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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117화


3장 [바람의 사나이]

안개가 자욱이 끼어있는 어느 날의 늦은 오후였다. 지크는 숲속을 걸어가면서 뒤에 따라오는 일행에게 계속 눈길을 보내었다. 매우 곤란하다는 눈초리였다. 그의 뒤에서 따라오던 일행 셋 중 한 명이 지크가 자신들을 계속 쳐다보자 화가 난 듯 소리쳤다.

“뭘 보는 거야! 빨리 가지 않으면 리오를 따라잡지 못한다구!!!”

날카로운 여자의 음성이었다. 그러나, 약간 애티가 나는 목소리였다. 그 옆에서 걷고 있던 한 사람이 그녀를 진정시키려는 듯 입을 열었다.

“그, 그러지 마 리카. 지크도 빨리 가고 싶은 건 마찬가지일 거야.”

지크는 그 소리를 듣고서 가슴을 치고 싶었다. 리오가 부탁한 대로 말스 왕국의 수도에서 태라트를 도와야 할 그가 제국의 숲을 거닐고 있는 이유는 조금 복잡했다. 리오가 혼자서만 살짝 제국으로 도망친(?) 것을 안 리카는 야룬다 요새에서 길길이 뛰었고 설상가상으로 리오를 만나기 위해 저항군의 본부로 찾아온 세레나마저 울고불고 난리를 쳤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가 이들을 데리고 제국으로 건너온 것이었다. 지크는 한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자신을 위로했다.

‘후우… 슈렌이 만약 바로 떠났다면 난 살지 못했을 거야…. 고맙다 슈렌… 역시 우리들은 형제야…!’

그때, 지크의 둔부를 리카가 걷어차면서 소리쳤다.

“뭐 하는 거야 멍하니! 똑바로 걸어!!!”

지크는 속으로는 리카를 쥐어 박고 싶었으나 그때마다 클루토가 말리는 바람에 그럴 수가 없었다. 지크는 자신의 바지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서 터벅터벅 힘없이 걸어갔다.

“아, 세레나 씨. 춥지 않나요?”

세레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만 겉으로 보기엔 지크가 더 추워 보였다. 오로지 자신의 붉은 재킷 한 벌만을 입고 있는 상태여서 두꺼운 외투를 입고 있는 셋보다는 추울 것이 당연했으나 지크는 그리 추위를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아, 지크 씨! 저기 보이는 것이…?”

지크는 세레나의 손가락 끝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눈을 돌렸다. 숲과 안개 사이로 희미하게 건물 같은 것이 보였다. 지크는 헝겊으로 싼 무명도를 배낭에서 빼서 허리에 장비하며 일행에게 말했다.

“여기에서 기다리고 있으세요. 제가 한번 살펴보고 올게요.”

바람 소리를 내며 건물 쪽으로 지크가 사라졌고, 일행은 잠시 쉬며 지크가 올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바람 소리인 듯, 사삭 소리가 숲 사이에서 들려왔다. 그러나 일행 중 누구 하나도 그 소리에 관심을 가진 사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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