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여은은 소고의 광대한 정보망에 놀람을 금치 못했다. 소고의 정보망이라기보다는 살혼부의 정보망이라고 해야겠지만. 그들은 중원 구석구석에서 일어나는 일을 빠짐없이 보고해 왔다.
정보의 한가운데는 양성 제일의 자린고비라는 천 노인이 있다. 그는 중원 전역에서 전달되는 정보를 취합하고 가져온다.
소여은은 버릴 정보와 간직해야 할 정보를 구분하는 데만도 골치가 지끈거렸다.
그중에 단연 압권은 살문이다. 살문은 평온한 무림에 풍파를 일으켰다. 무림인, 특히 하남성 무림인은 긴장하기 시작했고 살문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숱한 무인들이 의문사 했다.
묵월광에 전달되는 보고에마저 의문사라고 기록될 만큼 흔적 없는 죽음이었다. 소여은은 살문을 떠올렸다. 종리추를 떠올렸다.
그는 웃음을 지어 보인 적이 없다. 웃음 없는 인간은 없겠지만 소여은은 그의 웃음을 본 적이 없다.
그런데 머리 속에서는 환하게 웃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는 말하고 있다.
‘이만하면 괜찮지?’
소여은은 의문사한 고수들의 죽음이 살문에 의한 것임을 의심하지 않았다. 하려야 할 수가 없었다.
‘재미있는 사람이야.’
소여은은 종리추만 생각하면 웃음이 났다. 살수 문파가 청문을 보내다니. 그걸 받고 의아해했을 무림 거목들을 떠올리자 절로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녀가 보기에도 살문은 제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시작은 미비했으나 어느새 살천문과 비등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청림방을 몰살시킨 것은 담력이다. 묵월광이 똑같은 일을 당했다면 방주를 죽이는 선에서 경고를 끝냈을 게다.
종리추는 철저하게 부숴 버렸다. 다시는 도전할 생각을 갖지 못하게끔 따끔한 본보기를 보였다.
대자보를 붙인 행위는 그가 결코 미련하지 않다는 것을 말해 준다.
명분이 중요한 무림이지만, 그 명분이란 것이 코에 걸면 코걸이요, 귀에 걸면 귀걸이다.
청림방에 안면 있는 사람이 명망 높은 사람을 내세워 ‘대자보는 거짓이다’고 말한다면 거짓이 된다. 청림방주는 아는 사람이 있었을 게다. 그러나 그들은 후환이 두려워 나서지 못한다.
살문은 그만큼 컸다.
청림방에 대해서 가타부타 하는 사람이 없으니 그가 붙인 대자보는 진실이 되었다.
소여은은 몸을 일으켰다.
무공 수련을 시킬 시간이다.
소여은은 소고에게 받은 일만 냥을 거의 쓰지 않았다.
그녀는 사내에게 버림받은 여자들을 찾아다녔고, 그런 여자는 도처에 있었다. 소여은은 그중에서도 버린 사내를 응징한 여자만 찾아냈다.
여자가 사람을 죽인다는 것은 보통 마음으로는 안 된다. 미움이 뼈끝까지 사무쳤거나 목숨을 버릴 만큼 사랑해야만 가능하다. 그녀들은 자신이 죽을 것을 생각하고 사내를 죽인다.
소여은은 그런 여자들 중에서도 얼굴과 몸매가 예뻐 사내들이 한눈에 반할 여자들만 골랐다. 서른일곱 명.
소여은이 구한 살수다.
소여은은 일만 냥을 쓰기 시작했다.
여인들의 개성을 살려 독특한 분위기를 최대한 이끌어냈다. 화장도 여인에게 맞는 화장을 시키고, 옷도 여인과 어울리는 옷을 입혔다. 겉으로 꾸미는 모든 것이 익숙할 대로 익숙해져 자연스럽게 느낄 때까지 계속 반복시켰다. 여인들은 변하기 시작했다.
기품 있는 여자, 명랑한 여자, 가무음곡에 뛰어난 여자, 청초한 여자, 열정적인 여자… 사부 미안공자가 가르쳐 준 미인계는 가장 뛰어난 무기다.
소여은이 밀실에 들어서자 여러 종류의 꽃들이 일제히 반겼다.
“어서 오세요.”
“얼마나 기다렸다구요.”
그녀들의 말은 각기 달랐다. 여럿 모여 있어도 자기 색깔대로 말하고 행동하는 습관이야말로 소여은이 가장 중점을 두었던 부분이다.
무리 속에 휩쓸려서는 제 색깔을 잃어버린다. 무림인이 아니면서 무림인을 죽이려면 한순간의 방심도 용납되지 않는다.
미안공자가 미인계를 가르치면서 일러주었던 말이다.
“설명은 한 번만 할 테니까 잘 들어야 돼. 잘 봐. 목 옆에 여기가 천창이라는 곳이야. 충격을 받으면 귀에서 소리가 나고 경련을 일으키게 되어 있어. 물론 큰 충격을 받으면 즉사하고. 오늘은 여길 찌를 거야. 어디를 사용하면 좋을 것 같아?”
“손이 아닐까요?”
새침해 보이는 여자가 말했다.
“아니. 다른 사람?”
“입이요.”
너무 순해 보여서 길에 내놓기도 불안할 것 같은 여자가 말했다.
“왜?”
“사내들이 입으로 애무해도 가만히 있는 곳 중에 한 군데거든요.”
“어멋! 심해.”
“어쩜! 정말 멋있네.”
여인들의 반응은 각기 달랐다.
너무 부끄러워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는 여자도 보였다.
‘잘 진행되고 있어. 지금 내보내도 뛰어난 살수가 될 거야. 하지만 안 되지. 배울 게 너무 많아.’
“그래, 입이야.”
소여은은 말을 하면서 침상으로 갔다. 침상에는 나무로 만든 인형이 누워 있었다.
“으음….! 하악…!”
소여은은 나무 인형을 애무하며 달뜬 신음 소리를 냈다. 그녀는 나무 인형이 정말 사내라도 되는 듯 흥분했다. 꼭 껴안고 부르르 떠는가 하면 정신없이 입을 맞추기도 했다.
소여은은 너무 아름답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눈에 긴 속눈썹이 우수에 젖은 여인으로 만든다. 오뚝한 코는 이지적인 여인으로, 붉고 도톰한 입술은 앙증맞은 여인으로 만든다.
그녀는 탕부처럼 몸부림치고 있으나 그 모습조차도 아름답다.
그러던 어느 한순간, 그녀가 냉정한 표정으로 몸을 일으켰다.
목각 인형의 천창혈에는 작은 세침이 박혔다.
언제 그랬을까? 두 눈 부릅뜨고 지켜봤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여인들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소여은은 나무로 만든 세침을 나눠주었다.
아주 작지만 날카로워 보인다.
“이건 혀 밑에 감춰. 애무를 하면서 혀를 움직여 찔러 넣어야 해. 중요한 것은 입맞춤이야. 사내들은 입 안에 혀를 집어넣어서 혀를 애무하지. 그걸 피해야 돼. 애무로 입맞춤할 정신을 빼앗아야 해. 알았어? 입맞춤 없이 바로 알몸이 되어야 해. 그렇게만 만들면 죽이는 건 간단해. 시간은 내일 모레까지야. 이틀 동안 완전히 습득해.”
“어머! 너무 짧아요. 너무해!”
“부끄러워서 어떻게 해. 난 못할 것 같아.”
여인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들으면 정신이 사나워진다. 소여은은 여인들을 자기 방으로 몰아넣었다. 그리고 방마다 돌아다니며 여인들이 애무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알몸으로 연습하는 여인도 있었고, 옷을 입은 채 하는 여인도 있다. 그런 부분은 나무라지 않았다. 정작 나무랄 부분은 애무다. 애무가 신통치 않으면 즉시 질타했고 여인들은 바로 고쳤다.
순진해 보이는 여인이나 퇴폐적인 여인이나…..
차앙! 탕탕탕…!
쇠로 만든 인형의 머리가 여지없이 날아갔다.
적사는 인형의 머리를 날리고도 만족하지 못한 듯 날이 바짝 선 도를 내려다보았다.
‘아직 멀었어. 생각할 틈도 주지 말아야 해. 도를 꺼내는 순간 목을 베어야 해.’
그는 쾌도를 생각했다. 종리추가 무얼 하든 소고가 무얼 하든 그는 상관하지 않았다. 상관할 정신도 없었다.
처절한 좌절은 적사를 더욱 안으로 침잠시켰다. 천하제일은 못 되더라도 한 성은 지배할 수 있으리라던 무공이다. 그런 것이 눈에 들어오지도 않던 살천문에 철저히 짓밟혔다.
형제들이 무려 열아홉 명이나 중원에 뼈를 묻었다.
“차앗!”
우렁찬 고함이 터지고 다시 도광이 번쩍였다.
탕탕탕!
이번에도 일도에 잘라내지 못했다.
남들이 보면 순식간에 잘라낸 듯 보이지만 적사는 무려 삼도나 쳐냈다. 쇠로 만든 인형의 목은 철봉이나 다름없다. 그런 것을 삼도에 쳐냈다는 것은 도에 깃든 힘이 얼마나 강한지 여실히 대변해 준다.
하나 적사는 일도를 원했다.
‘단 한 번에 깨끗이 쳐내야 해.’
“타앗!”
이번에는 땅에서 위로 도광이 흘렀다. 철인형의 팔이 싹둑 잘려 나갔다. 무 베어지듯이.
‘처음부터 다시 한다. 축혼팔도를 처음 배울 때의 기분으로.’
그는 자존심을 버렸다. 자만심도 버렸다. 중원을 주시하던 경망함도 버렸다. 호랑이는 토끼를 잡을 때도 최선을 다한다는 말을 형제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다음에야 깨달았다.
다시는 똑같은 일이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
적사는 축혼팔도를 처음부터 끝까지 백 번이나 풀어낸 후 몸을 돌렸다.
웃통을 벗어 던진 그의 앞가슴에서 굵은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사방에는 온통 잘려 나간 철인형의 잔해로 가득했다. 잔해는 즉시 치워질 것이고 내일이면 다시 새로운 철인형이 세워져 있으리라.
적사는 만 냥을 거기에 썼다.
몽고인 서른한 명.
대초원에서 이름난 자들이다. 전에 데려왔던 형제들만큼 충성스럽지는 않지만 지난번 무공은 훨씬 강하다.
적사는 그들을 데려왔다.
“축혼팔도를 전수해 주마. 대신 내게 목숨을 맡겨라. 향후 십 년 동안. 십 년이 지나면 가고 싶은 대로 가라. 그때까지 살아 있다면.”
전에 데려왔던 형제들은 조건 없이 따라왔다. 하지만 이들은 축혼팔도라는 조건을 내걸어야 몸을 움직였다.
“타앗!”
한 명이 도광을 흘려냈다.
그들은 목각 인형으로 축혼팔도를 수련 중이었다. 철인형을 사용하기에는 아직 도에 깃드는 힘이 부족했다.
“이리 와!”
적사의 고함이 터졌다.
“축혼팔도를 전개할 때 가장 기본이 뭐야!”
“발도를 하는 순간 전신의 힘을 쏟아 붓는다.”
“그런데 그게 뭐야! 소꿉장난 하나!”
“….”
“정신 차려서 해봐!”
몽고인은 온 신경을 목각 인형에 쏟아부었다. 눈빛에서 불길이 쏟아져 나온다면 목각 인형은 벌써 화염 덩어리가 되었을 게다.
“차앗!”
고함과 함께 일도가 번쩍였다. 동시에 목각 인형의 머리가 싹둑 잘려 나갔다.
적사가 수련하던 그 도법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철인형과 목각 인형의 차이일 뿐.
“한 번만 더 어설프게 수련하면 벤다.”
몽고인이 움찔했다. 원래 적사가 데려온 몽고인은 마흔두 명이었다. 몽고에서는 하나같이 용맹하고 싸움 잘하기로 소문난 자들이었다.
그들이 적사의 말을 들을 리 없다. 처음 한 명은 본보기로 죽였다. 욱하고 달려드는 몽고인 여섯 명도 일도에 베어버렸다.
작정하고 죽였다.
“목숨을 맡긴 이상 너희들의 목숨은 내 것이다. 내가 죽이고 싶으면 죽인다. 죽을 놈들은 언제든지 목을 내밀어라.”
적사에게서는 광기가 풍겨났다. 그제야 몽고인들은 알았다. 적사의 손에서 벗어나는 길은 축혼팔도를 고도로 익혀 적사를 죽일 때에야 가능하다는 것을.
“타앗!”
“차아앗!”
여기저기서 혼신을 다한 고함이 터져 나왔다. 축혼팔도는 중원의 무공과 많이 다르다.
중원의 무공은 발경을 중시한다. 무공을 펼치기 전에 사용하는 기수식은 발경을 원활하게 흐르도록 도와준다. 처음에 내뻗은 것보다 나중에 내뻗은 것이 더 강하게, 좀 더 강하게, 강하게…..
무공을 펼치면 펼칠수록 강해지는 것은 발경이 더욱 강해지기 때문이며 중원 무공의 특성이기도 하다.
몽고인은 기마 민족이다. 어린아이도 말을 탈 줄 알며 말 위에서 곡예를 펼칠 수도 있다.
싸움도 말을 타고 한다. 발경이니 뭐니 생각할 틈이 없다. 순식간에 목숨이 결정지어지는데 뒤에 이어지는 무공을 생각할 겨를이 어디 있으랴.
몽고인의 무공은 거의 단타로 끝난다. 단타는 단타이되 결정적인 단타다. 단 한 번의 움직임으로 사지에 몰아넣어야 한다.
두 번, 세 번… 칼질을 하는 횟수가 늘어갈수록 그는 싸우지 못하는 자다.
축혼팔도는 도를 쳐내는 여덟 가지 방법을 말한다.
횡으로, 종으로, 사선으로, 원으로. 찌르고, 빼고, 도신을 돌리고, 손잡이를 역으로 잡는다. 도를 사용하는 모든 방법은 여덟 가지 행동 속에 포함되어 있다.
축혼팔도는 중원에서 보면 가장 기본에 속한다. 그런데도 명성을 떨친 것은 단순한 초식 속에 상상할 수 없는 거력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발도에서부터 가격까지 섬세한 손놀림과 더불어 강한 힘을 실어야 한다.
몽고에도 축혼팔도와 비슷한 무공이 많이 있지만 말의 목을 베어내고도 계속 달리게 만드는 무공은 축혼팔도밖에 없다.
“약지에 힘이 덜 들어갔어! 그러니까 도신이 비틀리는 거야!”
적사는 도광이 뻗어 나가는 것만 보고도 힘의 분배에서부터 정신까지 읽어냈다. 그의 질책은 계속 터져 나왔다.
“네가 그러고도 용사냐! 어린아이도 너보다는 낫겠다! 내력을 한 번에 쏟아부으란 말이야! 뭘 생각하는 거야!”
야이간은 밀실에서 무공 수련에 매진했다.
소고에게 당한 멸시는 감당할 수 있다. 계집은 뒤웅박 팔자라고 한다. 어떤 사내를 물고 늘어지느냐에 따라 팔자가 변한다는 뜻이다.
‘계집이 앙앙거리고 있어.’
소고의 모욕은 그녀를 정복하는 순간 깨끗이 씻어진다.
소여은이냐 소고냐.
그는 두 여인 다 놓치기 싫었다. 놓쳐서는 두고두고 후회할 여자들이었다.
그보다는 살천문이 떠올라 분기를 삭이지 못했다.
‘그런 놈들에게 당하다니!’
곤륜 무공은 만만치 않다. 세외에 있어 구파일방에는 거론되지 못하지만, 구파일방이라는 명분 자체를 달가워하지 않는 문파지만 무공만은 뛰어나다고 인정해야 한다.
잠깐 반짝이는 무공은 무수히 많지만 오랜 세월 명맥을 이어오는 무공은 많지 않다.
태허도룡검, 태청검법, 소청검법, 분광검법, 분심검법.
중원에 이름이 알려진 검법만 다섯 가지다.
신법으로는 운룡대구식, 수공으로는 육양수, 종학금룡수…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절기가 산재해 있다.
하나같이 뛰어난 무공이다. 그런 무공을 배우고도 겨우 살천문 나부랭이에게 당하다니.
‘정진하지 못했어.’
결론은 하나였다. 곤륜파 후기지수라는 허명을 너무 믿었다는 것.
야이간은 태청진기를 일으켜 전신을 감쌌다.
“오오오…!”
불음과도 비슷한 소리가 터지며 검이 빛을 가르기 시작했다.
분광검법이다.
빛을 가를 수 있을 만큼 빠르다는 검법이다.
그때 투골환을 버리고 분광검법을 사용했다면 결과가 어땠을까? 하기는 분광검법을 사용할 만큼 몸이 좋지도 않았지만.
‘몸을 망친 것도 내 탓이야. 그래, 몸을 망치는 순간부터 난 진 거야. 절대 몸을 망쳐서는 안 되지. 무인에게는 기본이 그것인데.’
분광검법이 빛을 잃고 흐느적거렸다.
태청진기는 마음이 명경지수와 같이 맑은 상태에서 펼쳐야 한다. 마음에 잡념이 깃들기 시작하면 태청진기는 안으로 숨어버린다.
‘이거야. 난 잡념이 너무 많아. 소여은, 소고, 재물… 모두 나중이야. 우선은 강한 자가 되어야 해. 소고의 요사한 무공을 단숨에 때려잡을 무공을 익히고 있어야 해. 그래야 죽을 먹든 밥을 먹든 하지.’
야이간은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혔다. 그리고 다시 검을 휘두르자 빗살처럼 빠른 검광이 터져 나왔다.
야이간은 먼 길을 다녀왔다.
하남성에서는 살천문이 맹위를 떨치지만 그래 봤자 하남성 안이다. 우물 안 개구리라고나 할까?
그는 살천문 혈살오괴가 사천성을 무대로 활약했던 터줏대감이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혈살오괴… 너희들은 반드시 죽어.’
야이간은 사천성으로 갔다.
과연 그곳에도 살수 문파는 있었다.
청살괴.
혈살오괴가 사천성을 떠난 다음 그들의 빈자리를 차지한 문파다.
야이간은 혈살오괴가 사천 당문과 충돌을 일으킨 끝에 살천문에 몸을 의탁한 사실도 알아냈다.
그들은 확실히 죽은 목숨이다.
“사천에는 암기의 명문인 당문이 있다는 걸 잊었나?”
혈살오괴가 했던 말.
당문에 혈살오괴가 있다고 말만 해줘도 혈살오괴는 죽을 수밖에 없다. 그들은 이미 당문과 손을 섞어봤고 쫓기는 입장이니.
하나 야이간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투골환을 빼앗아가? 네놈들은 반드시 내 손으로…’
야이간은 청살괴에서 살수 서른 명을 샀다.
“일급으로 서른 명. 기간은 오 년.”
“그 정도면 절반을 요구하는 건데… 돈이 꽤 들어갈 텐데?”
“일 년에 이천 냥으로 하지.”
청살괴에는 큰돈이었다. 당문은 살수 문파를 인정하지 않아 활동하기도 힘들던 터였다. 청살괴수는 하남성으로의 진출을 생각했다.
‘여기서 당문 눈치를 살피느니 차라리… 하남성에는 살천문이 있어. 어떻게 하는가 지켜보는 것도 괜찮겠지.’
야이간은 청살괴수의 생각을 읽었다.
“난 죽일 사람이 많지. 너무 많아. 청살괴도는 숨어 있기만 하면 돼. 난 필요할 때만 쓸 것이고 청살괴는 죽여주면 돼. 내가 누구냐 알려고도 하지 마. 서로 피곤해지니까. 어떤가, 이 기회에 하남성으로 진출하는 것이? 살천문만 없애 버리면 하남성을 휘어잡을 수 있을 텐데. 나도 편히 일을 맡길 수 있고.”
청살괴수의 생각은 좌절되었다.
“일 년에 삼천 냥이라면 서른 명을 내주지.”
“좋아. 대신 살수는 내가 직접 고르겠어.”
야이간은 마음에 드는 일급 살수만 골랐다.
그들은 아무도 모르는 곳에 숨어 있다.
숨는 데는 이골이 난 자들이니 염려할 게 없다. 그들이 어떻게 되든 신경 쓸 것도 없다. 소고가 죽이라는 자만 죽이면 된다.
‘칠월 초하루라… 이제 며칠 안 남았군.’
야이간은 오로지 무공 수련에만 전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