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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드 – 70화


서재의 오른쪽과 왼쪽을 가득 채운 엄청난 크기의 책들과, 그 책들을 담고 있는 거대한 책꽂이.

책꽂이 앞에는 천장에 닿을 듯한 긴 사다리가 두 개씩 놓여 있었다.

책장들 사이, 서재의 중앙에는 책 읽기에 좋은 파란 단색의 카펫이 깔려 있었다.

그리고 서재의 중앙에서 조금 뒤쪽에는 커다란 책상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 책상은 위에 세네 명이 누워도 될 만큼 컸다. 책상 위에는 하얀 종이 몇 장이 놓여 있었다.

창문 쪽 벽에는 커다란 그림이 걸려 있었다. 케이사와 메이라도 포함된 것을 보아 가족사진인 듯했다.

사진 중앙에는 케이사가 자리하고, 양옆에는 여인들이 서 있었다.

왼쪽에는 메이라, 오른쪽에는 메이라와 닮은 중년의 여인이 있었다. 아마 메이라의 어머니인 듯했다.

그리고 케이사 앞에는 조그마한 꼬마가 서 있었다. 케이사와 같은 밝은 금발을 찰랑이는 소년이었다.

장난기가 가득한 귀여운 얼굴이 인상적이었다.

이드가 서재의 모습을 탐험(?)하고 있을 때쯤, 바하잔의 이야기도 끝을 맺고 있었다.

“바하잔 공작… 그대의 말이 맞다면, 삼국의 역사가 여기서 끝나게 될지도 모르겠군요.”

묵직하게 들리는 케이사의 목소리에 바하잔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그래서 제가 온 것이지요.”

“그렇겠지요. 저 역시 공작의 말씀에 동감입니다. 그들의 알 수 없는 전력과, 스스로를 여석 혼돈의 파편이라 자처하는 존재들… 아무래도 그대는 나와 함께 궁에 들어가 폐하를 알현해야겠소이다.”

그 말에 바하잔의 얼굴에는 잘되었다는 듯한 화색이 돌았다.

“저야말로 부탁드리려 했던 일이오이다.”

“그리고… 아나크렌 쪽과도 연락이 이루어져야 할 것 같군요. 그쪽으로는 차레브 공작께서 가신다 하셨습니까?”

그 말에 바하잔은 케이사의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아마 지금쯤은 아나크렌의 크라인 황제를 알현했을지도 모르지요.”

“그렇다면 잘된 일이군요. 허, 참… 대륙의 삼대 강국이라 불리는 나라들이 한 인물에게 놀아났다니…

이번 일이 별일 없이 끝난다 해도 역사적인 치욕으로 남겠군요.”

씁쓸히 내뱉는 케이사 공작의 말에 나머지 세 사람도 입맛을 다셨다.

대륙의 강대국이라 자부했던 세 나라가 한 마법사에게 놀아난 사실은 실로 치욕스러운 일이었다.

실내의 분위기가 점점 가라앉는 듯하자, 이드가 슬그머니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저기… 저는 나가 볼게요. 배도 좀 고프고 해서.”

“음? 아… 자네가 지루했겠구만. 내가 하인을 불러 안해하도록 하지.”

이드가 케이사 공작을 향해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괜찮습니다. 1층에 동료들이 있는데, 거기 가보죠 뭐. 그럼 계속 이야기 나누세요.”

스르륵… 쿵.

케이사는 이드가 나가며 닫은 문을 바라보다가 시선을 벨레포에게로 돌렸다.

그의 얼굴에는 연장선상에 있는 듯한 의문이 떠올라 있었다.

“이제 설명해 주겠나? 벨레포… 저기 저 이드라는 소년… 누구인가?

자네와 여기 바하잔 공작께서 소년을 데려온 것을 보면 이유가 있는 것 같은데…

그리고 그 중요한 이야기를 그냥 듣도록 놔두기도 했고 말이야.”

그 말에 벨레포의 얼굴에 스르르 미소가 떠올랐다.

마치 상대를 놀라게 할 무언가를 준비한 사람이 상대의 반응을 기대하는 듯한 미소였다.

“전력입니다. 중요한 전력이죠.”


그 시각, 중요한 전력으로 평가된 이드는 천천히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

“역시… 나는 그런 무거운 분위기는 별로란 말이야.”

혼잣말처럼 보일 수 있었지만, 이드에게는 혼잣말이 아니었다.

그에게 답하는 작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있었다.

[그게 좋은 거예요. 밝은 게 이드님과 어울린다구요.]

그렇게 대답한 것은 붉은 검집에 싸여 이드의 허리에 걸린 검, 라미아였다.

저번 전투에서 라미아와 화해한 이드는 그때부터 약속대로 라미아를 허리에 달고 다니기 시작했다.

“그렇지? 길지 않은 한 평생 고민하며 살 필요는 없지.”

그러나 라미아는 이드의 말이 이상하게 들린 모양이었다.

[그건 좀 아닌 것 같은데… 이드님의 경우에는…]

“에이… 사람마다 의견의 차이는 좀 있을 수 있지 뭐.”

그러나 라미아는 이드의 말에 작게 중얼거릴 뿐이었다.

[그게 아닌데… 이드님은…]

워낙 작은 울림이라 이드는 듣지 못했다.

1층에 내려온 이드는 아까 올라오면서 가이스 등이 들어가는 것을 본 접대실의 문 앞에 섰다.

스윽…

황금빛 문의 손잡이를 잡은 순간, 안에서 들려오는 대화가 이드의 귀에 들어왔다.

“그런데 우리가 할 일이 뭐란 거야? 아무래도 쉬운 일일 것 같진 않은데…”

타키난의 목소리가 들리자, 방 안에서 가이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당연하잖아. 보수가 많다는데.”

묵직한 모리라스의 목소리가 대화를 받았다.

“더구나 이드 녀석과 같이 움직이는데다가, 실력까지 따진다면… 자세한 건 누군가 오면 물어보지 뭐. 여기 앉아 있어봤자 알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임마, 누가 그걸 모르냐? 궁금하니까 그러지. 젠장, 왜 아무도 안 오는 거야.”

콜인지 라일인지 모를 목소리와 함께, 이드는 잡고 있던 문고리를 놓아버리고 뒤로 물러섰다.

“지금 들어갔다가는 엄청 시달릴 것 같지?”

[그럴 것 같은데요, 이드님.]

라미아의 말을 들은 이드는 그 자리에서 돌아서 저택의 정문을 향해 걸어나갔다.

스르르… 쿵.

저택의 큰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이드의 눈에 처음 들어온 것은, 오며 지나쳤던 넓은 정원이었다.

둥글게 다듬어진 정원은 중앙에 넓은 분수가 있어 정원을 더욱 생동감 있게 만들었다.

돌로 깔끔하게 깎인 길은 정원의 외형을 따라 원형으로 깔려, 저택의 입구와 정문을 이어주고 있었다.

“아나크렌에서 본 것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깨끗한… 뭐라고 해야 하나… 음… 깔끔한 느낌의 정원이네. 안 그래? 라미아.”

정원을 훑어보던 이드는 허리에 걸린 라미아를 향해 물었다.

[그렇긴 하네요. 하지만 너무 직선적인 느낌이에요.]

라미아의 대답에 이드는 피식 웃고, 정원의 중앙 분수대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저녁 식사 때까지는 여기서 쉬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뭐… 한 시간만 지나면 되니까. 그때까지 잠이나 자볼까?”

이드는 분수대에 등을 기대고 잔디 위에 앉아 눈을 감았다.

황금빛 햇살이 한쪽으로 기울며 그의 몸 위를 감싸고 있었다.

“라미아, 한 시간 뒤에 깨워줘.”

“으~차! 이거… 타키난들을 따라갈걸 그랬나?”

이드가 오전 햇살이 비쳐드는 정원의 분수 옆에 앉아 크게 기지개를 켜며,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사람들 많은 곳에 끌려다니는 건 싫으시다면서 가지 않으신 건 이드님이시잖아요.]

라미아의 말에 이드는 고개를 내려 저택 입구 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두 명의 경비가 서 있었다.

“그렇긴 하지. 괜히 사람 많은 데 끌려다니면 힘든 게 아니라 더 피곤해진다고. 그래서 황궁에도 같이 안 간 거잖아.

하지만 이렇게 있어도 심심한 건 마찬가지니… 따라갈걸 그랬나?”


지금은 오전 11시. 이드는 저택에 홀로 남아 있었다.

물론 하인들과 집사가 있었지만, 이드가 아는 인물들은 부재중이었다.

케이사 공작, 벨레포, 바하잔은 어제 이야기했던 일로 일찍 궁으로 떠나버렸다.

그들이 이드에게 함께 가겠느냐고 물었지만, 귀찮아질 것 같아 거절했던 이드였다.

그리고 그들이 출발한 뒤 잠시 후, 가이스 등이 우르르 몰려와 시내로 놀러 간다며 같이 가자는 제의를 해왔다.

하지만 많은 인원이 함께 움직이면 구경하는 것보다 더 피곤할 것 같아 이드는 일행만 보내고, 어제 누웠던 정원으로 나온 것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이렇게 가만히 있는 것도 꽤 심심하게 느껴진 이드였다.

덕분에 애꿎은 라미아에게 신세 한탄을 하고 있었다.

[그럼 지금이라도… 이드님, 누가 오는데요.]

라미아의 말에 이드도 누운 자세로 인기척이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드 역시 라미아가 말하기 전에 이미 인기척을 감지했던 것이다.

“…아이잖아.”

고개를 돌린 이드의 눈에 자신 쪽으로 조심스럽게 다가오는 열네 살 가량의 소년이 보였다.

밝은 금발이 목까지 길게 내려 찰랑이고, 귀여운 인상이었다.

소년은 아래위로 한 벌인 듯한 파란색 옷을 입고, 한 손에는 자그마한 검 모양의 나무 막대를 들고 있었다.

그 얼굴에는 귀여움과 함께 장난기가 엿보였다.

“누구지? 내게 무슨 일이야?”

이드가 소년을 향해 그렇게 물었다. 그러나 소년의 얼굴이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는 넌 누구냐? 남의 집 정원에 누워서…”

소년의 말에 이드는 소년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어쩐지, 어디서 본 것 같다 했더니… 어제 그림에서 본 꼬맹이네.”

이드의 머릿속에는 어제 케이사 공작의 서재에서 보았던 커다란 가족 그림이 떠올랐다.

그 그림의 중앙에 위치했던 조그마한 소년의 모습이 눈앞에 있는 소년의 모습과 겹쳐졌다.

“내 말 안 들려? 누구냐니까… 그리고 남의 집 정원에 누워서 뭐 하는 거야.”

소년은 소리를 지르며 자신의 물건을 남이 쓰고 있는 것이 싫은 듯, 어린이 특유의 심술을 부렸다.

이드는 그런 소년의 모습에 입가에 슬쩍 미소를 지었다.

‘심심했는데 잘됐군. 이 녀석이나 데리고 놀아볼까?’

이드가 자기 딴에는 얼굴을 굳히고 있는 소년을 향해 입을 열었다.

“난 이드, 그리고 여기 누운 건 공작님께 이미 허락을 받은 상태야. 그러니까 아무 문제 없어.”

이드의 말에 소년은 별다른 말을 찾지 못하고 다시 이드를 훑어보았다.

“그럼… 너… 너… 그래, 이드. 이드가 어제 누나를 호위해온 용병들 중 한 명인가 보군. 용병이란 말이지.”

소년은 그렇게 말하며 눈을 반짝이며 이드를 바라보았다.

이드가 씨익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건 맞는데, 넌 자기소개도 안 하냐? 상대가 자기 이름을 말했으면 자기소개도 해야지.

그건 기초적인 예의인데.”

이드의 말을 듣고 소년의 얼굴이 발갛게 변했다.

잠시 우물거리던 소년은 지지 않겠다는 듯 앙칼진 목소리로 답했다.

“그… 그런 건 평민에겐 말 안 해도 돼. 하지만 너에겐 특별히 알려주지.

내 이름은 카리오스 웨이어 드 케이사다. 그리고 너야말로 왜 내게 반말을 하는 거지? 넌 평민이잖아.”

그 말을 듣고 이드는 따지고 드는 카리오스의 모습이 귀여워 보일 뿐이었다.

“그거야… 내 맘이지, 꼬마야. 그리고 언제 내가 평민이라고 했냐?”

이드의 말에 카리오스의 양 볼이 부풀어 올랐다.

“욱… 꼬마라고 부르지 마! 카리오스라고 부르란 말이야!”

“그래, 그래… 꼬… 카리오스.”

카리오스에게 다시 꼬마라는 말을 하려던 이드는, 머릿속에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 한다는 말이 떠오르자 즉시 말을 바꿔 카리오스라고 불러주었다.

이드 역시 중원에서 지금의 카리오스처럼 꼬마라고 불렸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의 기분은 한 대 세게 때려버리고 싶을 만큼 불쾌했던 기억이었다.

그러나 이어지는 카리오스의 말이 이드의 마음을 다시 바꾸어 놓았다.

“‘님’ 자도 붙여야지…”

카리오스는 자신의 이름을 부른 것이 만족스러운 듯 어깨를 펴며 그렇게 말을 덧붙였다.

그 모습이 이드에게는 상당히 재미있게 보였다.

그렇다고 ‘님’ 자를 붙여줄 생각은 전혀 없었다.

황제에게조차 ‘님’ 자를 붙이지 않았던 이드가 카리오스에게 그렇게 불러줄 리는 없었다.

“꼬마, 너무 많은 걸 바라지 마. 그러다가는 얻은 것까지 잃게 된다.”

이드의 말에 잠시 고개를 숙이고 뭔가를 생각하던 카리오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이드를 바라보았다.

“좋아, 존대하지 않아도 돼.

하지만 절대 꼬마라고 부르면 안 돼. 그렇게 부르면 아빠한테 말해버릴 거야.”

카리오스가 덧붙인 어설픈 협박에 이드는 저절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

“크…큭… 알았어, 절대 꼬마라고 부르지 않을게. 꼬마라고 부르지 않고 카리오스라고 불러줄게. 그러니 걱정하지 마.”

“꼬마라고 부르지 말랬잖아!”

카리오스는 그렇게 말하며 손에 들고 있던 목검을 들어 올리더니 당장이라도 덤벼들 것 같은 자세를 취했다.

이에 이드는 양손을 흔들며 진정시켰다.

“알았어, 카리오스… 진정해. 그러다 다친다.”

카리오스는 이드의 말에 목검을 내려놓으며 자신감에 찬 미소를 지었다.

“그럼 됐어. 조심해. 다시 그러면 이 칼로 찔러버릴 거야.”

“큭… 크크큭…”

카리오스는 이드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는 이드의 곁으로 다가와 쪼그려 앉았다.

그의 손에는 여전히 목검이 들려 있었다.

이드는 자신의 반대편에 앉아 자신을 이리저리 훑어보는 카리오스를 마주 바라보았다.

잠시 그렇게 바라보다가, 이드와 눈이 마주친 카리오스의 볼이 발그스름하게 물들었다.

그런 카리오스의 몸은 어린아이의 것이었지만, 검을 다루는 사람의 기본기가 담겨 있었다.

‘누가 잘 가르치는 모양이지… 그리고 또 하나… 케이사 공작을 닮은 건가?’

이드가 자신을 바라보고만 있자 어색해진 카리오스가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아까와는 달리 상당히 누그러져 있었다.

“그런데… 용병이라면 검이나 마법을 잘해야 한다고 하던데… 검은 갖고 있지만…

아무리 봐도 검을 잘 쓸 것 같지는 않은데… 마법을 잘하는 거야?”

이드는 자신을 평가하듯 말하는 카리오스를 바라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정반대야. 나는 검을 쓸 줄 알지, 마법은 잘 못 해.”

카리오스는 이드의 말이 이상한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한 번 이드를 바라보았다.

“거짓말 아니야? 우리 집에 있는 기사 아저씨들은 모두 몸이 이~~만 하단 말이야.

그리고 벨레포 아저씨도 검사들은 몸이 크다고 하셨고. 그런데 이드는 전혀 아니잖아.

정말 검을 사용하는 용병이야?”

“그렇다니까. 내가 뭐가 좋아서 너한테 거짓말을 하겠냐?

그리고 벨레포 아저씨가 그렇게 말한 건 보통 검사들을 지칭한 말이지.

그러니까… 소드 마스터, 벨레포 아저씨도 몸이 크고 근육이 울룩불룩하던?”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카리오스.”

“그래, 그렇게 실력이 좋은 소드 마스터들은 몸이 필요 이상으로 크지 않아.

그리고 무조건 크다고 좋은 것도 아니니까… 알았지?”

끄덕끄덕.

고개를 끄덕인 카리오스가 다시 이드를 바라보았다.

“그럼 이드도 몸이 울룩불룩하지 않으니까 소드 마스터라는 말이야?”

“맞아. 나 역시 소드 마스터야. 그래서 쓸데없이 몸이 클 필요도 없는 거고.”

하지만 평소에 기사들에게서 이런저런 소리를 들었던 카리오스는 이드의 말이 믿기지 않는 듯 의문을 제기했다.

“하지만 우리 집 기사 아저씨들은 모두 소드 마스터가 되려면 엄청 어렵다고 했어.

그래서 소드 마스터가 많지 않다고… 또 소드 마스터는 거의 나이 든 사람들이라고 했는데…

이드는 전혀 아닌 것 같은데?”

“그런 말은 너무 믿을 건 못 돼.

소드 마스터라는 건 어떤 사람에겐 엄청 어렵게 느껴지고, 어떤 사람에겐 쉽게 느껴지는 거야.

한마디로 사람 차이이지.

그리고 나이라… 그건 전혀 상관없는 거야.

물론 검을 좀 오래 잡아봤다는 게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운만 좋으면 너보다 어린 나이의 소년도 소드 마스터가 될 수 있는 거야.”

카리오스는 이드의 말 중 어떤 부분에 반응한 듯 눈을 빛내며 이드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이드는 카리오스가 무슨 말을 할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카리오스가 입을 열기 전에 먼저 입을 열었다.

“내가 말했지. 운이 좋은 경우라고.”

갑작스런 이드의 말에 입을 열려던 카리오스가 잠시 멈칫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도… 그럼 운이 좋다는 건 무슨 소린데? 말해봐. 나도 될 수 있는 거야? 응? 응? 응?”

“가능하기야 하지.”

이드가 대답하자, 눈앞에 두 개의 태양이 새로 떠오른 듯한 환영이 나타났다.

카리오스의 두 눈이 강렬한 빛을 내뿜는 듯했다.

“그럼 해줘! 응!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빨리 말해줘라! 응?”

이드의 팔을 잡고 흔들어대는 카리오스의 체중에 이드는 자신이 괜히 말했다는 생각과 해줘버릴까 하는 생각이 교차했다.

그러나 막상 해주자니… 힘들고 귀찮은 작업이었다. 게다가 위험하기도 했다.

“하지만 너는 꼭 소드 마스터가 아니어도 되잖아.”

“에?…”

카리오스는 이드를 빤히 바라보며 추가 설명을 바라는 듯 했다.

“넌 정령을 다룰 수 있잖아.

그럼 소드 마스터가 아니더라도 스피릿 나이트(Spirit Knight: 정령 기사)가 될 수도 있잖아.

내가 보기에는 어설픈 소드 마스터보다 그게 나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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