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 이미지

이드 2부 – 282화


719화

라미아는 발터에 대한 정보를 암흑가에서 운영하는 정보 길드에서 구하기로 했다.

대륙에서 정보를 다루는 곳은 많지만, 전문적으로 정보를 수집, 가공해서 판매까지 하는 곳은 많지 않다.

용병 길드. 그리고 암흑가에 있는 도둑 길드.

이 두 곳이 정보를 판매하는 것으로 가장 유명한 길드다. 각각 전 대륙에 뻗어 있는 연락망을 통해 엄청난 양의 정보를 유통, 가공한다. 다만 길드의 성격에 따른 특징은 분명히 있다.

용병 길드가 합법이라면 도둑 길드는 불법이라고 보면 된다.

용병 길드는 통제 가능한 범위 안에 있는 정보만을 관리한다. 그러나 도둑 길드는 돈만 된다면 어떠한 정보도 판다는 주의다. 자신들에게 피해만 없다면 오늘 황제가 입고 있는 속옷 색이 무엇인지 대한 정보를 황궁 앞에서 팔 놈들이 바로 도둑 길드 놈들이다.

라미아가 용병 길드가 아니라 암흑가 쪽으로 온 것도 바로 그러한 이유에서였다. 당장 정보의 구매와 함께 의뢰할 발터의 뒷조사도 용병

길드에서는 받아 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늦은 밤 라미아가 암흑가에 발을 들였을 때, 거리는 흥성거리는 소리로 시끄러웠다.

암흑가라고 하면 무서운 장면만 떠올리는 것이 보통이지만, 라미아가 발을 들인 거리는 야시장에 가까웠다.

다만 곳곳에서 퇴폐적인 모습으로 술과 웃음을 팔고, 고함이 들려오며 싸움이 일어난다는 점만 다를 뿐이었다. 

“휘이익~얼, 오늘 새로 온 아가씨 몸매가 아주 환상인데? 어때, 외로워서 밤놀이 온 거면 내가 놀아 줄 수 있는데.” 

그때, 길에 깔린 좌판에서 술을 마시던 자 하나가 노골적으로 허리를 흔들어 보이며 음흉하게 웃었다.

과연 암흑가. 이런 놈들이 빠지면 섭섭하다.

“엉? 여자냐?”

“어! 그것도 몸이 아주 죽음이야! 지금까지 본 몸 중 최고라고!”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소리치는 남자의 말에 주변의 시선이 라미아에게 몰렸다.

“저 새끼 진짜 신기한 새끼라니까. 도대체 로브로 가려진 걸 어떻게 알아채는 거야?”

“그래도 저놈 눈은 진짜야. 아가씨, 저놈보다 나는 어때? 저놈보다는 오래간다고, 크하하하.”

동시에 사방에서 음담패설이 쏟아졌다.

[그래, 너희 같은 놈들이 빠지면 암흑가가 암흑가가 아니지.]

너무 전형적인 반응에 어쩐지 안도의 한숨이 샜다. 대신 자신이 공을 들인 몸이 정말 잘 만들어진 걸 확인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싶기도 했다. 물론, 기쁜 것은 아니다. 저런 소리를 듣고 기뻐할 정도로 라미아의 감정 회로가 이상하지는 않았으니까.

“어? 뭐라고 하는데?”

“비켜! 저건 날 부르는 거라고!”

라미아의 혼잣말에 허리를 흔들던 남자가 벌떡 일어났다. 정말 로브로 가려진 몸매가 읽히는지 눈이 반쯤 풀려 있다.

라미아로서는 절대 반갑지 않은 모습이다.

[너 같은 거 부른 적 없거든! 차라리 아까 작은 새가 백배 나아. 어휴, 그렇지 않아도 누굴 잡고 물어볼까 했는데 차라리 잘됐네. 너로 정했다.]

“그래! 역시 나지!”

[그래, 너다. 화이어 레이.]

피슛!

살짝 로브를 빠져나온 라미아의 손가락에서 붉은빛이 번쩍였다.

푸스스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하고 멈춰 버린 남자의 머리카락이 하얗게 타 버리더니 재가 되어 쏟아져 내렸다.

“이, 이・・・・・・ 년이……………”

정수리에서 화끈하게 느껴지는 열기에 남자는 굳은 입을 억지로 열었다.

번쩍!

하지만 그것도 다시 쏘아진 열선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런 남자의 가랑이 사이에는 까맣게 탄 구멍이 생겨나 있었다. 국부에서 느껴지는 후끈한 열기에 억지로 열리던 턱이 자동으로 덜덜거리며 떨렸다.

사아아아악-

순간 시끄럽던 거리가 시간이 멈춘 듯 조용해졌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라미아가 손가락을 들고 다음 타깃을 찾는 듯하자 모두 고개를 돌리고 자신들이 하던 일을 계속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라미아의 마법을 목격하고 자신들이 그녀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눈치챈 것이다. 무엇보다 자신들의 일이 아니기 때문에 관심을 끊은 것이다. 실로 암흑가에 어울리는 의리였다.

라미아는 다시 소란스러워진 거리의 모습에 만족하고는 주저앉은 남자를 향해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물을 것이 있다. 이리로.]

“어…… 어…….”

피슛!

머리에 차선이 하나 더 늘었다.

“옙! 뭐든지 물어만 주십시오!”

[정보를 사고 싶은데?]

순간 남자의 얼굴에서 굉장히 익숙한 인간을 대하는 표정이 떠올랐다. 대부분 도둑 길드를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의 복장은 라미아와 비슷했으니까. 

“그거라면 정확하게 알려드릴 수 있습니다. 우선 이 안쪽으로 조금 더 들어가신 후에 저기 세 번째 골목으로 들어가시고, 그곳에서…”

남자는 마치 잘 보라는 듯 손짓 발짓을 해 가며 도둑 길드의 위치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라미아가 그에 집중하는 듯하자……. 

“흐랴! 잡았다!”

남자와 같이 좌판에 늘어져 있던 덩치가 뒤에서 라미아를 덮쳤다. 라미아의 마법을 보고 접근전을 시도한 것이다. 마법사가 접근전에 약하다는 것은 정설이니까.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기사들과 대치했을 때, 혹은 완전히 방심하고 있을 때나 가능한 일이다.

기본적인 호신용 아티팩트만 착용해도 어중간한 얼간이들의 기습에 당하는 일은 절대 없다. 똑똑하기로 유명한 마법사들이 자신들의 공공연한 약점을 그냥 둘 리가 없지 않은가. 갓 세상에 나온 멍청한 초보 마법사라면 혹시 모를까.

그런 점에서 라미아는 모든 부분에서 예외다. 무엇보다 현재 그녀의 신체는 연약한 여성의 것이 아니라 힘세고 단단한 골렘의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실을 가장 먼저 깨달은 덩치의 표정이 살짝 굳는 사이, 길을 설명하던 남자가 비열하게 웃었다.

“으흐흐, 어쩌나? 내 머리카락과 옷값을 배상하려면 오늘은 못 돌아갈 것 같은데.”

라미아는 그 모습에 쯧쯧 혀를 찼다.

[어딜 여자 몸에 함부로 손을 대. 그러다가 귀짝 날아간다는 소리 못 들어 봤구나?]

“……!”

본능적으로 위기를 느꼈는지, 라미아의 말에 덩치가 손을 풀려 했지만, 그보다 라미아의 손이 빨랐다.

라미아가 덩치의 귀 위쪽을 잡고 당기며 살짝 허리를 튕겼다.

찌지지직-

강력한 골렘의 팔 힘에 당겨진 귀가 찢어지며 반동까지 더해지자 덩치가 좌판 위로 떨어져 내렸다. 라미아에게 잡힌 한쪽 귀는 순식간에 피투성이가 된 채 귓불만 겨우 몸에 붙어 덜렁거렸다.

하지만 라미아는 그 모습을 확인도 하지 않고, 자신 앞에 굳은 남자를 향해 다시 손가락을 들었다.

치지지직!

순간 빛이 번쩍이고 사내의 바지에 구멍이 하나 더 추가되더니 고기를 태우는 냄새가 확 뿜어져 나왔다.

“그어…… 아아아악!!!!”

그리고 한 박자 늦게 남자가 목을 갈아 낸 것 같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남자는 통증 때문에 다리도 오므리지 못하고, 손도 대지 못한 채 펑펑

눈물을 쏟아 냈다.

그 모습에 힐끗힐끗 지켜보던 남자들이 본능적으로 다리를 모으며 어깨를 움츠렸다.

감히 상상하기도 두려운 통증에, 같은 남자로서 공감해 버린 것이다.

“지・・・・・・ 지독하다.”

“불쌍한 자식. 이제 무슨 재미로 세상을 사냐.”

그러나 누구도 감히 큰 목소리로 말하지는 못했다.

그 사이 라미아는 모로 누운 남자의 어깨를 발로 차 바로 눕히며 말했다.

[다 태워 버릴 정도는 아니었으니까 비명은 그 정도로 하자. 아니면 더 태워 주고. 뭐…… 다 타 버렸다면 말해. 다른 사람 찾을 테니까.] 

“으흐흐흑…… 끄흑…….”

다행히 다 타버리진 않은 듯, 사내는 온 힘을 다해 비명을 멈추고 울음을 삼켜 냈다.

덤으로 거리에 있던 자들 중 몇몇이 허리를 숙이고 조용히 자리를 떴다. 자신들의 하반신은 중요했으니까!

라미아는 겨우 눈을 뜬 남자를 향해 무심하게 목적을 말했다.

[도둑 길드 위치.]

“끄흐…… 세, 세 번째…… 흐흑, 골목 안에・・・・・・ 검은색, 회색 반반의 문을 다섯 번 두드리면 됩니다.”

과연 눈길을 끌기 위한 설명이었지만 내용은 사실이었던 모양이다. 만약 거짓이라면? 그럴 리가. 하반신이 걸린 질문인데. 남자로서 거짓말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이미 늦었을지도 모르지만………….

[앞으로도 여기 살 거면 눈치를 좀 더 키우라고.]

짧은 말을 남긴 라미아가 남자가 말한 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라미아가 세 번째 골목으로 사라지자 그제야 굳어 있던 자들이 남자의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크허헝. 으허허헝!”

남자는 그사이 엉엉 소리 내어 울고 있었다. 그리고 모여든 자들 중 하나가 남자에게 다가가 바지를 풀어 내리는 순간, 사람들에게서 작은 한숨 소리가 튀어나왔다.

“다행이다. 그래도 절반은 남았구나. 사내구실은 못해도・・・・・・ 서서 오줌은 싸겠네.”

“으흐흐흑. 빌어먹을, 내 보물이 절반이나 타 버렸는데 그게 할 소리냐. 지랄하지 말고 누가 포션이나 좀 가져와악!”

그렇지 않아도 아파 죽겠는데, 들려온 헛소리에 남자가 바락 소리쳤다. 그리고 그 옆에서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작은 소리가 자기주장을 했다. “하는 김에 내 귀도 좀 봐 주지………….”

칼에 잘린 것도 아니고, 힘에 의해 찢어졌지만 차마 아랫도리가 타 버린 남자를 옆에 두고 아프다는 말이 나오지 않는 덩치였다.

남자가 설명한 길을 따라가자 과연 검은색과 회색이 반반인 문이 있었다.

[다행히 돌아가서 몽땅 태워 버리진 않아도 되겠네. 다섯 번이랬지?]

하지만 다섯 번 두드릴 필요는 없었다. 한 번 두드리자 문이 열렸기 때문이다.

그 안에는 귀여운 소녀가 미소를 지으며 서 있었다.

“안티로스 도둑 길드에 어서 오세요.”

[그래. 네가 안내자니?]

“네. 마스터가 모셔 오라고 하셨어요. 안내하겠습니다.”

소녀는 제 말을 마치고 종종걸음으로 앞서 걸었다. 그녀는 제법 긴 복도를 지나 지하로 향했다.

[거리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는 거니?]

조용히 뒤를 따라가던 라미아가 묻자 소녀가 라미아를 보고 배시시 웃더니 다시 앞으로 고개를 돌렸다.

“네. 이 거리에서 일어나는 일은 바로바로 전해지거든요. 전 굉장히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칭찬 고마워. 그런데 여기 정보는 쓸 만해?]

“언니만큼이나 확실하고 정확해요. 여기는 혼자 들어가시면 돼요.”

소녀가 지하실의 문을 열며 옆으로 비켜섰다. 라미아는 소녀의 눈에 감도는 호감에 골덴 하나를 던져 주고는 문 안으로 들어섰다. 돌을 쌓아 만들어진 지하실은 귀족가의 서재처럼 잘 꾸며져 있었는데, 그 가장 안쪽에 쌍둥이로 보이는 두 남자가 나란히 서서 라미아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어서 오십시오, 고객님. 최선을 다해 고객님의 욕망을 충실히 만족시켜 드릴 지부장 틸과 텔입니다.”

두 사람은 도둑 길드라는 거친 이미지와는 달리 정중한 태도를 보였다.

라미아가 보기엔 누군가의 아랫도리를 날려 버린 무력시위 때문인 것 같았지만, 무례한 자를 상대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나았다.

‘이야기하기도 좀 쉬워질 테고.’

라미아는 도둑 길드를 찾기 전 무력시위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자칫 잘못하면 아주 좋지 못한 습관이 생길 수 있는 시점이 아닐 수 없었다.

[지하실을 잘 꾸몄네요.]

“감사합니다. 고객님과 같이 안티로스에 생활하시는 분들의 고급스러운 수준을 조금이라도 만족시켜드리고자, 저희 지부에서도 항상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럼 지금 그 태도도?]

“어떤 고객님도 함부로 대할 수는 없습니다.”

[흐응…….]

라미아가 입술을 매만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히 좋지 못한 습관이 생기지 않고 끝날 수 있을 것 같다.

랜덤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