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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천(冬天) – 610화


“으음, 귀배가 그 정도 단계까지 완성되었었다는 사실은 확실히 제게 충격적입니다. 더불어 절 의심하셨던 이유도 충분히 이해하겠습니다. 솔직히 이런 이야기까지 하게 될 줄은 예상치 못했는데, 상황이 이러하니 숨길 일이 아니라고 사료되어 있는 그대로를 말씀드리겠습니다. 그 당시 호기심에 미완성의 귀배를 인맥을 통하여 조금 얻었으나 연구에 따르는 금전적인 문제가 상당하여 포기하고 제 개인 약제실 뒷마당에 매장했었습니다. 헌데, 1년 후에 뜻밖에도 그 뒷마당에 차(茶)가 자라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사실 그곳은 약재들을 연구하고 난 후에 그 찌꺼기들과 실패한 것들을 버려놓은 곳이라 반 독지(毒地)라 해도 이상할 곳이 없는 곳이었는데 어디에서 옮겨진 것인지도 모를 차가 자라나자 흥미를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지요. 그래서 순수한 호기심으로 그것을 맛보았으나 그로 인해 그만 반신불수가 되는 사태를 겪기도 했었습니다.”

냉현과 광예는 이제까지 반신불수가 된 공영수가 역천의 신법을 단계별로 거치지 않고 무리한 탓에 그렇게 된 줄 알고 있었는데 그것이 아니자 뜻밖이라는 얼굴들을 했다.

그런 그들의 표정을 읽어낸 공영수는 계속 말을 이었다.

“어떠한 생각을 하고 계신지 대충 짐작은 하겠습니다. 대외적으로는 제가 사부님의 신법을 무리하게 익히다가 반신불수가 되었다고들 알고있지만 사실은 귀배의 변종으로 일어난 차를 마시고 그렇게 된 것이었으니까요. 음, 자세한 사항은 언급할 필요가 없다고 여겨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그 당시 저는 차가 자라나는 뒷마당에 더 이상 폐기된 약재들을 버리지 않았는데 그래야만 귀배의 성질이 그대로 유지가 되기 때문이고 그것을 바탕으로 해야만 해독제를 만들 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절로 고개를 끄덕인 냉현은 귀배라는 물질의 무서움을 몸소 체험했었기 때문에 그것을 혼자 해독한 공영수를 새로운 눈길로 바라보지 않을 수 없었다.

‘평소에 근성은 있다고 생각해왔지만 실로 보기보다 독한 놈이 아닌가? 다른 것도 아닌 귀배를 스스로의 연구로서 해독해 내다니……. 과연 배신의 배를 갈아탄 이런 놈을 거사 후에 살려 놓아도 되는 것일까?’

공영수는 내심 갈등하는 냉현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태연하게 말했다.

“결국 전 그로부터 4년 후 겨우 귀배의 효력을 몰아낼 수 있었고 그것의 실마리가 된 것이 바로 얼마 전 소교주님께 건네준 단환입니다.”

갑자기 자신의 이야기가 나와 흠칫하던 냉현은 무슨 소리인가 하다가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어 나직이 놀람을 표했다.

“아? 그렇다면 자네를 중독 시킨 귀배는 순천(盾千)으로 해독이 가능하다는 말인가?”

그렇다. 공영수는 순천을 말하는 것이었다.

순간적이나마 복용자를 천독불침으로 만든다는 단환을 말이다.

어쨌거나 공영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신기하게도 몰아내려고 하면 할수록 반대로 요지부동을 않자 순간적이나마 그 성질을 무마시킬 수만 있다면 그 사이에 몰아낼 방도가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연구서적을 뒤지다가 순천이라는 단환이 적힌 비법을 알아냈고, 그것을 겨우 한 알 만들어 복용한 뒤에 어렵사리 해독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흥미를 가진 냉현은 광예에게 전음으로 물었다.

『저 말이 사실이라면 굳이 현귀배수신단(玄歸排水神丹)이 아니라 순천만으로도 귀배를 활성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 보는데 독전주는 어떻게 생각하시오?』

광예는 굳은 얼굴로 살짝 고개를 내저었다.

『소교주께서 중독되신 귀배가 순천만으로도 해독이 가능했다면 아까운 현귀배수신단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나 아쉽게도 본전에서 제조한 귀배는 순천으로도 듣지 않는 강력한 것이었습니다. 어찌 그러한 것도 사용해보지 않고 본전에서 그 아까운 것을 폐기 시켰겠습니까.』

냉현은 오늘 내내 이것도 안 된다, 저것도 안 된다. 안 된다는 대답만을 듣게 되자 기분이 상한 듯 안면을 찌푸리며 공영수에게 물었다.

“계속 말하시게.”

공영수는 명에 따랐다.

“예, 소신은 중독된 4년 동안 자라난 차를 그대로 방치할 수만은 없어 매년 소량의 작설차를 만들었는데…….”

그제야 동천에게 건네준 작설차에 생각이 미친 공영수는 잠시 말을 끊었다가 다시 이었다.

“혹시, 소신의 사제에게 차를 얻어 마셨던 적이 있습니까?”

냉현도 무언가 감지하곤 눈빛을 가라앉혔다.

“물론이네. 좀 되었지, 아마?”

공영수는 소교주가 동천에게서 차를 얻어 마셨다고 하자 그 당시의 일을 자세히 알기를 원했고 냉현은 있었던 그대로 설명해주었다.

그런 그들의 비밀 이야기는 쉽사리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지만 끝나지 않는 잔치가 없듯 그들은 두 식경 후에 조용히 헤어졌다.

“소문주님, 본문에서 비밀전서(秘密傳書)가 도착했습니다.”

방안에서 문영에게 공부를 시켜주던 강소홍은 드디어 올 것이 왔음을 받아들이고 천천히 신형을 돌려 명했다.

“들어와요.”

그녀의 명이 떨어지자 숭의겸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품속에서 단단히 밀봉된 봉투를 꺼내들어 공손히 내밀었다.

그것을 받아 겉봉투를 뜯어낸 그녀는 말했다.

“봉투가 본문의 것이 아니군요?”

누군가 자신보다 먼저 읽어 본 사람이 있다는 소리이자 숭의겸은 침통한 표정을 짓고 울분을 토해냈다.

“어쩔 수가 없습니다! 우리측에서 나가고 들어오는 서찰들은 모두 암흑마교에서 확인을 거친 후에야 이동이 자유로워지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실로, 이것은 실로…….”

나직이 한숨을 내쉰 강소홍은 손을 내젓고 현 상황을 종식시켰다.

“됐어요. 그저 심기가 불편하여 알면서도 물어본 것이니 그 문제는 더 이상 거론하지 말기로 해요.”

“크흑, 그리 하겠습니다.”

강소홍은 고개를 숙이고 흐느끼는 숭의겸을 잠시 바라보다가 서찰로 눈길을 돌렸다.

그 서찰은 만독문 내부의 다소 비밀 적인 일들과 강소홍의 안부를 물어보는 평범한 내용이었지만 그녀가 정색을 하고 양손에 진기를 주입시키자 우웅, 거리는 소리와 함께 전혀 다른 글자들이 물위로 떠오르듯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암호로 되어있는 듯한 난해한 글자들의 배열을 재빨리 읽어낸 그녀는 안색을 굳힌 후 조용히 입을 열었다.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어요. 어느 것을 먼저 듣고 싶나요?”

숭의겸은 두말할 것 없이 말했다.

“좋은 소식부터 듣겠습니다.”

살짝 미소한 그녀는 그의 의견대로 좋은 소식부터 말해주었다.

“좋아요. 먼저 좋은 소식은 본문이 점차 외부의 압박 세력들을 몰아내고 있다는 것이에요.”

“아, 실로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그리고 나쁜 소식은……

천마도해(天魔圖解)

를 눈앞에서 놓쳤다고 해요.”

숭의겸은 생각보다 나쁜 소식이 아니자 의아해하며 물었다.

“천마지가(天魔之歌)라면 몰라도, 요 사이에 천마도해라면 어렵긴 해도 구하지 못할 물건은 아닐진대 그것이 어째서 나쁜 소식에 해당하신다는 것입니까? 물론, 눈앞에서 놓쳤다면 나쁜 소식이기는 합니다만…….”

강소홍은 그가 말끝을 흐리자 뒤이어 입을 열었다.

“그렇게까지 말할 정도의 나쁜 소식은 아니라는 건가요?”

숭의겸은 송구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소신이 생각하기에는 그렇습니다.”

그러자 강소홍은 말했다.

“그렇지 않아요. 왜냐하면 이 천마도해는 강호상에 퍼진 것들 중에 가장 진본에 근접한 것이기 때문이에요.”

그런 이야기는 처음 듣는지 숭의겸은 놀란 눈을 했다.

“아니, 그러한 것이 있었단 말입니까?”

강소홍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솔직히 풍문으로만 떠돌아 반신반의했던 것이었는데 사부님의 전갈이 그러하니 믿을 수 밖에요.”

문주이신 만독노조 항광이 직접 보내준 것이니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감지한 숭의겸은 안타까워하는 얼굴로 말했다.

“아, 그런 귀중한 것을 어떻게 하시다가…….”

차마 어떻게 처리했기에 그렇게 귀한 것을 놓쳤느냐고 말할 수는 없었음인지 숭의겸은 채 끝말을 다 잇지 못했다.

강소홍은 아까부터 그런 숭의겸의 마음 속을 꿰뚫어보고 있는 듯한 눈빛으로 말했다.

“하지만 숭당주의 말처럼 그렇게까지 나쁜 소식은 아니기도 해요.”

“예? 무슨 말씀이십니까?”

강소홍은 어리둥절해진 표정으로 고개를 쳐든 숭의겸에게 말했다.

“혹, 바른 생활 사나이라고 아시나요?”

숭의겸은 들어본 적이 있었던지 쉽게 대답할 수 있었다.

“그자라면 무림맹에 적을 두고 바른 생활이라는 명목 하에 말썽만 피우고 다닌다는 자가 아닙니까.”

강소홍은 마냥 편을 들지 않았다.

“그러나 실력은 무시 못할 정도라고들 하죠.”

“물론 그렇습니다만 혼자 튀어봐야 주위의 신망만 잃게 될 터인데, 아? 왜 갑자기 그런 자를 거론하신 겁니까?”

내심 한숨을 내쉰 강소홍은 반대로 태연하게 대답했다.

“자세한 사항은 알 수 없으나 사부님께서 그자와 뜻을 같이 하신 듯해요. 그리고, 무림맹과도 한시적으로 손을 잡기로 하실 모양이에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들었다고 생각한 숭의겸은 부릅뜬 눈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그, 그럴 리가요! 과거 본문의 영역에 분타도 아닌 단순한 정세파악 요인들을 상주시키려고 했을 때 단호히 거절한 것을 시점으로 끊임없이 분쟁 관계를 이어온 곳이 바로 무림맹인데 그렇게 쉽게 손을 잡는다는 것은 본문의 위세에도 큰 타격이 있을 것으로 사료되는 바! 재고를 요청하여 주시옵소서!”

숭의겸은 열변을 토해냈으나 오히려 강소홍은 고개를 내저었다.

“본녀가 생각하기에는 그렇지 않아요. 오히려 그 무엇 하나도 제대로 마무리짓지 못하고 계속 끌어온 탓에 본문이 오늘날의 결과를 맞이했던 것이었어요. 무림맹, 암흑마교, 인접 거대방파인

천붕성(天鵬成)

. 그리고 사부님께서 오랫동안 자리를 비우신 사이에 천붕성으로 마음이 돌아선 주위의 군소방파들. 실로 오늘날까지 버텨온 것이 신기할 따름이에요.”

숭의겸은 다소 누그러진 태도로 말했다.

“그것은 본문의 저력이 그만큼 강하다는 증거가 아니겠습니까. 또한 세력 정비의 일환으로 이곳 암흑마교와 손을 잡고 백년대계를 이루기 위하여 소문주님께서 몸소 납시어 주시었고 말입니다.”

강소홍은 숭의겸의 이야기 중에 거슬리는 부분이 있자 눈 꼬리를 살짝 치켜 떴다.

자신이 몸소 움직였다는 부분이 만독문을 위하여 몸을 팔러 왔다는 뜻으로 해석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녀가 다시 담담해진 표정으로 돌아가는 것은 실로 한순간이었다.

“본문이 다시 옛 성세를 회복하기 위해서 제일 처음 움직인 것이 암흑마교와의 화평이었다면, 그 두 번째가 아마도 무림맹과의 묵은 앙금을 해소하는 이번 협정이 될 것 같아요. 이것은 실로 천금같은 기회로서 같은 지역의 세력들에게만 신경을 쏟을 수가 있게 되는 것이니, 아마도 3년 내에 주위의 군소방파들은 정리가 될 것이고 천붕성과는 건곤일척의 전면전이 벌어지리라고 보는데, 이래도 숭당주는 계속 반대를 고집할 생각인가요?”

만일 그렇게만 된다면 실로 만독문으로서는 제 2의 도약을 꿈꾸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래서 숭의겸은 한순간 꿀 먹은 벙어리가 되지 않을 수 없었는데 그는 식은땀을 흘리며 겨우 입을 열었다.

“속하의 생각이 짧았습니다.”

강소홍은 더 이상 거론하고 싶지 않았던 듯 조용히 신형을 돌렸다.

“됐어요. 수고했으니 이만 물러가도록 해요.”

“예, 소문주님.”

볼일을 마친 숭의겸이 물러가자 강소홍은 의자에 앉으며 피곤한 안색으로 자신이 쥐고있던 서찰을 내려다보았다.

피곤함 이상의 그 무언가가 느껴지는 그녀의 얼굴에서는 씁쓸하고 회의감마저 감도는 모습이었다.

“문영아.”

주인의 부름에 반응한 문영은 뒤쪽에 다소곳이 서 있다가 한 걸음 다가와 강소홍의 어깨에 한 손을 올려놓았다.

그 손위에 자신의 손을 겹쳐 올린 강소홍은 미약하나마 미소를 떠올리며 지니고 있던 서찰을 들어올려 주었다.

“냄새가 날거야. 하나니 둘이니?”

문영은 고개를 숙여 잠깐 맡는 듯 하더니 손가락을 펴 가르쳐주었다.

그것을 본 강소홍은 눈가에 파장을 흘리며 물었다.

“둘? 둘이 확실해?”

문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강소홍은 스르르 눈을 감고 한동안 침묵했다.

‘비밀문서를 보는 방법은 내 이미 숭당주에게 알려주었다. 일정량의 독공을 쏟아 붓는 동시에 초과되는 독은 삼매진화로 태워야 한다고. 하지만 또 하나 알려주지 않은 것이 있었음을 그는 모른다. 다른 누군가가 미리 살펴보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기에 비밀문서를 보는 방법은 만독혼원공이 아니면 안 된다는 대원칙을…….’

그렇다. 세상에 완전한 비밀이란 없는 법이고, 자신들의 편의로 만들었던 방법이 역으로 함정에 쓰일 수도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런 류의 방법들은 안전장치를 걸면 걸수록 무림에서 도태되지 않을 확률이 높았다.

그런 의미에서 항광은 독의 조종(祖宗)답게 아무리 미리 보았던 흔적을 지울지라도 감지해 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으며, 일차적으로 비밀문서를 제작하여 보내준 자의 독공이 발견되지 않았을 시에는 재검토에 들어가 역공을 취하는 방법을 즐겨했다.

그것은 실로 그만이 알고 있는 방법이어서 몇 번을 실패한 적들은 귀신을 보듯 그를 쳐다보며 그 이후론 감히 시도할 생각조차 품지 못하기 일쑤였다고 한다.

각설하고, 이번 일의 중요성을 인식한 항광은 강소홍에게만 특별히 이 방법을 가르쳐주었는데 그 안전장치가 바로 만독혼원공끼리의 공유였다.

즉, 보내는 자가 만독혼원공으로 비밀문서를 제작하여 보내주면 그 만독혼원공이 아닌 독의 흔적이 발견될 시엔 이미 누군가가 가로채보았다는 명백한 증거가 되는 셈이니 차후의 일을 안전하게 대처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또한, 항광 만큼의 뛰어남이 모자랐던 강소홍이 그것을 확인하는 방법은 바로 후각이 인간의 경지를 벗어나 있는 문영이었고 말이다.

‘하나의 냄새가 아니고 둘이란 말이지? 둘, 둘……. 하나는 사부님과 내가 일으킨 만독혼원공. 다른 하나는 암흑마교의 독전이거나 다른 독공의 대가.’

이 진보된 비밀문서를 보는 방법은 암흑마교를 무시할 수 없는 처사였기에 숭의겸이 배신자라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강소홍의 심중은 이미 절반 이상이 배신자 쪽으로 기울어진 상태였다.

‘하아, 배신이 꼬리를 물고 또 무는 가운데 충신도 권력의 세월 앞에서는 등을 돌린다는 것인가? ……그런 것인가?’

그녀는 다시 한번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흑흑, 어서 오세요. 어디 다치신 곳은 없으세요? 밥은 잘 챙겨 드셨고요?”

사부에게 갔던 동천은 반각의 차이로 길이 엇갈렸음을 시비인 초향에게 들을 수 있었다.

역천의 거처에서 약왕전의 출입구까지 가는 길이 3곳 정도가 되었는데 서로 다른 길로 움직여 근소한 차로 비켜간 것이다.

무슨 일로 나가셨는지 묻자 자세한 것은 모르겠고 중요한 일로 암흑대전(暗黑大殿)에 가셨다는 이야기만을 들을 수 있었다.

이 암흑대전은 평소엔 사용하지 않다가 암흑마교의 중대사를 회의하고 결정할 때에만 공개하는 곳이어서 동천은 그저 그러려니 생각해야만 했다.

결국, 기다리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판단한 그는 자신의 거처로 발길을 돌렸는데 소식을 접하고 문밖에서 서성이던 소연과 이렇게 마주쳤던 것이다.

“무슨 계집애가 며칠 안 봤다고 질질 짜냐? 다친 곳 없고, 밥도 잘 드셨어. 됐지?”

동천의 말을 빌리자면

‘며칠 같은 소리하고 자빠졌네.’

였던 소연은 척 보아도 잘 먹어서 기름진 얼굴이자 호흡을 가다듬고 울음을 삼켰다.

“네, 네에. 무사해 보이셔서 다행이에요.”

동천은 안으로 들어가며 물었다.

“그동안 무슨 일 없었고?”

소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일이 있겠어요. 주인님이 안 계셔서 그런지 조용하고 쓸쓸하긴 했지만 특별한 일은 없었어요.”

그제야 소연에게 시선을 돌린 동천은 그녀가 자신을 많이 생각해준 듯 하자 가슴을 활짝 펴고 미소를 지어주었다.

“훗, 네가 드디어 이 몸이 계실 때와 안 계실 때의 중요성을 깨달았구나. 하지만 조용하고 쓸쓸하다는 표현은 어째 좀 간지럽지 않냐? 마치, 사랑하는 님을 애타게 기다린 듯한 표현 같잖아. 안 그래?”

정곡이 콕 찔린 소연은 금세 얼굴이 달아오르더니 언제 울었냐는 듯 시선을 회피하며 몸을 배배꼬았다.

“그, 그렇긴 하네요. 그러얼…… 지도 모르고요.”

워낙 목소리가 작아 그냥 흘려 보내버릴 뻔했던 동천은 흠칫하더니 걷는 것을 멈추고 소연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는 기이해진 눈으로 부끄러워 어쩔 줄을 몰라하는 소연을 바라보다가 나직이 탄식하며 말했다.

“네가 이 몸을 마음에 두고 있다는 것은 진작부터 알고 있었으나 아직 늦지 않았으니 포기하거라.”

그러자 대번에 창백해진 소연은 충격을 받은 얼굴로 떠듬떠듬 물어보았다.

“왜, 왜, 왜요?”

안색을 굳힌 동천은 하늘을 향해 눈을 들었다.

“너도 알다시피 이 몸은 너무도 잘 생긴 탓에 따르는 여인들이 한둘이 아니니라. 그러니 네 신분으로 이 몸을 사모해봤자 그녀들의 질투에 배겨날 도리가 없을 것이 아니냐? 아아, 실로 네 마음을 받아주지 못하는 내가 원망스러울 따름이구나!”

“아, 예에…….”

소연은 괜히 가슴을 졸였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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