일 년! 뚫린 입이라고 함부로 말하는구나!”

“도저히 참을 수 없다!”

천소평이 분기탱천할 사이도 없이 남은 응창삼황들이 기다렸다는 듯 공격에 가세했다. 비록 공격 가세의 이유를 화정이에게 갖다 붙이긴 했지만 사실 그들도 알고있었다. 별것 아닌 줄 알았던 동천의 솜씨가 그들 셋이 덤비지 않고서는 어렵게 돌아가리라는 것을 말이다.

“어어? 치사하게 셋이서 덤비지들 말고 한 명씩 차례대로 덤비라구. 댁들은 배알도 없어?”

갑자기 손발이 어지럽게 된 동천이 응창삼황의 자존심을 자극했지만 여기까지 온 마당인데 그들이 자존심을 내세울 것 같은가? 천소평은 싸늘히 냉소하며 쏘아붙였다.

“헛소리 집어쳐라! 그것은 네 녀석을 반쯤 죽여 놓은 뒤에나 생각해보겠다!”

협상결렬로 인해 처음처럼 여유를 가질 수 없게 된 동천은 짜증이 팍 치솟았다.

“이것들이 보자보자 하니까 감히 군자의 앞길에 돌을 던지네? 쳇, 이럴 줄 알았으면 아까 변이구 자식과 상대할 때 장난치지 말고 팔다리 어디 한두 군데쯤을 부러뜨렸어야 했는데!”

화가 치민 동천은 한꺼번에 그들을 쓸어버리기 위해 도집으로 손을 뻗쳤다.

“…….”

헌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가 슬그머니 손을 내리는 것이 아닌가.

‘치우도법은 그 위력이 너무도 강맹한 탓에 섣불리 사용했다간 도에 무리가 가서 부서져 버리기 쉽다. 도가 부러지면 또 사야하니 돈이 들어간다. 도연이건 소연이건 누구 주머니에서 돈이 나가도 결국 내 돈 나가는 것이나 다름없다. 저런 하찮은 인간들 죽여봤자 이 몸의 명성이 오를 리 만무할 터. 아아, 세상사 이 몸을 위주로 돌아가야 하거늘 대세의 흐름이 여의치 않구나!’

장 할아버지가 가르쳐준 수법(手法)을 사용할 수도 있었으나 잘못 부딪혀서 상처 나지 말라는 법 없었다. 제 몸에 관해서는 안전이 보장된 상태가 아닌 이상 절대로 모험을 하지 않는 성격이었기 때문에 수법을 사용할 생각조차 않은 것이다. 여하튼, 돈 들어가는 일로 인해 치우도법을 포기한 동천은 흥미를 잃고 뒤로 물러났다.

“에이, 재미없어! 개고기는 자고로 한 마리가 적당한데, 무려 세 마리나 몰려들어서 먹으면 그야말로 체할 것 같다구.”

동천의 의도를 간파한 연혜풍이 대뜸 일갈했다.

“이 자식! 네놈이 감히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으냐?”

그가 내찌르는 검을 가볍게 피한 동천은 태연히 대꾸했다.

“참나, 누가 도망친 데? 상대를 바꾼다는 것뿐이니까 댁들은 염려 말라고.”

“사, 상대를 바꿔?”

순간 그들의 행동이 멈추었다. 동천과 싸우는 내내 그 이월이라는 자들이 마음에 걸렸었는데 혹시 그들이 합류했나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둘러봐도 그럴만한 인물들은커녕 지나가는 이도 없자 자연히 그들의 시선은 화정이에게 쏠리기 시작했다.

“설마 저 계집애를…….”

천소평이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물어보자 동천이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흐음, 변이구. 제법인데? 쟤 맞아.”

어처구니가 없어진 천소평은 화를 낼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바람 불면 날아갈 것 같은 것은 둘째치고, 생긴 것과는 반대로 좀 모자라게 보이는 계집애를 내세우겠다니. 그로서는 생각 밖의 행동이었던 것이다.

“이런 우라질 놈! 위험에 처하자 저 혼자만 살겠다고 수작을 부리다니!”

천소평의 약간 뒤쪽에 치우쳐있었던 진창남은 머리끝까지 화가 치민 듯 수비를 도외시한 채 오로지 공격 일변도로만 나아갔다. 동천은 왠지 그 모습에서 중소구가 겹쳐 보였는데, 가만히 보고있자니 성질만 급하고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것도 없는 것이 영락없는 중소구였다. 갑자기 주먹이 근질거리기 시작한 동천은 화정이에게 맡기려던 계획을 그 즉시 철회했다.

“오호라, 중소구? 너 이자식 잘 만났다!”

진창남은 피하기만 하던 녀석이 갑자기 정면으로 돌진해오자 득의의 미소를 지었다. 자신이 첫 공격만 무사히 막아낸다면 좌우의 동료들이 협공을 가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으하하! 네놈이 죽으려고 환장했구나!”

잠깐 멈칫한 동천은 의외로 담담하게 대꾸했다.

“훗, 모든 것은 결과가 말해줄 뿐.”

‘윽? 재수 없어!’

이맛살을 찌푸린 진창남은 벌레 보는 듯한 눈으로 동천을 바라보았다. 헌데, 동천 또한 진창남과 같은 눈으로 그를 마주보는 것이 아닌가.

“네놈이 뭔데 그따위 눈이냐!”

대번에 흥분한 진창남은 방어 후 동료들의 협공이고 뭐고 동천을 공격해 들어갔다. 어차피 혼자만의 계획이었으므로 마음껏 수정해도 뭐라고 탓할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동천은 그런 진창남의 행동을 노리기라도 한 듯 빤히 보이는 공격을 자연스럽게 흘려보낸 뒤 슬그머니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이어 그는 가차없기 그지없는 주먹을 휘둘러 상대의 복부를 향해 쑤셔 넣었다.

푸욱!

“커헉―?”

두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부릅뜬 진창남의 몸은 다섯 치(15Cm) 이상 허공으로 띄워졌다. 동천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후속타를 시전 했다.

“우오오! 아뵤! 와다다다다! 아쵸―오!”

그의 손속은 번개와 같이 빨랐으며 한 맺힌 응어리를 풀어버리는 듯한, 가슴 속 깊은 곳에서부터의 끓어오르는 정열 섞인 기합소리는 나머지 응창삼황들의 신형을 옴짝달싹도 못하게 만들었다. 일타 이타가 이어질 때마다 진창남의 몸체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고, 그것을 바라보는 천소평과 연혜풍은 가슴 저리는 전율을 맛봐야만 했다.

‘우웃? 비록 어린놈이지만 한 수 한 수에 무인의 혼이 느껴지는구나!’

‘고수만이 풍길 수 있는 위압감이다! 숨은 혜성의 등장이란 말인가?’

쿠웅!

“아?”

그들의 정신은 진창남이 바닥에 널브러진 후에야 되돌아올 수 있었다. 또한 그들은 한순간이나마 동천의 무위에 반해있었던 자신들을 책망하며 진창남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이보게! 이보게 창남, 정신 차리게나!”

“끄으으으…….”

진창남의 두 눈은 돌아갈 대로 돌아가 흰자위만을 보였다. 다름이 아니라 동천이 마구잡이로 때렸던 것이 아닌, 장 할아버지가 가르쳐주었던 수법을 섞어 사용했었기 때문이다. 다급해진 천소평은 품속에서 수십 알의 단환을 꺼내 억지로 삼켜 먹였으나 진창남의 상태는 도무지 회복세로 돌아설 생각을 안 했다.

이렇게 된 이상 진기를 유통시키고 고여있는 죽은피를 토해내게 해야했지만 이는 적어도 1갑자 이상인 사람이 시전 해야하는 것으로서 아직 그 경지에 도달하지 못하고있던 천소평와 연혜풍으로서는 발만 동동 구르는 수밖에 없었다.

“제발 정신 좀 차려보게! 이봐 창남! 창남!”

사경에 처한 진창남을 정신 없이 흔들어대던 천소평은 살아남기가 글렀다고 생각했는지 터질 듯한 울분을 억누르며 살기 가득한 눈으로 동천을 노려보았다.

“으으, 네놈……. 죽이고야 말테다!”

천소평의 눈길을 무시한 채 힐끔 진창남의 이모저모를 살펴본 동천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뭐 죽진 않겠네. 이 몸이 약간 손을 봐준다면.”

움찔한 천소평은 동천에게 다가서던 움직임을 그 즉시 멈추었다.

‘이게 무슨 소리지? 설마 저 어린놈이 창남이를 살려 줄 능력이 있다는 소린가? 하지만 무슨 재주로? 으음, 생각해 보니 우리의 협공을 무난히 피한 것으로 보아 범상치 않은 능력을 지니고 있을 수도…….’

그는 잠시 갈등하는 듯하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 말인 즉, 살려낼 수 있다는 말이…오?”

동천은 대뜸 말했다.

“죽인다며?”

“에?”

무슨 소리를 지껄인 것인지 도통 알 수 없었던 천소평은 최대한 비위를 맞춰가며 말했다.

“그 무슨 말씀이오.”

동천은 귀를 후비는 동시에 천소평을 째려보았다.

“아, 그러니까 변이구 댁이 똥 씹은 쌍판을 하고 방금 한다는 소리가 이 몸을 죽이고야 만다며. 어디 죽여봐. 죽여 보라고.”

‘허? 이런!’

어처구니가 없어진 그는 달리 말대꾸할 기력조차 일어나지 않았다. 생각 같아서는 어린놈이 지껄였던 말대로 해주고 싶었으나 지금의 그는 말장난할 시간이 없었다. 이러는 와중에도 진창남의 생사가 오락가락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그건 내가 뭘 모르고 한 짓이오. 한시가 바쁘고 급하니 우선 죽어 가는 사람부터 살리고 봅시다!”

“으음…….”

동천은 진지하게 생각하고 난 뒤에 말했다.

“싫어. 이 몸은 별로 안 내켜.”

“이런 개새……. 이, 이보시오! 이놈 죽으면 이놈 집안의 대가 끊기니 꼭 살려야만 하외다! 이보… 아니, 소협! 우리가 잘못한 것은 치료가 끝나고 난 뒤에 모두 다 용서를 구할 테니, 제발 능력이 있다면 구해주시오!”

그때 동천의 눈이 반짝였다.

“소협? 흐응, 소협이라.”

그가 소협이라는 말에 귀가 솔깃 하는 가운데 천소평의 간절함이 느껴졌는지 화정이가 다가와 말했다.

“동천, 쟤 불쌍해.”

뜻밖의 개입에 시선을 돌린 동천은 사근사근히 물었다.

“화정아, 왜 불쌍한데?”

그녀는 동천의 바로 앞에서 굽실거리듯 달라붙어 애원하고있는 천소평에게 시선을 주며 대답했다.

“다 큰 게 빌잖아. 소연이 그랬는데 다 큰애는 비는 게 아니래. 그렇게 빌었을 때는……. 음음! 아? 오죽했으면 그랬겠니, 라고 그랬어.”

“큭큭, 아하하! 옳다. 옳아! 소연 고 계집애가 꼭 지 같은 말로 가르치긴 했어도 틀린 말은 아니로다!”

“에헤헤. 나 말 잘했어?”

동천은 칭찬을 바라는 화정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래, 아주 말 잘했다. 자고로 사람은 배운걸 써먹어야 하는 것이다. 배워놓고 먼 산만 쳐다보면 그게 사람이냐? 호구자식이지.”

그들이 태평하게 떠드는 사이에도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분기를 억누르고 있던 천소평은 울컥하는 연혜풍을 제지한 뒤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부탁했다.

“그녀의 말대로 성인인 내가 빌고있으니 제발 방법이 있다면 살려주시 오!”

“에이, 귀찮아! 알았으니까 비켜!”

성질부터 내고 본 동천은 진창남이 기울어지지 않도록 혈도를 봉쇄하고 앉혀놓은 뒤 얼토당토않은 말들을 지껄이기 시작했다.

“첫째 아들 공부 잘해 서당에 보냈더니 꼴등만 하네. 아, 눈깔 나와. 둘째 아들 불심(佛心) 깊어 절간에 보냈더니 계집질만 하네. 아, 눈깔 나와. 셋째 아들 수영 잘해 그쪽 방면 살려주니 수적질만…….”

“자, 잠깐! 빨리 고쳐주지 않고 그 뭐 하는 짓이오!”

연혜풍이 소리쳐 중단시키자 동천이 돌연 얼굴을 굳혔다.

“아 씨팔! 살려주기만 하면 되는 거 아냐! 그만 둘까? 확, 때려치우고 가버려?”

분노에 휩싸인 연혜풍은 대답 없이 푸들푸들 떨기만 했다. 너무도 화가 치민 나머지 입이 떨어지지 않는 것이다.

‘으으, 참자! 여기에서 무너지면 창남이가 죽는다!’

냉정하게 심기를 추스린 그는 펴지지도 않는 얼굴을 애써 펴가며 겨우 웃는 낯으로 말했다.

“그 무슨 말씀이오. 내 지켜보기만 할 테니 잘 부탁드리오.”

동천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거들먹거렸다.

“진작에 그럴 것이지. 쓰읍! 까불고 있어.”

진창남의 명문혈에 양손을 밀착시킨 동천은 내공을 불어넣기 전에 깜빡했다는 얼굴로 물었다.

“근데 말야. 왜 우리들 주위에 사람들이 없지?”

순간 천소평의 두 눈이 찢어질 듯이 커졌다.

‘캬악! 이새꺄! 딴 짓거리말고 고쳐주기나 하란 말야!’

그는 고쳐줄 생각을 않고 딴청만 피우는 동천의 행동이 심히 의심스러웠지만 속으로 삭히는 분노로 인해 호흡이 거칠어지자 그것부터 꾹 참고 대답해주었다.

“그것이……, 무슨 소리요.”

기세가 오른 동천은 두려울 것 없이 막나갔다.

“아, 이 자식 더럽게 대가리 나쁘네? 생각 해봐. 우리가 대로변에서 싸웠다면 적어도 지나가던 사람들이 지켜봐야 했을 것 아냐. 세상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들 중에 하나가 싸움 구경인데 지켜보는 이가 아무도 없다는 것은 필시 좋지 않은 조짐이라고. 이 마을에 몰려든 인간들이 칼부림에 떠는 별 볼일 없는 작자들도 아니고 무림인 들이야. 그렇다면 적어도 지켜보는 사람들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니겠어? 헌데 봐봐. 아무도 없어. 하다못해 이곳 주위의 집들에서도 몰래 살펴보는 기미조차 없다고. 뭔가 이상하지 않아?”

듣고 보니 이상하긴 했다. 아니, 확실히 이상했다. 하지만 천소평와 연혜풍의 관심사는 그따위 의문에 파고들 여지가 없는 상태였다.

“맞는 말이기는 하나, 그 문제는 사람 목숨부터 살려놓고 생각해봅시다!”

“그렇소! 제발 부탁이오!”

그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었는지 동천이 마지못해 궁금증을 접었다.

“알았어. 알았으니까 그만 좀 조잘거려. 쳇! 하여간 요즘 것들은 생각이라는 게 없어. 봐, 뭐가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지도 모르잖아.”

천소평과 연혜풍은 내심 소리쳤다.

‘내가 할 소리다!’

만일 동천이 그들의 표정을 살펴봤다면 바로 걸릴 뻔한 상황이었지만 다행이 동천이 그들 쪽을 바라보지 않았기에 무사히 넘어갈 수 있었다. 일단 치료에만 집중하기로 마음먹은 동천은 화정이를 호위로 둔 채 나머지 응창삼황들을 물리고 진창남의 몸에 진기를 주입시켰다.

장시간까지 갈 것도 없이 속전속결로 끝내자고 마음먹은 그는 내공을 한껏 끌어올리는 와중에 단전이 따끔함을 느꼈다.

‘윽! 왜 이러지? 가만……, 허리띠를 차고있었잖아?’

그동안 내공이 걸러지고 평소 보유량 보다 내공을 월등히 이끌어낼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고는 하나 허리띠를 찬 채로는 1갑자 정도가 고작이었다. 헌데, 그것을 잠시 망각한 동천이 한계 이상으로 내공을 끌어올리다 보니 이상이 발생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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