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천(冬天) – 656화
“다시 말해봐.”
“예에……. 그, 그것이 약소전주님의 행방을 놓쳤다고 합니다.”
보고를 올리는 중인 서당주 선호균은 아주 죽을 맛이었다.
이놈의 싸가지 약소전주가 웬일인지 놀라운 정보를 보내주어 기습대가 충분한 성과를 올리고도 별탈 없이 후퇴를 할 수 있었는데, 누가 싸가지 없는 놈 아니랄까 봐 그 정보를 전해주고는 바로 종적을 감추었던 것이었다.
“다시 말해봐.”
같은 걸 또다시 물어보는 사정화의 얼굴은 차갑기 그지없었다. 그녀의 눈동자는 한기를 머금은 듯 냉기를 흩날렸으며 억양조차 거부한 그녀의 목소리는 듣는 이로 하여금 소름이 돋게 만들었다.
그래서인지 이번이 세 번째 같은 물음이었지만 서당주는 감히 ‘왜 자꾸 같은 걸 물어요?’ 하고 물어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것이 그러니까, 갑자기 오련의 자제들을 구해주는 것 같더니 그들에게서 오련의 지원군이 한곳이 더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시고는 섬살 부대주에게 먼저 가서 모두에게 알린 뒤 대처를 하라고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덕분에 모두 안전하게 피했지만 그 뒤에 약소전주님의 행방이 묘연하여 현재 백방으로 찾고 있는 중이라고 합니다.”
거기까지 듣고 난 사정화는 드디어 다른 질문을 꺼내들기 시작했다.
“흔적은 전혀 없고?”
다른 질문이 떨어졌다는 것만으로도 감격한 서당주는 급히 대답에 들어갔다.
“뚜렷한 흔적은 없었으나 약소전주님의 자리를 동서쪽으로 관통하는 길에 중소규모의 무림인들이 지나친 흔적이 발견되어 그곳을 중점적으로 조사에 들어간 상태라고 합니다.”
눈매를 가느다랗게 모은 사정화는 서당주가 부담스러워할 정도로 그를 빤히 바라보더니 잠시 후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녀석을 그곳에 보낸 이유는 좀더 본교의 행동 방식에 익숙해지기를 바랐기 때문이야.”
“지당하신 배려이십니다.”
“하지만 녀석이 조금 천방지축이라 이번에 금면마제가 온 김에 그자에게 특별히 잘 간수하라고 언질까지 해주었어.”
“예, 예에…….”
“그런데 뭘 했기에 동천을 놓친 것인지 알아와. 그리고 금면마제에게 소홀한 점이 발견된다면 나를 기만한 죄로 그자를 벌할 것임을 잊지 말도록.”
“존명!”
이제 슬슬 정권의 교체가 바뀌는 시점에서 사정화가 칼을 뽑아든 것 같았다. 이것은 다른 자들에게 똑똑히 처신하라는 일종의 경고로서 재수 없게도 금면마제가 그 본보기의 대상에 올려진 것이었다.
‘일반적인 것으로는 명분이 약해서 심한 벌을 내릴 수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약소전주의 행방불명과 관련되었다면 상황이 다르다. 금면마제님이 무사히 데려와도 마음만 먹는다면 처벌이 가능하고 또 약소전주가 잘못되기라도 하는 날에는 능지처참까지도 가능하다. 으음, 금면마제님께는 안될 말이지만 어떠한 결과가 나오더라도 중징계는 피하실 수가 없겠군!’
그때 사정화의 음성이 또렷이 들려왔다.
“이제 그만 나가봐.”
“예, 아가씨!”
서당주 선호균이 신속하게 나가자 어느새 방 안에는 정적만이 가득 차기 시작했다. 무거운 분위기는 끊임없이 흘렀고, 숨이 막힐 듯한 방 안의 정적은 주변의 어느 것 하나도 침범할 자리를 주지 않으려는 듯 느리지만 견고하게 철옹성의 경계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그러나 바로 허물어지는 정적의 철옹성…….
“바보 같은 녀석.”
무엇인가에 화가 난 듯한 음성이었다. 그리고 그 말을 끝으로, 사정화는 다시 입을 열지 않았다. 정적이라는 녀석은 다시금 철옹성을 쌓기 시작했다.
“헉헉, 발등에 떨어진 불은 겨우 껐네. 아이고 힘들어.”
엄살을 부리는 듯한 동천의 행동에 간수는 기가 찼다. 침을 좀 놓은 것은 알겠는데 그 뒤로는 주야장천(晝夜長川) 진맥만 하고 있었으면서 마치 이제까지 침만 계속 놓은 사람처럼 엄살을 부렸으니 어찌 헛웃음이 나오지 않겠는가.
“제대로 치료한 것은 맞느냐?”
“후우…, 물론이죠.”
“근데 왜 아까부터 진맥만 하고 있지?”
돌연 싸늘하게 얼굴을 굳힌 동천은 간수를 노려보며 말했다.
“제가 분명히 보지 말라고 했을 텐데요?”
뜨끔한 간수는 바로 오리발을 내밀었다.
“누가 보았대? 그냥 느낌이 그래서 때려 맞혀본 거지.”
‘너 임마, 조금 있다 보자. 그 느낌 그대로 죽도록 때려 맞혀줄 테니까.’
내심 의지를 불태운 동천은 운기를 해야겠는데 지켜보는 간수 때문에 작은 꽁수를 쓰기로 했다.
“뭐 쓸 거 없나요?”
간수는 무의식적으로 되물었다.
“쓸 거?”
“네, 약화제(藥和劑)를 써줘야 하는데 종이나 붓 같은 거요.”
“아! 그거라면 전서구를 보내는 녀석이 가지고 있지. 지금 가져올 테니까 잠시 기다려라.”
신법을 사용해서 정말 빠르게 다녀온 간수는 누가 전서구를 담당한 녀석에게서 가져온 종이 아니랄까 봐 어른 주먹의 두 배만한 화선지와 먹을 묻힌 가느다란 세필을 건네주었다.
그것으로 빽빽하게 약초의 이름을 적어 내려간 그는 다시 돌려주며 말했다.
“현재 이 동굴에 계신 분들이 몇 분이세요?”
간수는 사람의 숫자를 세는지 인상을 묘하게 찌푸리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한 20명 안팎일걸? 그건 왜?”
동천은 딱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왜이긴 왜예요. 나가셔서 그것들 좀 캐내 오시라고 그러는 거지.”
“뭐야? 그건 의생인 네놈이 해야지, 우리가 무얼 안다고 그런 걸 캐온단 말이냐!”
“저도 그러고 싶은데 이 자리를 떠날 수가 없어요. 잠깐 상처를 막은 것뿐이라서 언제 급속도로 악화될지 모르는지라 만에 하나라도 제가 자리를 떴을 때 큰 일이 난다면 저는 물론이고 간수 아저씨도 죽음을 면치 못할걸요?”
간수는 아저씨라는 단어가 귀에 거슬렸지만 정작 심각한 것은 따로 있었기에 참고 넘어갔다.
“그건 그렇지만 칼로 먹고 사는 우리가 약초에 대해서 뭘 알겠어? 그리고 여기에 써준 것도 그래. 몇 개 빼고는 죄다 모르는 것들뿐이라구.”
그러나 동천의 생각은 달랐다.
‘에그, 좀 배워라 인간아. 배워서 남 주냐? 그건 네 머리가 돌이라서 그런 거야. 적어도 다른 놈들은 웬만하면 다 약초의 이름을 들어는 봤을걸?’
동천이 써준 약화제는 지혈에 효과가 있고 원기를 북돋게 해주는 것들로만 모여 있었다. 거기에다 이들의 수준을 감안하여 어려운 약초들은 상당수 빼놓은 상태였다.
이런 곳에서는 구하기도 힘들었고 말이다.
여하튼 이 간수만 유독 약초에 관해서 모르고 있는 것이었으므로(그렇게 믿고 싶었다) 그는 예정대로 밀고 나갔다.
“일단 가서 약초의 모양을 알고 캐내올 수 있는 분이 계신지 물어는 봐주세요. 혈랑단주님께서는 분명히 최대한 돕게 해준다고 약속하신 뒤 나가셨는데, 설마 아저씨가 모른다는 이유로 거부하지는 않겠죠?”
“윽?”
자신보다 더 높은 자가 거론되자 간수는 급속도로 약해지기 시작했다. 결국 그는 말은 해보고 오겠다며 통로를 빠져나갔고, 그사이에 동천은 운기조식을 취했다.
정식으로 깊이 들어간 것이 아니었기에 대충 진기를 몸 속에서 두어 바퀴만 돌린 그는 내공을 단전에 갈무리하고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찝찝하지만 안 하는 것보다는 좋으니까 어쩔 수 없지 뭐. 또 그사이에 들어오면 곤란하기도 하고.”
바로 그때 제갈연이 신음 소리를 내며 깨어났다.
“으으음! 무, 무울…….”
“엥? 깨어났네? 그게 문제가 아니라, 물이 어디에 있더라? 물이 어디에, 아? 여기 있다.”
‘이거 뭐 병아리에게 모이 주는 기분이네.’
볼품 없는 목침대 아래에 작은 주전자가 보였다. 찻잔은 보이지 않았기에 하는 수 없이 주전자의 주둥이를 갖다 대어 먹여줘야만 했다.
처음에 그녀는 비몽사몽간에 차가운 감촉이 입술에 닿자 일단 거부 반응을 보였지만 이내 흘러나오는 감로수(甘露水)를 맛보고는 꼴깍꼴깍 잘도 삼켜 마셨다.
차마 대놓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을 즐기며 물을 주던 동천은 그녀가 더 이상 먹으려 들지 않자 그제야 주전자를 내려놓았다.
그는 그녀의 몸에 따스한 진기를 흘려 보내주며 조용히 물었다.
“괜찮습니까? 아! 아직 위험하니까 움직이지 마십시오. 손상된 내부를 고치는 시늉이라도 하려면 오늘 하루는 꼬박 치료해도 모자랄 듯싶으니까.”
그녀가 깨어나자 말투부터 바뀌는 동천이었다. 그러나 제갈연은 아직 정신이 덜 깨어나 무슨 소리인지 잘 몰랐지만 몸을 약간 비틀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짧은 외마디 비명을 내지르게 되었다.
“아악!”
바로 옆에 있다가 봉변을 당한 동천은 멍멍해진 귀를 쓰다듬으며 그녀를 안정시키고자 노력했다.
“거 보십시오.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하다가 이렇게 당하신 겁니까? 아까 들어오면서 보아하니 다친 분은 제갈 소저뿐인 것 같은데.”
아픔을 겪은 덕분에 정신이 번쩍 들게 된 제갈연은 첫 번째로 외간 남자가 바로 곁에 있다는 것에 놀랐고, 두 번째로 자신이 아직 살아 있다는 것에 놀랐으며 마지막으로 어둠에 시야가 익숙해지자 그 외간 남자가 바로 동천이었다는 데 제일 크게 놀랐다.
“어, 어떻게 동 공자가! 으흑?”
동천은 급히 제갈연의 복부에 손을 얹고는 귀의흡수신공을 시전했다. 역시나 폭포수가 흐르듯 그녀의 몸 속으로 진기가 빨려 들어갔지만 아까와는 다르게 진기를 나누는 상황이 아니었으므로 힘들어도 당황하지 않고 흐름을 되돌려 원을 그리면서 완전히 진기를 회수할 수 있었다.
“뭐였죠, 그게? 신기해요!”
한순간이었지만 상처 부위가 완치된 듯한 느낌이었다. 보통의 진기가 흐르는 것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느낌! 오죽했으면 그녀가 상처 부위를 만지려다가 동천의 손만 만지고 화들짝 놀라서 손을 뗐겠는가.
“자세한 것은 나중에 차차 말씀을 드리겠으니, 이제부터 저를 아시는 척하셔서는 안 됩니다. 이곳에 일부러 잡혀올 때 어찌하다가 제 발로 걸어온 의생으로 제 자신을 소개했거든요. 하하하!”
남녀 관계에 숙맥인 것만 빼고는 지혜로운 그녀였다. 그 즉시 이해한 제갈연은 물었다.
“의생께서는 그럼 일부러 오셨다는 건가요? 왜 그런 행동을…….”
원래 하려던 말은 “왜 그런 ‘어리석은’ 행동을……”이었지만 그것은 예의가 아니었다.
그래서 그녀는 중간 생략을 했던 것인데 이후로 답하는 동천의 대답에 그녀는 심히 부끄러움을 느껴야만 했다.
“후우! 실은 제갈 소저와 헤어지고 난 후에 저는 다른 곳으로 가려고 했었는데, 이 의문의 집단에게 납치를 당하시어 옮겨지는 것을 확인하고는 이렇게 신분을 속이고 스스로 들어왔던 것입니다. 또한 목숨이 경각에 달하신 것 같았기에 치료도 해주고 말입니다.”
“아…!”
감격한 제갈연은 눈물이 흘러 넘치는 것도 모르고 그저 동천의 얼굴만 빤히 바라보았다.
백마 탄 왕자님은 이야기 속에서나 등장하는 존재인 줄 알았는데, 자신을 위해서 죽음을 무릅쓰고 잠입했다는 소리에 황홀감과 함께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을 느꼈다.
가슴이 미칠 듯이 두근거리고, 뒤늦게 동 공자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것에 놀라며 급히 고개를 반대쪽으로 돌렸다.
그것을 본 동천은 생각했다.
‘얼레? 얘가 이 몸에게 뻑 갔나? 흐흐, 하긴 이 몸이 오죽 멋져야지.’
평소였다면 망상으로 끝나는 것이 오늘따라 현실로 입증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동천은 원체 자기 멋에 사는 인간이었기 때문에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고 여겼다.
“왜 그러십니까? 제가 무슨 잘못이라도 한 겁니까?”
“아, 아니요. 아아!”
벌게진 그녀는 재빨리 도리질을 쳤다. 고개만 돌린 것이지만 복부는 물론이고 창자까지 끊어지는 듯한 고통이 밀려왔다.
어떻게 알았는지(표정으로 드러나는데 모를 수가 없다) 동천의 손이 또다시 그녀의 상처 부위에 올려졌다.
그녀는 다시 감격의 표정을 떠올렸지만 숨을 헐떡이는 중인 동천은 얘가 혹시 맛 들인 것은 아닌지 내심 의심스런 눈초리로 그녀를 살펴보았다.
진기를 퍼부어주는 사이에는 고통이 해소되었으니 그것을 노리고 계속 몸을 비트는 것으로 오인했던 것이다.
“현재 소저의 상태는 몸을 비틀거나 상체를 약간 움직이는 것조차도 삼가야만 합니다. 왜냐하면 상처가 벌어질수록 치료가 늦어지기 때문입니다. 하하, 잘 아셨습니까?”
얼굴에 홍조가 깃든 그녀는 희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동 공자님.”
그녀가 홍조를 띠거나 말거나 그제야 중노동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한 동천은 기쁜 마음에 제갈연의 표정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다.
대신에 그는 제갈연과 여러 가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는데 뜻밖에도 그녀가 다친 것은 강진구 때문이었단다.
어처구니없게도 강진구는 호위 무사가 되어 지켜주기는커녕, 되레 보호받던(?) 제갈연이 방패막이로 막아주어서 눈먼 검에 관통상을 당하고야 말았다는 것이다.
‘이거 소문나면 진구 아저씨는 표국에서 짤리는 것은 물론이고, 안휘성 내에서는 이름 석 자 내밀지도 못하고 처량하게 살겠는걸?’
제갈연은 동천이 어떻게 소문이 안 나도록 설득을 시킨다지만 그 당시의 상황을 지켜본 인간들이 어디 한 둘이어야지 말이다. 이건 뭐 절대로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 같은 모용상현이 버티고 있었으니 애초에 물 건너간 상황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이 간수 새끼는 물어보러 간다더니 거기에서 약초 이름이나 외우고 있나. 왜 안 들어오는 거야?’
그자가 와야 거기에 맞게 대처를 하더라도 할 텐데 이건 뭐 깜깜무소식이었다. 생각 같아서는 직접 나가서 찾고 싶었지만 애석하게도 그는 감방에 갇힌 신세였다.
그가 감방 안으로 들어갔을 때 혈랑단주가 오기 전까지는 열어주지 못하게 되어 있었던 것이다.
“응? 무슨 소리가 들리지 않았습니까?”
내공이 팔팔한 동천과 끌어올리기에도 벅찬 제갈연 사이에는 많은 감각의 차이가 있었다. 제갈연은 잠깐 동안 귀를 기울이는가 싶더니 긍정적인 대답을 해주었다.
“정말 그래요.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가 나는 듯해요.”
아닌 게 아니라 동굴 입구 쪽에서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죽어가고 있었다. 그때 간수가 헐레벌떡 뛰어 들어왔다.
“무슨 일예요? 적들이 침입했어요?”
“조용히 하거라. 일단 불 좀 꺼야겠으니 너도 그 등잔불을 끄거라.”
동천은 왜 통로 안의 불들을 끄는지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이쪽에서 꺾인 동공 쪽으로는 불빛이 잘 새어나가지 않았는데, 그것마저도 차단하여 이런 곳이 있는 줄도 모르게 하려는 속셈이었던 것이다.
마침내 모든 불이 꺼지자 주위가 어두워졌다. 이제는 병장기의 부딪힘 소리가 동공 안쪽으로까지 밀려오고 있었다. 동천은 소리 죽여 물어보았다.
“어느 적들이지요?”
어둠 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 나도 모르겠다. 다만 오련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근데 어디에서 말씀하시는 거예요? 안 보여요.”
“어차피 안 보여도 상관없는데 무슨 상관이더냐. 조용히만 해라.”
“그게 아니라 제갈 소저의 몸에서 천마도해인가 뭔가가 떨어졌는데, 이게 뭔가해서요.”
간수는 순간 심장이 튀어나오는 줄 알았다.
“뭐, 뭐어?”
“쉿! 조용히 하라면서요.”
“아차차. 그래, 미안하다. 넌 어디에 있느냐?”
“글쎄요. 가까이에서 들리는 것으로 보아 근처이신 것 같은데요.”
그가 생각하기에도 가까이에서 들렸다. 천마도해라는 말에 흥분한 그는 자세히 생각할 것도 없이 손을 내밀어 철창을 찾기 시작했다. 곧이어 차가운 금속성이 손안에 느껴졌다.
“철창까지는 도착했다. 이제…….”
파파팟!
“헉?”
무언가 둔탁한 소리와 함께 간수의 몸이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아울러 상대의 아혈까지 막아버린 동천은 부싯돌로 손에 쥐고 있던 등잔대에 다시금 불을 붙였다.
환해진 등잔대를 가까이 들이댄 동천은 간수의 허리춤에서 기어코 열쇠를 빼내더니 손쉽게 감방의 자물쇠를 따버렸다.
끼이이이.
거친 쇠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간수와 마주한 동천은 씨익 웃었다. 그리고 곧 간수의 귀에 동천의 전음이 들려왔다.
『흐흐, 출감한 기념으로 조금만 아프게 할게. 별거 아냐. 분근착골이라고 뼈 조금 으스러지고 근육 조금 꼬여서 끊어지는 것 외에는 진짜 별거 없어. 큭큭큭!』
‘으으으! 사, 사람 살려어어어! 흐엑? 악! 크악! 끄오오오웩―!’
도망칠 때 도망치더라도 할 건 다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동천이었다. 그렇게 구출 작전의 서곡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