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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116화


리오는 천천히 일어섰다.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붉은 기운에 타르자와 레나도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자신들이 결코 느껴보지 못한 살기가 리오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리오는 레나의 머리끈을 잠시 동안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자신의 산발을 대충 올린 후 머리채를 그 끈으로 묶었다. 머리 자체의 무게 때문인지 위로 묶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래로 늘어졌다.

“후후훗… 그래… 좋았어. 확실히 멋지군….”

리오의 눈은 붉게 빛나고 있었다. 그의 어깨도 천천히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리오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후훗… 하하하핫…! 내가 착각했지, 타르자에게 끌려간 레나가 어떻게 살아있을 수 있겠어? 후후후후… 아하하하핫!!!”

리오의 웃음 소리와 함께 그의 몸에서 강한 살기가 분출되었고 그 살기를 맞은 식물들은 모조리 황색으로 변하며 죽어갔다. 타르자와 레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랑이라구? 진짜 가즈 나이트에게 사랑이란 감정은 없다… ‘좋아한다’는 감정은 있어도 말이지…! 보여주겠어…!! 가즈 나이트가 벌이는 피의 향연을 말이야!!”

리오의 망토가 기에 의해서 공중으로 휘날렸고 그의 머리처럼 붉은 기운이 그의 몸을 휘감았다. 모든 것이 붉은색이었다. 아마 어떠한 마신이라도 그 정도의 살기를 뿜어내지는 못할 것이다.

“이것이 가즈 나이트의 진짜 힘이다!!!”

타르자는 반응할 수 없었다. 리오가 분명히 자신의 옆으로 돌아갔음을 알면서도 그녀는 꼼짝할 수가 없었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왼쪽 팔과 왼쪽 볼의 살가죽이 튿어져 나갔고 피의 안개가 그녀의 옷을 더더욱 붉게 만들었다.

“크, 크아아앗!! 리오 스나이퍼!!!”

타르자가 리오를 바라보았을 때, 리오는 레나의 뒤에서 왼팔로 그녀의 목을 조르고 있고, 오른손으로는 그녀의 목에 디바이너를 들이대고 있는 상태였다.

“끝이다… 레나….”

리오의 그 말과 동시에 그의 양팔이 교차했고, 리오는 그 순간 낮익은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귀에는 들리지 않는, 누군가의 영혼이 그에게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리오… 미안해요….’


리오는 눈을 감았다. 생각하기도 싫은 옛날의 일을 떠올린 그였다. 크리스는 조용히 리오의 앞으로 몸을 틀었다. 리오는 깜짝 놀라 눈을 뜨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 미안해요 크리스. 잠깐 생각 좀 했어요.”

크리스는 굉장히 화가 난 표정이었다. 그녀는 인상을 살짝 찌푸린 채 창문을 가리켰다. 리오는 창문을 보고서 깜짝 놀랐다.

“아, 아니. 어느새 아침이잖아?!”

크리스는 툴툴거리며 리오에게서 몸을 돌렸다. 리오는 이상하게 생각하며 그녀에게 물었다.

“어, 왜 그렇게 화를 내요 크리스? 제가 밤중에 실수라도 저질렀나요?”

크리스는 그 말을 듣고서 더욱 화를 내었고 결국 거칠게 다락문을 열고 아래로 내려가고 말았다. 리오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계속 짓고 있었다.

“… 이상하네…?”

리오는 자신의 머리가 꽤 헝클어졌음을 느끼고 머리를 묶은 끈을 풀었다. 검은색의 조금은 낡은 끈이었다. 리오는 다시 한번 끈을 바라본 후 머리를 묶었다. 똑같은 스타일이긴 했지만, 그에게 있어서 절대로 지울 수 없는 스타일이기도 했다.

“자아, 내려가 볼까….”

기지개를 켜며 아래로 내려간 리오는 집회소의 한쪽 구석에 메이린과 히렌이 자고 있자 그곳으로 가보았다. 아이들은 하나같이 새우잠을 자고 있었다. 히렌의 피부에 손을 대 본 리오는 살짝 인상을 쓰면서 자신의 망토를 아이들에게 덮어주었다.

“아이들을 구석에서 재우다니, 정말 나쁜 사람들이잖아….”

리오는 아이들 옆에 웅크려 앉아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 좋은 광경이 펼쳐져 있지는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집회소에 의존해 잠을 청하고 있었다. 다른 때면 벌써 일어나 자신들의 일을 하겠지만 어제의 일 때문에 매우 피곤한 듯했다.

“후우… 여기서부터 일이 복잡해지면 어떻게 하나….”

리오는 천장을 보고 한숨을 쉬어 보았다. 하지만 그런다고 일이 풀릴 리는 없었다. 아이들이 깨어나자 리오는 망토를 다시 착용하며 일어섰다. 메이린은 리오가 옆에 있자 깜짝 놀라며 몸을 일으켰다.

“아, 리오…!”

메이린은 눈을 비비며 약간 헝클어진 자신의 머리를 매만졌고 얼른 히렌을 흔들어 일으켰다. 히렌은 희미하게나마 리오의 모습이 보이자 벌떡 몸을 일으켰다.

“리, 리오 씨!”

리오는 오히려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아이들에게 말했다.

“아, 계속 누워있어. 어제 일로 고단했을 테니까. 그건 그렇고, 너희들 어디로 가는 길이었니?”

메이린은 고개를 푹 숙인 채 말을 하지 않았고 히렌도 마찬가지였다. 리오는 고개를 저으며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고, 물은 내가 잘못이지. 음… 이거 아쉬운데? 오늘로서 헤어져야 하니까 말이야. 난 수도로 가는 길이거든? 크리스는 친척이 그곳에 있다고 해서 같이 가는 것이고, 나는 특별히 처리해야 하는 일이 있어서 가는 거란다.”

리오가 수도의 일을 입 밖에 꺼내자 메이린과 히렌은 약간 놀란 눈초리를 보였다. 히렌은 설마 하는 표정으로 작게 말했다.

“설마… 리오도 수도를 부수려고 가는 거…?”

리오는 급히 히렌의 입을 막으며 살짝 속삭였다.

“어, 어떻게 알았지! 그럼 설마 너희들도…?”

히렌은 고개를 끄덕였다. 리오는 머리를 긁적이며 한숨을 쉬었다.

“참나… 인연 한번 끝내주는군…. 거기로 왜 가는 거냐, 원수를 갚으려고?”

히렌은 고개를 끄덕였다. 리오는 더욱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너희들 둘이서 뭘 하려고? 메탈자켓 하나도 힘겹게 부수면서 말이야.”

그때, 우물쭈물하던 히렌이 약간 자신이 없는 말투로 리오에게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저, 저희들을 제자로 받아주세요!”

리오는 순간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둘을 바라보았다. 메이린도 히렌과 같은 생각인 것 같아 더더욱 곤란한 상황이었다.

“하, 하지만 난 너희들에게 가르쳐 줄 것이….”

히렌은 눈을 꼭 감고서 리오에게 간청하기 시작했다.

“아니에요! 리오가 괴물하고 싸우는 모습을 전 똑똑히 봤어요, 당신의 반, 아니 반의 반이라도 따라갈 수 있다면 전 더 이상 원하는 것이 없어요!”

‘반의 반이라도 따라오면 넌 이 세계에서 최강이다….’

리오는 이렇게 속으로 중얼대면서 고개를 저었다.

“어쨌든 안 돼. 난 그렇게 훌륭한 인물도 아니고, 너희들을 제자로 삼을 만큼 늙지도 않았다구. 그리고, 더 이상 제국으로 가는 바보짓은 그만두거라. 나라도 위험한 판인데 너희들까지 끼면 나더러 어쩌란 말이야. 너희들이 무슨 원한이 있어서 제국의 수도로 가는지는 모르겠지만, 목숨까지 걸지는 말아라.”

리오가 그렇게까지 단호하게 말하자 히렌은 고개를 푹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메이린도 마찬가지였다. 리오는 그들의 어깨를 툭툭 쳐주며 위로의 말을 해주었다.

“내가 하는 일은 너무나도 위험한 일이야. 아직 너희들은 어리고… 내 말을 언젠가는 이해할 날이 올 거다. 정말 미안하구나….”

리오가 아이들을 설득할 동안, 크리스가 화장실에서 빠져나와 리오의 뒤로 다가갔다. 리오는 그녀를 바라보고 아까처럼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아, 괜찮아요 크리스?”

크리스는 살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히려 자기가 미안하다는 뜻도 전했다.

“다행이군요. 자, 그럼 출발해요 크리스.”

크리스는 외투를 차려입고 떠날 채비를 하였다. 리오도 간단한 배낭을 짊어지고 집회소를 천천히 나섰다. 아이들은 화가 난 듯 리오에게 작별의 인사도 하지 않았다. 리오는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집회소를 바라보았다.

“후훗… 너희들을 위한 거니까 너무 화내지 마라….”

리오와 크리스는 서서히 마을을 빠져나갔다. 마을을 빠져나가는 동안에도 크리스는 계속해서 얼굴에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음? 무슨 좋은 일 있어요?”

크리스는 리오의 물음에 살짝 고개를 저었다. 리오는 슬쩍 어깨를 으쓱이고는 계속 길을 걸었다.

“후음… 다음 마을까지는 꽤 오래 걸릴 것 같네요. 자, 어서 갑시다 크리스.”

리오는 희미하긴 하지만 크리스의 분위기가 바뀐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무엇이 바뀌었는지는 그도 정확히 알 수는 없었다. 크리스는 리오의 뒤를 따라가며 살짝 입술을 움직여 보였다. 리오는 전혀 알아채지 못하고 있었고 그녀의 입술은 이렇게 움직였다.

「고·마·워·요」

2장 [용사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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