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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112화


“보석이다! 보석을 찾았다!!!”

어떤 보물 사냥꾼이 보석을 찾은 모양이었다. 리오는 별일 아니라고 생각한 후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그가 옆방에 다녀온 사이에 히렌은 자리에서 일어나 있었다. 리오는 손을 올리고 히렌에게 반갑다는 인사를 해 보였다.

“어이, 잘 잤니?”

“예….”

히렌은 건성으로 대답하며 이불을 차곡차곡 개었다. 깔끔한 성격을 보여주는 행동이었다.

“밖이 왜 이렇게 시끄럽지요?”

히렌도 들었는지 리오에게 밖의 정황을 물었다. 리오는 별일 아니라는 표정으로 대답해 주었다.

“으응, 누가 보석을 찾은 모양이다. 좋기도 하겠지 뭐…. 아, 그런데 너.”

히렌은 리오를 돌아보았다.

“예?”

“검은 언제부터 배웠지?”

히렌은 그 물음에 자신 있게 대답하였다. 자신의 검술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그였다.

“배우지 않았어요. 스스로 훈련한 거예요.”

“오, 그래? 이거 놀랐는데…? 손바닥 좀 잠깐 보여줄래?”

히렌은 리오가 무슨 의도로 그러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도 검을 가지고 다니는 것으로 보아 뭔가 아는 것 같아서 손을 내밀어 보았다. 리오는 이리저리 손바닥을 살펴본 후에 고개를 살짝 저었다.

“이런이런…, 검을 쓸 때 넌 나쁜 버릇이 하나 있구나.”

그의 말을 들은 히렌은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손바닥만 보고 어떻게 자신의 검술을 알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히렌은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손을 거칠게 뺐다.

“우, 웃기지 말아요! 이렇게 잘 아는 사람이 도적이 나타났을 때 가만히 있었나요?”

리오는 고개를 이리저리 끄덕거렸다. 마음대로 생각하라는 표현이었다. 히렌은 인상을 쓰면서 자신의 검을 잡고 방에서 나갔다. 말도 없이 나가는 히렌을 바라보며 리오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손바닥 안쪽에까지 군살이 박힐 정도로 검을 무리하게 휘두른단 말이야… 멍청아.’

히렌은 자존심이 상한 듯 계속 씩씩거리며 메이린이 있는 방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쳇, 아무것도 못 하는 주제에 무슨…!’

히렌은 메이린이 있는 방문을 약간 강하게 노크했다. 그러자 안에서 어제 숲속에서 본 미인이 메이린 대신 그를 맞아주었다. 크리스는 빙긋 웃으며 히렌을 안으로 들여보내 주었다. 히렌은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아, 히렌!”

메이린은 귀가 아직도 가려운 듯 손가락을 귓속에 살짝 넣은 채 히렌을 반겨주었다. 히렌은 그리 반갑지 않다는 표정으로 의자에 앉았다.

“자, 이제 출발하자 메이린.”

메이린은 히렌의 말을 듣자 싫다는 표정을 지었다.

“여기 온 지 하루도 안 되었는데 벌써 떠나자고? 난 싫어!”

히렌과 메이린이 싸우는 동안에 크리스는 살짝 방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고 리오가 있는 방 쪽을 바라본 뒤에 아래층으로 빠르게 내려갔다. 그녀가 내려감과 동시에 리오가 방에서 나와 메이린과 히렌이 있는 방으로 향했다.

“흐음… 더 있다가 출발할까? 크리스에게 물어보는 편이 낫겠지?”

리오는 방문을 벌컥 열어젖히며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서는 크리스 대신에 히렌과 메이린이 열띤 토론을 하고 있었다. 리오가 들어온 것도 모를 정도였다.

“넌 나이가 열여섯이나 돼서 아직도 응석이나 피울 거야!”

히렌의 언성이 차츰 높아지기 시작했다. 메이린도 지지 않았다.

“히렌은! 나보다 2개월 먼저 태어난 주제에 다른 거 있어! 없잖아!!”

리오는 그들의 말을 듣고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있었다. 메이린이라고 하는 소녀의 나이가 열여섯이라는 게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아서였다.

‘… 열여섯의 소녀가 저렇게 작아…?’

히렌은 그럭저럭 같은 나이 또래에서 큰 편이었으나 메이린은 좀 작은 편에 속하였다. 성숙도(!)도 떨어지는 편이었다. 귀엽다고 말할 수 있을까.

리오는 다른 방의 손님들에게 피해를 끼칠 것 같아 그들을 말리기로 결심하였다.

“어이, 잠깐 여기 좀 보실까?”

리오가 방문을 살짝 두드리며 그들을 부르자, 히렌은 못마땅한 표정을 여전히 지으며 고개를 획 돌렸고 메이린은 자신의 얼굴을 양손으로 가리며 어쩔 줄 몰라했다.

“쳇, 뭐예요!”

“아, 기사님…!”

둘의 확연히 다른 태도에 리오는 살짝 웃음을 지으며 방 안으로 들어왔다. 침대에 앉아있는 메이린의 옆에 리오가 앉자 메이린은 더욱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워했다. 히렌은 더욱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너무 큰 소리로 싸우면 보기 안 좋잖아, 그렇지 않니 작은 아가씨?”

메이린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리오와 메이린이 그러고 있는 꼴을 못 보겠는 듯, 히렌은 의자에서 일어나 밖으로 뛰쳐나갔다. 메이린은 깜짝 놀라 히렌을 불렀으나 그는 대답도 하지 않았다.

“어, 어쩌죠? 히렌이 저 때문에….”

리오는 어깨를 으쓱이며 괜찮다는 표정을 지어주었다.

“걱정하지 마. 저 나이 때는 다 저러니까 말이야. 그건 그렇고 너희들은 어디로 가는 거니?”

메이린은 약간 말하기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리오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 다시 고개를 저었다.

“아, 말하지 않아도 돼. 곤란한 일은 누구에게나 있는 거니까 말이야. 그럼 이름은 가르쳐 줄 수 있니?”

메이린은 기다렸다는 듯 자신의 이름을 리오에게 말했다.

“메이린, 메이린 바이다론이라고 해요!”

리오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이름을 말해주었다.

“그래, 난 리오 스나이퍼. 나중에 다시 만날 일이 있으면 그냥 리오라고 하렴.”

메이린은 기분이 좋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리오는 메이린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 후에 방에서 조용히 나갔다. 방 밖에서는 히렌이 팔짱을 낀 채 리오를 쏘아보고 있었다.

“…….”

리오는 빙긋 웃으며 히렌의 어깨에 손을 올려놓았다. 히렌은 리오가 자신의 어깨에 손을 가볍게 올려놓자 흠칫 놀랐다.

“훗, 열심히 연습하라구 친구.”

리오는 손을 흔들며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히렌은 아직도 손을 떨고 있었다.

‘피, 피했는데!?’

히렌은 사실 리오가 손을 올려놓으려고 할 때 어깨를 흔들어 떨쳐내려고 했었다. 그러나 리오는 너무나도 손쉽게 히렌의 어깨를 잡은 것이었다. 그리고, 어깨를 잡혀 리오와 눈을 마주쳤을 때 전혀 움직일 수가 없었다. 마치 얼은 것처럼….

“도, 도대체 저 사람은…!?”

리오는 자신의 방에서 망토를 꺼내어 걸친 후 밖으로 나갔다. 잠깐 사라진 크리스도 찾아볼 겸, 찾았다는 보석도 구경할 겸 해서였다. 주인에게 말을 해놓고 밖으로 나선 리오는 사람들이 잔뜩 모여있는 곳으로 향했다.

“참나, 보석이 좋긴 좋은가 보구만.”

리오는 한탄하며 사람들을 비집고 안쪽으로 들어가 보석이라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보석을 보는 순간 리오의 표정은 굳어졌다.

“아, 아니!?”

리오는 사람들을 밀쳐내고 보석을 찾았다는 기쁨에 거의 미친 상태인 보물 사냥꾼의 멱살을 잡았다.

“당신! 당신이 이걸 발견했나!!”

보물 사냥꾼은 놀란 나머지 고개를 끄덕였다. 리오는 계속해서 질문을 던졌다.

“이걸 발견했을 때 회색의 돌들이 주위에 떨어져 있었지! 그렇지!!”

보석의 주인은 어떻게 알았냐는 표정을 지은 채 대답을 했다.

“그, 그렇소. 한쪽이 둥근 회색의 돌 말이지요?”

리오는 그의 말을 듣고서 그를 놓아주었다. 그리고 땅바닥에 가득 놓여있는 보석 중 하나를 잡아 손으로 으깨었다. 보석은 유리처럼 박살이 났고 보석의 주인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잘 봤지! 이건 보석이 아니야, 녹색의 에메랄드처럼 보이지만 전혀 틀리다고! 진짜 에메랄드라면 이렇게 쉽게 깨질 리가 없어. 이건…!!”

리오가 사람들에게 소리칠 때, 한 사나이가 고함을 지르며 산 쪽에서 달려왔다. 사람들의 시선은 그 사나이에게 집중되었고 그 사나이의 몰골을 본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 사나이의 옷은 피로 얼룩져 있었고 그의 오른쪽 팔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가 않았다. 그 사나이는 달려오다가 곧 쓰러지고 말았고 그의 숨은 끊어져 있었다. 리오는 얼굴을 일그러뜨린 채 중얼거렸다.

“유성이 떨어진 지 한 달…! 그래, 성충이 되고도 남았겠지…!!”

그때, 리오의 옷자락을 누군가가 잡아당겼다. 크리스였다.

“아, 어디 갔었어요 크리스! 지금 이 마을은 위험하니까요, 어서 여관 안으로 피신하세요!”

크리스는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리오를 바라보았다. 리오가 이유를 설명해 주려고 입을 열었을 때,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며 건물의 안으로 대피하기 시작했다. 이유를 설명해 주는 듯… 산 쪽의 나무들이 크게 흔들렸다. 리오는 크리스를 자신의 뒤로 돌리고 검에 손을 가져갔다. 그러나….

‘아차! 검을…!!’

디바이너는 여관방 안에 고스란히 모셔져 있었다. 만약 지크라면 맨손으로도 거뜬히 싸울 수 있겠지만 리오는 그렇지가 않았다. 지크처럼 완전 살상용 체술을 익히지가 않은 탓이었다. 그렇다고 아무 검이나 쓸 수는 없었다. 리오의 기와 기술의 파워를 보통의 검으론 버텨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젠장…!! 마법도 통하지 않을 테고…!!”

크리스는 가만히 리오가 중얼대는 것을 듣고 있었다. 그녀는 아무 표정도 짓고 있지가 않았다. 그저 리오의 뒷모습을 지켜볼 뿐이었다.

“메이린! 큰일이야 큰일!! 괴물이 나타났다고!!”

히렌이 숨을 헐떡거리며 자신에게 소리치자 메이린도 침대에서 일어났다.

“뭐! 그럼 빨리 도망가야지!!”

히렌은 황당한 표정으로 짐을 챙기는 메이린을 붙잡았다.

“우리마저 도망치면 이 마을의 사람들은 모두 죽는다고!”

그 얘기를 들은 메이린은 사색이 되어 히렌을 바라보았다.

“그, 그럼 괴물하고 싸우자고?! 우리가!?”

히렌은 검을 뽑아들며 고개를 끄덕였다. 꽤나 자신이 있다는 표정이었다.

“네 마법하고 나의 검술을 합하면 무적이야! 충분히 싸울 수 있다고!”

히렌은 결국 메이린을 이끌고 여관 밖으로 나왔고 그들은 숲속에서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는 괴물의 모습을 볼 수가 있었다. 그러나, 그 괴물의 모습은 자신들이 알던 괴물들의 모습과는 영 딴판이었다. 마치… 갑옷을 걸쳐 입은 거인 기사와도 같았다. 리오는 그 괴물의 모습을 보고서 이를 악물었다.

“역시… 겔럭시 웜…!”

그리고, 겔럭시 웜을 향해서 뛰어가는 한 소년과 소녀를 볼 수가 있었다. 분명 그들은 메이린과 히렌이었다.

“저, 저런 바보 같은! 너희들의 실력으론 막지 못한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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