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마록 세계편 2권 7화 – 왕은 아발론 섬에 잠들고 7 : 폭주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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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마록 세계편 2권 7화 – 왕은 아발론 섬에 잠들고 7 : 폭주족


폭주족

다음 날 아침이 밝자마자 윌리엄스 신부가 찾아와서 현암과 승희를 깨웠다. 현암과 승희, 윌리엄스 신부는 새벽 비행기로 런 던 공항에 도착할 연희를 마중 나갔다. 비행기는 제시간에 도착 했고, 훤칠한 연희가 트렁크를 짊어지고 낑낑거리고 나오는 모습이 금세 눈에 띄었다. 비록 모두는 아니었지만 현암과 승희 가 마중 나온 것을 보고 연희는 매우 반가워했다. 현암은 윌리엄 스 신부에게 연희를 소개했다. 윌리엄스 신부도 연희에 대한 이 야기를 이미 들은 터라 은근히 연희에게 거는 기대가 큰 것 같았 다. 연희는 작은 구리 십자가를 어루만지면서 마중 나온 일행과 함께 공항을 나섰다.

일행이 공항 주차장으로 가서 윌리엄스 신부의 차에 올라타려 는 찰나, 어디선가 찢어지는 듯한 여자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이게 무슨 소리죠?”

일행은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소리가 들려오는 쪽을 바라보 았다. 이른 시간이라 주차장 안이 비교적 한산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꽤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들도 하나같이 비명 소리가 나 는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었다. 비명에 뒤이어 엔진 소리가 요란 하게 울리면서 저만치 한 여자가 쫓기는 모습이 보였다. 그 뒤로 십여 대의 검은색 오토바이들이 여자의 뒤를 쫓고 있었다. 윌리 엄스 신부가 중얼거렸다.

“폭주족입니다. 저런 무슨 짓을 하려는 것인지………….”

비명을 지르면서 도망치는 여자는 정신없이 주차장 안으로 뛰어들었고, 그 뒤를 따르던 폭주족들은 기괴한 비명과 함성을 지 르면서 주차장 안으로 난입했다. 주차장 입구를 지키던 경비원 과 순찰중인 경관이 앞을 막았으나 녀석들이 휘두르는 흉기에 맞아서 땅바닥에 나뒹굴었다. 마침 부근에 있던 몇 사람이 도망치 는 여자를 도와주기 위하여 달려 나가려 했으나 흉맹스러운 그 들의 기세를 보고는 가까이 다가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현암의 눈꼬리가 치켜 올라갔다. 승희와 연희, 그리고 윌리 엄스 신부가 뭐라고 말할 겨를도 없이 현암은 쏜살같이 뛰쳐나 갔다.

“잠시면 되니까 여기서 기다려요.”

승희가 중얼거렸다.

“아이고, 저 성질! 또 시작이네.”

헐떡거리며 자신을 쫓아오는 오토바이를 피해서 주차장 안으 로 몸을 숨기려 하던 여자는 웬 낯선 동양 청년이 달려와 앞을 막자 더욱 놀란 표정이 되었다. 현암은 씩 웃으면서 뒤로 숨으라 는 손짓을 했다. 여자는 망설이는 표정을 짓다가 그 와중에도 미 소를 띠었다. 여자가 뒤쪽으로 몸을 숨기자 현암은 달려오는 오 토바이의 앞을 그대로 막고 섰다. 놈들은 폭력 집단의 일원인 듯 모조리 검은색 오토바이를 타고 있었고, 머리는 가운데만 남기 고는 죄다 박박 밀었다. 가죽으로 된 바지와 어깨가 온통 드러나 는 조끼를 걸치고 번쩍이는 쇠 장식을 주렁주렁 달고 있었다. 현암이 앞을 막자 한 놈이 껌을 질겅질겅 씹으면서 가소롭다 는 듯이 그대로 오토바이를 현암 앞으로 몰았다. 그 광경을 보고 주변의 사람들은 기겁하면서 비명을 질렀다. 현암은 오른팔에 공력을 돌리면서 달려드는 오토바이를 오른손으로 잡으며 온몸 에 힘을 주었다. 오토바이는 무거운 돌이나 담벼락에 걸린 것처 럼 덜컥 그 자리에서 정지하면서 앞바퀴와 오토바이 몸체의 연결 부분이 와자작 부서져 버렸다.

부서진 오토바이를 타고 있던 폭주족은 달려오던 속도를 이기 지 못하고 그대로 현암의 머리 위를 날아서 땅바닥에 털썩 떨어 졌다. 현암은 아직도 위잉 소리를 내는 오토바이를 한 손으로 잡 고 쌀쌀맞게 씨익 웃고 있다가 폭주족이 나가떨어지자 오토바 이를 옆으로 휙 밀쳐 냈다. 분명히 한 사람의 손으로 밀쳐진 것 인데도 커다란 오토바이가 와장창 소리를 내며 나뒹구는 광경 을 본 다른 폭주족들은 오토바이를 세우고 주춤했다. 그러나 그 것도 잠깐, 두목으로 보이는 한 놈의 기괴한 구령 소리에 따라 놈들 중 몇몇이 자전거 체인과 쇠파이프 등을 뽑아 들고 현암에 게 덤벼들었다. 한 놈이 자전거 체인으로 현암을 공격했다. 현암 이 오른손에 힘을 주어 막자 체인은 현암의 오른팔에 감겼다. 그 러자 현암은 팔에 힘을 주어서 놈을 잡아끌었다. 달려오는 속도 에다가 현암이 끌어당기는 힘까지 가세하자 놈의 몸은 허공으로 곤두박질치더니 옆에 서 있던 차에 와장창 부딪히고는 일어나지 못했다.

폭주족들은 욕설을 퍼부으며 현암에게 돌진해 왔다. 계속 공력을 가하여 오른팔로 놈들의 공격을 막고 있었지만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몽둥이와 쇠파이프를 모두 감당할 수는 없었다. 현암 은 방금 전에 땅바닥에 처박혀서 아직도 바퀴를 하늘로 향한 채 시동이 꺼지지 않은 오토바이를 잡고 공력을 불어 넣어 확 밀어 버렸다. 오토바이가 썰매처럼 밀려나면서 달려오던 오토바이가 부딪혀 고꾸라졌다. 몸을 일으킨 몇 놈이 손에 징이 박힌 가죽 장갑으로 현암에게 주먹질을 해 댔으나, 현암은 ‘투’ 자결을 이용하여 놈들의 공격을 간단히 제압했다.

폭주족들은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던지 작전을 바꿨다. 오토 바이를 타고 현암의 좌우로 분산되어 소리를 지르며 빙빙 돌던 놈들이 뭔가를 꺼내 들고 불을 붙였다. 화염병이었다. 현암은 악랄한 수법에 더 화가 났다.

‘저런 나쁜 놈들! 사람에게 화염병을 던진단 말인가!

주위를 빙글빙글 돌면서 기괴한 소리를 질러 대는 폭주족을 한 번에 제압하려면 맨손으로는 곤란했다. 현암은 마음을 크게 먹고 사람에게는 쓰지 않는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하며 왼팔을 내 밀어 월향검을 내쏘았다.

꺄아아악!

허공에서 여자의 비명이 울려 퍼지자 폭주족들은 어안이 벙벙 한듯했다. 쏘아져 나간 월향검은 오토바이 엔진을 날카롭게 뚫 고 들어가 반대쪽으로 비집고 나왔고, 구멍이 뚫린 오토바이들 은 펑펑 소리를 내면서 그 자리에 주저앉기 시작했다. 한 오토바이는 연료통이 폭발하면서 불이 붙었다. 소리를 지르면서 놈들 이 땅바닥에 고꾸라지고 뒤로 도망치려 하자 현암은 명령을 내 리던 놈에게 몸을 날려서 달아나려던 놈의 멱살을 잡았다. 뒤에 서 불이 붙은 오토바이가 펑 하고 폭발하고, 솟아오르는 불길을 뚫고 월향이 귀곡성을 울리며 제비처럼 날아서 돌아왔다.

폭발이 일어나자 윌리엄스 신부가 차를 몰고 현암이 있는 곳 으로 왔다. 공항 안에서 경비원과 경찰이 몰려들었고, 사람들 도 난데없이 벌어진 활극에 정신을 빼고 쳐다보다가 소리를 질 러 댔다. 현암이 차 안을 보니 승희와 연희가 폭주족에게 쫓기던 여자를 안전하게 태우고 난 후였다. 현암은 잡은 놈을 질질 끌고 가 차 앞자리에 처넣고는 그 위로 몸을 던져 놈을 깔아뭉갰다. 윌리엄스 신부가 소리쳤다.

“아이고 아이고! 이게 무슨 일입니까!”

경찰들이 몰려나오자 윌리엄스 신부는 그대로 있으면 귀찮아 질 것 같았는지 급히 차를 몰아 공항의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그 러나 뒷자리에 세 명이 타고 앞자리에 폭주족의 두목인 듯한 놈 을 짓누르고 있는 현암으로서는 좀 난처했다. 자세도 문제였고, 차 안도 좁았으며, 놈이 반항하기 시작하는 바람에 윌리엄스 신 부가 제대로 운전하기가 어려운 듯했기 때문이다.

현암은 승희에게 눈짓을 했다. 소동을 일으키고 보니, 놈을 직 접 경찰에 넘기느니 승희의 투시력으로 마음을 읽어 내고 나서 신고하는 것이 나을 듯싶었다. 승희가 현암의 생각을 알아차린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놔주라고 손짓을 했다. 이제 얼굴을 기억 했으니 놈이 어디로 가든지 승희의 투시망에서 벗어날 수는 없 었다.

현암은 달리는 차 속에서 몸을 뒤집으며 문을 열고 놈을 있는 힘껏 발로 차서 밖으로 굴렸다. 데굴데굴 구르다가 옆에 있던 개 천의 구정물에 처박히는놈의 모습이 사이드미러로 보였다. 윌리엄스 신부가 고개를 설레설레 젓다가 갑자기 깔깔거리면 서 웃으며 환호성을 질렀다.

“야호! 신납니다. 이크, 하느님 용서하소서. 아멘.”

현암도 힘은 좀 썼지만 기분은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아무리 화가 나는 일이 있어도 사람에게 주술을 쓰지 않는 준후와는 달 리, 현암은 혈기가 끓어오르면 악인들을 혼내 주는 것쯤은 마다 하지 않았다.

‘오늘도 한 건 했네. 괜히 소문이나 퍼지는 건 아닐지…………. ‘

마음이 걸리긴 했으나 기분은 좋았다.

뒷자리에서 연희는 아직도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오들오들 떨고 있는 여자에게 차분한 목소리로 질문을 하고 있었고, 승희 는 가만히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그러나 흔들리는 차 안이라 집중이 어려운 모양이었다. 또 옆자리에서 이야기하 는 연희와 여자가 신경 쓰여서 정신 집중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폭주족에게 습격을 당하다 현암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한 여 자는 스물여섯 살쯤 되어 보이는 검은 머리를 한 평범하게 생 긴 여자였다. 여자는 연희가 차분하게 달래자 정신을 차리고 자 기소개를 했다. 자기 이름은 에코 무어(Echo Moore)라고 했고, 그 외에 대학생이라는 것과 기타 신변잡기적인 사항을 늘어놓았 다. 승희는 자신의 이름을 옷에 직접 써 넣은 듯한 여자의 티셔 츠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녀도 왜 폭주족이 대낮에 자신을 습격했는지는 알지 못했다. 당사자가 모른다면 퇴마사들도 알 방법이 없었다. 결국 일행은 조심하라는 당부만 한 채 여자를 큰길가에 내려 주고 호텔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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