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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105화


괴물은 슈렌을 향해 쏘아대던 투기를 멈추었다. 괴물의 이마에 박혀있는 왕비의 얼굴은 경악으로 바뀌었다. 슈렌은 아무런 피해 없이 멀쩡한 상태로 공중에 떠 있었다. 슈렌은 자신의 앞에서 돌리던 창을 멈추고 다시 자세를 취했다.

“두 녀석이 이 정도 괴물에게 당하다니… 웃기는군.”

슈렌은 자신의 기염을 창끝에 모으고 괴물을 향해 낙하하기 시작했다. 괴물은 필사적으로 촉수를 펼쳐 슈렌을 막으려고 했으나 창끝에 닿은 촉수들은 모조리 폭발해 사라졌다. 슈렌의 창 그룬 가르드는 곧 괴물의 등에 박혔고 박힌 부분을 중심으로 괴물의 피부는 대폭발을 일으켰다.

“쿠오오오오!!”

괴물의 처절한 비음이 수도의 하늘을 가득 메웠다. 저항군은 잿빛의 하늘에 울려 퍼지는 그 소리를 듣고 모두 그곳을 바라보았다.

슈렌은 창을 들고서 다시 공중으로 치솟았다. 그리고 흙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온 두 명을 내려다보았다.

“왔군….”

리오와 지크는 공중에 떠있는 슈렌을 바라보고 그에게 소리쳤다.

“어이, 슈렌! 네가 어째서 여기에 있는 거지!!”

슈렌은 무뚝뚝한 표정으로 둘에게 말했다.

“잠시 들린 것뿐이다. 이 괴물을 없애고 다시 돌아갈 거니까 걱정하지 마라.”

리오는 씨익 웃으며 검을 움켜쥐었다.

“좋아… 맘대로. 그럼 간만에 써볼까? 삼인 필살기를 말이야.”

지크는 좋다는 듯 무명도를 굳게 잡았다. 그의 몸에서 기전력이 다시금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슈렌의 몸에서도 기염력이 더욱 치솟아 올랐다. 셋은 괴물을 중심에 둔 채 커다란 삼각형의 진을 만들었다. 괴물은 투기포를 쏘려고 다시금 입을 벌렸으나 공격 목표가 세 개로 불어나자 당황한 나머지 쏘지 못하고 있었다. 리오의 기가 하늘 높이 치솟아 올랐고 그것을 시작으로 셋의 필살 공격진은 시작되었다.

“처음은 이 몸이다!!!”

지크는 무명도의 끝을 땅에 끌면서 괴물을 향해 맹렬히 대시하기 시작했다. 괴물의 촉수가 다시금 뻗어왔으나 지크를 방해할 수는 없었다.

“제 일격! 대공의 질풍!!!”

기합성과 함께 공중에 몸을 날린 지크는 일정 고도까지 오르자 온 힘을 다해 무명도를 내리 그었다. 괴물의 몸을 향해 거대한 검기가 떨어져 내렸고 송충이를 연상시키는 괴물의 몸은 머리부터 꼬리까지 일직선으로 잘려 나갔다. 체액이 사방으로 흘렀고 괴물은 계속해서 비명을 질러댔다. 곧 괴물의 몸에서 연기가 나기 시작했고 괴물의 몸은 빠른 속도로 회복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슈렌의 창은 더이상의 시간을 주지 않았다.

“제 이격. 대륙의 폭염!!”

슈렌의 온몸이 창과 함께 불타오르면서 괴물의 몸으로 향했다. 괴물의 온몸은 화염에 휩싸이며 군데군데 꿰어지기 시작했고 괴물의 비명은 더더욱 커져갔다.

“쿠아아아아악!!!”

공격을 마친 슈렌이 공중으로 다시 올라가자 리오가 맡는 최후의 일격이 시작되었다. 리오의 기가 최대한으로 폭발했고 리오는 괴물의 머리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제 3격! 일월 대변격!”

리오는 고통에 몸을 꿈틀대고 있는 괴물의 몸을 기가 실린 디바이너로 쳐올렸다. 괴물의 거체는 마치 회오리에 의해 치솟는 나무처럼 공중에 쳐올려졌고 리오는 그 괴물에게 추격기를 선사했다.

“끝이다 왕비! 하아아아앗!!!”

거대한 검기가 굉음과 함께 공중에 뜬 괴물의 몸을 완전히 등분시켜 놓았다. 괴물의 이마 중앙에 박혀있는 왕비의 얼굴도 마찬가지로 반으로 잘려나갔다. 허공에서 둘로 갈라진 괴물의 몸은 이내 대폭발을 일으켰고 환한 빛이 하늘을 밝혔다.

“이겼다! 우리들이 승리했어!!!”

바이나는 의무명의 목을 팔로 조르며 기뻐했고 저항군과 기사단은 승리의 환성을 목청껏 질렀다. 조나단을 비롯한 기사단들도 마찬가지였고 조나단의 말에 타고 있는 세레나와 티퍼도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리오… 역시 당신은….”

세레나는 더 이상 말을 이을 수 없었다. 티퍼는 말에서 내려서며 기사단의 앞에 서있는 조나단에게 달려들어 안겼다.

“이겼어요 아버지! 승리했다고요!!”

조나단은 아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는 티퍼를 내려놓으며 자신의 검 화이어 턴을 하늘에 올리고 말했다.

“… 전하… 보고 계십니까….”

그의 모습을 본 다른 기사단들도 그를 따라 검을 올리고 잠시 간 동작을 중지했다. 눈물을 흘리는 자도 많이 있었다. 그리 기분 좋은 결말은 아닌 것이 사실이었다.

티퍼는 자신의 코끝에 느껴진 차가운 감촉에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어…. 눈이다…!”

첫눈이었다.

루아스 대륙에 겨울을 알리는 첫눈이 전투가 종결된 가이라스 수도를 적시기 시작했다. 평안함…. 그리고 이상하리만치의 행복감이 그 첫눈을 보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고 있었다.

리오는 차갑게 자신의 피부에 내리는 눈을 맞으며 미소를 지었다. 지크도 미소를 짓고 있었으나 슈렌만은 묵묵히 팔짱을 끼고 하늘을 쳐다볼 뿐이었다. 리오는 검을 땅에 꽂으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우리도 조금은… 쉴 수 있겠군. 후훗….”


기나긴 루아스 대륙의 혈전은 이렇게 끝이 났다. 후세의 사람들은 저항군이 만들어낸 <기적>이라고 그 일을 평했으나 그 일이 쓰여있는 역사서의 마지막엔 이런 글귀가 있었다.

<기적이란… 희망과 용기의 산물이다. 이 기적을 우리에게 가르쳐준 무명의 기사여, 당신의 대가 없는 전투에 경의를 표하며 이 글을 당신에게 바친다….>

2부 끝


“… 후훗… 이렇게 되었습니다. 황제시여….”

회색의 피부를 한 사나이가 로하가스 제국의 황제 앞에 나타나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 황제도 미소를 지었다.

“후후훗… 타르자의 인형도 별거 아니었군. 좋아… 오마장군을 소집해라. 그중에, 특히 임무에 실패한 크리나 녀석은 포박한 채 데리고 와라.”

회색 얼굴의 사나이는 허리를 굽혀 황제에게 예를 갖추고 말했다.

“가즈 나이트 바이론, 폐하의 명을 받들겠습니다….”

사나이는 천천히 단상에서 내려오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차가운 미소를 띄우고…

“후후훗… 아직 끝나지 않았다… 리오 스나이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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