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을 사는 동전
-현운대 남해왕
매혼전(買魂錢)!
말 그대로 혼을 사는 동전.
그것이 바로 남해왕의 독문무공이었다. 말 그대로 동전을 쏘아 날려 적의 목숨을 빼앗는 ‘쏘기’ 기술이었다. 일각에서는 탈혼비전이라고도 불릴 정도로 무서운 위 력을 자랑한다. 한줄기 섬광처럼 빠른 동전이 시간차를 두지 않고 연속해서 급소를 향해 날아오는 것이다. 내공이 잔뜩 실려 있기 때문에 그냥 튕겨낼 수도 없다.
책! 책! 책!
‘무겁다!’
현운은 날아오는 매혼전 세 개를 막으며 다섯 걸음이나 뒤로 물러났다. 충격을 분산시키기 위해서 일부러 물러난 면도 있었다. 그런데도 손아귀가 저릿저릿 아파 올 정도였다. 그대로 버텼으면 검이 부러졌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유있게 생각할 시간은 없었다. 자세를 바로 하기도 전에 또다시 네 개의 동전이 그를 향해 날아 왔던 것이다. 머리, 심장, 단전, 비장, 모두 치명적인 급소들뿐이었다.
챙! 챙!
두 개를 쳐내고 두 개를 피해냈다. 좀 전보다 훨씬 더 속도가 빨라 모두 튕겨내지는 못했던 것이다. 현운은 다시 세 걸음을 더 물러났고, 또다시 공기를 꿰뚫으며 날 아오는 두 개의 동전을 아슬아슬하게 피해냈다. 그러나 완전히는 피해내지 못해 어깨와 허리 부분이 찢겨져 나갔다. 피부가 화끈했다.
간발(間髮)의 차였다. 그제야 전혼이 공격을 잠시 멈추어 현운은 숨을 가다듬을 수 있었다.
‘과연 괜히 ‘매혼(혼을 산다)’이란 이름이 붙은 게 아니었군. 조금만 방심했으면 그대로 저 동전에 꿰뚫렸을 거야!’
쏘기를 막으려면 일정한 간격 이상으로 접근해야 되는데 접근하기는커녕 계속 멀어지고 있었다. 이 거리에서는 그의 검이 닿을 수가 없었다. 지금은 간합을 완전 히 상대에게 빼앗긴 상태인 것이다.
“벌써 열 냥이라……. 생각보다 값이 비싸군.”
비록 동전이라도 돈은 돈. 자신의 피 같은 돈이 자꾸만 빠져나가는 것이 전혼은 무척이나 못마땅한 모양이었다. 그래도 아직 여유가 있었다. 그에게는 아직 세 개 의 전낭(錢囊)이 모두 남아 있었던 것이다.
“아직 멀었소. 당신은 곧 아무리 많은 돈을 지불해도 결코 사람의 목숨을 살 수 없다는 걸 알게 될 거요.”
그러면서 남해왕의 미간을 향해 검극을 겨눈다. 곧 돌격해 들어가겠다는 일종의 위협이었다. 그러나 쉽게 파고들어 가지는 못했다. 남해왕은 쉽사리 빈틈을 보이 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떤 기술인지, 어떤 위력이 있는지 확실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지금, 함부로 공격해 들어가는 것은 위험했다.
“좀 전에도 얘기했지 않나? 이 세상에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은 없다고. 자네의 가격은 최근에 산 것 중에는 좀 값이 나가긴 하지만 곧 팔리게 될 걸세. 돈이야말로 정의, 돈이야말로 이 세상의 전부니까 말일세.”
그는 사람의 목숨을 돈으로 살 수 있다는 데 아무런 의심도 품지 않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는 지금까지 그래 왔고, 그 이외에도 많은 인간들이 그 짓을 하고 있기 때 문이었다. 거기에 그 하나가 더 보태진다 해도 새삼 달라질 건 없었다.
“돈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당신의 가치관에 딴지를 걸고 싶지는 않소. 하지만……”
현운의 말을 끊으며 전혼이 냉소했다.
“흥, 그렇겠지. 어차피 도사란 인종은 원래 지독한 개인주의자들이니까. 안 그런가? 이 세상으로부터의 탈출을 시켜주겠다고 사람들을 꼬시며 돈을 갈취하는 자 들. 쉽게 말해 사기꾼들이지.”
“사기꾼이라니! 그런 모욕은 참을 수 없소! 취소하시오.”
신주제일도가라는 간판을 내걸고 있는 무당파의 제자인 현운으로서는 도사를 사기꾼 취급하는 남해왕의 말을 그냥 넘겨들을 수가 없었다.
“글쎄, 과연 그럴까? 그들은 사기꾼일 뿐만 아니라 겁쟁이이기까지 하지.”
남해왕의 얼굴에 나타나 있는 그 표정은 명백한 경멸이었다. 그는 진심으로 도사라는 인종을 혐오하고 있었다.
“무슨 근거로 또 도사들을 겁쟁이라고 매도하는 것이오?”
사기꾼에 이어 겁쟁이라니, 이자는 도사에게 무슨 원한이라도 있단 말인가?
“흥, 그럼 아닌 것 같나? 도사 나부랭이들은 우화등선을 궁극의 목표로 여긴다고 하더군. 다른 말로는 좌화라고 한다던가? 흥, 웃기지도 않는군. 그러니까 겁쟁이 소리를 들어도 싸지.”
“뭐가 웃기지도 않는다는 것이오? 좌화란 불교에서 말하는 해탈의 경지요. 이 세상의 집착으로부터 벗어나 청정해지는 길인 것이오.”
그 길을 가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피와 땀을 쏟았던가. 그러나 잔인하게도 그곳은 피나는 노력만으로는 갈 수 없는 곳이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 는 것이 바로 도사의 길이었다.
“청정? 비웃음이 멈추지가 않는군. 어차피 그들 역시 인간. 신자들이 주는 돈이 없으면 이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아? 신선 같은 뜬구름 잡는 이야기로 신자 들의 등이나 쳐먹지. 자기 손으로 벌지도 않으면서 남들이 준 돈으로 살아가는 놈팡이들 주제에! 난 그런 도사 놈들이 이 세상에서 제일 혐오스러워.”
지금까지의 그의 언동에는 상인이 손님을 대할 때와 같은 가식이 들어 있었지만, 지금은 농후한 증오가 배어 있었다.
“도사들도 농사를 짓소. 차를 재배하고 약을 만들기도 하오. 도사라고 놀고만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오.”
그 역시 어린 나이에 입문했을 때부터 여러 가지 일들을 해왔다. 도사가 그저 원시천존 상 앞에서 도경만 외우고 있는 건 아니었다.
“하하하, 내가 왜 도사 놈들을 혐오하는 줄 아나?”
“…..”
“우리 부모님은 대대로 내려온 지주라 부자였지만 멍청했지. 돈이 많아지니 그다음은 죽는 게 두려워졌나 봐. 영화를 좀 더 오래 누리고 싶었겠지. 그러던 어느 날 영생을 보장해 준다는 엉터리 도사가 찾아왔지. 원체 부모란 작자가 멍청해서 그런지 그 말에 솔깃해 재산을 갖다 받치더군.”
“그건..”
그렇게 도사의 탈을 쓰고 사기를 치고 다니는 이들이 있다는 것은 현운도 들어 알고 있었다. 불로장생약이라면서 가짜 약을 파는 이들도 있다는 것도.
“그때 나는 아직 열 살밖에 안 됐었지. 하지만 내가 보기에도 부모님이 하는 행동은 멍청했지. 도사들이 하는 행동은 더욱 수상했고, 그대로 뒀다가는 망할 것 같더 군. 그래서 참지 못하고 그 도사들을 향해 외쳤지. ‘아버지, 어머니, 이놈들은 사기꾼이에요. 더 이상 이놈들 말대로 재산을 퍼주시면 안 돼요!’ 하하하. 그랬더니 그 놈들이 나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뭐라고 지껄였는 줄 아나?”
“….모르겠소.”
대답하는 현운의 목소리는 착 가라앉아 있었다.
“나 같은 불신자는 지옥에 떨어질 거라더군. 도를 믿는 자만이 천국에서 영생을 얻는다고 말이야. 그 도사 놈들은 날 마귀의 자식이라 불렀지.”
“잠깐, 그건 이상하오. 도가에 그런 가르침은 없소. 도를 믿는다고 천국에 가다니? 도를 믿으면 신선이 된다는 이야기와 다를 바가 어디 있소? 도는 믿는 것이 아니 오. 도는 깨닫는 것이오.”
현운의 열변에도 전혼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게 무슨 상관이지? 그게 그놈들의 신앙이었어. 그리고 그 신앙에 우리 집은 몰락했고, 그 많던 전답과 재물이 모두 날아갔지. 그 가짜 도사 놈의 뱃속으로.”
“……”
현운은 갑자기 말문이 막혔다. 도에 대해 알지도 못하면서 도를 파는 놈들을 현운 역시 경멸했다. 현운 역시 그들을 진짜 도사라며 인정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도(道)’와 ‘영생(永生)’을 팔고 다닌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었다. 그 점이 괴로웠다. 그가 추구하던 진짜 ‘도까지 더럽혀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참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지금 무슨 말을 해도 도사인 그의 말은 남해왕의 귀에 가 닿지 않을 게 분명했다.
“어린 나이에 내가 어떻게 했을 것 같나?”
현운은 모른다고 대답했다. 남해왕은 현운의 괴로워하는 표정을 보는 게 좋은지 더욱 신이 나서 이야기에 열을 올렸다. 마치 그때의 복수라도 하듯.
“난 집이 완전히 망하기 전에 창고 깊숙이 숨겨져 있던 금괴 몇 개를 가지고 무관을 하고 있던 먼 친척 집으로 도망갔지. 그 무관을 하던 그 친척은 무인이라 재물 에 대해선 다른 친척들보다 좀 어두웠지. 난 누가 돈을 원하는지, 원하지 않는지, 그리고 어느 정도 원하는지 알아볼 수 있는 재능이 있었거든. 사람의 물욕을 읽는 눈, 이른바 상인의 눈을 가지고 있었지. 아무튼, 울먹이며 사정을 이야기하고 약간의 돈을 쥐어줬더니 그곳에서 살게 해주더군. 얼마 뒤 집이 망했다는 소식을 들었 지. 부모님은 목을 매 자살하고.”
“그런..”
현운은 왠지 숨 쉬기도 괴로울 지경이었다. 마음 한구석이 굉장히 무거웠다. 그 사기꾼들의 죄가 마치 자신의 죄 같았던 것이다.
“그 뒤 난 그 먼 친척의 무관에서 자랐지. 물론 무공도 배웠지만, 난 돈을 버는 데 더 관심이 많았어. 내가 잃어버렸던 것, 마땅히 물려받았어야 했던 것들을 되찾고 싶었거든. 집에서 훔쳐 가지고 나온 금괴는 가게를 일으키는 데 도움이 됐지. 그걸 종잣돈으로 돈도 꽤 벌었고. 그리고 십 년 후 난 그 사기꾼 도사 놈들의 행방을 알 아낼 수 있었지. 그때 사기쳐 먹은 돈으로 으리으리한 집에서 삼처사첩을 거느리고 떵떵거리며 잘살고 있더군. 그래서 내가 어떻게 했는 줄 아나?”
그렇게 말하면서 그는 무척 재미있다는 듯 큭큭 웃었다. 현운은 그저 듣고만 있었다.
“난 그 길로 돈을 들고 ‘야천오(夜天烏)’를 찾아갔지.”
“야천오라면!”
그 불길한 이름, 현운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들은 분명..
“그래, 맞아. 강호 삼대암살청부조직 중 하나인 바로 그 ‘밤을 나는 까마귀’ 야천오지. 난 돈을 주고 그 도사들의 목숨을 샀지. 내가 번 그 돈으로 말이야. 정확히 일 주일 후에 그 도사 놈은 죽었지.”
남해왕 전혼의 말투는 무척이나 담담했다.
“뭐, 영생을 약속해? 웃기지도 않는 놈들. 난 주인을 잃고 사분오열된 그놈의 가게들을 흡수했지. 뭐, 청부 비용이 꽤 비쌌지만, 그 뒤의 수입을 생각하면 남는 장 사였지.”
그런 일에까지 이윤의 손익을 따지다니, 현운은 그의 정신을 따라갈 수가 없었다.
“그 후로 난 이 세상에 믿을 건 오직 돈밖에 없다는 사실에 대해 확신하게 되었지. 결국 그 도사의 목숨을 산 것은 돈이었고, 나의 복수를 완수시켜 준 것도 돈이었
지. 역시 도(道)나 노자 왈 장자 왈 가지고는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확실히 깨달았지. 그런데 가업이 커지다 보다 여기저기에서 힘깨나 쓴다는 조직들이 집적거리기 시작하더군. 돈을 지키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하더군. 그래서 난 이곳 마천각에 들어왔지, 더욱 큰 힘을 기르기 위해. 내 얘기는 여기서 끝이야. 어때, 이 래도 내가 도사를 사기꾼에 겁쟁이라 부르지 말아야 할까?”
“..난 확실히 당신의 말에 대해 반박할 말이 없소. 또한 당신이 도사를 미워하는 이유도 충분히 알았소. 하지만 그래도 역시 도가의 가르침에는 옳은 것이 있다고 생각하오. 나쁜 것은 도가의 가르침이 아니라 그것을 개인의 사리사욕을 위해 왜곡하는 자들이오.”
“자네가 그런 유(類)의 자들이 아니라는 것을 어떻게 믿을 수 있나?”
“믿어달라고는 하지 않겠소. 하지만 일부를 보고 그것으로 전체를 판단하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오.”
“먼지 하나 속에서도 삼라만상을 볼 수 있다고 주장한 건 그쪽 아니었나? 그럼 사기꾼에 겁쟁이에 거짓말쟁이까지 더해야 되겠군.”
“그것 역시 불교 쪽이오. 그리고 사기꾼들이 더 많은 건 장사치 쪽 아니오? 그런 일부 사기꾼 장사치들에게 당했다고 모든 장사치를 사기꾼이라 부르면 좋겠소? 모든 도사가 사기꾼이라면 당신 역시 사기꾼 장사치인 거요.”
“…..!!”
그런 논리로 나오면 전혼 역시 반박하기가 곤란했다. 남에게 적용된 기준은 자기 자신에게도 적용되는 것이다. 현운이 다시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솔직히 나 역시 한때는 당신처럼 도라는 것에 회의를 가졌을 때가 있었소. 도가는 겁쟁이들의 사상이 아닌가 하고 말이오.”
세상을 벗어나고 싶어하는 자들, 신선이 되어 이 세상에 관계하고 싶어하지 않는 이들. 그들은 이 세상과 접촉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고 의심했던 적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지금도 그런 사람들은 부대에 쓸어 담을 만큼 많다.
“하지만 우리가 도를 추구하는 것은 겁쟁이라서가 아니오. 이 세상의 이치는 인간이 만든 것. 그것은 불안하고 시도 때도 없이 바뀐다는 것을 잘 알 것이오. 당신이 그렇게 움켜쥐고자 하는 ‘부(富)’ 역시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것 아니겠소? 때문에 우리 도사들은 보다 불변하는 것, 혹자는 도(道)라 부르기도 하고 혹자는 진리라 부르기도 하는 것을 찾고자 하는 것이오. 이것이 나의 ‘길[道]’이오. 그리고 무엇이든 돈으로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당신의 생각은 틀렸소.”
“자네의 논리대로라면 자네의 생각이 틀렸을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그럴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소. 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하니까. 하지만 그 실수를 두려워해 위축되는 것은 더 옳지 못한 일이라 생각하오.”
“흥, 자기 사정에 좋은 쪽으로만 생각하는군. 그리고 남의 길이 틀렸다고 함부로 말해도 되는 건가?”
“아니, 난 당신이 가고 있는 길이 잘못됐다고 말해줄 것이오. 그러나 최후에 그것을 선택하는 것은 당신이오. 그리고 우리 대사형이라면 이렇게 말했을 것이오, 그 런 건 자기 확신이 있다면 밀어붙여 버리는 거라고.”
그러니 지금 자신의 상태에 책임을 지라고.
“그런 건 날 쓰러뜨리고 나서나 말하는 게 어떤가?”
“좋소. 그리고 난 해야 할 일이 있소. 그러기 위해, 난 내가 완수해야 할 임무와 당신의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당신을 이길 것이오.”
“과연 나한테 이길 수 있을까?”
“당신이 과거에 쓰라린 경험을 했다는 것은 잘 알겠소.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지금 당신이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거나 산산을 상처 줘도 되는 것은 아니오. 그 아 픈 경험을 이겨내고 삐뚤어지지 않고 사는 사람도 많소. 과거가 안 좋아서 난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되었다고 말하는 것은 ‘비겁한 짓이오. 진짜 겁쟁이는 바로 비겁 자인 당신이오.”
“내가 겁쟁이라고! 말 다 했느냐?”
“아니, 아직 다 안 했소. 그리고 얼마든지 더 말할 수 있소. 당신이 누구든, 무슨 일을 당했든 상관없이 산산을 상처 입힌 당신을 난 용서하지 않을 거요. 그리고 당 신을 반드시 쓰러뜨릴 거요. 그래서 당신이 악착같이 모은 그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소.”
“좋아, 그거 재미있군. 바라던 바다! 기다리게, 곧 자네의 목숨에 가격을 매겨줄 테니.”
“당신은 아마 매기지 못할 것이오. 그리고 엄청난 손해를 안고 포기하게 될 것이오.”
잠들어 있던 현운의 영혼에 불이 붙었다. 연못 속에서 유유자적 놀고 있던 용이 지금 승천하려 하고 있었다.
“왜냐면 당신의 쏘기도 이제 슬슬 눈에 익으니 말이오.”
“호오, 그건 그냥 넘겨듣기 힘든 말이군. 이쪽의 재간을 모두 간파했다는 말이니까. 이쪽의 역량이 모두 간파당했다면 더 이상 장사를 해먹을 수가 없지 않겠나?” 밑바닥까지 다 보여준 다음에는 이미 동등한 장사란 불가능한 것이다.
피융!
다시 한 번 남해왕 전혼의 손에서 매혼전이 날아들었다.
땅!
현운은 검을 휘둘러 그것을 쳐냈다.
다시 두 개의 매혼전이 날아왔다.
땅!땅!
현운은 또다시 그 두 개를 모두 쳐냈다.
“어째서지? 옛날에도 이런 비슷한 일을 당한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현운은 그것들을 쳐내면서 그런 의문을 품었다. 분명히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었다. 다만 너무 끔찍한 경험이라 스스로 묻어두고 있었던 것뿐인 기억. 그 런 기억 대부분은 대사형 비류연과 관련된 기억이었다.
“설마 읽고 있는 건가, 나의 매혼전을?”
현운의 회피 동작에 좀 더 여유가 생겨나는 것을 본 남해왕이 놀란 어조로 외쳤다.
“얘기하지 않았소, 슬슬 눈에 익는다고.”
그는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남해왕의 미간이 보기 좋게 일그러졌다. 이대로 한두 개씩 쏘아봤자 돈을 내다 버리는 꼴밖에 더 되지 않았다.
“좋다. 그렇다면 이 기술을 막아봐라. 그럼 인정해 주지.”
그는 동전 한 줌을 쥐더니 차곡차곡 쌓아 동전 기둥을 만들었다. 그리고는 지금까지 놀고 있던 오른손을 가슴 높이로 들어 올렸다.
양손 모두를 써서 공격할 생각인 것이다.
‘온다!”
현운은 정신을 집중했다.
탈명매혼전(奪命買魂錢)
비기(秘)
칠연비성격(七連飛星擊)
전혼의 왼손과 오른손이 동시에 움직이면서 연속해서 일곱 개의 동전이 날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