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뢰도 20권 16화 – 중양표국 습격 사건의 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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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뢰도 20권 16화 – 중양표국 습격 사건의 전모

중양표국 습격 사건의 전모

-도둑맞은 비녀

여기저기에 이리저리 흩어진 기물들, 기울어진 다탁과 넘어진 의자들, 새벽까지만 해도 차근차근 정리되어 정숙하게 서랍장 속에 틀어박혀 있던 서랍이란 서랍은 몽땅 다 밖으로 열어젖혀져 있었고, 그 안에 얌전히 들어 있어야 할 옷가지나 보관품들은 모조리 바닥으로 퇴출당해 있었다.

언제나 어김없이 반복하는 새벽 수련을 마치고 기숙사 방문을 열고 들어오던 벽옥봉 남궁산산은 반쯤 열린 문 틈 사이로 펼쳐진 광경에 그만 눈이 휘둥그레졌다. 새벽에 잠자리에서 일어나 차갑고 상쾌한 새벽 공기를 마시며 검술 수련하고 온 지 아직 한 시진도 채 안 된 시간이었다.

“설마 도둑인가?!”

‘누가 감히 이곳에서!’

설마하는 마음이 없잖아 있었지만 혹여 있을지 모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몸을 잔뜩 긴장시킨 남궁산산이 막 검을 뽑으려고 하는 찰나에 귀에 익은 목소리가 아 수라난장판 너머에서 들려왔다.

“없어! 없어! 없어!”

다급한 목소리와 함께 어지러운 난장판 속에서 가끔씩 불쑥불쑥 솟아나는 손의 임자는 남궁산산도 잘 알고 있었다. 손이 한 번 올라올 때마다 어김없이 하나의 물 건이 하늘을 날았다. 아무래도 저 손이 이 사태의 주범인 듯했다.

휘익!

다시 한 번 손이 솟아오르자 또 무언가가 날아올랐다. 그것은 아무렇게나 뒤로 내팽개쳐진 다음 데구루루 굴러 그녀의 발치까지 굴러왔다. 불상(佛像)이었다. “이런 것까지…….?

오늘 밤 이슬을 맞으며 자고 싶지 않다면 어떻게든 말려서 좀 진정시키는 게 좋을 듯싶었다.

“에휴…….?

남궁산산은 한숨을 푹 내쉰 다음 조금 큰 소리로 외쳤다.

“뭐가 없다는 거야, 진령아?”

분주하던 손의 움직임이 잠시 우뚝 멈추었다. 남궁산산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방 안 꼴은 이게 또 뭐니? 이 방은 너 혼자 쓰는 방이 아니라구! 설마 그걸 잊은 건 아니겠지?”

“……”

전장을 연상케 하는, 참혹하다는 표현 이외에는 달리 표현할 말이 없는 아수라장 한복판에서 불쑥 머리 하나가 솟아 나왔다. 역시 예상대로 동거인이자 같은 주작 단원인 진령이었다.

“산산”

그녀를 부르는 진령의 새카만 두 눈에는 금방이라도 뚝 떨어질 것 같은 그렁그렁한 눈물이 맺혀 있었다. 흠칫 놀라 몸을 움츠리며 물었다.

“왜… 왜? 무, 무슨 일이야? 혹시 도와줄 일이 있으면 도와줄게.”

진령은 당장이라도 눈물을 쏟아낼 듯한 그런 태세였다.

“그러니까… 그게… 그게 없어졌어!”

“그러니까 뭐가? 없어진 건 알겠는데 뭐가 없어진 건지 말 안 해주면 모르잖아?”

감정의 동요가 큰 탓인지 대화가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고 있어서 조금 답답해져 버리고 말았다.

“그러니깐, 보석함 안에 넣어뒀던 비녀가 없어졌어!”

그러자 남궁산산이 물었다.

“그 예쁜 벽옥색의?”

“응!”

진령이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꽃과 봉황이 조각되어 있는?”

“응응!”

진령이 약간 흥분하며 고개를 두 번 끄덕였다.

“네가 항상 머리에 하고 다니는?”

“응응응!”

더욱 흥분한 진령이 고개를 마구 연달아 세 번 끄덕였다.

“내가 한번 빌려 달랬다가 단호하게 거절당한 바로 그?”

“응응응응, 그래! 바로 그거야! 그게 없어졌어. 고모님한테 열두 살 생일 선물로 받은 거란 말야!”

“진 여협이?”

평소 소중히 여기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런 사연이 있는 줄은 몰랐던 남궁산산이었다.

“응! 평소 검밖에 모르는 고모님에게 받은 거의 유일하게 여성적인 물건이었단 말야. 내가 그걸 얼마나 애지중지했는데.”

그런데 바로 그게 없어진 것이다.

“혹시 새벽 수련하다가 떨어뜨린 것 아냐?”

남궁산산과 마찬가지로 새벽 수련을 걸러본 적이 없는 진령이었다. 오늘도 자신보다 조금 늦게 준비를 하고 있는 진령을 보고 먼저 나왔던 참이었다. 그러나 진령 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냐, 그럴 리 없어. 새벽 수련에는 어울리지 않고 움직임도 격렬하니까 자칫 잘못하면 상하거나 분실될 염려가 있을 것 같아서 수련할 때는 하지 않고 함에 넣어 둔단 말야. 오늘 나갈 때도 머리끈 꺼내면서 분명히 확인했단 말야. 그런데… 그런데…….”

귀신이 무슨 조화라도 부렸는지 그사이에 감쪽같이 사라지고 만 것이다.

“다른 건 없어진 것 없어? 그 옥비녀 외에도 이런저런 팔면 돈 될 만한 장신구들이 꽤 있었잖아?”

비록 무인이라고는 하지만 그전에 성숙한 여인들이기에 어느 정도의 필수라 할 만한 장신구들이 꽤 있었다.

“아니, 그것만 없어졌어. 심지어 두고 간 전낭도 그대로 있는걸?”

“이상하네… 돈이 든 전낭도 안 가져가고 그것만 가져가다니.”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었다.

“잘 생각해 봐. 뭔가 또 중요한 게 없어진 거 아냐?”

“음… 그러고 보니 편지도 한 통 없어졌어.”

“편지?”

“응.”

“궁상 씨’ 이외의 외간 남자한테서 받은 편지야? 불륜의 사실이 적나라하게 적혀 있는?”

그렇다면 진령이 저렇게 당황하는 이유도 이해할 만했다.

“아냐!”

새빨개진 얼굴의 진령이 빽 소리쳤다.

“아니면 아니지 왜 그렇게 열을 내니? 네가 당황하길래 혹시나 그런 편진가 했지. 그럼 누구 편진데?”

시시하다는 어조로 남궁산산이 물었다.

“울 고모한테서.”

“진 여협한테서?”

“응.”

“이상하네. 그럼 진 여협하고 관계된 것만 없어진 거잖아?”

“그러고 보니 그러네.”

확실히 없어진 두 물건 모두 고모랑 관련된 물건뿐이었다.

“왜 가져갔을까?”

“글쎄…….”

그 점이 가장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였다.

“혹시… 진 여협을 사모하는 변태 짓 아냐? 애소저회에 있는 누군가의 짓이라거나…….”

“그거, 의외로 설득력있네.”

그들이라면 진짜 저지를지도 몰랐다.

“하지만 여긴 금남(禁男) 구역이야. 남정네들이 쉽게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니라구. 그런 능력자라 해봤자 대사형 정돈데 그 대사형은 지금 감옥에 있잖아?”

진령이 말했다.

“그것도 그렇네. 그럼 도대체 누구지?”

도무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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