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114화
“모두 엎드리란 말이야!!!”
리오의 목소리를 들은 몇몇의 보물 사냥꾼들과 주민들은 바로 엎드렸으나 그러지 못한 주민들이 거의 대다수였다. 그리고, 엎드리지 못한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본 것은 숲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형형색색의 광선들이었다.
쿠쿠쿵!!!
폭음 소리와 함께 마을의 집들이 터져나가기 시작했고 광선들은 계속해서 가옥들을 파괴하고 있었다. 리오는 광선들을 피하며 엎드린 채 아무것도 못 하고 있는 히렌의 목덜미를 잡아 그와 함께 광선이 닿지 않는 곳으로 피신했다. 리오는 히렌을 큰 나무의 뒤에 세워놓고 소리쳤다.
“이봐! 내 말 들리지!!!”
리오는 급한 나머지 공포심에 얼이 빠져있는 히렌의 뺨을 후려쳤다. 그는 숨을 거칠게 쉬어대며 히렌에게 말했다.
“잘 들어 꼬마! 여기에 가만히 있어, 자존심 내세우고 여자애를 구하러 가면 영영 못 만나는 거야, 알았지! 만약 여기서 움직이면 운이 좋아 살아도 내가 널 처리할 거다!! 꼼짝도 하지 말아!!”
히렌은 공포심에 질린 나머지 고개를 끄덕였다. 리오는 다시 광선이 쏟아지는 마을을 향해 달려갔다. 그가 마을 속 깊숙이 들어갔을 때, 리오는 인간의 피부가 타는 냄새가 자신의 코를 찌르자 이를 갈았다.
“이, 이 자식들!!”
리오는 크리스와 메이린이 있는 여관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여관도 이미 포화에 반파된 상태였다. 리오가 여관의 정문으로 뛰어들어감과 동시에, 여관에 포화가 집중되었고 여관은 눈을 태울 듯한 섬광과 함께 완파되었다. 그리고 여관의 파편이 리오를 덮쳐왔고 리오는 양팔로 머리를 감쌌다.
“크아아앗!!”
리오는 여관의 파편에 묻혀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었고 그와 동시에 포화도 멈추었다. 마치 리오만을 노린 것 같은 포화였다. 포화가 쏟아진 숲에선 기계의 마찰음과 함께 수십 대의 메탈자켓들이 쏟아져 나왔다. 살아남은 마을의 주민들은 자신의 눈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 허망한 표정으로 메탈자켓들을 바라보았다. 가장 앞에 있는 메탈자켓의 해치가 열리고 그 안에서 검은색의 모자를 쓴 군인이 머리를 내밀었다.
“후우. 수배자는 처리된 듯하군. 좋아, 나머지 주민들은 모조리 사살하라, 증거를 남기면 안 되니까.”
메탈자켓들은 그의 명령에 따라 마을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가옥들을 돌아다니며 모든 주민들을 집회소에 집결시킨 뒤, 검은 모자의 남자는 모인 마을 주민들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확성기를 통해 사람들에게 말했다.
“자아, 마을 주민 여러분. 수배자의 사살에 동참해줘서 먼저 고맙다고 말하겠소. 매우 악명 높은 수배자라 이럴 수밖에 없었소, 정말 유감이오.”
사람들은 그 소리를 듣고서 모두 주먹을 치켜올리며 항의하기 시작했다. 그 사람들을 이리저리 피해 앞으로 나온 사람이 있었다. 금발의 여성이었다. 그녀의 옆에는 겁에 질린 채 몸을 떨고 있는 한 소녀가 있었다. 바로 메이린과 크리스였다.
“뭐야, 이것들은…?”
검은 모자의 사나이는 자신의 앞에 나온 그 여성을 바라보았다. 천천히 그녀를 뜯어보던 그의 눈이 커진 것은 그녀의 눈을 보고서였다. 여성이라고는 할 수 없을 정도의 살기가 어려 있었다. 점점 마을 주민들의 함성 소리가 커졌고 주민들도 서서히 거칠게 행동하기 시작했다. 검은 모자의 사나이는 뒤로 돌아서며 손을 올렸다.
“칫, 증거 소멸 작업에 착수하라! 어서!!”
그의 신호에 맞추어 집회소를 둘러싸고 있던 메탈자켓의 엘리마이트 빔 포구가 일제히 열렸다. 그와 동시에 주민들의 행동도 언제 그랬냐는 듯 잠잠해졌다.
“서, 설마 우리들을 죽이려고…?”
“거, 겁을 주는 것이겠지!”
주민들 사이에서 이리저리 얘기가 흘러나왔다. 그러나 모두 그렇게 희망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크리스는 멈추어 선 채 몸을 부르르 떨었다. 메이린은 천천히 크리스를 올려다보고서 깜짝 놀랐다. 아침에 자신이 보았던 크리스의 이미지와 너무나도 다른 표정을 짓고 있었다.
“크, 크리스!?”
검은 모자의 사나이는 메탈자켓의 뒤로 돌아가 천천히 주민들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팔은 여전히 올라간 상태였다. 그리고… 이제 내릴 때가 되었다는 듯 그의 입이 열렸다.
“전 부대, 발…!!”
메탈자켓의 승무원들은 자신들의 대장이 마지막 말을 하지 않자 이상하게 생각하고서 그를 향해 카메라를 돌렸다. 그리고 승무원들은 얼굴이 새하얗게 변했다.
“엇, 대장님!?”
검은 모자의 사나이는 마지막 말을 하지 못한 채 허공에 떠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가 그의 뒤에 서 있었다. 그 사나이에 의해 들어 올려진 검은 모자의 사나이는 머리가 이상하게 뒤틀린 상태였다. 괴 사나이의 악력에 머리가 박살 난 듯했다. 괴 사나이는 천천히 눈을 떴다. 그의 눈은 사나이의 장발처럼 붉게 빛나고 있었다.
“이 녀석들… 나 하나 때문에 무고한 사람들을…!!”
메이린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순간 자신들 주위의 공기가 얼어붙는 듯한 한기를 느꼈다. 리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엄청난 살기 때문이었다. 자신들의 대장이 참혹하게 죽어간 것을 본 메탈자켓의 탑승자들은 엘리마이트 빔의 포구를 리오에게 돌렸다. 리오는 사나이의 시체를 옆쪽에다 던지고 나서 디바이너를 뽑아들었다.
“자아… 쏴봐라 이 녀석들!! 똑같이 머리통을 박살 내주겠다!!”
분노에 찬 외침과 함께 하늘 높이 도약한 리오에게 수십 개의 엘리마이트 포구가 불을 뿜었다. 폭발광이 하늘을 가득 메웠고 메탈자켓의 조종사는 기쁜 듯 외쳐댔다.
“맞혔다! 전탄 명중!!”
그러나, 그 말은 두 대의 메탈자켓이 폭파되며 쑥 들어가 버렸다. 연기를 뚫고서 메탈자켓들에게 돌진하는 리오의 모습은 그야말로 광전사와 같았다. 메탈자켓들은 머신건으로 리오를 공격하려 했으나 자동조준에 걸리는 시간 때문에 그것도 허사였다.
“타아아앗!!”
리오의 기합성과 함께 디바이너에서 기가 창처럼 길게 뿜어져 나왔고 리오는 그것을 가지고 메탈자켓들을 차례차례 인형 자르듯 잘라갔다. 다섯 대째가 파괴되자 나머지 메탈자켓의 주위에 붉은색의 구체가 형성되어 메탈자켓 본체를 감쌌다. 그것은 물리력으로부터 메탈자켓들을 보호하는 일종의 배리어였다. 배리어에 의해서 검이 튕겨지기 시작하자 리오는 늘렸던 기를 다시 응축해서 배리어를 뚫으려 했다.
“잡아라! 어떻게 해서든지 저 녀석을 잡아라!!!”
한 메탈자켓 파이로트가 동료들에게 소리쳤다. 아마 그 편이 머신건이나 엘리마이트 빔으로 리오를 잡는 것보다 쉬운 방법일지도 모른다.
파앙!!
한 메탈자켓의 배리어가 결국엔 뚫려 폭발했고 리오는 연기를 헤치고 다른 메탈자켓을 노리려 했으나 그 순간을 노린 다른 메탈자켓의 팔이 리오의 팔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으윽!!”
그가 잡히자 다른 메탈자켓들이 달려들어 리오의 사지를 움켜쥐었다. 메탈자켓의 탑승자들은 계기판을 보고서 자신들의 눈앞에 있는 수배 인물이 과연 사람일까 하는 의심을 순간적으로 가지게 되었다. 메탈자켓의 기계 팔이 이 정도로 힘을 받은 것을 본 적이 없어서였다. 모든 계기판이 과열을 가리키고 있었으나 메탈자켓의 파이로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리오의 몸을 점점 더 죄었다.
“흐아아아아앗!!”
리오의 긴 기합성이 다시 한번 터져 나왔고 맨 처음 리오의 팔을 붙잡은 메탈자켓의 팔이 부러져 나갔다. 다른 메탈자켓들의 팔도 온전치는 못했다. 모두 다 연기를 뿜어대며 무리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뭐 하는 거야! 어서 엘리마이트 빔이든 뭐든 이 괴물 녀석에게 쏘란 말이야!!!”
그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메탈자켓의 파이로트들은 엘리마이트 빔의 출력을 최고로 높이며 리오에게 쏠 준비를 하였다. 잡고 있는 메탈자켓의 팔들이 부숴지는 것은 무시한 공격이었다.
“으윽! 이대로는…!!”
방어 장비가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리오에게 여덟 문의 최대 출력 엘리마이트 빔이 쏟아진다면 아무리 그라도 몸이 온전할 리가 없었다. 리오는 엘리마이트 빔이 메탈자켓에서 발사되는 것을 많이 봤기 때문에 그 광선이 공중으로도 발사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로 인해서 메탈자켓의 팔을 기로 박살 낸 뒤에 빠져나가도 분명 뒤에 바로 쏘아질 엘리마이트 빔을 맞을 것이 확실했다.
‘… 그래! 메이린… 제발 여기를 봐라…!’
리오는 메탈자켓의 틈새로 메이린과 크리스가 보이자 메이린에게 왼손으로 간단히 수화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메이린은 고개를 푹 숙이고 우는 상태였기 때문에 리오의 수화를 보지 못하고 있었다.
“…!!”
그것을 본 것이 크리스였다. 그녀는 메이린에게 리오 쪽을 보라고 손짓을 했다. 메이린은 눈물이 흐르고 있는 눈으로 리오를 바라보았다. 리오의 얼굴은 보이지 않고 손가락만이 슬쩍 보일 뿐이었다.
“저, 저것은…! 알았어요 리오!!”
메이린은 수화를 알아들었다는 듯 눈물을 닦고 정신을 집중시키며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곧 거대한 빛의 도형이 메탈자켓과 리오의 머리 위에 그려졌고 그것을 본 리오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좋아! 다시 한번 간다아앗!!”
리오의 몸에서 푸른색의 기가 폭발하듯 방출되었고 그와 동시에 그를 붙잡고 있던 메탈자켓의 팔이 모조리 부숴져 나갔다.
“상관하지 마, 그대로 쏴버려!!!”
몸이 자유롭게 된 리오는 공중으로 높이 솟아올랐고 그와 동시에 메이린의 마법도 발동되었다.
“제발 행운을! 5급, [썬더 크레이브]!!”
빛의 도형에서 굵은 번개가 리오에게 떨어져 내렸고 리오는 디바이너를 떨어져 내리는 번개에 갖다 대었다. 그와 동시에 아래쪽에 있는 메탈자켓의 어깨에서 여덟 문의 엘리마이트 빔이 리오를 향해 강하게 뿜어졌다. 번개에 대전된 디바이너를 양손으로 움켜쥔 리오는 검을 아래로 향하게 한 뒤에 자신에게 쏘아진 엘리마이트 빔을 향해서 떨어져 내렸다.
“간다, 대뢰낙하(大雷落下)!!”
디바이너에 모여있던 뇌력이 기에 의해서 증폭되어 방출되었고 그 힘에 의해서 엘리마이트 빔은 모조리 튕기며 허공에 분산되었다.
“아, 아니…!?”
리오는 그대로 디바이너를 땅에 꽂았고 곧 기전력의 대폭발이 메탈자켓 다섯 대를 휘감았다. 그리고 그것들은 모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나머지 메탈자켓 일곱 대는 그 사이 숲을 이용해 어디론가 사라진 뒤였다. 메이린은 급히 냉동 주문을 이용하여 불을 끄려고 했으나 크리스가 그녀를 제지했다. 메이린은 그런 크리스에게 버럭 화를 내며 소리쳤다. 안타까움이 섞여있는 목소리였다.
“리오가 저기에 있다고요! 그런데 크리스는 걱정도 되지 않나요, 우리를 살리려고 리오가 저렇게 되었는데!!!”
불꽃은 시커먼 연기를 뿜으며 하염없이 타올랐다. 마을 사람들과 살아남은 보물 사냥꾼들은 메탈자켓이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한숨을 쉬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왜 제국 정부의 공격을 받았는지, 왜 붉은 머리의 사나이가 싸워 불 속으로 사라졌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저 목숨을 부지했다는 것과 가족들과 친구들을 잃은 슬픔만이 그들의 마음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크리스는 얼굴을 찡그린 채 불꽃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못하는 것인지, 안 하는 것인지 그것은 크리스 외에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