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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드 – 40화


“그럼 쉬십시오.”

이드는 그렇게 인사하고 마차에서 내렸다.

주위를 둘러보니 하늘은 어두웠고 군데군데 모닥불이 피어올라 주위를 밝히고 있었다. 그리고 낮의 전투로 조금 피곤해진 일행들이 쉬고 있는 주위로 군데군데 서 있는 용병과 병사들이 보였다.

“낮의 전투 때문인가?… 그런데 ……… 아! 저기 있구나….”

이드는 한쪽에 모여 쉬고 있는 일행들이 눈에 들어왔다.

“저녁을 잘들 먹었어요?”

“어! 이드, 너 죽지 않고 살아 돌아왔구나….. 퍼억… 크윽!”

그렇게 장난치던 타키난은 다시 옆에 있는 가이스에게 뒤통수를 얻어맞고는 고개를 숙였다.

“장난치지 말라고 했지…..”

“그런데 너 마차에서 뭐 한 거야?”

“혹시 공녀와 서로 눈이 맞아서….. 아…. 알았어 안 하면 되잖아….”

“뭐….. 별것도 아니야. 아침의 일 사과하고…. 잠시 놀다 왔지 뭐… 스타크라는 거 배워서 말이야.”

“아~ 그거?”

“야. 야. 그만 떠들고 빨리들 자….. 좀 있다가 불침번을 서야 하잖아.”

한쪽에 누워 있던 칸이 자리에 바로 누우며 말했다.

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동의한다는 듯 하나둘 자리에 누웠다.

“이드 너도 자라. 피곤할 텐데.”

끝으로 가이스가 말하고 자리에 누웠다.

그 말에 이드도 자신의 가방에서 침낭을 꺼내서 펴고는 자리에 누웠다.

‘차….. 자기 전에 주위에 기문진을 쳐 둔다는 게….. 아니! 필요 없겠군…. 가이스 누나가 마법을 걸어두었겠지….’

그 생각을 마지막으로 이드는 편하게 눈을 감고 잠에 들었다.

별 장식이 없는 방 안에 앉은 검은 갑옷의 사내는 손에 술잔을 들고 앞에 있는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그의 옆에는 그와 같이 잔을 들고 있는 남자가 둘 있었다.

뒤쪽 창문으로는 은은한 달빛이 비쳐들고 있었다. 천정에 달린 라이트 볼로 환해 보이는 실내에 있는 사람들은 제일 중앙에 있는 남자는 검은, 상당히 웅장하고 무겁게 보이는 갑옷에 갈색 머리의 중년으로 보였다.

그런 그의 눈은 상당히 깊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기 어려울 정도였다. 인상 역시 그냥 본다면 동네 아저씨 정도라고 여겨질 정도로 거부감이 없었다.

그리고 그의 오른쪽에 있는 사람 역시 중년의 나이로 보였으며 붉은색의 갑옷을 입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긴 검은색 수염을 쓰다듬고 있었다. 그런 그의 얼굴은 마치 관운장과 같았다.

그리고 마지막 한 명, 중앙의 사내 왼쪽에 앉은 인물은 젊어 보이는 나이였다. 이십 대 중반 정도의 나이로 꽤 차가워 보이는 인상의 인물이었다. 그런 그의 푸른 눈에 앞에 있는 검은 갑옷의 기사가 비쳐지고 있었다.

“그래 결과는?”

중앙에 앉아 있는 중후해 보이는 사내가 입을 열어 물었다.

“예, 벨레포를 제외한 전투 가능 인원 40명, 그중 마법사가 두 명, 그리고 하급 정령사가 한 명입니다. 또한 키메라의 전투 결과, 전투까지 걸린 총 전투 시간은 10~15분 정도. 그쪽에서 인원이 10여 명 많았고 마법사가 두 명 있었다지만 상당히 빠른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접근 도중 이미 적에게 움직임을 포착당했습니다. 이것은 벨레포의 실력으로 생각됩니다. 꽤 상급의 실력으로 생각됩니다.”

“그래….. 전투 능력에 대한 평가는 끝났고… 시커…. 너라면 어떻게 해보겠느냐?”

그의 눈길이 시커라 불린 청년에게 돌려졌다.

그의 질문에 시커는 별로 생각해 볼 것도 없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어차피 그들의 인원은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니 실력이 있는 자들을 쉼 없이 투입, 그들을 지치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들이 상당히 지치고 난 후라면 우리 쪽에서 기사들을 투입, 한 번에 끝내 버린다면…..”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인원의 손실이 많을 텐데……”

“용병을 사용하면 간단합니다.”

“그럴듯하군….”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관운장과도 같은 사내가 허허거리며 말했다.

“하지만 그렇게 시간을 끌다가는 더 좋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의 정체도 적이 전멸한다면 당연히 지켜지는 것. 기사 40명을 투입하면 간단해질 일이다. 그렇잖은가?”

“그렇지…”

붉은 갑옷의 남자에게 그렇게 고개를 끄덕여준 검은 갑옷의 기사는 여전히 앞에 서 있는 기사에게 명령했다.

“작전은 들었다시피 이것이다. 시간은 더 끌 것도 없지. 당장 실행하라. 어차피 모래까지는 도시에 도착할 수 없을 테니… 그리고 특히 생존자들이 없도록 주의하도록 할 것.”

“예!”

검은 갑옷의 기사는 정중히 대답하고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하~암! 자다가 일어났다가 다시 잤더니 잔 것 같지도 않아…”

“맞아요…. 차라리 늦게 자거나 일찍 일어나는 게 낫지….”

타키난과 차노이가 그렇게 투덜거리며 말을 몰아갔다.

이드 일행은 밤에 불침번을 맞게 되었다. 조용히 푹 잠에 빠질 때쯤 사람을 깨우고 다시 잠이 들어 푹 잘 때쯤 사람을 깨워가자니…. 이럴 때는 정말 짜증 난다. 당해본 사람은 이해하리라….

“그런데…. 이드 이 녀석을 또 마차로 불려갔나?”

“그래요. 아까 저기 마차 옆에 있던 병사가 데리러 왔더라구요.”

“에고…. 누군 좋겠다. 마차에서 앉아 편히 놀면서 가고, 누군 졸린 눈을 비비며 이렇게 고통스럽게 말을 몰고….”

“흥… 가소로워서…..”

지아의 눈총과 함께 여럿의 눈빛이 콜에게로 향했다.

“니가 코고는 소리 때문에 우리들은 더 잠을 못 잤단 말이야…. 그렇게 코까지 골며 자놓고 뭐? 피곤? 우리 앞에서 그런 말이 나와 이 인간아!”

“아…. 하하… 그게….. 그런가?”

콜은 주위의 삼엄한 눈빛에 변명도 못 하고 조용히 한쪽으로 찌그러졌다.

“…….”

조용한 공기가 마차 안을 흐르고 있었다.

“….. 킹입니다. 제가 이겼네요. 메이라 아가씨.”

이드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킹을 메이라의 진 중앙에 놓았다.

그 모습을 보며 메이라와 메이라 옆에 앉은 류나가 한숨을 쉬었다.

“….졌네요.. 후~ 정말 이드님처럼 이렇게 실력이 빨리 느는 사람은 처음이에요.”

“뭘요. 저번에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이것과 비슷한 게임을 해본 적이 있다고… 그래서 이 정도나마 하는 거죠.”

“차 드시면서 하세요.”

그 말과 함께 류나가 차가 든 잔을 메이라와 이드 앞에 놓았다.

“고마워요. 류나!”

이드는 그렇게 말하며 앞에 놓인 차를 마셨다. 달콤한 것이 맛이 아주 좋았다.

‘달콤한 게….. 후~ 꿀차 같다…. 음… 맛있어.’

이드가 마차 안에서 차를 마시는 동안 마차는 숲길을 통과하고 있었다.

숲길은 꽤 넓어서 옆으로 말을 타고 나란히 4, 5사람은 다닐 수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양옆으로는 숲이 있었는데, 그렇게 크지는 않았으나 경치는 그런 대로 좋았다.

그러나 보통 사람에게 좋다뿐이지, 누군가를 호위하거나 누군가의 공격을 피하는 입장에서는 꽤 골치 아픈 지형인 것이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젠장… 그냥 넘어갈 리가 없지. 전원 대열을 정비하고 적의 공격에 대비해라. 보통 놈들이 아니다.”

마차 옆에서 지형 때문에 더욱 주위를 기울여 살피던 벨레포가 소리쳤다.

벨레포의 명령이 떨어지자 여기저기 있던 용병들과 병사들이 마차를 중심으로 방어하기 시작했다. 아직 공격이 없었으므로 어느 쪽에서 공격해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하…. 힘들겠는데… 이번 녀석들은 보통 놈들이 아니야…..”

“벨레포님…”

옆에 있던 병사가 벨레포의 말을 듣고 그를 바라보았다.

“녀석들이 상당히 가까이 올 때까지 감지하지 못했다. 그걸로 보아 꽤 하는 놈들이다…. 설마 이렇게 크게 나올 줄은….”

벨레포의 말이 끝나면서 마차를 중심으로 40여 명의 인원이 숲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모두 검은색 갑옷을 입고 있었다. 또한 얼굴이 굳은 듯 뚜렷한 표정이 없었다.

“마차를 노리는 놈들이냐?”

벨레포가 거의 형식적으로 그렇게 외쳤으나, 그에 대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그런 벨레포 앞에 있는 검은 기사가 외쳤다.

“전원 공격. 적을 살려둬선 안 된다.”

그의 외침에 벨레포 역시 즉시 대응했다.

“각자 최대한 방어 형태를 취하고, 마법사는 뒤에서 적을 공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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