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라리스 랩소디 2권 – 8장 : 불은 바람을 부른다 – 5화

랜덤 이미지

폴라리스 랩소디 2권 – 8장 : 불은 바람을 부른다 – 5화


그리고 5월 34일. 다림 앞바다에선 식스 일항사가 머리를 긁적거리고 있었다.

“갑판장. 난 그 의견에 찬성할 수 없네.”

“어째서 그러십니까, 식스?”

“부디 부탁인데 직함으로 불러! 어쨌든 선장님께 그 의견을 전달하는 건 너무도 우스꽝스러운 일이야. 그녀를 세례시키자고?”

“우리 주님의 이름으로.”

“아리스의 이름으로 말이지. 안 돼. 난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어. 잠깐! 요설을 늘어놓을 준비 철저히 하고 왔다는 거 짐작하니까, 자넬 실망시 키기 위해서라도 난 명령하겠네. 설명 붙이지 마.”

“저, 저에 대해 너, 너무 많은 것을 알고 계십니다. 일항사님.”

“그래. 바로 그래서 자네에게 화를 안 내고 있는 걸세. 갑판장.”

“무슨 말입니까?”

식스는 싱긋 웃으며 다시 해도를 들여다보았다. 그가 들여다보고 있는 것은 카밀카르 대사관의 폴라 대사로부터 선물받은 최신품 해도다. 물론 폴라 대사는 레보스호의 선원들을 돌려받은 것에 대한 몸값으로 생각하고 있겠지만. 그리고 식스와 그녀는 현재 라스 법무대신과 슈마허의 몸값을 놓고 협상중이며, 서로를 좋은 협상 상대로 생각하고 있다.

“선단 전체가 그녀 때문에 이상한 분위기에 젖어 있어. 그리고 우린, 이를테면 점령지 주둔군이라 할 수 있네. 누군가는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고, 대개 그런 건 고급 선원이어야 하지. 그리고 자넨 고급 선원 중에서도 갑판장이야. 자네의 의무가 떠오르지 않는가?”

“경건한 신도로서 그녀를 세례시켜야 하죠.”

식스는 가까스로 라이온의 목을 비틀진 않았다.

“으 — 흠. 나는 자네가 갑판장으로서 그런 동향을 철저히 감시하고, 갑판원들이 딴생각을 못할 정도로 바쁘게 만들어줬어야 했다고 말하고 싶었네. 필요하다면 없는 일을 만들어서라도. 하지만 자네는 그러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앞장서서 흥분해 가지고서는 이런 맹랑한 요청을 해왔단 말 이야. 이 시점에서 내가 화를 내는 건 당연한 일이지. 하지만 난 자네라는 인간을 아니까 화를 내지는 않았다. 이 말이지. 알겠나?”

라이온은 잘 알겠다는 듯이 큼직하게 웃었다.

“아, 예. 일항사님께서도 세례에 참석하실 거죠?”

식스의 검이 라이온의 목을 날려버리기 직전 라이온은 가까스로 자유호에서 하선할 수 있었다. 뱃전을 넘어 바다에 뛰어드는 것도 하선이라면 등뒤로 들려오는 패악스러운 고함을 응원 삼아 힘차게 헤엄쳐 간 라이온은 곧 페가서스호의 뱃전에 가닿았다. 페가서스호의 갑판원들은 껄껄거리 며 줄사다리를 내려주었다.

페가서스호에 올라간 라이온은 셔츠를 벗어 물기를 짜내면서 페가서스호의 일항사를 찾았다.

“도일 일항사님!”

식스 일항사의 시선이 화살처럼 날아오고 있었기에 도일 일항사는 애써 엄격한 표정을 지었다.

“라이온 군. 이건 밀항인가? 그럴 자격이 있는 자들 중 아무도 자네의 승선을 허가한 적이 없는 것 같은데.”

“부대에 넣어 집어던지기 전에 하리야 선장님이나 좀 뵙게 해주십시오.”

“선장님은 왜?”

“영적인 문제로 상담 좀 하려고.”

“성급한 판단인지도 모르지만, 자네에게 그런 문제가 있다는 건 열 번째 불가사의인 것 같군.”

“제 영혼이 아니고 다른 자의 영혼입니다. 제 영혼은 율리아나 공주가 가져갔지요.”

도일 일항사는 그쯤에서 식스 일항사에 대한 의리는 지켰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도일 일항사는 껄껄 웃으며 라이온에게 씻을 물을 가져다주라고 명 령하고는 선장실로 향했다. 잠시 후 하리야 선장이 갑판에 올라왔다. 하리야 선장은 몸에 물을 끼얹고 있는 라이온을 보고는 점잖게 물통 위에 앉아 기다렸다.

“아, 하리야 선장님. 죄송합니다. 꼴이 말이 아니군요.”

“말 들었네. 다음부턴 보트를 이용하게.”

“제 질문도 이미 아시겠지요? 그녀에 대한 세례가 교리상으로 문제가 있습니까?”

하리야 선장은 잠시 고개를 돌려 물수리호 쪽을 바라보고는 한숨을 쉬었다.

“자넨 지극히 곤란한 질문을 참 쉽게도 말하는군. 첫 번째로 난 그런 질문에 대답할 자격이 없다는 것부터 말하지. 난 성직자가 아냐. 두 번째로 난 그런 질문에 대답할 지혜도 없군. 적어도 내가 아는 한에서 성전에서든 다른 어떤 교리서에서든 인간만이 세례를 받을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는 부분 은 없어. 하지만 인간 아닌 다른 것도 세례를 받을 수 있다고 말하는 부분 또한 없지. 개인적인 견해로는 세례가 가능할 것도 같군. 만물 중 인간만이 신의 창조물인 것은 아니니까. 모든 창조물들에게는 그 창조자들을 찬미할 자격이 있겠지. 새들은 아름다운 노랫소리로, 꽃들은 아름다운 자태로 주 님의 섭리를 찬미하지. 그리고 인간은 세례를 통해 교회의 일원이 되어 주님을 찬미하지. 그렇다면 그녀 역시 주님을 찬미할 수 있을 테고. 그러기 위 해서 교회의 일원이 될 수도 있겠지. 난 그것이 아름다운 일일 수 있다고 보네.”

셔츠를 물에 헹구며 하리야 선장의 말을 듣고 있던 라이온은 환호를 질렀다.

“됐군요!”

“내 말을 잘 안 들었군. 라이온. 그건 내 견해야. 자네가 굳이 답을 알고 싶다면 말해 주겠는데, 그건 법황께서 결정할 문제야.”

“윽. 아리스 4세 말입니까?”

“그래. 성하께서 말이야.”

라이온은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셔츠를 탁탁 털었다. 하리야 선장은 턱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이제 내가 묻겠는데, 그녀에게 왜 세례를 시키고 싶어하는 건가?”

“그녀와 결혼하기 위한 장기계획이죠.”

“재미있군.”

라이온은 셔츠를 힘껏 짜서 대충 물기를 빼내었다. 주르륵.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일단 그녀의 이름을 좀 불러보고 싶단 말입니다.”

“흐음. 하지만 그녀에게 이름을 붙일 수 있는 게 누구지? 알버트 선장뿐이라고 생각되는데.”

“그러니까 세례를 시키는 거죠. 그럼 어떻게든 이름을 붙여야 되니까. 그리고 두 번째는 첫 번째와 연관되는 건데, 그녀를 물수리호에서 하선시키기 위한 계책입니다.”

“아아.”

“생각해 보십쇼. 저는 세상에서 가장 인성 교육이 험악하게 이뤄질 장소를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녀는 바로 그곳에 있어요. 알버트 렉슬러 선장 의 그 무서운 모습은 둘째 치죠. 물수리호의 우리 조용한 형제들은 아무리 좋게 말해 주려 해도 걸어다니는 시체들입니다.”

“나쁘게도 한번 말해 보라고 권하고 싶진 않군.”

셔츠를 꿰어입으며 라이온은 자신이 처음 보는 이 신기한 생명체에 다분히 관심이 있으며, 그것이 어떻게든 훌륭한 모습으로 성장하기를 바라지만, 해적놈들, 그 중에서도 물수리호의 해적놈들 사이에서 자라면 그 꼴이 어떻게 될지 상상도 하기 싫다, 따라서 그녀에게 세례를 받게 하고는 인망 있 는 노부인 — 예를 들면 폴라 대사 같은 에게 대모가 되어달라고 부탁하면 그것이 참으로 유익하고 보람 있는 일이지 않겠느냐는 설명을 늘어놓았 다. 결과적으로 하리야 선장은 식스 일항사가 받아야 했을 요설들을 대신 받은 꼴이 되었지만 화를 내지는 않았다. 하리야 선장이 잠시 대답을 생각 하고 있을 때였다.

물수리호 쪽에서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하리야 선장과 라이온뿐만 아니라 페가서스호의 모든 선원들, 아니 노스윈드의 모든 해적들의 시선이 동시에 물수리호 쪽으로 돌아갔다. 아니다. 부 두 노동자와 다른 배의 선원들, 그러니까 소리가 들리는 범위 안에 있던 모든 남자들의 시선이 물수리호 쪽을 향했다. 하리야 선장은 약간 쉰 목소리 로 말했다.

“그녀가 낮에 부르는 노래는 정말 마음에 드는군. 훨씬 좋아.”

라이온은 다른 쪽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한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군요.”

하리야 선장은 라이온이 가리키는 방향을 보곤 작게 실소했다. 그랜드머더호의 선교에서는 킬리 선장이 류트를 부여잡고 통곡하고 있었다. 저 아름 다운 노래에 반주를 넣고 싶다는 엄청난 욕망과, 자신이 저 노래에 어울리는 실력을 가지지는 못했다는 겸손한 판단이 서로 부딪히며 킬리 선장을 저 런 곤경 속에 빠뜨리고 있는 것이다. 하리야 선장은 성전이 들어 있는 가슴팍을 살짝 어루만졌다.

“라이온 군. 자네는 그녀가 비뚤어지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난 저 노래를 듣고 있으면 그런 문제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군.”

“낙수는 바위를 뚫습니다.”

라이온은 우울하게 말했지만 하리야 선장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닐세. 바위가 낙수를 받아들이는 거지.”

라이온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때 하리야 선장은 물수리호를 향하는 보트를 발견했다.

“저건 누구지?” 

“예? 아, 세실이군요.”


라이온의 표현에 의한다면 걸어다니는 시체들인 물수리호의 해적들은 마스트 아래서, 캡스턴 옆에서, 윈치 뒤에서 그들의 일을 계속하고 있었다. 타 륜 옆의 난간에 기대어 앉아 있던 키는 물수리호의 항법사를 잠시 바라보았다. 키는 그의 이름을 떠올리기 어려웠다. 물수리호의 선원들은 서로의 이 름을 부르거나 하는 일이 별로 없다. 기억을 더듬던 키는 간신히 항법사의 이름을 떠올렸다.

“오널드 항법사. 무엇을 하고 있지?”

오널드는 조용히 고개를 들어 키를 잠깐 바라보았다가 다시 해도를 바라보았다. 아마도 표현할 수 있는 최대의 예의일 것이기에 키는 화를 내지 않 았다. 키는 단념하고는 다시 메인 마스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의 마음속에서는 물수리호의 선원들 전체를 향한 질문이 크게 반복되고 있었다. ‘너희들은 어떻게 침착할 수 있느냐.’

메인 마스트 앞에서는 검은 소녀가 알버트 선장을 향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열두어 살쯤 되어보이는 외모. 검은 머리칼은 아무렇게나 묶여 있었고 검은 살갗의 호리호리한 몸 위에는 검은색 셔츠와 바지가 입혀져 있었다. 그 녀가 벌거벗고 있든 굶어 죽든 아무 상관 하지 않는다는 태도였던 물수리호의 선원들이 저런 배려를 한 것은 물론 아니다. 세실리아가 다림시에서 사 온 옷가지들 중에서 소녀는 저 옷만을 입었다. 세실은 소녀가 의상에 대한 감각이 있어서 그랬다고 주장했지만 키는 소녀가 그저 자기와 닮은 색깔에 불안을 덜 느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세실은 코방귀를 뀌었지만, 소녀가 검은색 코트를 걸친 키에게 적개심을 덜 나타내는 모습을 본 후부터는 유보 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

그때 세실이 물수리호 위로 올라왔다. 뱃전을 넘어 갑판 위에 올라선 세실은 소녀의 모습을 보자마자 자신도 모르게 푸념처럼 말했다.

“흑기사호에 보내면 찾지도 못하겠군.”

세실의 목소리가 들린 순간 소녀는 노래를 멈췄다. 소녀의 노래가 멈춤과 동시에 물수리호의 해적들의 손길도 뚝 멈췄다. 소녀는 세실을 흘끔 바라 보았고 다른 해적들 역시 물끄러미 세실을 바라보았다. 세실은 속으로 투덜거렸지만 경험대로 눈을 내리깔았다.

잠시 후 소녀는 다시 알버트 선장을 바라보며 조그만 입술을 열어 노래하기 시작했다. 해적들은 각자 자신의 일을 다시 시작했고 키는 자신에게 걸 어오는 세실의 일그러진 얼굴을 보며 차갑게 웃었다. 세실은 키의 근처에 와서야 조그마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게 심술궂게 웃지 말라구. 쳇. 저 꼬마의 태도를 이해할 수가 없군. 이 배의 선원들이야 저 꼬마에겐 신경도 쓰고 있지 않으니 괜찮다고 하더라 도, 나는 왜 경계하는 거지? 저 꼬마는 당신을 경계하지는 않잖아.”

“글쎄.”

키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건 부적절한 말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물수리호의 선원들은 서로에게 대하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소녀를 대하고 있었다. 소녀는 아무에게도 말을 걸지 않았고 아무도 소녀에게 말을 걸진 않았다. 그리고 아무도 소녀에게 뭔가를 주거나 잠자리를 챙겨주거나 하지 않았지만, 다른 모든 물수리호의 선원들이 그렇듯이 소녀는 내키는 대로 주워먹고 아무데서나 잠들었다. 관찰하기 쉽진 않았지만, 키가 보기엔 주로 알버트 선장이 있는 메인 마스트 앞에서 잠드는 것 같았다. 그리고 깨어 있을 때도 그곳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 같았다. 세실은 체념하듯 키 의 옆에 앉았다.

“나도 검은색 옷을 입어야 되겠군. 그건 그렇고 오래간만인데, 당신 사업은 어때?”

키는 검은 소녀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내 사업이 아냐. 하리야와 식스의 사업이지.”

“하, 히, 호. 어째서 그 둘을 지목하는 거지?”

“난 바보가 아냐. 아흔아홉 개의 눈이 없다 해도 각국 대표부들과 가장 많이 접촉하는 건 그 둘이라는 것쯤은 알 수 있어. 여기저기 이상한 말을 흘 리고 다니는 것이 그놈들이라는 것은 뻔하지. 요즘 들어 내게 날아오는 기발한 편지들 중 하나를 보겠나?”

키는 코트 주머니에서 구겨진 편지 하나를 꺼내어 세실에게 건네었다.

“그건 자마쉬 대사관에서 온 편지야. 녀석들은 자마쉬 비단이든 레우스 자기이든 똑같은 사치품이니 관세를 매긴다면 같은 수준으로 매겨야 되지 않느냐고 열렬히 강변하고 있다. 이래 가지고선 기막히다는 말도 모자란다.”

세실은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키처럼 그녀 역시 직접 물어본 적은 없지만 하리야의 수법을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키는 못마땅한 기색이 역력한 말 투로 투덜거렸다.

“그 녀석들은 모두 바보인가? 이곳은 자유 무역항이야.”

“하리야 선장 수완 참 좋은 모양이군.”

“음흉한 놈이지.”

“난…… 흐음. 자기가 똑똑하고 다른 작자들보다 잽싸다고 믿는 바보 녀석들을 이용하는 건 괜찮아 보이는데.”

“그래도 음흉하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편지를 읽던 세실은 그것을 다시 접어 키에게 돌려주며 말했다.

“그리고 이 작자들이 이권에 눈이 어두워 자기들이 노스윈드국의 건국을 기정 사실로 만들어주고 있다는 것도 모르는 바보라는 사실에도 변함이 없 지.”

“그런데, 이 배에는 왜 올라온 거지?”

“소식 하나 전하려고.”

“무슨 소식?”

“트로포스가 깨어났어.”


질풍호의 갑판 위는 광란스러운 축제 분위기였다. 한 달 동안 잠들었던 그들의 선장이 깨어났으니 당연한 일이다. 선장실로 통하는 입구에도 선원들 이 가득 차 있었고 키와 함께가 아니었다면 세실은 그 틈을 헤치고 들어갈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키는 해적들이 힘들게 만들어준 틈을 헤치고 선장실로 들어갔다.

트로포스는 멍한 얼굴을 한 채 침대 위에 앉아 있었다. 질풍호의 고급 선원들은 침대를 둘러싸고는 누구든 가까이 다가오면 베어버리겠다는 얼굴을 하고 서 있었지만 키를 보자 반가워하는 얼굴로 비켜섰다. 키는 누군가가 내어준 의자에 앉아 트로포스를 바라보았다.

“트로포스.”

선장실과 바깥의 통로를 가득 메우고 있던 선원들의 소란이 사라졌다. 트로포스는 그 고요함에 놀란 듯이 흠칫했다. 천천히 고개를 돌린 트로포스는 키를 돌아보았다. 키는 한번 더 그의 이름을 불렀다.

“트로포스 선장.”

트로포스의 눈이 몇 번 껌벅였다. 그의 입매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키 선장님.”

키의 등뒤에서 말했어! 말했다고!’ ‘진짜야, 나도 들었어!’ 등의 속삭임이 재빨리 오갔고, 그래서 키는 트로포스가 깨어난 후 처음으로 입을 열었음 을 깨달았다.

“어떤가.”

“등이 아파 죽을 지경입니다. 젠장.”

다시 키의 등뒤에서 숨죽인 비명이 울려퍼졌다. 키는 의아해했지만 세실은 재빨리 움직였고 덕분에 린치당하기 직전의 스우를 구해낼 수 있었다. ‘이 자식, 하루에 두 번씩 돌려눕혀 드려야 한다고 했잖아!’ ‘으아아, 삼항사님! 시키신 대로 그렇게 했다고요!’ ‘……세 번씩 했어야 될 거 아냐!’ “너무 오래 누워 있어서 그런 걸 거야.”

“얼마나 오랫동안 누워 있었습니까? 여기는 배 같은데, 그럼 우린 미노 만으로 돌아온 겁니까?”

“아니야. 여긴 다림이지.”

“예? 다림이라니, 팔라레온 서쪽의 그 다림 말입니까?”

“그래.”

“이런. 뭔가 기나긴 설명에 대비해야 될 것 같군요.”

트로포스는 힘들게 이마를 짚었다. 다음 순간 트로포스는 이마로 올라가던 왼손을 황급히 끌어당겼다. 자신의 왼손 손등을 바라보던 트로포스의 눈 동자가 둥글게 움직였다. 키가 바라보는 가운데 그 눈동자는 몇 번이나 회전했고, 회전을 거듭할 때마다 점점 확대되었다. 그리고 조금 후엔 트로포 스의 오른손이 왼손 손등 위로 올라갔다. 키는 오른손 집게손가락으로 왼손등을 더듬는 트로포스를 보곤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왜 그러나, 트로포스?”

트로포스 선장은 키의 말엔 대답하지 않았다. 좌우를 황급히 둘러보던 트로포스는 자신의 침대 옆에 놓여 있는 지팡이를 발견했고 그 순간 움켜쥘 듯이 손을 뻗었다. 하지만 트로포스는 그 지팡이 바로 앞에서 손을 멈췄다. 그리고 트로포스는 어떤 무서운 것이나 되는 것처럼 자신의 지팡이를 노 려보았다.

물론 키는 두 번 말하는 취미는 없었다. 그의 오른손은 트로포스의 어깨를 거칠게 부여잡아 자신 쪽으로 돌려놓았다. 트로포스는 어깨의 통증에 얼 굴을 일그러뜨렸고 키는 아무 말 없이 그런 트로포스를 노려보았다.

트로포스가 간신히 질문했다.

“누군가가 내 지팡이를 만졌습니까?”

“지팡이?”

“예, 제 지팡이 말입니다! 아니, 아닌데, 우리 선단엔 마법사가 없는데………… 저걸 누가 만졌습니까?”

키는 트로포스의 어깨를 놓아주고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선장실이 미어터져라 들어와 있던 해적들 역시 고개를 돌렸고 그들의 시선을 따라간 트 로포스는 그제서야 해적들 틈에 서 있는 작은 여인을 발견했다. 트로포스의 손이 시트를 꽉 움켜쥐었다.

“교회의・・ 그 마법사!”

별로 어울리는 대답을 생각할 수 없었기에, 세실은 씁쓸한 미소만 지었다.


“휘리 노이에스라고요?”

율리아나 공주는 다시 유리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었으므로 바탈리언 남작은 약간의 위화감을 느끼며 대답했다. “그렇다더군, 유리.” 게다가 공주 는 남작의 약간 먼 친척으로 위장하고 있기도 했다.

“참 희한한 일이라고 할 수밖에 없지만, 어쨌든 로드 데자크는 그 가수에게 병력을 쥐어줘서 팔라레온을 점령하게 했고, 휘리는 그의 의도에 부응했 던 모양이야.”

오스발은 가수라는 말에 작게 감탄했지만 율리아나 공주는 좀더 크게 놀랐다.

“난 그 사람을 본 적이 있어요, 아저씨.”

“그랬나?”

“예. 이상한 기분이 드네요. 내가 만났던 사람이 그런 일을 했다니. 그럴 사람으로 보이진 않았는데.”

“그를 직접 봤던 사람이든 보지 못했던 사람이든 모두 놀라고 있지. 어쨌든 이대로 투란으로 들어가는 건 좀 생각해 봐야 될 것 같군.”

그들은 현재 대륙을 주유중인 한가로운 여행객으로 처신하고 있었다. 바탈리언 남작은 원래 그런 방랑가로 알려져 있었기에 그가 먼 친척뻘 되는 질 녀와 그녀를 뒷바라지할 하인 한 명과 함께 여행중이라는 설명은 누구에게든 쉽게 납득되었다. 그리고 그들이 현재 머물고 있는 장원의 여주인 또한 그 설명을 받아들였다.

장원의 주인은 원래 투란에 살고 있었지만 투란 낙성 후 투란에서 조금 떨어진 산자락의 자신의 장원으로 피난온 팔라레온 귀부인이었다. 전쟁 미망 인인 그녀는 다른 귀족들처럼 좀더 멀리, 혹은 국외로 도망칠 생각은 별로 없었다. 어쨌든 과부와 어린이는 보호되는 법이니까. 바탈리언 남작은 그 녀의 이름을 듣고서는 그녀는 그저 자신을 피나드 부인이라고만 소개했다 – 더 이상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산장 전면의 포치의 등나무 의자에 앉아서 바라보는 오후의 피나드 장원은 아름다웠다. 남작은 찻잔을 비웠고 그의 뒤에 서 있던 오스발은 약간 어 색한 몸짓으로 남작의 잔에 찻주전자를 기울였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유리? 카밀카르 대사를 만나려면 투란으로 가야겠지만 그곳의 정황은 지금 엉망일 것 같군. 어쩌면 그들은 이미 탈출했을 수 도 있고, 그럼 우린 텅 빈 대사관을 보게 될지도 모르지.”

휘리에 대한 생각에 잠겨 있던 율리아나는 조금 늦게서야 남작의 질문에 대답했다.

“나는 잘 모르겠군요. 아저씨. 나에겐 왜 이렇게 불운만 따라다니는지 모르겠어요. 내가 들르는 도시마다 누군가에게 공격당하고 있으니………

물론 율리아나가 말하는 도시는 카밀카르 대사관이 있는 ‘큰 도시’를 말하는 것이지 그녀가 들른 모든 도시를 말하는 것은 아니었다. 바탈리언 남작 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오스발에게 말했다.

“자네도 좀 앉게. 그렇게 서 있으면 피곤할 텐데.”

“피나드 부인이 오실지도 모르는데요.”

“괜찮아. 신경 쓰지 말고 앉아.”

오스발은 겸손한 동작으로 테이블 옆의 빈의자에 앉았다. 율리아나는 자신이 먼저 그런 생각을 떠올리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듯이 오스발을 바라보 고는 의자에 몸을 기대었다. 그리고 그녀는 휘리 노이에스에 대해 생각했다.

그녀는 휘리에게 그 자신의 선을 추구하라고 했었다. 그리고 그녀는 휘리가 지금 보여주고 있는 ‘선’에 대해 퍽이나 놀라워하고 어이없어하고 있었 다. 심지어 그녀는…………….

“배신감을 느껴요.”

바탈리언 남작과 오스발은 이상한 눈으로 율리아나 공주를 바라보았다. 율리아나는 텅 빈 오후 속에 시선을 맞추며 말했다.

“내가 본 휘리 노이에스와 지금 그가 하고 있는 일은 어울리지가 않는 것 같아요. 내가 본 그는 자신의 출생에 대해 노여워하는 자였어요. 그는 아버 지를 증오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난 그에게 아버지를 증오하는 건 오히려 아버지를 닮으려는 의식의 소산이라고 말해 줬지요. 대개들 그렇잖아요. 부 자를 증오하는 자는 사실 부자가 되고 싶은 것이고 권력자를 증오하는 자는 사실은 권력을 갖고 싶어 몸살난 자일 가능성이 높죠. 그래서 난 그렇게 말해 주었죠. 그렇게 아버지를 닮으려 노력하지 말고 자신의 선을 추구하라고.”

“그의 아버지가 누군데?”

“난 몰라요. 그리고 내가 안다고 해도 내가 그것을 말하는 것을 그가 원할지 원치 않을지 모르겠군요.”

“아아, 쓸데없는 질문이었군.”

“예. 어쨌든 내가 그에게 자신의 선을 추구하라고 말했을 때, 난 사실 그가 쓸데없는 자격지심이나 죄의식 같은 것에 시달리지 말고 자신의 재능을 갈고 닦기를 바라고 그렇게 말했어요. 음. 당시에 난 상태가 좀 안 좋았었지만, 대충 그런 의미로 말했던 것 같아요. 예. 그가 더 멋진 가수가 되길 기 대한 거죠. 그런데 지금 그가 벌이고 있는 일은 너무 엉뚱하군요. 예상을 완전히 배신하는데요. 이게 그가 원하는 자신의 선이었을까요?”

바탈리언 남작은 생각에 잠긴 채로 찻잔을 들어올리다가 하마터면 그것을 바지 위에 쏟아부을 뻔했다. 차 마실 생각이 싹 달아나버린 남작은 찻잔을 도로 내려놓았다.

“글쎄. 사람이 과연 뭘 원하는지를 아는 건 어려운 일이지. 부부도 서로의 바람을 몰라줄 때가 있으니까. 하지만 그는 반 달 만에 팔라레온의 수도를 점령했어. 정말 원하는 일이 아니었다면 그럴 수 있었을까?”

“그렇겠군요.”

“네 추측은 재미있구나, 유리야. 맞아. 대부분의 아들은 아버지를 닮으려 들지. 태어나서 가장 먼저 본 남자니까. 그리고 자신이 그렇게 되기를 원하 는 모습을 이미 달성한 그 아버지를 증오하게 마련이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유리 너는 그 나이에 어떻게 그런 지혜를 얻었니?”

“어떤 남작의 연대기에서 읽었죠.”

바탈리언 남작은 당혹하여 율리아나 공주를 바라보았고 율리아나는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잠시 후 그 둘은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맞아. 어쩐지 마음에 드는 생각이더라니, 내 글이었군. 하하.”

“재미있는 글이었어요.”

포치에 떨어지는 봄 오후의 햇살은 관능적이었다. 팔라레온에서 태어난 사람은 모두 그 햇살 아래 죽고 싶어한다는 남부의 햇살이 율리아나의 머리 에 떨어지고 있었다. 바탈리언 남작은 이번엔 정확하게 찻잔을 들어올렸다. 입안을 따스하게 하는 차의 감각을 음미하던 남작은 지나가는 말처럼 말 했다.

“그럼 그의 아버지는 군인이었을까.”

“예?”

“응? 아아, 그의 노래 실력은 어머니에게서 받은 것일 가능성이 높잖아. 그렇다면 지금 보여주는 군인으로서의 재능은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것일 수 있지 않을까.”

율리아나는 동그란 눈을 돌려 남작을 바라보았다. 남작은 약간 미안해하는 표정이었다.

“그 경우라면… 네 말은 결국 그에게 큰 영향을 주지 못했던 것이겠지. 그는 끝까지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증오를 버리지 못했던 거야. 그래서 다 시 한번 아버지를 닮아버린 거지.”

“그렇군요.”

율리아나는 시무룩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보던 바탈리언 남작의 마음 한구석이 약간 부드러워졌고, 그래서 남작은 몇 마디 덧붙이기 로 했다.

“뭐, 그렇잖으면 너무 큰 영향을 준 것일 수도 있지.”

“예?”

“그는 너의 말을 듣고 자신의 증오의 원인을 깨달은 거지. 그래서 그는 증오를 버리고 순수하게 자기 재능을 사용해 보기로 결심한 것일 수도 있지. 증오하던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재능이라 지금껏 사용하지 않았던 재능을 말이야.”

남작이 자신을 위로하려 든다는 것을 깨달은 율리아나는 살풋 웃었다. 뭔가 감사의 말을 하려던 율리아나는, 갑자기 떠오른 어떤 생각 때문에 말문 이 막혀버렸다. 그녀는 자연스럽게 허리를 숙여 찻잔을 들어올렸고 그래서 남작과 오스발은 별 이상한 것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율리아나는 찻잔 을 떨어뜨릴 만큼 긴장하고 있었다.

그녀는 휘리의 아버지가 혼 족임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조금 전 바탈리언 남작은 그의 아버지가 뛰어난 군인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 두 개의 사 실을 더한 결과는 그녀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타르타니어스의 아들답군요. 역시 사자 새끼인 걸까요.”

보고서를 들여다보고 있던 길버트 하드루스 대통령의 표정은 시무룩했다. 바스톨 장군은 최근 들어 대통령의 얼굴이 밝았던 모습을 본 적이 있는지 의심스러웠다. 하드루스 대통령은 보고서를 책상 위에 내려놓고는 눈가를 거칠게 문질렀다.

“타르타니어스 공은 즐거운 마음으로 성명판에 휘리라는 이름을 새길 수 있겠습니다. 혼 족의 반란 때 그리치는 두 달을 버텼습니다. 그런데 그 아 들은 반 달 만에 팔라레온을 무너뜨리는군요. 그리고 지금 서신만으로 다케온을 공황 상태에 빠뜨리고 있습니다. 서신을 또 보낸 모양입니다.” 

바스톨 장군은 움찔하며 책상 위의 보고서를 바라보았다. 하드루스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였고 장군은 보고서를 들어 읽기 시작했다.

그것은 휘리 노이에스 장군이 다케온 백작에게 보낸 서신의 복사본이었다. 특별히 비밀스럽게 보낸 서신도 아니었기에 사트로니아의 첩자들은 손쉽 게 그 복사본을 구할 수 있었다. 서신을 다 읽어내린 바스톨 장군은 그것을 조심스럽게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는 수심 가득한 얼굴로 팔짱을 꼈다. 하 드루스 대통령은 노장군의 얼굴을 책처럼 바라보며 말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 노병 역시 다른 사람들처럼 헛수작이라고밖에 생각되지 않습니다. 대통령께서 좀 가르쳐주시겠습니까?”

“저도 모르겠습니다. 같은 내용을 더 비분강개한 어조로 보내었는데, 이거야말로 왜 하루 세 번 식사를 하느냐고 시비를 거는 행사와 다를 바가 하 나도 없군요. 더군다나 그것을 시정하라느니 시정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겠다느니 하는 말도 붙어 있지 않고. 이렇게 쓸모없는 내용을 이렇게 정열적 으로 쓸 수 있다는 것이 놀랍군요.”

바스톨 엔도 장군은 그의 대통령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노장군은 그가 떠나면 과연 누가 대통령의 푸념과 한숨을 받아줄 것인지 걱정스러웠다.

하지만 하드루스 대통령 역시 장군을 걱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예?”

“관함식 한번 하지 않고 가셔도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출정이 비밀리에 이루어져야 된다고 주장했던 제가 이렇게 말한다면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 “습니다만.”

“상관없습니다.”

“전 슬프군요. 장군을 이런 식으로 파견한다는 것이.”

바스톨 장군은 싱긋 웃었다.

“물론 이것이 내 마지막 전투일 가능성이 높다는 건 이 노병이 가장 잘 압니다. 주님께서 도와주신다면 몇 번은 더 검을 들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장군……”

“그래서 더 관함식 같은 것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마지막이라는 기분을 느끼고는 그만 울어버릴까 겁나거든요.”

하드루스 대통령은 그만 실소했다. 그는 죽었다 깨도 바스톨 장군이 우는 모습을 상상할 수 없었다.

“알겠습니다.”

대통령은 자리에서 일어났고 장군 역시 몸을 일으켰다. 책상을 돌아 바스톨 장군 앞에 온 대통령은 어찌할까 고민하듯 주춤하다가 손을 내밀었다. 노장군은 그 손을 마주 쥐었다.

아직까지도 억센 노장군의 손아귀 힘에 감사하며 하드루스 대통령은 조금 전 노장군의 머릿속에 떠올랐던 것과 똑같은 의문을 떠올렸다. 이 분이 떠 나면 난 누구에게 화풀이를 하고, 우는 소리를 할 수 있을까. 하드루스 대통령은 목이 메어 말했다.

“꼭 돌아오십시오.”

“그러겠습니다.”

5월 35일. 사트로니아의 엔도항에서 10척의 롱 갤리어스와 4척의 헤비 갤리어스로 이루어진 함대가 새벽을 가르며 빠져나왔다. 사트로니아의 움직 임은 언제나 그랬듯이 극도의 정숙성 속에서 이루어졌고 그 함대의 이름이 ‘팔라레온 해방군’이라는 것, 그리고 바스톨 엔도 장군에 의해 지휘된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은 사흘 뒤에 이루어진 사트로니아 자신의 포고에 의해서였다.

‘법황의 가장 초라한 종인 사트로니아는 주님의 이름과 로드 데자크와의 오랜 우호선린에 의지하여 팔라레온을 공격한 다벨의 참렬한 행위를 규탄 하는바, 이에 바스톨 엔도 장군의 지휘 하에 함대를 파견하여 팔라레온을 해방하고 성전의 계율을 오롯이 하리라. 주님의 은총이 우리에게 있기 를………….?’

펠라론의 이상할 정도의 격렬한 반응에 놀라고 있던 각국은 ‘바스톨 엔도’라는 이름에서 다시 한번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것이 공화국 사트로니아 가 뽑아들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카드라는 점에는 모든 이들이 동의했다. 하지만 사트로니아가 다벨의 팔라레온 침공에 대해 왜 그런 최강수를 들고 나오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또라지게 말할 수 없었다.

휘리 노이에스가 팔라레온에 놓은 불길은 분명히 바람을 타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그 바람의 이름을 알지는 못했다.

랜덤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