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드 2부 – 330화
767화
스톤은 오두막을 떠난 일행을 튼튼한 통나무집으로 안내했다.
이드는 통나무집을 보고 작게 감탄했다. 오두막보다는 수십 배 편한 거처이기 때문인 것도 있지만, 짧은 시간에 제대로 된 집을 구한 수단에 놀란 것이다.
“오~ 편해 보이는 집인데. 혹시 이 집도 허물과 같이 준비한 건가?”
씨익.
이드는 말없이 음흉한 웃음으로 답하는 스톤의 얼굴을 보고는 통나무집을 둘러보았다. 깔끔하긴 하지만 누군가가 년 단위로 사용한 흔적이 있었다. 에단이 좋다고 고용할 만큼 검은돌이 대단한 암살단이라지만, 이런 작은 마을 근처에 암가를 만들고 상주하고 있을 정도일까?
“혹시나 해서 묻는 거지만 이 집은 어떻게 구한 거지?”
그에 이드의 걱정을 이해한다는 듯 에린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답했다. 그래 봤자 검은 다크서클 때문에 너무 힘들어 보였지만 말이다.
“걱정하시는 일은 없습니다. 집주인에게 넉넉히 돈을 주고 두 달간 빌렸거든요. 당연히 집주인도 가까운 영지로 마차를 태워서 보냈지요.”
확실히 저급한 암살자들이 사용하는 방법보다 깔끔하다. 이후 암살단에 대한 추적이 들어온다면 밝혀질지 모르지만 어지간해서는 집주인도 그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것이고, 또 이야기한다고 해도 알 수 있는 것은 없을 것이다.
검은돌이라면 집주인에게 자신들에 대해 추측해 볼 어떠한 단서도 남기지 않았을 테니까.
‘아마 집주인이 본 검은돌의 얼굴도 가짜일 테지.’
그에 대해서 주머니에 있는 돈을 모두 걸 수 있었다.
“이제 좀 쉴 수 있겠군. 그럼 이제 너도 머리에서 손을 좀 떼지?”
스톤이 화로에 불을 넣는 것을 보며 의자에 앉은 이드가 에단을 보며 말했다.
그는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있었는데, 흡수된 초인력이 상단전에 모였다는 이야기를 듣고 난 후부터 저러고 있는 것이다. 마치 듀라한이 자신의 머리를 억지로 목 위에 붙여 놓고 있는 것 같아 우습지만, 계속 보고 있으니 은근히 눈에 거슬렸다.
그러나 에단도 좋아서 이러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요. 혹시라도 흡수된 초인력이 충격을 받아서 터지기라도 하면 어떡합니까?”
에단이 자신의 머리를 둘러싸고 있는 이유였다. 차라리 몰랐으면 그러려니 하지만, 흡수한 초인력의 흐름을 느낀 덕분에 없던 두려움과 걱정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아는 사람들이 보면 참 바보 같은 행동이 아닐 수 없다.
당장 밤길을 달려 볼이 홀쭉해진 비올라가 화롯가에 앉아 낄낄거리고 있지 않은가.
이드는 비올라에게 눈을 부라리는 에단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빠악!
“끄아악! 아픕니다, 마스터!”
“아프라고 때렸다. 그래서 네 머리가 터졌냐? 충격을 준다고 터질 것 같았으면 벌써 터졌지. 연무장에서 나하고 대련하다가 두드려 맞아서 구른 거 기억 안 나? 충격으로 터질 것 같았으면 그때 터졌지.”
혹시 기억나지 않는다면 확실한 확인을 위해 당장이라도 그때처럼 두드려 주겠다는 듯 보이는 이드의 모습에 에단이 슬그머니 손을 내렸다.
“당연히…… 기억하죠. 하지만 그때와 이번은 또 다르지 않습니까. 새로 초인력이 더해졌으니 가득 찬 컵에 떨어진 물방울처럼 언제 작은 충격에도 흘러넘칠지 모르는 거죠.”
“비유는 좋다만, 상단전이란 것이 단순히 양으로 승부하는 곳이 아니야. 그곳은 단순히 물리적인 힘의 총량으로 말할 수 없는 영적인 공간이니까.”
일반적인 무공에는 언급도 되지 않는 상단전의 존재에 집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조심스럽게 귀를 기울였다.
특히 그중 비올라는 뭔가를 알아차린 듯 동그랗게 눈을 떴다.
“반물 반영이라면, 혹시 아스트랄 포인트를 말하는 겁니까? 상위 정신체로 도약하기 위한?”
“상단전의 묘용을 깨치면 양신을 만들 수 있으니・・・・・・ 상위 정신체라고 할 수도 있겠네.”
긍정하는 이드의 말에 비올라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할 줄 아는 거라고는 때리고 부수는 것밖에 없는 작자들이 상위 정신체가 될 수 있다고? 9클래스 대마법사도 힘든걸?”
뭔가 무인에 대해 굉장히 삐뚤어진 선입견 가득한 말이다.
이드는 딱히 그 선입견을 고쳐 줄 생각이 없어 비올라를 무시하고 에단에게 말을 이었다.
“잘 느껴 봐. 네 말대로 가득 찬 컵이라면 하단전이 차오를 때처럼 뿌듯한 느낌이 있어야할 텐데, 없지? 아니다. 상단전이 어디 있는지 감지되기는 해?”
“……”
연이은 이드의 말에 에단은 맞은 자리를 쓰다듬던 손까지 내렸다. 이드의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은 것이, 상단전의 존재 자체가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몸이 부으면 그 이상이 느껴져야 하는데, 그것이 없다는 것은 자신의 비유가 틀렸다는 뜻이니까.
“그럼 흡수된 초인력이 터질 일은 없다는 말씀이시죠?”
“글쎄, 왜 흡수되는지 이유를 모르니 그건 확답할 수 없지. 대신 충격으로 안에서 터지는 일은 없을 거야. 터진다면 외부의 충격에 네 머리가 깨지는 거겠지?”
“그런…… 첫 번째 부하가 죽게 생겼는데 너무 무책임한 말씀이세요!”
확실하지 않은 이드의 말에 에단이 우는 얼굴로 이드의 바짓가랑이를 잡았다.
“아, 쫌! 안 죽는다니까 자식이!”
이드는 징징거리는 에단을 떼어 놓고 라미아와 비올라를 불렀다. 당장 머리가 터져 죽을 일이 없어도 확실히 한번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였다. 다행히 흡수에 대해 듣고 준비해 둔 것도 있으니 확인해 봐야 했다.
가장 먼저 비올라가 작은 상자를 꺼내 탁자에 올리고 뚜껑을 열었다. 무슨 상자인가 싶어 관심을 보이던 사람들은 그 안에 들어 있는 흉흉한 분위기의 인형에 흠칫했다.
“둘이면서 하나, 해와 달이 비추는 이면, 깨어나라. 그림자.”
벌떡!
비올라의 주문이 끝나는 순간 누워 있던 인형이 몸을 일으켰다. 그에 커크가 놀라 두 발 물러섰지만 신경 쓰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정말 놀랄 일은 그 다음에 이어졌다.
제 스스로 일어난 인형이 스스로 자신의 몸을 찢어 냈기 때문이다. 피가 흐르는 것은 아니지만, 오히려 인형이기 때문에 더 으스스한 장면. 산산이 몸이 찢긴 인형이 머리만 남자 비올라는 머리를 들어 마나를 주입했다. 그러자 머리가 붉은 연기가 되어 인간의 형태를 하더니 곧 이상한 자세를 잡기 시작했다.
두 팔을 들고 경계하며, 정지한 상태.
“저거 아까 전에 내 모습 같은데?”
“당연하지. 그때를 보려고 만들어 놓은 네 그림자인데. 하지만 정말 아스트랄 포인트로 흡수한 초인력인 넘어갔으면…….”
비올라의 말이 끝나기 전, 인형에 변화가 생겼다. 붉은 연기와 같던 몸에 길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
그것의 시작은 당연하게도 눈이었다. 마치 구멍이 뚫린 듯 눈에서 생긴 구멍이 목과 가슴을 거치고 중단전에 닿더니 그 크기가 줄어들어 등을 따라 뒤통수에 이르더니 끊어졌다.
“쯧, 역시 이 녀석의 몸에 이상이 있는 건 아니군. 아깝게.”
“야! 이상이 없으면 좋은 거지!
“흥!”
이드도 형상을 그리는 붉은 연기를 보고는 라미아에게 고개를 돌렸다.
“네가 보기엔 어때?”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어쩌면 초인력을 흡수하는 것은 에단의 초인기가 아닐 수 있겠어요. 자신의 능력이라면 상단전으로 향한 초인력이 저렇게 사라질 수는 없거든요.]
“그거 좋지 않은 거잖아.”
차라리 자신의 능력이라면 좋다. 초인기가 그런 거니까. 대신 그것은 자신의 것이 되어 통제가 가능하고 자신을 지키는 용도로 쓰인다. 그러나 자신의 능력이 아닌 이유로 초인력을 흡수한다?
자신의 힘이 스스로의 몸을 망가트리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지만, 그 힘이 내 것이 아니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 사이 라미아가 비올라와 함께 에단을 눕혀 놓고 그의 몸을 살폈다. 아무래도 저쪽은 시간이 걸릴 것 같아 이드는 스톤과 톰에게 말했다.
“저쪽에서 언제쯤 다시 출발할 것 같나?”
“대략 하루, 이틀 후일 것 같습니다. 요새 주변의 이상에 대해 경계는 하겠지만, 저들은 이동 계획도 있기 때문에 답이 나오지 않는 일에 오래 매달릴 수 없을 것입니다.”
“어쩌면 이 밤에 당장 움직일 수도 있습니다.”
스톤과 톰이 번갈아 가며 의견을 내놓았다.
물론 그것은 라울이 총력을 다해 초인력을 흡수하는 초인기를 가진 초인을 찾고 있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다.
어느 쪽으로 움직여도 충분히 추격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니 문제는 없다.
“그래서 어떻게 나눌 생각이지?”
이드는 에단에게 북서쪽으로 가라고 했으니, 그 말을 들은 이들이 팀을 둘로 나누었을 것이 분명하다.
아니나 다를까 톰이 나서서 막힘없이 대답했다.
“저희들과 에린이 에단과 함께 북서쪽으로 향하고, 스톤과 검은돌이 기존 초인들을 쫓기로 했습니다.”
추적할 대상의 규모에 따라 나눈 것 같았다. 대규모의 초인들을 소수의 인원이 쫓을 수는 없으니까.
“톰이 추적하는 자들은 특히 조심에 또 조심하는 것이 좋을 거야.”
“당연히 그렇겠지만, 혹시 마스터의 감이 아니라 다른 이유도 있으십니까?”
이드는 조심스럽게 관심을 보이는 톰을 보다 전음을 날렸다. 아무리 철저하게 신용을 지키는 검은돌이라도 그 앞에서 하기에는 너무 무겁고 중요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납치된 검후의 흔적이 그 방향을 향한다는 정보가 있다. 정보의 정확성은 어쩔 수 없지만, 출처는 확실하니 믿어도 좋아.』
‘거・・・・・・ 검후님이라니…………….’
톰은 최대한 흔들리지 않는 척을 했지만 울렁이는 가슴을 진정시키기 위해 애를 써야 했다.
설마 검후에 대한 말이 나올 줄이야. 그는 갑자기 어깨 위가 무거워진 느낌을 받았다.
어쩌면 그들이 하기에 따라서 검후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제 목숨을 걸고 철저하게 움직이겠습니다.”
톰은 책임을 느낀 듯 다짐했지만, 이드는 그런 것을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아니, 내가 원하는 것은 조심하라는 뜻이야. 난 내 품에 든 사람이 죽는 걸 원하지 않아. 목표보다는 목숨이 먼저야. 끊어진 정보는 어디서건 다시 이어지니까. 알겠나?”
“아, 명심하겠습니다.”
이드의 말에 톰은 작게 감동한 듯 고개를 숙였다.
스톰은 목숨을 건다는 심상치 않은 말에, 그들이 가는 곳에 무엇이 있을지 궁금했지만 티를 내지 않았다. 어차피 에린이 같이 행동할 테니, 목표에 닿는다면 뒤에 그녀에게 들을 수 있을 일이다.
그게 아니라도 고용주에게 고용된 입장. 고용주가 비밀로 하는 일을 굳이 파헤칠 생각이 없다. 검은돌이 지금까지 명성을 쌓아 올릴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그것이니까. 철저하게 서로의 선을 지키는 것.
이야기가 끝나갈 즈음 한쪽에서 열심히 에단의 몸을 뒤적거리던 라미아와 비올라가 일을 마친 듯 다가왔다.
그 뒤로 어쩐지 지친 듯한 표정으로 에단이 웃옷을 걸치고 있었는데, 군데군데 붉은 자국이 보이는 것이 두 사람에게 어지간히 시달린 듯 보였다.
“뭐가 좀 나왔어?”
“원인 파악은 힘들지만 매우 흥미로는 사실 한 가지는 확인했습니다.”
[어쩌면 초인력 흡수는 에단의 초인기가 아닐 뿐 아니라, 흡수한 초인력의 주인도 아닌 것 같아요. 아무래도 제삼자가 흡수한 초인력을 가져가는 것 같아요.]
비올라에 이어 말한 라미아가 옆으로 다가온 에단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는 말을 이었다.
[쉽게 말해 지금 에단의 입장은 일종의 빨대에요. 외부의 초인력을 흡수하는 용도로 사용되는 불쌍한 빨대.]
“……빨대가 뭔가요?”
분명 좋지 않은 뜻인 것 같은데, 단어의 뜻을 몰라 기분 나빠하지 못한 에단이 인상을 쓰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