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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드 – 39화


그런 이야기를 듣고 있을 때 이드는 자신의 다리 쪽에서 무언가가 비벼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무언가 해서 돌려본 시선에 들어온 것은 백색의 귀엽게 생긴 동물이었다.

중원에서는 볼 수 없는 동물이었다. 생긴 모습은 고양이나 호랑이 새끼와 비슷한 것 같은데 상당히 작았다.

거기다 특이하게 복슬거리는 털에 뒤덥힌 긴 귀를 가지고 있었다.

그녀석이 지금 이드의 다리에 몸을 비벼대고 있었다.

“귀여운데…. 이리 와.”

그렇게 말하며 이드가 그 녀석을 들어 자신의 앞에 놓았다.

다른 이들도 하얀색의 녀석을 바라보았다.

“와~ 이드, 그거 귀엽다. 어디서 난 거야?”

이드 옆에 있던 지아가 이드 앞에서 가르릉거리는 녀석을 보더니 호들갑을 떨었다.

사실 그 동물은 여성들이 아주 좋아할 요건을 확실히 가진 녀석이었다.

“어디서 온 거지? 이리 와 봐…… 꺅!”

“캬르르르르.”

지아가 손을 뻗어 잡으려 하자 녀석이 일어서며 사납게 우는 바람에 깜짝 놀라서 손을 거두었다.

아마 손을 더 가까이 했으면 물려고 했을 정도였다.

“이 녀석도 니가 별난 걸 알아보는 모양이군.”

모리라스가 그렇게 말하며 이번엔 자신이 손을 뻗었으나 여전히 같은 반응이었다.

“녀석 낮을 가리나?”

이런 반응에 몇몇이 시도해보았으나 모두 실패. 저그는 손을 더 뻗다가 녀석의 손톱에 다칠 뻔했다.

“야, 이드 너 이 녀석이 좋아할 만한 거라도 가지고 있냐?”

“아님 이 녀석 원래 니꺼냐?”

“아니요, 저도 전혀 모르는 건데…… 그런데 이 녀석 도대체 뭐라는 동물이에요?”

“글쎄 나도 잘……”

그때 녀석을 자세히 살피던 가이스가 뭔가 떠오른 듯 탄성을 터트렸다.

“맞아, 이거 트라칸트야. 아직 어린 트라칸트 같은데……”

“이게?”

이드 주위의 인물들은 실제로 처음 보는 트라칸트를 보며 신기해했다.

이드 역시 신기한 듯 녀석을 들어 보았다.

녀석은 전혀 반항도 하지 않고 냥냥 거리며 울었다.

“누나 전혀 그렇게는 안 보이는데.”

“내가 읽은 바로는 트라칸트의 어린 모습이야. 그래도 그 녀석 화나면 변한다.

힘은 오크 하나 정도를 상대할 정도고. 그리고 완전히 큰 트라칸트 역시 평소 때 쉴 때는

지금 니가 들고 있는 새끼에서 좀 더 큰 정도의 모습으로 있다고 했어. 사람들이 꽤 잘못 알고 있는 거지.”

“그런데 이 녀석 어디서 온 거지? 어미가 찾으러 오지 않을까?”

“모르지…….”

그때 저쪽에서 벨레포의 출발 명령이 떨어졌다.

그의 말에 여기저기 앉아있던 사람들이 일어나 말에 올랐다.

이드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며 품에 트라칸트를 안았다.

“데려가려고?”

“응, 그냥 놔둬도 따라올 것 같아서 ….. 데려가도 별 상관없을 것 같아요.”

“너 그러다, 그 녀석 어미한테 물려간다.”

이드는 말에 올라 자신의 품에 있는 트라칸트와 장난을 치며 말을 몰았다.

아무리 강해도 18살짜리다.

그렇게 트라칸트와 놀고 있을 때였다.

이드의 어깨 위에 올라가 있던 녀석이 갑자기 고개를 돌려 일행이 가고 있는 길의 오른쪽을 바라보며 으르렁거렸다.

“음? 왜 그래?”

그렇게 말하며 시선을 돌린 이드 역시 그쪽에서 풍겨오는 이상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뭔지는 몰라도 인간은 아니야….. 실프, 가서 뭔지 좀 봐줄래? 들키지 않게…..”

그렇게 말하자 주위의 공기가 잠시 출렁거렸고 이드의 앞으로 다시 나타난 실프가 무언가를 이드에게 전해 왔다.

그런 후 이드는 곧바로 앞으로 가던 말을 멈춰 뒤에선 벨레포에게 다가갔다.

급히 다가온 이드를 보며 의아한 듯 고개를 돌린 벨레포에게 이드가 조용히 말했다.

“벨레포씨, 적입니다.”

이드의 말에 벨레포는 주위를 한번 둘러보고 이드가 보았던 방향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대단하군….. 몇인지도 알고 있나?”

“실프의 말로는 대략 서른 정도입니다. 그러나 인간은 아니랍니다.”

“그렇군. 느껴지는 기운으로 보아…… 전원 정지. 전원 마차를 호위하고 대열을 갖추어라….”

그렇게 말하고는 그는 마차 앞으로 나섰다.

호위들 역시 의문을 달리지 않고 곧바로 대열을 맞추었다.

병사들이 마차를 에워싸고 그 양옆과 앞으로 용병들이 포진했다.

대열이 맞추어지자 벨레포가 앞으로 나섰다.

얼떨결에 벨레포 옆에 서있던 이드 역시 벨레포와 같이 서게 되었다.

“발각되었으니 그만 나오시지….”

“저… 벨레포씨, 그렇게 말하면 도망가지 않을까요? 아무래도 기습을 하려 했던 것 같은데….”

“나올 걸세. 저들은 인간이 아니지…. 게다가 겨우 서른으로 공격하려 했으니 그만한 자신감 역시 있었겠지…”

벨레포의 예상이 정확했던지 숲 속이 이지러지며 서른 정도의 오크들이 뛰어나왔다.

그러나 보통의 오크와는 달랐다.

오른손에는 손 대신 갈고리와 같은 것이 달려있었다.

거기다 질질 흘리는 침과 풀려있는 듯한 눈…….

“오크로 간단한 키메라를 만든 것 같은데……”

뒤쪽에 서있던 마법사인 가이스의 말이었다.

그녀의 말에 이드와 벨레포 오른쪽으로 있던 또 다른 남자 용병 마법사가 맞장구쳤다.

“확실하군.”

“쿠워 우어어.”

이상한 표효와 함께 서른 마리의 오크들은 둘로 나뉘어 가이스와 그 남자 마법사가 있는 쪽을 목표로 공격해 들어왔다.

“막아라. 마법사가 제일 공격 목표인 듯하다. 그리고 두 사람은 뒤로 물러나서 마법을 사용하도록.”

아까 전과는 다른 묵직한 벨레포의 명령에 용병들과 일부 병사들이 움직여 나갔다.

그리고 가이스와 남자 마법사 오르시크는 뒤로 물러나서 공격 기회를 찾기 시작했다.

키메라 오크들은 키메라답게 보통의 오크와는 다르게 상당히 빠른 속도와 힘을 발휘하고 있었다.

그러나 용병들 역시 벨레포에게 테스트 받아 통과한 이들이고 병사들 역시 벨레포의 밑에 있는 실력자들이다 보니 전혀 밀리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이드는 나서지 않고 옆에서 화살을 들어 올렸다.

“실프, 화살을 저기 오크만 골라서 날려 줘.”

그렇게 주문한 후 손에 든 십여 개의 화살을 공중으로 던졌다. 그러자 화살은 곧바로 쏘아지듯 나아갔다. 거기다 실프가 조종하고 있었기에 오크에게만 골라서 날아갔다.

“췻….”

“칵……크…”

화살을 몸에 맞은 녀석들은 느끼지 못하는 듯했으나, 눈에 맞은 녀석들은 앞을 보지 못해 난동을 피웠다. 그리고 그런 녀석을 상대하던 사람은 곧바로 끝내 버리고 옆의 사람을 도왔다.

“모두 다 오크들에게서 떨어져요.”

가이스의 날카로운 외침에 오크들에게 검을 날리던 사람들이 모두 옆으로 비켜났다. 그리고 그 오크만 남아 있는 공간에다가 마법을 퍼부었다.

“아이스 애로우.”

“파이어 애로우.”

“파이어볼.”

반짝이는 얼음과 불꽃이 날아가 오크들의 몸을 꿰뚫고 터트렸다. 잠시 동안 공중에 난무하던 것들이 땅에 떨어지고 곧바로 비릿한 혈향과 뭔가 타는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노드 소환, 노드 저 녀석들은 모두 저쪽으로 날려버려 줘.”

이드는 앞에 소환된 소녀 모습의 바람의 중급 정령에게 명령했다. 그러자 오크들이 널려 있는 주위로 강력한 바람이 일었고, 주위에 흩어진 오크 조각들이 한꺼번에 날아올라 길 저쪽으로 날려갔다. 더불어 기분 나쁜 냄새 역시 날아가 버렸다.

“제길 뭐 저런 게 있어 기분만 더럽게….”

거대한 투핸드 소드를 들고 있던 용병이 투덜거렸으나, 다른 이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키메라 오크들은 싸우고 나서 이겼어도 기분이 영 아니었다.

“그만하고 대열을 정비하고 출발한다.”

벨레포의 말에 따라 마차가 출발했고, 용병들과 병사들이 자신의 자리를 찾아 대열을 맞추었다. 벨레포는 그들을 보고는 말을 돌려 마차 옆으로 가서 섰다. 마차에 타고 있는 메이라라는 공녀를 안심시키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리고 말이 출발한 후 잠시 뒤, 벨레포가 직접 이드에게 다가왔다.

“자네한테 고맙군. 자네가 아니었으면 꼼짝없이 기습을 당할 뻔했어.”

“별 말씀을요, 그리고 먼저 알아차린 건 이 녀석이지 제가 아니거든요.”

그렇게 말하며 이드는 자신의 앞에 있는 트라칸트를 들어 올렸다.

“응?.. 레티… 이 녀석 여기 있었군……”

“벨레포씨, 이 녀석을 아세요? 점심을 먹을 때 저한테 온 건데….”

“그 녀석은 내가 아가씨 생일 때 잡아서 선물한 트라칸트일세…… 녀석이 여기 있을 줄이야…. 자네도 알겠지? 아가씨…. 아침의 소동도 있었으니….”

“하. 하. 들으…셨어요?”

“그렇게 엄청난 비명을 못 들으면 검을 놔야지…. 어찌됐든 이리 오게…. 그 녀석도 건네드리고 인사도 하고…..”

“저기….. 인사는 좀…….”

“사내자식이 그렇게 부끄러워해서야….. 15일은 넘게 걸릴 시간인데 그동안 얼굴도 안 보려고? 레티, 그 녀석은 내가 데려가지도 못해. 어서 따라와!”

그는 그렇게 말하고 거의 끌다시피 이드를 데리고 마차 옆으로 말을 걸었다.

“아가씨, 저 벨레포입니다. 들어가겠습니다.”

“네, 아저씨 들어오세요.”

부드러운 목소리와 함께 마차의 문이 열렸다. 그러자 벨레포는 말을 병사에게 부탁하고 마차 안으로 올라탔다. 이드 역시 거의 끌리다시피 해서 마차에 올라탔다.

마차 안은 상당히 넓었다. 마차의 뒤쪽으로 3명 정도는 잘 수 있을 침대를 겸한 소파가 놓여 있었고, 반대쪽으로 폭신한 소파가 놓여 있었다. 또한 마차 천정에는 컨티뉴얼 라이트가 걸린 구슬이 달려 있었다. 내부의 장식 역시 상당히 따뜻한 분위기였다.

이드와 메이라는 마차에 들면서 서로를 보고는 고개를 들지 못하고 바닥만 바라보았다. 한 사람은 알몸을 보여줘서이고, 한 사람은 알몸을 본 사람으로서 부끄러운 것이다.

“아가씨, 레티 녀석이 이 친구한테 가 있었군요. 그리고 이 사람이 공격을 알려준 사람입니다.”

벨레포가 어색해하는 두 사람을 보며 말을 꺼냈다.

“여..여기 있습니다. 그리고 아침에는 죄송했습니다. 잠결에 그만…..”

그렇게 말하며 이드는 자신의 어깨에 있던 녀석을 들어 메이라에게 내밀었다.

“괘….괜찮습니다. 실….실수란 게 있을 수 있죠……”

“그리고….. 레티를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아니요. 아가씨의 애완동물인 줄 몰랐습니다.”

“저는 이드라고 합니다.”

“그러세요. 저는…..”

“본명을 말하셔도 됩니다. 아가씨.”

“네. 메이라라고 합니다.”

“용병이신 것 같은데…… 마법사이신가요?”

“아니요. 정령을 사용합니다. 그리고 검도….”

“정령이요? 그럼 어떤 정령들을……”

“그럼 이야기 나누십시오, 아가씨.”

벨레포는 이야기하는 두 사람을 보고는 다시 마차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엉? 이드 녀석은 왜 안 나오지?”

이드가 벨레포와 같이 마차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있었던 이드의 일행들과 세 명의 병사는 의아한 듯 말했다.

“녀석, 들어가서 쥐도 새도 모르게 스윽…… 아, 알았어 농담이야….”

“헛소리 좀 그만해라~”

다시 시작되려는 타키난의 헛소리를 가이스가 살기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며 막아버렸다.

“그나저나 정말 왜 나오지 않는 거지?”

벨레포에게 직접 가서 묻기도 그러한지라 얼굴에 의문부호만 달고 있었다.

“이걸 이렇게 한다고요?”

“아니요, 그 드라군은 이쪽으로요.. 그래요.”

이드는 말을 탄 기사를 조각해 놓은 작은 나무 인형을 그녀가 알려주는 곳에 가져다 놓았다.

“류나가 있긴 했지만 이틀 동안 심심했는데…..”

지금 그녀 메이라는 이드에게 스타크라는 이름의 체스 비슷한 게임을 지도하고 있었다. 이틀 동안 할 일이 없었던 그녀로서는 재미있는 놀이였다. 사실 벨레포가 이드를 데리고 온 것도 이것 때문이다. 나이도 비슷한 이드가 그녀가 수도까지 도착할 때까지 심심치 않게 상대해주는 것…. 하녀인 류나가 있기는 했지만 하녀는 어디까지나 하녀인 것을……

이드가 말을 놓으면서 메이라에게 물었다.

“메이라 아가씨는 마법을 공부하셨다구요?”

“그래요, 어릴 때부터 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배우기 시작한 거예요.”

“그럼 어느 정도 실력이신데요?”

“이드는 숙녀에게 그런 걸 물으면 안 된다는 걸 모르시나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살짝 웃고는 말을 이었다.

“지금까지 4클래스를 마스터했고, 얼마 있으면 5클래스까지 마스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요? 그런 가이스 누나와 어느 정도 비슷한 실력 정도는 되겠네요?”

“가이스… 라니요?”

“아! 제 일행 중에 있는 누나죠. 마법사인데 5클래스까지 마스터했습니다.”

“그래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나이트를 이드의 진중에 놓았다.

“그런데 이드는 왜 바람의 정령 말고 다른 정령과는 계약하지 않았어요?”

“… 쓸 일이 없었으니까요. 지금까지 바람의 정령만으로도 충분했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거든요. 여기… 저글링.”

“그런 저도 역시 캐리어로… 그래도 좋으시겠어요. 정령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니… 전 아직 어려운데…”

“자, 여기 퀸입니다. 그런데 어렵다뇨? 뭐가요?”

얼굴에 ‘왜 그런데요?’라는 표정을 지은 채 메이라를 바라보았다.

“설마 모르세요? 정령을 사용하면서…”

“그거… 모르면 안 되는 겁니까?”

“그건 아니지만… 정령술을 부리려면 기초적으로 자연과의 친화력이 있어야 하는데, 몇몇의 인물이나 사람만이 가지고 있죠. 물론 엘프와 드래곤들은 제외고요. 물론 정령술에 대해 배워야겠지만요. 그러나 보통 사람들은 배운다 해도 되지 않아요. 마법사들 역시 정령술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6클래스 정도는 마스터해야 정령과의 계약이 가능해지죠.”

그녀의 말을 들으니 이드의 머리에 떠오르는 내용들이 있었다.

“……몰랐어요.”

“누구죠? 당신에게 정령술을 가르쳐준 사람이… 어떻게 그런 기본적인 걸…”

“일리나라는 엘프인데…”

“엘프… 그럼 그럴 수도 있을 것 같군요.”

엘프… 별로 이것저것 설명을 달지 않는 종족이다.

“그런데 메이라 아가씬 걱정도 안 되나 보죠?”

“뭐가요?”

“공격을 받았잖아요… 그것도 키메라. 누군가 노리고 있다는 말이잖아요.”

이드가 그것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메이라를 보며 떠보려는 듯 말해 보았다.

“괜찮아요. 벨레포 아저씨가 있는걸요. 그분이 다 알아서 하실 거예요.”

‘그 아저씨 상당히 신용이 괜찮은 것 같군…’

“그런데 이 녀석은 왜 여기서 자는 거죠?”

이드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무릎 위에서 졸고 있는 레티를 바라보며 투덜거리듯 말했다.

“레티가 이드를 좋아하는 모양이네요. 사실 레티는 제 말도 잘 듣지 않아요. 완전히 듣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요. 아마 레티가 이드를 따르기로 했나 보죠.”

“그렇게 기쁘진 않은데요. 여기 킹입니다. 제가 이겼죠?”

이드는 자신이 들고 있던 킹을 메이라의 킹이 놓여있던 자리에 놓으며 말했다.

“대단하네요… 비록 몇 점 깔기는 했지만… 빨리 배우시는군요.”

“뭐 별거 아니죠. 이것과 비슷하다면 비슷한 걸 했었지요.”

사실 이드는 중원에서 바둑과 장기들을 두었었다. 그것에 비하면 이건 단순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었다. 단지 익숙하지 않고 전술도 전혀 다르다는 것뿐… 우선 익숙해지고 나면 이드에게는 별 것 아닌 게임인 것이다.

“그럼 이번엔 봐주기 없이 한번 해볼까요?”

“좋죠.”

벨레포는 작은 개울이 흐르는 숲 앞에서 멈춰 섰다.

“전원 정지. 오늘은 여기서 야영할 것이다. 각자 준비하도록.”

벨레포의 말에 따라 용병들과 병사들이 말에서 내려 저녁 준비를 시작했다. 이미 도시락은 있었기에 모닥불을 준비하고 주위를 정리하고 살피는 것 정도일 뿐이었다.

벨레포는 그런 모습을 한번 휘둘러보고는 마차의 문을 열었다.

마차 안은 의외로 조용했다. 이드와 메이라는 네모난 스타크 판을 사이에 두고 앉아있었고, 류나는 그런 메이라 옆에 앉아 스타크 판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그들의 앞으로는 찻잔이 하나씩 놓여있었다. 그리고 레티는 여전히 이드의 무릎에 앉아 졸고 있었다.

벨레포의 예상과는 다른 의외의 광경이었다.

“벨레포씨 오셨습니까?”

스타크 판을 보고 있던 이드가 마차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런 이드의 말에 메이라와 류나 역시 고개를 돌렸다.

“아저씨… 야영할 곳에 도착한 모양이죠?”

“그렇습니다. 아가씨. 그런데… 스타크를 그렇게 정신없이 하시다니… 이드의 실력이 상당한 모양이군요.”

그의 물음에 메이라가 재미있다는 듯이 살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이번에 처음 해보는 것이라고 하는데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아요.”

“헛, 저희 제국에서도 스타크라면 수준급이신 아가씨와 비슷한 실력이라니… 헛 참, 그럼 계속하십시오. 저는 나가 보겠습니다.”

“아, 저도…”

나가려는 벨레포를 보며 이드 역시 일어나려 했으나 벨레포가 말렸다.

“아~ 그냥 있게. 특별히 할 일도 없으니… 자네 식사도 여기로 가져다주지. 그리고 아가씨 좀 어두운 것 같은데… 라이트 볼을 마저 켜겠습니다.”

“온!”

벨레포가 마차의 문을 닫으며 그렇게 외치자 마차의 벽에 붙어있던 두 개의 라이트 볼이 환하게 빛나 마차 안을 비추었다.

“괜찮으시겠어요? 동료 분들과 같이 식사하시는 게…”

“아니요, 저는 괜찮습니다. 걱정 마세요.”

사실 이드도 그들과 같이 식사하려 했으나 여기 마차에서 메이라와 류나 단둘이서만 식사한다는 게 어떻게 보면 안쓰럽게 느껴져서 그냥 있기로 한 이드였다.

그리고 밖으로 나온 벨레포씨는 자신의 수하들 중 10여 명을 모아두고 무언가를 의논하고 있었다.

“모두 알겠지만, 낮에 받았던 공격은 의도적이었다. 누군가 우릴 노리고 있다는 뜻이지…”

“그럼 역시, 카논 쪽이나 아나크렌이겠군요.”

“음~ 다른 나라들은 생각할 수 없으니… 거기다가 카논이라고 보는 게 가장 좋겠지… 듣기로 기사들마저 개조하기도 한다고 하니까…”

“그럼…..”

“오늘부터 경계를 철저히 해야겠다. 우선 너희들이 한 팀씩 맞아서 경비를 서줘야겠다. 그것도 우리가 야영하는 지점을 둥글게… 그리고 마법사들에게도 알람 마법을 부탁해야겠지…..”

“그런데 녀석들이 점점 강하게 나오면 어떻게 하죠? 듣기로 기사들을 소드 마스터로 개조했다던데…… 그 녀석들이 몰려온다면….”

“아마… 그러하게까지 크게 일을 벌이진 않을 거야…… 뭐 배제할 순 없으니 서두르는 게 좋겠지…”

“그럼 각자 두 명이 한 조로 각자 3명의 인원으로 주위를 경계한다. 그리고 순서는 자네들이 정하게나….”

“알겠습니다.”

“그럼 식사나 해볼까? 참! 자네, 그 이드라는 소년의 식사는 가져다줬나?”

“예, 아마 지금쯤 아가씨와 식사를 하고 있을 겁니다.”

“그런데 벨레포님, 왜 용병을 아가씨와 같이…..”

검은머리에 호리호리한 체격의 검사가 도시락을 풀며 물었다.

“아가씨를 위해서지. 뭐… 류나가 있긴 하지만 가까이 할 만하고 같이 시간을 보내줄 인물이 없지. 그런 면에서 그 이드라는 소년은 나이도 비슷하고 정령 마법도 하는 데다가… 메이라 아가씨의 정체를 알았는데도 별 신경을 쓰지 않더군… 그러고 볼 때 아주 좋은 친구감이지…..”

“벨레포님, 그러다 아가씨의 어머님께 아무나 소개시켜줬다고 잔소리 듣는 거 아닙니까?”

“하… ^^;;, 공작님께서 막아주시겠지…… 어서들 식사하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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